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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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도보통지 쌍수도 武藝圖譜通志 雙手刀 교범저장소


0:35 쌍수도보의 재현(Reproduce of the Two-handed Saber in Muye-dobo-tongji(1790)
2:08 검보를 기반으로 한 전투 기술의 재구성(Reorganizing Sword flow-based combat skills)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에 백병전에서 큰 열세를 겪은 조선군은 명나라 지원군의 장군인 허국위, 낙상지 등에게 백병전 기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때 도입한 것이 대봉, 등패, 낭선, 장창, 당파, 장도 6가지 무기술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무예제보(1598년) 시절에만 해도 1.35m의 장도를 쓰고 기효신서의 무술 그대로 훈련했으나, 200여년이 지나 1790년 무예도보통지 편찬 시점에서는 90cm 짧은 요도를 쓴다고 되어있으며, 일부 글자들이 줄어들거나 바뀌고 자세 그림도 바뀌어 있었습니다.

본래 장도는 조총병의 호신무기와, 연병실기의 수레 방어벽 전술에서 기병들이 비집고 들어오면 철갑을 입은 병사가 말다리와 말머리를 후려치는 두가지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조선도 후금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수레 방어벽 전술을 도입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길이 험하고 산지가 많은 조선의 지형에서 평야 초원지대에 적합한 수레 방어벽 전술이 적합하지 않아 연병실기식의 장도 철갑병은 운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조총병은 기효신서 규정상 장도를 차고 백병전에 대비해야 했으나 개개인이 차고 다니기에는 너무 큰 칼이라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남은 사료로는 조선의 조총병이 장도를 차고 다녔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효신서는 조선 후기의 군사학 표준 규격처럼 여겨졌으므로, 조총병은 평범한 요도를 차더라도 장도 도법을 같이 연습하도록 규정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장도를 쓰지 않지만 그 검술은 그대로 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술은 일부 변화되었는데 먼저 과거 장도를 쓰던 시절에는 오른손으로 칼날을 잡고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기효신서 이승훈본 14권판(1588), 명나라 군대에게 직접 장도술을 전수받아 정리한 조선 무예제보(1598), 명나라 모원의가 여러 무예와 병법을 수집하여 간행한 무비지(1621) 등에서 모두 똑같습니다.
하지만 현종5년(1664) 당시 병조판서 김좌명(金佐明)이 기효신서를 병서에 능한 사람들로 하여금 오류를 수정하여 재간행을 시도했는데 이 조선본부터 양손 모두 칼자루를 잡아 쓰고 있으며, 무예도보통지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짧은 요도를 쓰게 되면서 굳이 오른손으로 칼날을 잡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오류라고 판단하고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예제보 시절에는 향좌/향우방적세 모두 하단을 방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명나라 군대에게 직접 전수받은 무예제보(1598), 그리고 명나라 모원의가 쓴 무비지(1621)에서 이러했으나 무예도보통지 시점에는 향우방적세는 몸을 방어하는 것으로 바뀝니다. 기효신서 조선본이 기준이 되면서 이것을 따라 변경시킨 것입니다.(1566년 왕세정본 18권판에는 장도가 없음)

그리고 식검사적세는 원래 왼손에 검을 쥐고 오른팔 소매에 칼을 닦는 것이었습니다. 기효신서 이승훈본, 무예제보, 무비지 모두 같았으나 무예도보통지 시점에서는 오른손에 검을 쥐고 왼팔 소매에 닦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기효신서 조선본부터 바뀌었고 이것이 무예도보통지에도 반영되었습니다. 현종5년(1664) 당시 병조판서 김좌명(金佐明)이 수행한 기효신서 수정 및 재간행 과정에서 왼손으로 바꿔잡았다가 다시 오른손으로 잡고 섬검퇴좌세로 이어지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해서 바꿔놓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섬검퇴좌세도 본래 어깨에 검을 비스듬히 지는 것이었으며 기효신서 이승훈본, 조선본, 무예제보, 무비지까지 모두 같으나 오직 무예도보통지만 등 한가운데 세우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유래를 찾기 어렵습니다. 긴 장도가 아닌 짧은 요도로 훈련하면서 점차 동작이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과거 무예제보 장도보에서는 "왼손으로 칼을 잡고서 앞을 향하여, 오른손으로 다시 잡고"(以左手持劒向前, 以右手更把)라고 묘사하였으나, 무예도보통지에서는 "좌수로써 칼을 둘러 앞을 향하여 우수로써 다시 잡아"(以左手揮劒向前以右手更把)라고 되어있어 "칼을 잡아 앞으로 향하다" 가 "칼을 휘둘러 앞으로 향하다" (持→揮)라는 뜻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이 변화가 한꺼번에 이뤄졌으리라 여겨지는 시점이 있는데, 사도세자가 옛 책(아마도 기효신서)를 가지고 여섯 기예가 잘못된 것을 고증하여 고쳐서 무기신식을 반포하여 훈련도감에 내렸다는 이야기가 정조실록 28권, 정조 13년 10월 7일 기미 4번째기사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시점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형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도 있는데 본래 커다란 장도의 특성에 맞춰 만들어진 검술이다 보니 평범한 도검으로 했을 때 크게 의미가 없는 동작들이 생겼습니다.

휘검향적세로 올려베면서 쫓아가거나 재퇴방적세에서 올려베면서 물러나는 것은 본래 크고 긴 장도로 내려베면 관성 때문에 통제가 어려우므로 통제하기 쉬운 올려베기 연속기로 상대방을 겁주는 기술인데, 평범한 도검은 충분히 민첩하게 쓸 수 있고 올려베기의 사거리가 짧아 내려베기보다 장점이 없습니다.

섬검퇴좌세는 본래 중국무술에서 장병기를 운용할때 무기의 회전 관성을 통제하기 위한 기법을 상대 검을 피하는 동작으로 만들어 넣은 것인데, 평범한 도검에는 굳이 필요없는 동작입니다.

그러나 18세기 당시에는 이런 논란도 허망하게 금위영, 훈련도감, 어영청에서 가장 많이 수련된 것은 제독검이었습니다. 제독검은 용어나 동작으로 보아 기효신서 장도 계열의 검술임은 확실하나, 확실히 새로 만들어진 투로이며 기법도 달라서 완전히 같은 검술은 아닙니다. 제독검이 이렇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불명입니다.

장도/쌍수도의 투로를 통해 수직/좌우 내려베기, 좌우 올려베기, 후퇴하다가 반격하는 법, 좌/우/상단을 막는 방법, 확인사살하고 사주경계하는 잔심의 중국적인 형태까지 검술의 기본적인 부분을 배울 수는 있으나, 이 도법의 전부를 배우려면 민간으로 퍼진 단도법(單刀法)까지 모두 확인해야 비로소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rB5M8Zy9j4M

또한 예전에 수행한 무예제보 장도의 재현과 비교하면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지 직접 비교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youtu.be/mBOzXBmt51I

덧글

  • oo 2020/04/08 18:08 # 삭제 답글

    멋진 결과물입니다. 국내에 있는 복원단체들도 좀 배웠으면 할 정도로
  • 아부사이프 2020/04/08 19:08 #

    ㅎㅎ감사합니다.
  • 모아김 2020/04/09 09:19 # 답글

    훌륭합니다! 고생 많이 하셨겠습니다!

    저는 좌우 방적세는 본국검 등을 참고로 하면 조금 무화스럽게 감고, 식검사적세도 두손무화에서 한손무화로 바꾸듯이 쓱쓱 닦기보다는 휙휙 돌리지 않겠나 싶더군요.
  • 00 2020/04/08 20:34 # 삭제 답글

    이걸 보니까 지금까지 복원한 무보지 검술은 다 의심스러움 쌍검도 사실은 다른 형태가 아니었을까...
  • 아부사이프 2020/04/09 18:14 #

    제독검의 돌리면서 치는 동작도 사실은 투보를 이용한 회전 베기죠. 기록되지 않은 장도술의 정수까지 모두 전수된 단도법선을 보면 그 기술들이 몇가지 나옵니다. 보통 창이 들어오면 투보를 써서 옆으로 피하면서 다시 몸을 돌려서 치는데 딱 그기술입니다. 조선이 장도술의 용어를 써서 도보를 창작한게 아니라면 단도법선의 또다른 소스가 되었던 장도술 제2로가 바로 제독검의 정체라고 보면 되겠죠. 아니면 단도법선을 보고 기존 장도술 투로에 청나라 한족군대 녹영에서 추가한 제2로라고 볼 수도 있을겁니다.

    확실한건 깊은 사색이나 연구라고 부를 것까지도 없이 눈을 조금만 넓히면 역사적으로도 분명히 연관이 있는 그 소스가 바로 보인다는 겁니다. 쌍검은 아직 안봐서 모르겠는데, 이것도 생각외로 금방 해결될 수 있을겁니다.

    장도-단도법선-수비록 단도편-쌍수도-제독검이 장도 계열 검술들인데, 제독검은 투보를 이용한 기법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게 만들어진 투로이고 이것까지 하면 조선의 장도 계열은 다 끝납니다. 검경과 함께 병행하면서 단도법선도 끝내면 장도 계열은 마무리되겠네요.
  • 2020/04/08 21:34 # 삭제 답글

    안녕하십니까 중국도법은 저런식으로 가까이 붙어서 칼등을 잡고 날을 우겨넣는 기술이 많던데 비슷한 것인가요? 그리고 저런 기법 덕분에 도가 검에 비해 근접전에서 유리한가요?
  • 아부사이프 2020/04/09 18:01 #

    중국검술이나 도법이나 모두 칼로만 하는 싸움과 소드레슬링 다 가지고 있습니다. 검이나 도나 쓰기 나름일뿐 근접전에서 더 유리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수틀리면 솔각(레슬링)해버리면 그만이고요. 다만 도는 기법이 단순해서 더 빨리 배우고, 위력이 강하지만 반대로 궤적과 수가 뻔해서 좀 그렇고 검은 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건 중국의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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