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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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剪에 대해 : 전술적 관점

무예제보 대봉 복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박이 들어올 만한 것에 대해 생각해둔 것 중 하나는 剪에 대한 것이다. 이른바 자를 전이라고 해서 자른다는 뜻이고, 무예제보에서는 바리티다(베어버리다) 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무예도보통지에선 갈기고 라고 표현하니 이리보고 저리봐도 타격한다는 뜻인데 왜 교차한다, 휘감는다 라고 표현을 하는가?

사실 剪이라는 단어는 중국무술에서 무기가 X자로 교차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剪은 가위라는 뜻도 있고, 아예 전단이라는 한자어는 가위로 자르는 것을 뜻한다. 가위=X자=얽히다, 교차되다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세법 복원에서 剪을 일괄적으로 얽다 라고 판단하고 그리 복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무예제보와 무예도보통지의 언해본이 틀렸단 소린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일단 검경에서 剪은 상당히 자주 나오는데, 주로 상대의 봉을 위에서 쳐내거나 막아내고 대전, 소전하는 식이다. (고란흉곤의 다섯 막아내기 등) 그런데 대전이 다리를 때리는 것이라면 상단에서 상대방의 무기가 살아있는데 내 봉을 떼어서 상대 무기가 날아오게 놔두고 뜬금없이 다리를 치는 격이 된다. 검경에서 剪이 활용되는 부분이 모두 다 그렇게 기술이 안맞게 된다.

여기에 무예제보의 대봉투로는 검경의 개념 그대로이고, 특히 기효신서-무예제보-무비지의 삽화를 보면 대전세의 삽화에서 보이는 손의 모양은 창술에서 휘감을 때 딱 그 손모양이고, 하단을 후려치는 손모양이 아니다. 도두세, 하접세 그림에서도 나오지만, 하단을 후려치는 경우 두손이 다 아래쪽으로 향해 있다. 특히 무비지의 대전세 삽화에서는 대전세의 봉의 모양새가 왼쪽으로 휘감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방향으로 교차되어 있다.

검경도 보편 명나라 무술 단어를 쓰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뉘앙스가 보편적인 명나라 무술에서의 의미와 다른 것과 같이 剪이 단순히 교차의 의미가 아니라 대전, 소전에서와 같이 휘감아내려 교차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봐야만 검경의 기술들이 맞아들어가기 시작한다.

이 경우 무예제보의 剪=바리티다, 무예도보통지의 剪=갈기다 라는 한글번역은 단순히 한자의 1차적인 뜻만 그대로 직역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좋게 쳐줘도 대전세로 휘감을 때 한번 베어치면서 휘감는(대전) 모양을 묘사했을 거라고 봐 줄 수 있는 정도다. 예도28세에서 鑽=비비다 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무예도보통지 곤방보에서는 대전세 그림이 말 그대로 서로 각자의 하단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리쳐서 교차된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텍스트가 동일한데 다른 부분에서 이전 사료와 후대 사료가 충돌할 경우 원칙대로 이전 사료에 권위가 있다. 또 하단으로 내리쳐서 교차되는 상태를 지시하는 텍스트가 나오는 부분은 하접세라고 모든 사료가 동일하게 지정한다.

여기에 무예제보와 무예도보통지의 언해본이 다른 것으로 보아 완전히 제대로 된 전승이 안되었고 전승 과정에서 애매하게 틀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을 놓고 보면 무예제보대로 지도하던 시절에는 剪=바리티다라고만 표기하고 실제 동작은 제대로 가르쳤지만, 한참 세월이 지나 무예도보통지 시점에서는 서로 하단으로 갈겨대서 교차시키는 것으로 변질되었을 수도 있다. 무리한 가정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당장 사도세자가 옛 기록과 대조하여 당대의 잘못된 무술 내용들을 모조리 수정했던 적도 있다.

아니면 무예도보통지가 등패보에서 삽화를 잘못 집어넣은 것처럼 단순히 봉의 방향을 헷갈려서 그렸을 수도 있다.

하여간, 이런 문제 때문에 민족전통버프를 포기하고 가장 원전이 되는 사료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이기도 하다. 기효신서 대봉이라고 하지 말고 무예도보통지 곤방이라고 해야 조회수가 더 잘 나오고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지만, 무예도보통지를 표방하면 후대 사료의 오류까지 그대로 떠안아서 재현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권위를 가질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사료의 명칭을 내세워야 선대 후대 사료를 종합적으로 보고 연구에서 가장 자유롭게 진실만 찾아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무예도보통지의 쌍수도를 재현한다면 내가 아무리 묘도를 가지고 시연하고 싶어도 환도로 할 수밖에 없고, 호건을 쓰고 싶어도 전건을 쓸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덧글

  • 2019/11/04 19: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11/05 03: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9/11/05 13: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11/05 17: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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