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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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곤창의 비유로 보는 롱소드가 얕보이는 이유(개스압) 잡설저장소

디시 롱갤에서 퍼온 글입니다.



每有於余學得敬巖法一、二分,一遇俗師,即溷於大封、大劈,盡失故步,人之識與志,豈易得哉!

나에게서 경암의 법을 1,2분이라도 배웠다고 하더라도 한번 속된 스승을 만나면 크게 막고(대봉大封), 크게 내려치는(대벽大劈) (곤법으로) 더렵혀져서 옛법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다하야 잃어버리게 되니 사람의 견식과 뜻이 어찌 쉽게 얻어지겠는가?


大封、大劈,門外漢望而卻走。同藝者,以力為勝負。敬巖、眞如見之如篾縛紙鞔,方相才近身,即百雜碎,此緊破踈也。

대봉大封처럼 크게 막거나 대벽大劈처럼 크게 내려치면 문외한은 이걸 보고 도망친다. 같은 기예를 가진 사람이라면 힘으로써 승부를 다툰다. 경암, 진여와 같은 고수들은 대나무 껍질로 만든 밧줄이나 종이로 만든 신발과 같이 보아서 그러한 재주(대봉, 대벽)가 자기의 몸 가까이 오더라도, 잡스러운 것이 무너질 따름이니 이것이 바로 긴밀한 것이 성긴 것을 파한다는 것이다.

-오수, 수비록




명말청초의 중국 창술가 오수는 당시 한창 유행을 타던 정종유라는 무술인의 소림곤법천종을 상당히 싫어했음.

창술이란건 정교하고 동작이 작으면서도 빠르고 섬세한데 저저 어디서 소림곤이나 쓰는 애들이 뇌피셜로 창술이랍시고 곤법을 만들어왔는데

크게 들어 내려치고 크게 막고 하는 원시인같은 짓거리를 하면서 창법을 어쨌다는게 심히 꼴같잖다는 것임

그딴건 세밀하고 작고 정제되고 숙달된 기법으로 그냥 한방에 날아간다는 거지

중국무술가의 이야기지만 이것을 통해 크게 휘두르고 정제되지않고 거친 검술을 보는 현대 검술 스포츠의 시각을 엿볼 수 있지



어디서 한다리 건너 듣기론

롱소드, 리히테나워류에 대해 좋은 평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봐도 잘하는건지 모르겠고 그냥 저렇게 크게 돌리는 틈에 그냥 싹 타돌해서 팍 때릴곳이

수십군데는 보인다 저게 뭐하는 짓이냐

상하체는 따로놀고 칼은 붕쯔붕쯔 어깨는 오르락내리락

벌써 손목을 다섯번은 때렸다

허리텅빈거 보소 퇴격하면서 허리를 그냥 확

불쌍한것들 환상따라가지말고 도장이라도 가서 스승 모시고 배워라

이런 평가가 생각보다 흔하다는 걸 알수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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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롱소드만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님

일부겠지만 고류도 저런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고

어쨌든 크게 들어 치고 동작이 크고 보법이 정밀하지 못한 검술은

기본적으로 얕보이고 들어간다고 봐도 되겠지




이게 그럼 검도만의 이야기냐?

그건 아니란 말씀

근대시대에 클래식 펜서들은 종교 광신으로 가득찼던 중세시대의

야만적이고 무식하며 체계적이지 못한 검술이

르네상스 시대의 과학 혁명을 계기로 그리스-로마의 인간 이성을 되찾으며

진정한 검술로 거듭나 19세기 현재 정점에 달했다는 말을 자주 했었지

고전검술 연구가였던 에거든 캐슬도 그랬었고

흔히들 얘들이 세상은 진보한다는 인식과 최정점에 달했던 백인우월주의, 변증법적 역사관에 경도되서 이랬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을까?



고전검술 연구가 발생한 시점은 이미 에뻬, 사브르 검술이 결투용으로 상당부분 정제되어

18세기의 거칠고 야만적인 기술도 많이 사라졌고 철저하게 결투, 경기에 걸맞는 형태가 되어있었음

보법은 정밀하고 손은 세밀하며 칼끝은 미묘하고

안정된 런지로 1/3초안에 이미 승부는 결정난다

작은 오프닝도 놓치지 않으며 더욱 세밀하게 상대의 빈틈과 시간과 거리를 나눠 볼 수 있었지

그들은 투핸드소드와 롱소드, 피더까지 재현하고 박물관의 협조를 얻으며 유물을 만져보고

대중들 앞에서 시연하기까지 했지









그런 그들이 내린 결론이 중세검술은 열등했고 무식했으며

방어는 건틀렛, 갑옷에 다 맡겼고

그나마 르네상스시대에 갑옷이 사라지고 한손검이 발달하면서

과학적인 검술의 뿌리가 내려졌다 라는 것이지

이유는 하나뿐임

아무리 봐도 손보호가 안되는 불안한 칼을 가지고

지나치게 큰 동작으로 너무 빈틈이 많게 휘둘렀으니까

보법 빈틈 시간 거리 모든것이 너무 둔했고

근대 검객들에게는 너무나도 어설플 수밖에 없었음

복싱vs권법

주짓수vs고대유술

현대레슬링vs고대레슬링

이 구도로 받아들였다고 보면 됨


오수가 곤법을 까면서 아미창법을 찬양하는건 당시 정종유의 소림곤법이 잘나가서 질투한 것도 있지만

대놓고 지나치게 크고 무식하게 휘두르고 막아대는데 그런 개허접을 빨아대니 빡친거라고 봐야겠지

창술의 정종을 배우신 입장에선 특히나 말이야




이 문제를 가지고 옛 무기술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다양함

첫째 니들은 경기에 특화된 짧고 약한 동작을 쓰기때문에 실전에선 벨 수 없다는 것임

둘째 그러니까 짧게 치는걸론 실전에서 오히려 당하기 쉬우니까 세게 쳐서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는것

셋째 실전에선 죽도나 포일같은 가벼운 칼을 못쓰고 무거운 칼을 쓰면 짧은 동작에선 그 속도나 위력이 안나온다는 것



하지만 경기화된 무술에서도 할말은 많은데

첫째 당사자들이 느끼는 위력은 그렇게 약하지 않음

펜싱은 보호복을 입어도 상당히 아프거나 팔뚝에 줄이 쫙쫙그어질 때도 있고

검도도 작은머리가 그렇게 약하지 않다고들 하지 죽도가 휘어지는 것도 볼 수 있고

이정돈데 더 무거운 진검을 쓰면...?!



둘째 그 위력을 보면 무식하게 내려치지 않아도 발과 칼과 타점의 일치로

짧은 동선에서 최적의 위력을 내는 것을 습득한 것

적은 동작에서 최적의 위력을 내는 방법을 알고있는거지 겉보기에 크게 친다고 다가 아니란거지


셋째 경기가 어쩌구저쩌구하는데 굳이 시합용 기술 쓰지 않아도 대련들어가면 다 보이고 어렵지 않다는거지

애초에 니들 방어가 안되고 틈을 다 내주는데 시합술이네 아니네 그문제가 아니란거지










이 문제로 당사자들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고전무기술은 대련을 금지하는 경우가 있고

경기화된 무술은 안전을 위해 가벼워진 도구를 쓰고 룰에 익숙하기 때문에

또 혼자하는 무술은 그거대로 경기하는 무술은 그거대로

자신의 위력이 어떤 참사를 낳을지 예상하니까 정작 진짜 영역인 철검 대련으로는 감히 갈 생각도 못하니

서로 잘 테스트해서 연구하고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바라보기는 매우 어려웠다는 거지

하더라도 목검이나 다른 안전도구 써서 하니 둘다 만족을 못하고

실전이었음 넌 내 머리까기에 뚝박됐어

실전이었음 넌 내 작은머리에 스턴걸려서 쓰러졌어

서로 마음속에 다른 판정을 가지고 돌아서는거지









나는 모든 무술을 다 알고 경험해본 사람은 당연히 아니지만

철제장비로 타류와 교류하는 현장에서 관찰해본 사람으로써

둘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는데

막상 실전에서 뚝배기 깨는 무술에서도 검도 펜싱같은 작은 동작을 중시하는 경우가 있었다는거지

세이버로 전쟁에서 실전뛰던 나폴레옹 시절에도 검도 작은머리와 똑같은 짧은 머리베기를 당당히 가르쳤고

조선세법의 찬격세는 검도 작은머리처럼 밀어치는 기술이고

검경 같은 봉술은 지나치게 높이 드는 건 초보들이나 하는 짓이라면서 쉽게 튕겨내는 법을 알려주지

숙달되면 높아도 눈위로 안가고 낮아도 무릎아래로 안간다는 말을 할 정도지

이것들은 다 도/검/봉으로 실전에 쓰던 무기들이고 경기화 이전의 무술들인데 어떻게 딴지를 걸겠음

경기에서 통하는 것은 실전에서도 어느정도는 통한다 라는 것임

또 철제 일본도 블런트를 가지고도 적응한 사람은 죽도 못지 않게 빨리 치고 강하게 때리는 사람도 있었음





반대로 작은 동작이나 세밀한 것만이 정답은 아님

칼이 무거우면 짧은 동작으로 위력을 싣기에는 한계가 있긴 함

세이버의 작은머리 7번베기라고 부르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싸움 시작에서 견제기 아님 빠르게 선공 날려서 치는거지

그거 하나로 사람이 죽지는 않음 물론 마스크 위로 맞으면 그래도 번쩍번쩍하지

스턴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그러나 누구에게나 스턴이 걸릴거라는 보장은 없다는 거고

큰 동작이 주는 위력, 기세, 그리고 최적의 타격부위인 손이 앞에 안나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경기 위주의 검술을 배운 사람이 생각외로 당황할만한 요소가 가득함

실력이 싾이지 않으면 도적놈의 좌우 대각선베기 연타에 그냥 밀려서 죽는다는 비유를 들어본사람도 있을것임

어쨌든 크게 휘둘러 치는게 힘이 강한건 사실이라 짧은 공세에 익숙한 사람은 칼이 넓게 튕겨나가는 것에 당황할수도 있을것이고



또 오수가 수비록에서 곤법을 존나 까긴 했는데

막상 자기도 창을 들어올려 내려치거나 이런건 또 집어넣었음

사브르 종목은 닿기만 하면 불이 들어오지만

막상 기본기는 결투용 검술에서 유래된 찌르듯이 들어가서 치는 걸 가르치는데도

요즘 기본 스탠스는 칼을 90도로 세운 나폴레옹 시대의 미디움 가드임

세밀하고 정밀한 보법과 기술 방어가 전부가 될 순 없다는것임







오히려 옛날 실전시대에도 경기기술이라고 비판받는 기술을 사용했고

반면 작은 기술만으론 실전에서 확실히 문제가 많았고

작은 기술을 찬양한 당사자도 큰 기술을 쓰는 것으로 봐서

실전에선 둘다 필요하고

다만 그 장단점을 잘 생각해서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는거지

뻔한 결론이지만 실전은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라는 고정관념이 만연한 세상에선

다시금 간과하고 있던 진실로 다가가게 만드는 한 마디라고 생각함







한편 경기화되면 거의 무조건 짧은 기술이 먼저 치고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이걸 그대로 방치하면 툭툭 건드리고 이겼다 이 난리가 나는데

옛날 사람들이 했던 그것을 기준으로 삼아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행여나 유사시에는

자신이 해왔고 해야 할 것에 대해

의심을 품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함.


덧글

  • Felix 2019/10/14 22:57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jaak 2019/10/24 18:21 # 삭제 답글

    간혹 참관자분들중 소드태깅을 시도하는 분들이 계신데,
    나무를 대상으로 콜드스틸 웨이스터를 이용해 존하우의 위력을 보여주며 그렇게 약하게 쳐서는 이런 베기를 베기로 차단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 그제야 대개 끄덕이시더군요(...)
    확실히 직접 체험 없이는 글이나 이론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영역인 것 같기도합니다.
  • abu Saif al-Assad 2019/10/24 22:20 #

    그래서 지속적인 시참이나 상해, 의학 자료를 통해 도검의 위력에 대한 바른 이해를 계속해서 주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요. 안그러면 작은 동작 vs 큰 동작 지상주의가 서로 논쟁만 죽어라 하게 됩니다. 막상 옛날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잘만 썼는데 말이죠.
  • 지나가던 사람 2019/11/19 09:23 # 삭제 답글

    정말 공감 되네요. 큰 동작이던 작은 동작이던 적재적소에 잘 쓰는 사람이 이기게 되는 것 같아요.
  • 알피온 2023/01/30 12:58 # 삭제 답글

    정말 좋은 글이네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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