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비교 0:17 기술 설명 1:46
왜검교전 하편도 완료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서술을 정리하면 교전은 크게 나누어 2개의 파트로 나눌 수 있고, 두번째 파트는 다시 크게 4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집니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왜검 류피류에서 등장했던 수검(垂劒)의 다양한 응용법들이 등장합니다.
첫 2단락에서는 대검(戴劒)자세로 방어하는 상대방에 대해 칼로 두번 때려서 공격이 들어올까봐 굳어지게 만드는 재고(再叩)를 하고, 다시 나는 그것을 수검 쿠라이즈메(位詰)을 통해 쳐내버리고 오히려 반격, 세번에 걸쳐 쿠라이즈메로 쳐내고 반격하며 상대방은 세번에 걸쳐 수검 받아흘리기(受け流し)로 막아내며 물러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똑같이 검을 늘어뜨린(垂劒)이지만, 같은 자세에서도 상반된 두가지 방어법을 갑을이 서로 공수를 교대해가며 함께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교육체계입니다.
나머지 2단락도 기본 구조는 동일하나, 찔러오는 상대방의 칼을 쳐내고, 상대방은 찌르기가 쳐내졌다고 굴복하지 않고 다시 한번 더 베어오는 시나리오로 시작부분이 바뀌어 있습니다.
마지막은 상박(相搏) 즉 씨름으로 끝내게 되어 있으며, 기술로 봤을 때 일종의 제압술로 여겨집니다.
왜검교전 13부터 마지막까지는 삽화의 배치가 매우 혼란스럽고, 텍스트를 놓고 재현했을 때 순서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매우 자주 나왔습니다. 그래서 텍스트를 재배열한 것과 마찬가지로, 몇몇 삽화의 순서를 바꿔서 적용했습니다. 그리하여 실제 텍스트에서 요구하는 동작과 삽화에서 묘사하는 움직임이 겨우 일치할 수 있었습니다.
무예도보통지는 왕명으로 간행되었을지언정 실수가 종종 보이는 책입니다. 등패에서도 본문에서는 매복세와 저평세가 뒤바뀌는 실수를 저질렀고, 교전에서도 비슷한 실수 내지는 페이지의 여백 때문에 모든 동작을 넣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삽화의 배치 실수가 있습니다.
특히 24번 휘도(揮刀)의 삽화는 텍스트의 뉘앙스를 봤을 때 도무지 나올 곳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갑을거인고타좌수검일타우하장 단락에서 영상처럼 재현하지 않고, 갑이 을의 베기를 대검(戴劒)으로 막은 다음 왼쪽으로 수검 쿠라이즈메하여 머리를 베면 을도 같이 베어 막아내고, 우하장 하거나 우장검 하여 끝내는 식이라면 삽화의 문제도 해결됩니다. 하지만 텍스트의 뉘앙스를 우선시하여 동작을 구성해 보았습니다.
수검 쿠라이즈메로 검을 눌러내린 삽화에서 발의 위치가 다른 경우가 일부 있지만, 같은 동작에서 발을 먼저 보내느냐 늦게 보내느냐의 차이 정도일 뿐이기 때문에 이점은 시연자의 개성에 따른 것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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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도보통지 왜검을 완료하면서 느낀 점은, 평범한 검술과는 많이 다르며 오히려 일본인들, 신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공격에 대항한 카운터로써의 성격을 많이 가진 체계라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검술에서는 오른손잡이들은 오른쪽에서부터 베어버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강하며 기본적인 공격이 되지만, 왜검 토유류, 천유류에서 보여주는 오른발 내딛으며 왼쪽으로 베는 공격은 그런 공격들을 칼등으로 튕겨내면서 베어버리는 카운터 공격이 됩니다.
또 보통 상대의 검을 밀어버릴 때 오른손잡이들은 왼쪽으로 밀어버리지만, 왜검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추우(推右)는 상대방의 칼을 오른쪽으로 밀어버립니다.
왼쪽으로 밀 경우 상대방은 자신의 오른쪽으로 칼이 밀리며 손등 쪽으로 밀리므로 버티고 반격하기 쉽지만, 오른쪽으로 밀 경우 상대방은 손가락 쪽으로 칼이 밀리기 때문에 버티기 힘들고 자칫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은 마치 북한의 창격술에 대항하여 우리의 총검술이 사선으로 빠지면서 찔러버리는 것을 처음부터 기본동작으로 교육시킨 것과 유사합니다.
검술 교육에 많은 시간을 낼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상대측이 낼 수 있는 기술을 상정하고, 그것을 카운터치는 동작만 교육시키면 전쟁터에서 배운 대로만 싸워도 상대방은 당황하여 순식간에 당하게 된다는 방침입니다.
수검(垂劒) 동작으로 올려베기, 내려베기, 찌르기까지 모두 쳐내거나 받아흘릴 수 있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일본의 검술을 참고하고, 텍스트와 삽화를 최대한 원리주의적으로 직역하여 일정한 규칙을 찾아내고 그것을 재구성 및 실제 기술로 살려내는 작업을 거치기는 하였으나, 무예도보통지의 왜검은 따로 교차검증할 사료가 없기에 이 복원이 절대적으로 맞다거나, 완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복원의 결과 김체건은 단순히 외국의 검술을 들여오고 투로로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일본의 검술에서 기본적으로 나올 수 있는 공격의 수를 정리하고, 그것을 카운터할 수 있는 기법을 압축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결론입니다.
그러면서도 기리오또시, 일도양단, 우치코미(뛰어들기)와 같은 일본 검술의 기본적인 동작도 잊지 않도록 함께 구성했습니다.
김체건이 최강의 검객은 아닐지 몰라도 그 사려 깊음은 천하 제일이다 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왜검 복원 작업의 가장 큰 의의였다고 생각합니다.
덧글
2. http://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05&v=EsfDw08sdsA
어라... 군데군데 도보랑 아주 일치 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권법은 잘 복원되어있네요. 벽괘장, 통비권, 탄퇴나 북파 내가권 계열이랑 통하는게 있네요. 훌륭합니다.
당분간은 요아힘 마이어 나머지나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