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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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에 따라 달라지는 짧고 가드가 없는 칼의 검리 전술적 관점

여러모로 테스트해본 결과, 실랏의 방식도 맞고 근대식도 맞고 왼손 활용하는 것도 다 쓸모가 있었다. 그런데 칼의 크기에 따라서 싸움의 전개의 열쇠가 달라진다.

17인치 이상의 칼날을 가진 정글도라면 실랏에서처럼 상대방의 팔이나 손을 잡거나 쳐내면서 들어가기에는 아주 위험부담이 따르고, 반드시 상대의 칼날을 내 칼로 막아내면서 순간적인 틈을 만들고 그때 진입을 해도 해야 한다. 물론 대형 도검에 비해 칼이 빠르기 때문에 그냥 막 들어가면 안되고, 결국은 개인의 단련과 센스 그리고 스킬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의 성향에 따르기도 한다. 통상 TFW같은 데서 만드는 고증 거친 필리핀칼이 날길이 19.5인치 정도니까, 내 17.5인치 정글마스터 마체트보다도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다는 것. 결국 근대검술도 적용할 수 있고, 일루스트리시모 방식대로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날길이 14인치 정도의 짧은 칼날을 가진 물건을 가지고 했을 때는 칼날이 워낙 짧아서 칼로 막아내기가 오히려 더 확률이 떨어지고, 워낙 거리가 짧다보니 팔을 잡거나 쳐내서 막아내는 것이 더 나았다. 그러다보니 권법적인 스킬이 더 들어갈 여지가 충분했다.

문제는 어느쪽이든 자신이 배운 스킬 하나로 여러가지 무기나 상황에 적용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무기의 스펙에 따라서 되고 안되고가 결정된다. 이런 점은 확실하게 인지를 해야만 자기 기술에 실망하거나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17인치 이상의 칼날을 가진 물건이라면 원거리에서 근거리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가질 법도 하지만, 사실 손을 보호하기 위해 자루를 몸에 붙이고 들어가기만 하면 결국 쉽게 근거리로 진입하게 된다. 상대방도 나를 공격하기 위해 결국 가까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 그래서 상대방이나 내가 몸이 조금만 재빠르다면 순식간에 왼손을 사용하는 공방으로 진입하게 된다. 사실 모든 검술에서 찐따의 특징인 먼거리에서 칼만 붕붕 휘둘러대는 짓만 안하면 된다는 것. 그래서어떻게 보면 클로징-인에 대한 고민은 허황된 것일 수도 있으나, 서로 거리를 두고 상황을 보기 시작하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미끼를 던지거나, 빠르게 도주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이때에는 근대검술의 런지와 패리&리포스트가 반드시 보완을 해주어야 한다.

14인치나 그 이하의 짧은 칼들을 사용할 때는 워낙 가까워지고 막아내기도 손이나 팔을 잡거나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사실 클로징 인에 대한 고민도 필요없다고 본다. 그런 고민 하기 전에 체력을 더 강하게 하고 몸을 더 빠르게, 유술 스킬을 더 늘리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덧글

  • 실랏 2019/01/16 23:42 # 삭제 답글

    의외네요. 오히려 짧으니까 빨라서 잡아내기가 어려울줄 알았는데 찌를려고 붙으니 잡기가 쉽다니...

    개인적으론 실랏처럼 동작을 잘게 쪼게서 쓰는 것을 싫어했는데 의외로 실전적응용이었나 봅니다. 하긴 식민지 시대의 험악함을 견디던 무술이니...
  • abu Saif al-Assad 2019/01/16 23:51 #

    실험해 보니까 날길이 40cm아래 아주 짧은 도검들은 베려고 근접해도 칼이 워낙 짧다 보니 팔이나 손으로 체킹하고 그러는게 생각보다 쉽게 되더군요. 오히려 짧은 칼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칼을 칼로 막는게 바늘구멍에 총쏘는 것처럼 방어확률이 높지 않았습니다. 안되는 건 아닌데 짧고 가까워지면 칼로 막는 확률이 낮아지고 손으로 쳐내거나 유술기 들어가는 확률이 더 높아지더군요. 실랏이 권법이고 권법 기반으로 짧은 골록이나 카람빗 같은 생활도구들을 쓰는 걸로 아는데 그럴법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법을 긴 칼에 적용하면 위험하더군요. 17.5인치 칼날의 정글마스터로 왼손 체킹을 시도하니 칼로 막고 들어가서 하지 않으면 꽤나 불안합니다. 거의 칼날에 왼손이 맞거나 그러더군요.
  • 실랏 2019/01/17 09:24 # 삭제

    보니까 14인치면 30cm 정도로 흉악한(..)물건이네요. 그럼 과도나 잭 나이프 수준의 작은 칼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으로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계시나요?
  • abu Saif al-Assad 2019/01/17 16:28 #

    과도나 잭나이프 같은 물건도 해봐야 알 것 같네요. 바라우 수부(나이프 오브 세부)같은 나이프 방어술은 상대의 찔러오는 공격 각도가 실전처럼 힘과 기세를 가지고 들어올 경우에는 뻔해진다는 것을 기반으로 각 위치에서 들어오는 칼든 손을 양손으로 강하게 잡아 디스암(무기떨구기)해버린 다음 제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많은 나이프 실험이 달려들어 엉겨붙어 연속 찌르기에는 무력하다는걸 보면 합리적인 기술인 것 같습니다. 상대 팔이 자유로우면 속도가 너무 빨라 당하기 쉬우니 아예 완전히 잡아서 봉쇄하고 무기를 못쓰게 만든 다음 제압한다는 개념이니까요.

    반면 이탈리아 라졸로 패밀리에 전해진다는 잭나이프 격투술은 보다 펜싱적입니다. 돌진하기보다는 서로 눈치를 보고 다양한 빈틈 모션으로 상대를 유도하며, 공격이 들어오면 왼손으로 체킹하고 파고들어 찌르는 방식이더군요. 제 생각에는 이것도 서로의 싸움 경향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거리를 두고 틈을 봐서 싸우는 타입끼리 만나면 라졸로 스타일로 싸우게 될 것이고, 무작정 찍고 보는 사람이라면 바라우 수부가 잘 통하게 될 것이고요.
  • ㅇㅇ 2019/01/17 01:33 # 삭제 답글

    결국 돌고돌아 되는 걸로 결론이 나는 건가요;; 무기술은 역사가 좀 있으면 실전성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네요. 참 신기합니다. 나중에 스파링 영상도 올려주실 루 있나요?
  • abu Saif al-Assad 2019/01/17 16:04 #

    이번주말에 한번 찍어보겠습니다. 실험은 정글마스터를 중간을 잡고 했는데, 한시바삐 소형 정글도를 구해봐야겠네요.
  • 오렌지 공작 2019/01/17 06:20 # 답글

    https://museobandolero.com/carteles
    http://www.tabancatufek.com/forum2/printthread.php?tid=12516

    스페인 단검결투같은데 이쪽은 그냥 망토로 걸러내고 찌르는 것 같습니다.

    http://www.culturaspopulares.org/textos7/articulos/suarez.htm

    그래도 역시 짧아서인지 달라붙어야 승패가 나나 봅니다.
    그냥 짧으면 멀리서 휘둘러대는건 상대방 급소에 닿지도 않으니 가까이 갈 수밖에 없네요. 멀리서 붕붕대봐야 황금사원 찬바라, 아프리카/중남미 마체트 난동쯤인 해프닝으로 어영부영 끝나겠네요.
  • abu Saif al-Assad 2019/01/17 16:42 #

    콜드스틸에서 만드는 초대형 폴더가 어디서 유래됐는지 알겠네요. 실제로 쓰던 물건이었군요..;;
  • abu Saif al-Assad 2019/01/18 21:25 #

    그나저나 둑둑, 오카피 같은 제품의 락 방식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알겠네요. 상당히 전통적인 방식이었네요.
  • 오렌지 공작 2019/01/19 07:43 #

    길이도 생김새도 다 다양해서 17인치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간지충만에 사람도 잘잡는거죠. Navaja라고 치면 많이 나오는데 전통적인 형상만 빌린 락백 나이프에서 뭐 하여튼 많습니다.
  • 불타는이글루 2019/01/21 10:11 # 삭제

    단검급의 짧은 검은 검리고 뭐고 불안정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역사적 사례가 많은걸 보면 꼭 그런것도 아닌가 보군요. 흐음...
  • abu Saif al-Assad 2019/01/21 15:35 #

    저정도면 대형 보위급인데 12인치 좀 넘으니 나이프 펜싱 개념으로 쓸 수 있을겁니다. 제 영상과 큰 차이는 안나지 싶네요. 19~20세기의 소드 바요넷도 거의 날길이 13~15인치쯤 되니까 왼손 활용 나이프 펜싱으로 충분히 쓸 수 있을겁니다.
  • 지나가던 구독자 2019/01/17 18:06 # 삭제 답글

    제가 할 땐 확실히 연습할 때 들고 있는 칼 길이에 따라 디스 아밍하는게 될 때와 안 될 때가 나뉘는데 아예 짧을 땐(10 cm이하), 잡아도 뺏기가 힘들고 아예 길면 (25 cm이상), 잡는건 거의 불가능해지고 그렇더라고요. 비슷한 길이의 칼을 들어도 확실히 아르니스와는 움직이시는게 다르신걸 보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아부 사이프님과 훈련해 보고 싶네요.
  • abu Saif al-Assad 2019/01/17 22:23 #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눈팅이 2019/01/18 03:45 # 삭제 답글

    콜드스틸 폴더는 또 뭘까요^^ 옛날 몬테크리스토 백작 영화에서 보고 항상 관심있었거든요 삽화엔 엄청 크고 넓은 칼도 폴더라고? 싶은 게 있는 것이 아주 취저랄까요,인터레스팅 하달까요 제미있습니다.
  • abu Saif al-Assad 2019/01/18 21:22 #

    http://www.youtube.com/watch?v=4OO9gHsscyc 이런 제품입니다. 처음 봤을 땐 린톰슨 형님이 드디어 갈때까지 가신다 생각했는데 역사적 고증이 있던 것이더군요...
  • 불타는이글루 2019/01/21 10:07 # 삭제

    그게 그냥 뽕이 아니었다니...
  • 눈팅이 2019/01/28 13:08 # 삭제 답글

    그러고 보니 영화 태풍에서 최후반 나이프 파이팅 간지가 의외로 그럴듯하게 짜인 합 가틍걸요?^^ 갑자기 생각나넹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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