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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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검술훈련 20181209 압슈나이든(눌러썰기)의 공포 고전검술훈련Old-swordplay



요즘 들어 해도 짧아지고 이거저거 하다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스파링도 못하고 집에 갈 때가 부지기수네요. 기술 영상도 한참 다른거 하다가 급하게 찍기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어두워졌을때 찍은 영상도 가끔 들어가지요. 이 클립도 경쟁 스파링이라기보다는 스파링 지도였고 마스크를 쓰고 속도, 속임수, 타이밍 요소가 들어갔을 때 어떻게 공방이 바뀌는지 체험하기 위한 용도였습니다. 찍은 영상이 저거 하나라서 킬캠까지 만들어가며 분량을 늘렸네요.

영상 속의 방문자는 이미 맨손무술 경력이 있고 열심히 연습해서 나름 와인딩이 몸에 붙어가고 있으며, 빠르게 리히테나워의 형식을 체득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자세가 완벽하지 못해서 본능적으로 행엔으로 막았으나 손이나 손잡이로 칼이 들어갈 때가 있고 방어가 부여된 공세보다는 급해지면 방어에 급급해져서 지는 모습이 보이지만, 1분 20초에서도 보이듯이 속임수를 줘서 크럼프하우를 지나가게 만들고 쉴러를 크론으로 막아서 옆으로 배케러하는 등 재능이 엿보입니다. 그룹 내의 전투력 측정기인 저를 밟고 올라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네요. 사실상 멤버 취급인데, 미국 본부에서 인사 처리가 늦어지는 바람에 승인이 미뤄지고 있네요.

압슈나이든(눌러썰기)는 여러모로 공포입니다. 영상 초반에서 상대를 계속해서 눌러서 와인딩시 생기는 틈을 타고 들어가 손목을 써는데, 와인딩 잘하는 사람에게는 썰기가 좋습니다. 요아힘 마이어의 두번 썰기에서도 설명되었지만, 무기나 팔을 칼로 짓눌러버리는 것을 통틀어서 압슈나이든(눌러썰기)라고 부르지요. 스파링에서 압슈나이든의 역할이 바로 저런 것입니다.

압슈나이든이 들어올 때 오른손을 축으로 칼을 다루면 무조건 손이 노출되서 썰립니다. 칼과 칼의 접촉점을 중심 축으로 검을 움직여야 손보호가 완성됩니다. 이것도 중요한 방어의 비밀입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칼이 눌리는 것은 똑같지요. 모든 와인딩이 그대로 차단되어 아무 기술도 못쓰게 됩니다. 이때는 레슬링, 소드레슬링, 하프소딩,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세계 공통적인 정석이고, 그외 여러가지 기법들은 상대가 칼끼리 부딪쳤을 때 밀어붙인다면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에서 정리된 바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압슈나이든을 제가 써서 재미를 보았지만, 실제로는 압슈나이든에 피를 보기도 했습니다. 방문자의 요청으로 세이버 검술을 지도하게 되었는데, 그룹 멤버와 세이버 검술의 특징에 대해 세미스파링 하던 도중 세이버가 피더를 막고 돌려치기 위해 칼을 떼자마자 그대로 정수리에 직격해서 살이 눌리는 상황이 벌어졌던 거죠.

이 움짤이 상황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인데 저렇게 막고 치는(Parry & Reposte) 과정에서 앞으로 나아가며 벨때 상대 검이 그대로 떨어져서 머리를 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덕분에 피도 나고 궤적상으로는 아주 짧은 눌러썰기가 매우 아프다(...)라는 점도 확신하게 되어버렸네요.

머리를 눌러친 것 자체는 검술로써 당연하지만 피나게 때린 건 멤버의 컨트롤 실수였고 연신 사과했는데 으례 그렇듯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한대 맞고 나니 한 9년 전쯤 세이버를 처음 시작할 때 가지고 있던 의문점이 생각나더군요. 내가 막고 돌려서 치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상대가 만약 꽉 누르고 있다가 내가 벤다고 칼을 떼면 그대로 떨어져서 머리를 쪼개고 지나가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의문은 세이버 검술 체계 안에서는 끝끝내 해결책을 찾지 못했지만, 스코틀랜드 브로드소드 검술의 올드 스타일에서는 칼이 붙은 상태에서의 싸움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구원을 받았던 기억이 났던 겁니다. 그런데 올드 스타일 도입 이후 스파링에선 단 한번도 제가 생각했던 문제가 벌어진 적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압슈나이든에 의해 제가 생각했던 문제를 그것도 아프게 당하고 나니 아이러니한 씁쓸미소가 나오더군요.

지난주 세션은 결국 압슈나이든으로 재미도 보고 피도 보는 날이 되었던 셈이었습니다.

더불어 HEMA자켓을 입었다면 상대방도 입어야 하고, 상대가 벗으면 내가 맞으면서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은 나도 벗어야 합니다. 영상에서 제가 입은 자켓은 엑셀 페터슨 "Light"자켓으로 매우 가벼운 자켓이고 기존 솜 자켓에 비교해서 움직임이 아주 자유로운 편인데도, 노마스크 스파링에서 평복을 입은 사람을 상대할 때에는 몸에 뭔가가 있으니 반응속도나 움직임 자체가 미묘한 차이로 느려져서 승부에서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자조적으로 잘되면 내탓 안되면 자켓 탓이라고 하며 벗고 노마스크 스파링을 해봤는데, 무지막지하게 날아다녀서 저도 크게 당황했었습니다. 안되면 남탓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던 셈이지요.

한편 저 자켓은 내부에 보호재를 따로 넣게 되어있는데, 다 빼놓아도 방어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방문자분이 피더로 가슴을 엄청나게 세게 찔렀는데도 쿵 하고 울릴 뿐 통증이나 멍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옷이었다면 살에 쓸린 붉은 줄이 생겼겠지요. 레이피어 연습 하면서도 전혀 아프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AP라이트 자켓이 내부 충진재를 합성솜으로 교체하고 또 많이 빼버렸다지만 그래도 자켓은 자켓입니다. 찌르기 공방을 할때는 자켓 하나만이라도 입는게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아무리 칼이 휘어져도 옷만 입고 찌르기 받아주기는 상당히 아프거든요.

덧글

  • ㅇㅇ 2018/12/12 02:44 # 삭제 답글

    첫 영상의 피더는 어디 회사 제품인지 알 수 있을까요
  • abu Saif al-Assad 2018/12/12 11:40 #

    방문자분의 피더는 아우레우스 피더입니다. 사신다면 무조건 퍼멀은 스탠다드 말고 무거운걸로 하세요. 스탠다드 퍼멀은 밸런스가 이상하더군요. 제건 레제니 숏피더라는 제품인데, 역시 기본퍼멀 말고 팔각형 무거운 퍼멀로 주문하셔야 합니다. 둘다 순정 밸런스 막장이라 제가 밸런스 작업 다시해야 했습니다.
  • nnnn 2018/12/12 12:11 # 삭제 답글

    혹시 말씀하신 해결법이 어떤건지 알 수 잇을까요? 비슷한 의문을 저도 갖은적이 있어서 궁금하네요. 일본 검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많아서 저거 그냥 내려치면 어떻게 되나 궁금하더군요.
  • abu Saif al-Assad 2018/12/12 19:29 #

    막았는데 상대가 단순히 밀어붙이면 옆으로 흘려내거나 튕겨내고 치는 건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런 기법이 기본이고 상대가 흘려도 계속 붙어있고 튕겨내도 다시 돌아오는게 어려운 상황인데 이때는 세계 공통적으로 왼손을 칼자루에서 떼어 상대 팔을 붙들거나 칼을 잡아서 치워버리거나, 아예 달라붙어서 레슬링을 걸어버리거나, 하프소딩/조에테 처럼 왼손으로 칼날을 잡아서 힘의 우위로 제압하거나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런 기법은 일본에서도 똑같이 하더군요. 특히 손으로 칼날잡기는 서양검은 몰라도 일본도는 날카로워서 안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원래 텐쇼 연간 이전에는 칼날을 손도끼 정도로만 세우는 것이 법도였다고 도공 스이신시 마사히데가 이야기한 바 있으며, 요즘은 너무 날카롭게 세워서 옥이나 쇠를 치면 칼이 부러지는데 예전에는 안그랬다고 합니다. 또 카게류에서 카타 하는 걸 보면 상대방과 칼이 교차한 시점에서 칼등을 손으로 잡으려고 시도하다가 상대가 칼날을 틀어서 손이 베이도록 하면 손을 놔버리고 칼을 서로 떼는 모션이 있습니다. 맨손으로 타격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편 칼이 붙은 상황에서 레슬링 계열 해결법을 배제하고 하자면, 스캇츠 올드 스타일이 가장 쉽게 정리해놨습니다. 먼저 상대방의 검의 압력(press)를 느낍니다. 상대가 가만히 있으면 검을 떼어서 반대쪽을 냅다 후려치거나 찌르는 체인지(Change)/ 아니면 칼을 붙인 채로 미끄러뜨리면서 찌르거나 베는 글라이드(Glizade)를 쓰고, 만일 상대가 체인지를 쓰려고 하면 검을 그대로 눌러서 그대로 때리거나 썰어버리는 배터링(Battering)을 사용합니다. 제가 당한 상황이자 nnnn님이 우려하는게 바로 배터링이죠.

    상대가 배터링을 쓸 경우 함부로 체인지나 글라이드를 썼다간 손목이나 얼굴이 썰리거나 맞을 수 있어서 이때는 베어링(Bear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칼자루 쪽으로 갈수록 힘이 강해지기 때문에 내 강한 부분(Forte)를 상대의 약한 부분(Foible)로 이동시켜서 상대 검을 강제로 밀거나 옆으로 눌러서 틈을 만들고 치는 방식입니다.

    그외에는 바인딩을 유지하면서 물러나거나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모아김 2018/12/12 19:48 #

    기세로 밀고 들어오면 받아내는 입장에서는 쫄아서 칼날잡기가 힘들경우 일도류 대태도 쵸단 長短, 아마리余는 내검이 떨궈져서 상대가 계속 밀고 들어오는데 밀고들어오는 힘을 이용해서 허리칼로 물러납니다. 쵸단은 거기서 상대의 손목을 치고 혼카쿠로 잔심을 취하고, 아마리는 다시 자세를 잡고는 키리오토시해서 손목을 치고 이깁니다. 이와 비슷하게 그대로 들어오면 바인딩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검세에 따라서 유연하게 옆으로 움직여서 치는게 어떨까 싶네요.
  • nnnn 2018/12/12 20:29 # 삭제

    다양한 방법이 있네요. 일본도 전국시대에는 칼을 그렇게 날카롭게 갈지는 않았군요. 두분 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 별나비 2018/12/13 01:13 # 삭제 답글

    https://www.youtube.com/watch?v=FwaM4oDV6kg 유튜브하다가 봤는데 프랑스 아동 애니메이션인데 일본애가 프랑스애한테 경기 말고 근대식으로 붙자고 하는건데 처음에는 좀 만화스럽게 하다가 1분 15초부터 재밌게 합니다. 한 번 보세요
  • ARTHUR 2018/12/14 22:24 # 삭제 답글

    스파링을 같이 하면서 느낀게 기본기 부족,다른 회원분이 말씀하신 무게와 자신 몸의 이동이 부족하다는걸 많이 느꼈네요. 다른 회원님이 자주 쓰시는 기술은 하도 많이 당해봐서 어떻게 흉내내보는 정도는 되는것 같습니다. 두 문제점 다 경험과 노력이 해결해줄 문제겠지요. 전폭적인 지원과 헌신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주인장님이 검이나 기타등등을 차에 비유하시는걸 빗대서 말해보면 마치 모닝차탄 운전자들을 위해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 쫙 깔아주시는 느낌이에요. 유튜브나 세션에서 매일매일 큰 한수를 배우고 가는게 참 보람차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 abu Saif al-Assad 2018/12/14 23:08 #

    발전도 빠르시니 금방 잘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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