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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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 전술적 관점

예로부터 선제공격보다 공격을 받아치는게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이 점은 리히테나워류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선제공격과 거기서 나오는 선제권 쟁탈, 기세로 제압하는 것을 통해 승리하는 것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15세기에는 너무 빨리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하기도 하거니와 16세기에는 구체적으로 바인딩하고 머물러서(블라이벤) 상대의 오프닝을 관찰하고 필링으로 검의 압력이나 방향 세기를 느껴서 판단하고 들어갈 것이 요아힘 마이어를 통해 제시되어 있으니 결국 천하의 리히테나워류라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기다림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정작 무작정 기다리면 몸이 정지되고 정신이 정지되어 대응하려고 해도 몸이 늦게 반응하고 정신이 늦게 반응하여 상대방에게 끌려다니다가 맞게 된다. 사실 이 이슈는 거리를 두고 싸우는 근대 검술이나 다르디 학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기다리는 것이 허용되는가? 내가 경험하기에는 대략 1초 정도로, 1초 이상 기다리면 정신과 몸이 정지되기 시작하면서 대응이 많이 늦어진다. 스파링하면서 상대방이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할 때 좀 더 상황을 보아 기세가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치려고 해도 이 문제가 발생하여 질 때가 자주 있었고, 거리를 두고 상대를 관찰할 때도 이런 문제는 동일하게 생긴다.

그래서인지 요아힘 마이어는 자세를 취했다면 그 자세에서 눈 깜빡할 시간 이상 머무르면 안되고 바로 공격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여기서 핵심은 결국 눈 깜빡할 정도의 시간이란 약 1초 정도로 경험적으로 기다림의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옛날 사람들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거리를 두고 칼끝을 내밀어 상대방을 견제한다고 하더라도 정적인 상태에 빠지면 안되는데 이것도 근대검술이나 검도를 보면 그 노하우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활발하게 리듬을 타거나 스텝을 밟으면서 거리를 조절하거나 칼끝을 미묘하게 움직이면서 자세를 약간씩 바꿔가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상대방을 현혹하면서 나도 동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언제든지 상대를 치고 나갈 수 있게 된다.

바인딩 싸움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바인딩이 유지되는 시간 자체는 1초뿐만 아니라 10초도 갈 수 있지만 정적으로 기다리면서 감지만 하기보다는 힘을 줘서 밀어붙이거나 다른 공세로 넘어가려고 시도하듯 보이거나 하면서 상대를 압박하며 무형의 공세를 가한다면 다이나믹을 유지한 상태에서 상대가 먼저 수를 쓰게 만들어 그걸 받아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렇게 선제권을 가져온다면 사실 기다리는 것 같아도 기다리는게 아니게 된다. 물론 이렇게 서로 필링 공방을 하는 와중에서도 미묘하게 기다리는 상황에 빠질 경우 역시 질 수 있지만 그건 연습하면서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덧글

  • ㅇㅇ 2018/10/03 08:42 # 삭제 답글

    그렇군요. 혹시 기다리는 시간이 1초 이상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 맨손싸움에도 어느정도 적용될 수 있는 얘기일까요?
  • ㄴ늗 2018/10/03 13:14 # 삭제

    일반적으로 타격기에선 상대가 한 걸음 들이쳐 나를 맞출 거리에는 머무르지 말라 하고 포탑박고 서있는 니가와 전략은 뛰어난 카운터 감각이 없으면 할 게 못됩니다. 특히 종합쪽은 기본 거리 자체가 상당히 멀고 접근 각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flat-footed가 되면 안 됩니다. 발사되기 전의 공이같은 움직임보다는 계속 튀어오르는 스프링공같은 탄력있는 움직임이 요구됩니다.
  • ㄴ늗 2018/10/03 13:17 # 삭제

    그래플링 영역에서는 계속 서로 힘을 가하기 때문에 교착이 쉬이 일어나지만 도복처럼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요소가 없는 맨몸그래플링에선 수시로 움직이면서 공격하는 스타일이 강세입니다. 특히 클린치보다는 그라운드에서요. 종합격투기는 시간끌기 포지셔닝이 유행이긴 하지만 서브미션을 잡아 승부를 봐야 하는 서브미션 온리 토너먼트 같은 걸 보면 가만히 있는 일이 의외로 적습니다. 계속 엎치락뒤치락하지요
  • ㅇㅇ 2018/10/03 13:32 # 삭제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모아김 2018/10/03 16:22 # 답글

    1. 신도무념류에서는 북진일도류식의 할미새의 꼬리를 비판하지만, 북진일도류에서는 한자세를 유지하면 테노우치가 굳어서 검선이 영활하지 못하게된다고 하더군요. 검선이 대놓고 흔들거리지 않더라도 테노우치가 살아있으면서 검선의 영활함을 유지하면서 공세를 거는 것은 待라기 보다는 懸에 가까운것 같습니다. 중요한것은 손매무새가 안죽고, 待라도 懸을 유지하는거구요.

    직심영류에서 후의 선이라도 선의 선이라고 하거나 상대가 도장 맞은편에서 일어서기 전부터 공세를 거는 것을 '과거', 일족일도에서 공세를 거는 것을 '현재', 상대의 오코리에 따라서 즉응해서 받아칠 준비로 공세를 거는 것을 '미래'라고 해서 삼세에 걸쳐서 先을 잡는다고 하지요. 가네코 겐무는 법화집에서 무극의 선, 태극의 선, 선의 선이라고 이야기하고, 무사시는 언제나 선을 잡는 기분으로 있어라고 하는데 같은 것을 선종이나 유학 등의 학문의 훈도를 받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뉘앙스를 달리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2. 혹시 일본식 양날검, 쯔루기 고분시대말고 이후에 만들어진거 사진 없을까요? 많은 도공들이 쯔루기를 야리식으로 만들어서 슴베가 길거나, 밀교제구용으로 쿠리카라를 새긴 경우는 좀 짧더군요.

    야마다 아사에몬이나 마쓰라 키요시, 스이신시 마사히데의 글같은 것을 보면 양날검을 반으로 가르고 소리가 깊어져서 일본도의 형식이 탄생했다고 보는 것 같던데 그럼 봉납용으로 타치나 우치카타나 길이로 쯔루기를 만든게 있을 법한데 별로 없더군요. 스타일을 보면 오크셧 12a와 비슷한것 같은데 날의 테이퍼라든지 느낌이 우리나라에서 출토되는 양날검이나 진나라 양날검과 비슷하더군요. 카타나 굵기에 그런형상이라면 카타나 못지않게 박력이 있을것 같습니다.
  • abu Saif al-Assad 2018/10/03 18:07 #

    http://yakiba.com/H13_ken_sejuin.htm 이런 것도 있긴 한데 역시 짧긴 하네요. 중국이나 일본 한국 양날검은 테이퍼가 자연스럽게 지지 않고 폭이 거의 일정해서 13a같은 느낌이지요. 같은 양날검이라도 중국검이 서양검보다 훨씬 잘베일 거라고 볼 수밖에 없더군요.

    실력이 상당한 경우 겉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활발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아예 차분하게 겉으로 그냥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활발함이 유지되니까, 말 그대로 풍림화산처럼 조용하다가 바로 거세게 쳐오고 이런게 가능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초보들이 고수의 겉모습을 따라하는 것인데 이러면 그냥 망하더군요. 고수는 초보때를 거치면서 활발한 움직임과 큰 동작 큰 베기를 다 거치면서 힘과 요령이 다 붙은 상태에서 그게 정제되는 과정을 거치기에 그게 되지만 초보는 겉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속도 그냥 정지되어 버리니까 고수 따라하다가 쳐맞는 경우가 자주 나오죠. 이런 점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모아김 2018/10/03 18:45 #

    1. 13a쓴다는 걸 헷갈렸습니다.


    2. 그게 개합으로 이해할수 있을 것 같더군요. 관절의 미묘한 합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비슷해 보이더라도 이거는 化가 되고 이거는 發이 되는 식이더군요.

    태극권에서 “경은 끊어지지만 뜻은 끊어지지 않고 뜻은 끊어지지만 정신은 이어진다"는 게 예전에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까 정지해 있는 와중에도 정신의 영활함이 몸을 이끌어서 화발의 전환이 자유로운것을 말하는 것이더군요. 물론 몸이 다 풀려야지 가능한데 저같이 아직 방이랑 과도 덜 풀린 사람에게는 멀고 머네요.

    "기예가 높은 사람은 화해하자마자 발할 수 있고 그 중에는 하나의 작은 원을 함유하고 있으며 공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욱더 작은데 반원은 화해하고 반원은 발하므로 늘 그 형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전진이 곧 후퇴이고 후퇴가 곧 전진이며 회수함은 곧 방출하는 것이고 방출함은 곧 회수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by 태극권경

    내안의 원이 작아져서 즉응즉발에 이르게 되면 상대와의 관계를 이루는 바깥 원이 문제가 되는데 이것도 자유자재로 추수를 통해 붙였다 뗐다가 자유로와지면 개합에 따라서 크기가 줄었다 커졌다 하는것 같더군요. 몸안의 원과 바깥의 원이 자유자재가 되는게 손록당무학록에서 말하는 선천후천팔괘합일이라는 것 같습니다.

    치바 슈사쿠가 검법비결에서 신도무념류의 원류인 일원류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여기는 모든 움직임을 원으로 이해해서 받고서는 둥글게 치고, 베어떨구고는 둥글게 찌른다면서 찌르기도 원을 그린다고 했는데 뜻이 깊어서 잘 음미해야한다고 했습니다.

     他に一円流と云う流派あり、甚だ感服すべき流名にて何業も円くと云う意にて受けては円く打ち切落しては円く突くと云う意なり。甚だ面白き意味あり。味わうべし。

    신도무념류의 전서에 無上劍을 보면 검 앞에는 적이 없고 검뒤에는 내가 없이 그저 중단을 취한 검이 일원상을 겨누고 있는 그림이 있는데 이것과 연계해서 이해하면 명료해지는 것 같습니다.

    텟슈가 자기의 유파를 무도류라고 칭한 이유를 보면 신도무념류의 무상검과 비슷합니다. 텟슈가 남긴 춘풍관 문고를 보면 신도무념류 전서도 있는 것을 보면 텟슈는 검리를 연구하는데 신도무념류도 참고로 한것 같습니다.

    “무도(無刀)란 마음 밖에 칼이 없다는 것으로 삼계유일심야(三界唯一心也), 내외본래무일물(內外本來無一物)인 고로 적을 대할 때 앞에 적이 없고 뒤에 나가 없고, 묘응무방(妙應無方)하여, 짐적(朕迹)을 남기지 않는다. 이것이 무도류의 뜻이다.”

    쪽바리네 전서를 심법의 측면에서 이해하려고 하면 되게 사변적인데 짱깨랑 같이 보면 기법 등 실제에 있어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가 비교적 명확해지는 것 같네요.
  • abu Saif al-Assad 2018/10/03 20:59 #

    이게 어쩌면 무술에서 요구되는 스탠다드가 상당히 높은 경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는 수준을 요구할 경우 대부분이 거기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더군요.

    리히테나워나 피오레나 기법 자체가 적당한 수련기간 안에서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만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몸 전체가 정렬되어 최소한의 궤적에서도 강타를 내는 정도의 것을 바라지도 않고 그냥 크게 휘둘러 치거나 심법이라는 것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접근하거나 아예 말이 없거나 공방이 복잡해질 때는 있어도 형이상학적인 수준의 것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을 보면, 요구되는 스탠다드가 크게 높지 않고, 그래서 어느정도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그정도 수준에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뭔가는 주기 어려운 것이 특징인 것 같네요.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수십년 한 사람이 나름대로의 심득과 정렬된 수준을 스탠다드로 만들고 가르치다 보면 자연스레 거기까지 올라오지 못하면 준비가 안되었다 쓸수가 없다로 하고 수련생들도 그런 기준을 가지다 보면 평생을 해도 경지에 못올라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결국 수십년 준비만 하다가 끝나게 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MMA가 마술적이고 기묘한 신체의 과학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놀라운 정렬로 원인치펀치 같은 마법을 부리는 것도 아니지만 백전백승하는 이유는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당장 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즉 수련의 단계에 따라 가장 효과가 나오는 특성이 있고 각자의 성취에 따라 요구하는 바도 다르게 봐야지 너무 하이클래스의 수준에 맞춰서 시키면 당연히 당장 수련생들은 그것의 십분의 일도 못따라하게 되고, 가령 몸이 안정되면 정신도 꺼진다던가, 최소한의 궤적에서는 아예 힘도 안나온다던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다시 수련을 거듭해야 한다고 하니 계속해서 고수의 모습만 따라하다가 실패만 거듭하게 되는 경우가 나올 수 있을 거라 보여지네요.
  • 모아김 2018/10/03 21:19 #

    그게 사실 막상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거나 현학적으로 말하는거나 아다르고 어다르지 그게 그거라는게 슬픈 진실이... 약간 특이한 소리가 있지만 사실 운동역학적으로 당연한겁니다. 알고보면 별거 아닌데 기웃거리면서 의미를 모르면 그냥 오컬트로 빠지게 되어있더군요.

    일본은 그래도 대련시스템이 정립되면서 준비하다 끝내지 않고 카타와 대련을 겸수해서 수레의 양바퀴가 갖춰졌지만 중국은 그게 문제인것 같습니다.
  • nnnn 2018/10/03 14:45 # 삭제 답글

    확실히 계속 움직이면서 몸을 동적으로 만들어주는게 반응하기가 원활하더군요. 입식격투기에서 계속 움직이는것도 그런 이유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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