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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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살기가 있으니 가르침을 주지않을것이다" 의 정체 전술적 관점

무협지에서도 많이 나오고 현실에서도 가끔 나오는 말인데 이 말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고전 무술로 갈수록 별다른 방어구 없이 기술연습이나 대련을 하는데 이 경우 만일 상대를 무슨 수를 써서도 이겨보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강하게 치게 되고 힘을 줘서 밀거나 위험한 부위를 타격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 온 사람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위력이나 살기를 조절해서 받아주겠다고 했을 때 어지간히 실력 차가 나지 않으면 그냥 힘 최대한 쓰고 때려 잡겠다고 하는 사람을 이기기가 어렵고,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들어오는 위험한 공격에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자동차 경주에서 누구나 긴장과 반응속도를 최대로 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사고는 나더라도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는것인데 가볍게 마실 나가자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운전하는데 갑자기 상대가 나스카 레이싱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죠. 천하의 슈마허라도 그런 상황에선 큰일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함께 연습을 할 경우 어 저게 나 이기네 기분 나쁘네 하면서 강타로 마구 후려대거나 갑자기 안면부터 찌르고 본다면 방어구 없이 연습하는 고전 무술에서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겠죠. 그래서 옛 격언에 털끝만치라도 원한을 품을 가능성이 있는 자와는 연습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만일 상대가 그렇게 나올 경우 나도 똑같이 강공으로 나서야만 동등하게 싸울 수 있는데 이 경우 중간에서 말려주는 사람이 없다면(그래서 흥분한 검객을 안전하게 제압하기 위해 과거 검술학교에서 교사는 쿼터스태프를 듬) 결국 그래플링 제압술로 잡지 않는 이상 둘중 하나는 사단이 나기 쉽습니다. 상대와 힘대 힘으로 부딪치는 것을 떠나 피하면서 치는 등의 여러 방식으로 이길 수 있지만 상대가 전의를 잃고 싸움을 멈추게 하려면 어느정도 강하게 쳐줄 수밖에 없는데, 숙련자는 칼끝이 앞에 있는데도 얼굴을 들이밀거나 상대 검을 손가락으로 막는 등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반면 초보자는 그런 행동을 합니다. 그래서 그냥 혼내주고 보낸다 수준을 떠나 수술이나 불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쿠로지나이 같은 도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야규신카게류의 경우 상대 공세를 피하면서 손을 치는 쿠네리우찌나 반동을 이용해서 고속으로 치는 기술이 자주 나오는데 그런 기술체계를 승부심 만만한 상대에게 제대로 보여주려면 목검으로는 중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도구는 도구대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모든 곳이 그런 걸 쓰지는 않는다는 것도 있고 결국 안쓰는 곳은 서로간의 매너와 불문율을 안전장치로 삼아 훈련하게 됩니다.

그런 문제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러다 다친다는 경고가 갈 것이고, 끝까지 말을 안듣고 실전을 하려고 하면 "넌 상대를 배려하는 매너가 없으니 그럴려면 관둬라" 하면서 쫓아낼 것이고, 이걸 옛날 식으로 말하면 "살기가 있으니 가르침을 주지않는다" 가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말을 들을 경우 "ㅉㅉㅉ 나의 실력에 힘을 빼주지 않으면 감당조차 못하니 졸렬한 실력이 들통날까봐 봐달라고 사정을 하는군!" "뭐지 난 실전을 기대하고 왔는데 무슨 경로당인가" "역시 자기들 룰대로 맞춰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갈라파고스 단체 ㅉㅉㅉ" 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맨손격투에서는 적당히 혼내주는 식으로 처리하고 우리 그룹 같은 경우는 마스크와 장갑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마스크 장갑만 껴도 복구 불가능한 중상은 거의 피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헤비 자켓이나 여러 방어구를 추가할수록 더 안전한 참교육이 가능해지고 실제 전면적인 컴페티션 위주로 흘러간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런 방어구를 차도 부상사례가 나오는 걸 보면 결국 상대에 대한 배려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게 됩니다. 이기고 싶다고 손가락을 꺾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물론 실제로 자기 졸렬한 실력을 숨기기 위해 대련을 회피하려고 "살기가 있으니~ 블라블라" 하는 사람도 실제로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의 움직임이 얼마나 정제되고 능숙하며 쓸데없는 힘을 안 쓰고 방어의 디테일이 살아있는가를 보면 되고, 또 기술 시연에서 특히 안되는걸 억지로 맞춰주는지 진짜 방어의 디테일이 살아있게 안전하게 기술을 쓰는지를 보면 되고, 그쪽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스파링을 한다면 그걸 보거나 참여해보면서 판단하면 됩니다.

덧글

  • Felix 2018/06/13 00:32 # 삭제 답글

    비슷한 논리겠습니다만, 내가권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경우는 수련자 본인을 배려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 몸도 완성이 안 돼있는데 독만 바싹 올라서 기술배우겠다고 쓸데없이 힘 팍팍 줘가면서 운동하다가 자세 망가지고 몸 나가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 abu Saif al-Assad 2018/06/13 13:07 #

    리히테나워류도 비슷합니다. 힘줘서 치는 것이 주는 장점 가령 상대 공세를 밀어낸다던가 하는 장점도 없지는 않지만 결국 몸에 긴장이 서리면 두번째 세번째 공격할때 딜레이가 커지기 때문에 결국 쉽게 두들겨맞게 되지요. 결국 이완과 긴장을 선택적으로 잘 써야 하는게 긴장밖에 못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좋은 실험대상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순 없습니다.
  • 나인테일 2018/06/13 02:50 # 답글

    멘탈 관리 안 되는 인간이랑은 뭘 같이해도 힘들겠지만 특히 목숨이 오가는 무술 수련은 무리겠네요.
  • 흑범 2018/06/13 11:22 #

    그런 인간하고 직장생활 한 두달만 해도 장난이 아닙디다
  • abu Saif al-Assad 2018/06/13 13:09 #

    결국 사회생활이라면 큰소리 오가고 싸움 한판 벌어져야 좀 평화가 오고, 무술이라면 방어구 끼고 참교육이 시전되어야지요. 그런데 상대가 소인배이기까지 하면 또 졌다고 호시탐탐 연습중 기습을 노리거나 할 수 있으니 그런 경우는 그냥 내보내야지요. 훈련하는데 갑자기 박격포에 실탄 장전해서 쏘는 상황이 달가운건 아니니까요.
  • 레이오트 2018/06/13 05:56 # 답글

    그래서 무슨 무술이든 정신, 또 정신, 그래도 정신을 외치는 것이었나 봅니다.
  • abu Saif al-Assad 2018/06/13 13:11 #

    서양에서도 신사의 도리, 신사의 덕목 운운하고 서로 존중해라 하는 고리타분한 말이 계속 나오는데 결국 그것 때문이지요. 오히려 클래식 펜싱에서 질수록 강해진다 즉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달라지려 노력할수록 더 강해진다는 덕목이 중요하게 여겨지지요.
  • kkf 2018/06/13 08:35 # 삭제 답글

    그런것도 있지만 진짜로 이놈은 무슨 사고를 쳐도 칠것이다고 '모두'가 다 그렇게 인정하고 쫒아낸 경우도 봤음;;; 무협지스런 설명이지만 살기가 진짜 눈에 보일정도로 똘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더군요.
  • abu Saif al-Assad 2018/06/13 13:15 #

    대충 상상이 가네요. 훈련장에 실탄 장전하고 오는 타입... 무술훈련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잘 모르고 그냥 야성과 야성이 격돌하는 피와 살이 튀는 실전의 장이겠거니 와서 자 이제 지하격투장을 시작하지 하는 사람도 있지요. 재미있는 건 이런 사람은 자아가 쎄가지고 맞든 털리든 자기 생각대로만 밀어붙이려 하고 몇년이 지나도 뭔가 바뀌는 건 없더군요.
  • ㅁㅁㅁㅁ 2018/06/13 12:10 # 삭제 답글

    무술이란게 평범한 사람도 하다보면 경쟁심이 생기는데 성격자체가 경쟁심이 강한 사람은 좀 위험하죠. 뭐 이런게 선수같은 경우는 좋은면도 있긴한데. 부상위험이 항상 따르기 때문에. 생활체육에서는 적합하지가 않죠.
  • abu Saif al-Assad 2018/06/13 13:16 #

    경쟁심이야 누구든 강해질 수 있지만 해당 무술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 안에서 불문율을 지켜가면서 최대한 경젱심과 기술을 다 써볼 수 있게 되고 그러면 경쟁심은 자신과 상대방까지 한꺼번에 발전시키는 좋은 촉매가 되죠. 문제는 꼭 그 밖에서 뭔가 하려는 자들...
  • 2018/06/13 12:5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6/13 13:2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6/13 14:0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6/13 15: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별나비 2018/06/13 17:13 # 삭제 답글

    확실히 현대 무술은 헤드기어도 끼고 뭐 이것저것 다 끼니까 그런 사람들 와도 다칠 염려도 없고 대련하다가 지 마음대로 신가드도 안차고 발로 까고 이래도 고참이 진심으로 몇대 줘박아주면 체육관을 때려치던지(이 경우가 제일 많더군요) 그냥 착하게 운동하더라고요.
    근데 도장검술 시절에도 초보자가 무뢰배처럼 행동하면 손가락 하나는 부러트리고 그러던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았겠죠?
  • abu Saif al-Assad 2018/06/13 18:30 #

    르네상스 독일에선 검술 연습 중의 부상이나 사망은 처벌 안하고 관대하게 넘어가는 관습이 있었다고 하나 반면 롱소드 연습시 찌르기는 살인미수로 처벌했다고 하니 찌르기는 안 쓰고 적당하게 플랫으로 철썩철썩 때려주는 방식으로 혼을 내줬을 것 같네요. 그래도 안된다 싶으면 면이 아니라 날로 때렸을 것이고, 심하게 반항하면 쿼터스태프를 든 숙련자가 개입해서 강제로 제지했을 겁니다. 그리고 요아힘 마이어 기술들 보면 상대가 맞았는데 인정 안하고 과격하게 달려들면 그 반격을 쳐내고 연타치거나, 한대 치고 끝이 아니라 두대 세대 연속으로 두들겨패는 식으로 시나리오가 짜져 있는 게 많아서 은근히 그런 사람들이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물론 요아힘 마이어의 책은 자기 PR성이 강하고 실제로 취직에 성공했기 때문에(그러나 도착 후 감기걸려 사망) 화려하게 기술을 구성하고자 하는 면도 있었을 수 있습니다.

    같은 길드 내부에서는 강한 규칙으로 통제했던 것 같고 길드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지만 어느 귀족 결혼 기념으로 열렸던? 타 길드와의 친선 경기에서는 시작하자마자 안면부터 찌르는 바람에 심판이 스태프로 칼을 쳐내고 나무라기도 했고 코도 쪼개고 복수로 쿼터스태프 대련에서 눈알 터트리기도 하기도 했지요. 재미있는 건 나무나 가죽으로 만든 두삭은 너무 격렬하게 치고받아서 중지를 몇번을 시켰는데도 피나는 사람이 없어 금화를 못받은 일화도 있습니다. 타단체와는 좀 격하게 싸웠음을 보여주지요.
  • ㅇㅇ 2018/06/13 18:06 # 삭제 답글

    중국 무술에서는 더 무서운게 타 유파와의 비무에서 시비가 붙거나 인명사고가 터졌을 때 상대 유파가 좀 쎄다 싶으면 소위 '살기가 강한' 제자를 넘겨주고 무마하고 만만하다 싶으면 떼거리로 몰려가 협박해서 무마하고 좁밥이다 싶으면 밟아버린다는데 서양검술은 도장끼리 시비가 붙으면 어케 해결했나요? 개인주의답게 '그건 당사자간의 일'로 치고 넘겼나요?
  • abu Saif al-Assad 2018/06/13 18:39 #

    일화는 별로 없는데 그냥 당사자간의 일로 치고 넘겼던 것 같네요. 영국에 레이피어 교실을 열고 아름다운 건틀렛과 검으로 가득찬 비밀의 방을 만들어 특별제자에게만 비밀리에 비법을 전수하고 주요 인사들과 편지 교류를 하여 사회적인 명망도 얻었던 로코 베네티라는 레이피어 마스터가 있었는데, 이게 아니꼬운 오스틴이라는 소드&버클러 영국인 검객이 찾아가서 당장 나오라고 하니 체면상 안 나갈 수도 없어 롱소드를 들고 나갔다고 합니다. 속절없이 털리고 도장을 정리한 후 쓸쓸히 낙향했다고 하네요.
  • 오렌지 공작 2018/06/14 15:53 #

    서역판 도조야부리....
  • 제트 리 2018/06/14 09:00 # 답글

    수련 이라는 게 어찌 보면, 서로가 소통도 포함이 되는 것이 때문에 더 그런 거 같습니다..... 단련도 중요 하지만 서로를 받아 드려야 수련이 되는 것도 있는 거 같더군요
  • abu Saif al-Assad 2018/06/14 23:50 #

    그래서 자아가 너무 쎄거나 자기만의 환상이 너무 강하면 배우기 어렵죠. 머릿속에 나름 든게 있으니까 이만하면 내가 당신 검술의 모든 특징을 다 파악했다 이제 나의 것을 만들 때 라고 하지만 사실 이치 시스템은 책만 봐도 대충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건 몸으로 구현이 되어야 진짜고 그 지점이 되어보지 못하면 절대 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죠. 그래서 많은 지도자들이 일단 운동부터 시키고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나가버리죠. 그래서 제 경우는 일단 왜 해야 하는지 설명부터 하고 합니다.

    다른 부분이지만 비슷하게 고전 무술은 자세나 움직임, 개념을 설명하는 나름대로의 고유명사들이 있는데 이걸 외워야지만 서로 대화가 되는데 그게 안되면 결국 둘다 답답해서 관두게 되죠. 다른 의미로 소통인 것이지요.
  • jimbo 2018/06/14 15:34 # 답글

    어느 무도나 그런 사람들이 있는거 같네요... 처음에는 별 문제 없다가, 자기 실력 오르면 새로 들어온 사람들 두들겨 패는 사람도 가끔 있어서.... 참교육이 좀 늦게 진행될 때도 있었죠...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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