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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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세법의 실마리 잡설저장소

조선세법들이 여전히 고유명사나 자세명이 불분명하긴 하지만 명대의 타 무술 묘사를 찾으면 대체적으로 그 파편이 드러나는 듯하다.

현재 중국무술은 청대에 새로 정립된 고유명사가 청말 민국초기에 정착되어있기 때문에 명나라 시대의 무술서와는 용어가 틀려서 지금 중국검술을 아무리 잘해도 명대의 검술서를 이해할 수 없다. 청말에 출판된 검법진전도해(http://vdisk.weibo.com/s/D3psb5mu_zzN)라는 책이 있는데 도법과 검법을 수록하고 오금희를 통한 내공 증진이나 도와 검의 차이점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책인데 여기에 조선세법과 쌍수검법 전승자를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다고 푸념하는 내용이 있다고. 그때쯤이면 이미 명대의 검술은 전멸했던지 했을 것이다. 명대 병법서와 병기가 청나라 이후 금지되었고 청초 강남지방에 대한 대규모 학살 및 총독파견을 통한 군정체제를 유지했던 것을 보면, 소멸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고작 십몇년만에 택견이 전멸할 뻔 했는데 몇백년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결국 명대의 무술용어와 고유명사의 정체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다행히도 모아김님이 일본이나 기타 여러 문헌들을 통해 그걸 추적하고 있다. 가령 그 방식으로 해석한다면

展旗勢者, 卽展旗擊也. 法能剪磨上殺. 左脚左手托塔勢, 向前掣步點劍. 看法.
전기세라는 것, 깃발을 휘두르듯 치는 것이다. 법이 능히 위로 공격하여(또는 위에서 공격하는 것을) 얽어막아 왼발 왼손 탁탑세, 앞을 향해 끌어걷기로 찌른다(點劍) 법(점검세)를 참고하라.

말하자면 오른발을 앞에 두고 검은 낮게 어깨에 걸었다가 상살, 즉 상대가 위로 공격해오든 내가 위로 공격하든 왼발을 내딛으며 검을 세워올려(托塔은 불교 절의 탑을 뜻한다) 가드로 막아낸 다음 왼쪽 옆으로 돌려누른 다음 칼이 땅을 향해 45도로 비스듬하게 뻗은 상태에서 끌어걷기로 찌르는 것이다. 검을 높이 들었다가 옆으로 치워버리는 것이 깃발 휘두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 듯 하다.

이것은 전형적인 검의 공방이기 때문에 기존의 단체들이 하는 그 이것저것 베기만 반복하는 것보다는 훨씬 검술스럽다.

묘사를 가만히 보면 처음에 ~세는 그림에 나오는 그 자세이고, 대략적인 형태를 무언가에 비유한 다음, 위쪽공격, 중간공격, 하단공격을 상살 중살 하살로 표현하는데 이게 내가 하는건지 상대가 하는건지 언급을 안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그 다음 이러저러한 움직임으로 들어가는 것이 묘사되고, 그 다음엔 공방이 이루어진 중간의 모습을 정체불명의 ~세(ex:직부송서세, 탁탑세) 등으로 표현한 다음, 마지막에 취하는 자세를 다시 언급한다. 여기서 마지막에 법을 보라는 건 요격, 점검 이렇게 쓰여진 자세를 참고하라는 것이다.

즉 전기세는 전기세->탁탑세->점검세 순으로 자세가 변동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거정세는 거정세-평대세-퇴보군란세 순이다. 또한 자세의 형상을 언급하지 않거나 퇴보군란세는 곤법에 군란세를 참고해야 하는 등 한 챕터만 보면 알 수 없고 전체를 참고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보면 대략적인 형상이 드러나는데 이것들은 그냥 기술 집합이다. 베기만 여러번 하는 그런게 아닌 셈이다.

탄복세를 보면 탄복세-창룡출수세-요격세 순인데,

坦腹勢者, 卽坦腹刺也. 法能冲刺中殺. 進如崩山, 右脚右手蒼龍出水勢, 向前進步腰擊. 看法.
탄복세라는 것, 배를 헤치듯 찌르는 것이다. 법이 능히 중간으로 공격하여 대항하여 찌른다(혹은 중간공격에 대항하여 찌른다) 산이 무너지듯 나아가 오른발 오른손 창룡출수세, 앞을 향해 나아가며 허리치기(腰擊). 법(요격세)을 참고하라.

자세변환은 탄복세-창룡출수세-요격세로 이어지고 칼자루가 가슴에 올 정도로 깊게 뺀 자세(탄복세, 슐뤼셀)에서 상체를 숙이면서(산이 무너지듯) 오른발을 전진하면서 길게 뻗어 찌르고(창룡출수세?) 다시 아마 사선으로 전진하면서 허리를 베고 지나가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리히테나워류에도 비슷한 기술이 있는데 요아힘 마이어에 보면 슐뤼셀에서 길게 뻗어 찌르고 상대가 이를 막아내면 사선으로 빠져나가면서 눈을 베어버리는 것이다.

찬격세를 한번 보면,

鑽擊勢, 卽鑽擊也. 法能鑽擊搶殺. 鵞形鴨步奔冲, 左脚左手白猿出洞勢, 向前掣步腰擊. 看法.
찬격세, 뚫듯이 치는 것이다. 법이 능히 뚫듯이 쳐서 부딪치며 공격한다.(또는 상대 공격과 뚫듯한 기세로 부딪친다) 거위모양 오리걸음으로 奔冲달려들어, 왼발왼손 백원출동세, 앞을 향해 끌어걷기로 허리치기(腰擊). 법(요격세)을 참고하라.

이것을 놓고 보면 자세변환은 찬격세-백원출동세-요격세로 이뤄지고 상단(찬격세)에서 낮은 걸음으로 돌진하면서 송곳으로 뚫듯이 강력한 기세로 내려쳐 (상대 검에)부딪치고 바인딩을 유지한채로 오른쪽 사선으로 움직여 왼쪽 팔상(백원출동세)가 되게 하면서 허리를 베면서 지나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나간다면 훨씬 원형에 가깝고 실제 스파링에서도 써먹고 참고할만한 기술 공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복원의 핵심은 조선세법 초반에 나오는 기본 개념들이나 각 세마다 중간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세를 확실하게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주변 사료가 얼마나 확보되는가의 문제인데, 직부송서세처럼 현재에도 중국에서 쓰이는 용어가 있거나 탁탑세처럼 모양을 유추하기 쉬운 명칭의 자세가 있는 것들을 감안하면 아주 어려울 것은 없어 보인다.


덧글

  • 오렌지 공작 2018/01/10 23:22 # 답글

    모아김님 만세~

    근데 편곤같은 둔기의 용법같은 건 없나요?
  • 만세~! 2018/01/11 12:14 # 삭제 답글

    정말 기쁜 일입니다. 다만 해독방식을 따르면 해독이 완료될때까지 시간이 엄청 걸리겠군요.(무예보도통지에 다른 기법도 살펴야 하니까요) 근데 모아김님, 현재 얼마나 해독이 되셨나요? 전에 해독한 것과 지금 해석과는 달라진 것이 있나요?
  • 모아김 2018/01/11 13:11 # 삭제

    그냥 보면 해석은 다됩니다. 그렇게 달라진것도 별로 없구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한글로 차분하게 정리할 시간이 없는게 문제이지요. 그보다는 수비록이나 검경에서 백사농풍이나 청룡출수와 같은 것들이 도대체 어떤 세법인지를 정확하게 아는게 필요한게 문제이지요. 그것도 사실 보면 중간의 자세는 처음과 끝의 자세를 통해서 유추할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지요. 한글파일로 슬슬 정리해보겠습니다.

    다른 무예도보통지에 대해서 사실 아주 엄밀하게 살필 필요가 없는게 본국검법은 조선세법에서 재구성되었고, 제독검은 쌍수도에서 나왔고(제가 보기에는), 왜검이랑 교전보는 또 별도의 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게 따지자면 조선세법, 쌍수도, 왜검(+교전보)가 무예도보통지의 검술의 근원인데 이게 보면 각각 다른 기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약간 따로 노는 느낌입니다.
  • 만세~! 2018/01/11 13:20 # 삭제

    곤은 소림 것이라고 했고 창술은 낭청이나 당파에도 어느 정도 통용되니 통과 ...남은 것은 쌍검 정도군요. 고생하십니다...
  • 모아김 2018/01/11 13:29 # 삭제

    조선세법, 교전이야 대충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어있고, 쌍수도나 본국검법, 제독검은 투로니까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요. 오히려 장병기가 더 귀찮습니다. 투로만 있는데 개별 세법은 기효신서, 무비지, 수비록 등을 봐야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일단 태극권이랑 오금희에 집중하고 있고 무예도보통지는 이제 관심끊었습니다. 오히려 중국문헌에 집중을 하는편이지요. 그것도 체계적으로 한다기 보다는 시간날때 이거저거 보는편입니다.
  • abu Saif al-Assad 2018/01/11 14:29 #

    보니까 문장 자체는 간단합니다. 다만 어순을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내용이 조금 달라지는데, 기존 단체들은 언해본의 번역까지 함께 참고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더군요. 언해본은 한자에 대해 현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익숙한 조선사람들이 번역한 것이며 국책사업의 일환이었다는 점 때문에 그 자체가 갖는 권위가 무시무시해서 감히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언해본은 좀 적당히 번역한 것 같고, 무관의 피드백이 없었던 느낌이 듭니다. 조선에서 창작한 본국검은 몰라도 조선세법은
    가장 오래된 원전이 중국어로 기록되어 있고, 언해본도 그 중국어를 다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조선사람이나 잘 알려진 문신이 했다고 해도 무작정 권위를 인정하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팔리어 불경과 한자 불경이 충돌하면 팔리어 불경에 권위를 두는 것처럼 중국 문서에 권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 중요한 건 기본 개념에서 설명 없이 넘어간 것, 가령 세법에서 호혈세라던가 찌르기의 쌍명자, 방어법의 선풍격 같은 것들이 있고, 또 애매모호한 경우, 가령 좌익세가 오른쪽에서 치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오른쪽에서 대각선내려베기를 익좌격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자세와 격법은 반대로 해서 익우격으로 봐야 하는지도 문제가 됩니다. 아예 기본개념 리스트에선 빠졌지만 기술상으론 확인되는 방어법(요략격)의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3가지 자세에서 중간 자세는 다른 문서에도 안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애매한 실체를 글자의 뜻과 처음과 끝 자세의 연결을 통해서 합치시키는 게 필요하고, 더 넓게 주변 사료를 알아보는 것도 필요한데 이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백원출동세를 왼쪽 팔상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본국검법에서 그림이 나오기 때문이고 다른 것들은 좀 어렵다시피 합니다.
  • 모아김 2018/01/11 15:10 # 삭제

    그래도 보면 본국검이나 조선세법의 투로에 그려진 수두세의 그림을 통해서 좌협세->수두세에 대해서 짐작할수 있지요. 일단 좌협세에서 양날검이더라도 이게 손을 꼬아서 반대쪽 날이 앞을 향한것이고 수두세에서는 이게 풀리면서 똑바로 뻗어가면서 찌르는것이라고 수두세의 그림들중에서 날이 앞, 뒤로 향한게 같이 있는 것을 통해 유추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흔격세도 처음의 시작 자세를 알수는 없습니다만, 동작은 유추할수 있습니다.

    보면 흔격세에서는 위로부터의 공격을 아래에서 위로 흔들며欣 치켜들어挑 창보로 걸으며 뚫듯이 공격할수 있습니다. 왼다리 오른손의 조천세(朝天勢)로 앞을 향해 물러나 걸으면서 탄복세를 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처음의 자세에서 왼다리 오른손의 조천세, 좌대상단을 취해서 치켜들어 적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그림처럼 물러나고는 탄복세를 취하면서 반격을 하는 자세입니다.

    알수가 없는 처음의 자세(간수세나 점검세 등 어쨌든 조천세보다는 낮은자세, 중단, 하단 등)로 있다가 바로 맞받기에는 너무 센 적의 공격을 좌대상단으로 치켜들어 받고는 몸은 물러나면서 히라세이간으로 받아찌르는 게 바로 흔격세입니다. 흔격 자체는 봉술에서도 볼수 있는데 이것도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 abu Saif al-Assad 2018/01/11 22:25 # 답글

    모아김// 계속해서 보는데 생각보다는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중간 자세들이 추적 안되는게 생각보다 많으니 결국엔 어느정도 뇌피셜을 넣을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본업은 리히테나워류이니 적당히 복원 가능한 선에서 영상을 촬영해서 이렇게도 복원이 된다 라고 아카이브로 남겨두는 선으로 끝내는 게 낫지 싶습니다.
  • 만세~! 2018/01/12 00:31 # 삭제

    오오-문무겸비덕질의 위엄이여! 만약에 한다면 한자나열+자세 해석이 되겠군요. ..복잡다난한 작업에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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