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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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번역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 전술적 관점

직접 번역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기존에 듣던 소리가 사실은 없거나 왜곡된 경우가 심심찮기 때문이다. 가령 《위에 신경쓰는 자 아래에 창피를 당할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고 듣고 사람들에게도 그리 말해 왔는데 실제로 보니 그딴 말 없더라. 정확히는

Wes der krieg rempt
Oben nÿden wirt er beschempt

누구나 전투에 들어서면
위, 그는 아래에서 창피할 것이다

정도이고 기술 예시를 보면 존하우에서 시작되는 행엔 찌르기를 상대가 막아내면 아래로, 또 막으면 왼쪽 아래로, 또 막으면 왼쪽 위로 4방향으로 바꿔가면서 찌르는 것이다.

같은 검결을 위키테나워의 토마스 스테플러는

누구나 전투에서 너무 높게 치면
그는 아래를 맞게 될 것이다

라고 했는데 수반되는 기술을 함께 보면 지나친 의역이고 전투에 임했을 때 적이 위아래로 온갖 창피를 당하는 것이 맞지 위에 공격하다 보면 아래가 비어서 쳐맞는다 라는 말은 아닌것이다.

이런 검결들은 얼른 봐서 뭔소린지 이해가 안되더라도 무조건 직역해버리고 각주로 해설하는 것이 낫다. 전달을 위해 의역하는 순간 의미가 크게 변질되고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불경만 해도 무아라는 번역 때문에 자아가 없다 라는 단견에 시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좋은 뜻이 좋은 뜻 아니냐 라고 한다면 불교 공부하러 왔는데 노자질 하는 상황인것이고 그게 결국 나중엔 기어가 안맞아 기계가 안돌아가는 꼴이 된다.

덧글

  • 오렌지 공작 2017/12/31 12:39 # 답글

    흠... PHM농민무술이나 하려고 했는데 독어라도 배워야 하나...

    PHM한글 번역본 어디 읎나요?
  • 홍차도둑 2017/12/31 13:04 # 답글

    많이 절감하는 이야기입니다.
  • 지나가던놈 2017/12/31 17:24 # 삭제 답글

    아니, 독일어... 아니지 중세 독일어까지 하세요? 와... 제가 이걸 보니 여길 지나가든게 아니라 눌러 앉고 싶네요.

    어쨌든간에, 해석이란게 힘들다는건 누구나 동감하는 것일 겁니다. 애초에 언어의 뿌리부터가 달라버리면, 그 언어를 다른 언어--여기서는 아예 어족이 다른--로 번역하면서 원래의 의미를 완벽히 살리기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아니,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릅니다.

    이게, 아시겠지만 독일어는 "인도-유럽어족" 이고, 한국어는 아직 미상의 어족중 하나거든요. 당장 멀리 갈거 없이, "What's up?"(...) 을 한국어로 완벽하게 번역하려면 뭘 해야 하겠습니까. "잘 굴러가냐?" 그럼 사람 패면서 "What's up? What's up?" 하려면 그건 어떻게? "잘 굴러가냐? 잘 굴러가냐??" (...)

    아예 문법, 단어, 뉘앙스, 언어 구조 등이 다른걸 해석하기 참 힘들죠. 그걸 느끼신다니 이야... 전 아부 사이프 님이 그냥 칼이나 그런거만 아는줄 알았는데, 대단하시네요. 예전에도 번역에 대해 물어 봤지만 잘 모른다고 하셔서...

    하여간, 대단합니다. 이제는 좀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 abu Saif al-Assad 2017/12/31 22:23 #

    번역 잘하려면 단순 중세독일어뿐만 아니라 당대의 문화까지 꿰고 있어야 하죠. 제프리 포겡 정도 되면 그만한 자격이 되는 사람이고 전 그냥 여러 영어번역을 비교해가며 문장구조를 역추적하는 정도입니다. 가짜단직이나 링겍 문서는 문장이 간단하고 다만 어순이 괴랄하기 짝이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제가 하기에도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단어를 어떻게 대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려움에 대해 감이 올 정도입니다.

    가령 독일어 Vor setzen, Versetzen, Verstzung 등으로 쓰인 단어는 영어로 직역하면 Fore-setting이지만 이대로라면 이것이 뭔소린지 알기 어렵기에 역자들이 이걸 문맥의 의미에 맞춰서 Parry 나 Displacement 등으로 해석했는데 패리는 오는 걸 가로막아서 멈추는 개념이기에 공격으로 방어하는 버셋젠과 전혀 맞지도 않고 오히려 치환되는 Parrien을 리히테나워류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니 맛이 간 번역이고 디스플레이스먼트는 빗겨내기 방향바꾸기 등을 의미하니 버셋젠의 의미와 어느정도 통하지만 사실 버셋젠 안에 베기로 막아내기와 튕겨내기 등 다양한 방어방식이 공존하기 때문에 버셋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놓치게 만드는 것들이 많지요.

    이걸 한국어로 바꾼다면 더 힘들어지죠. 그러면 기술이 들어가고 나오는 현상에 맞추어 막으면 막기, 빗겨내면 빗겨내기, 튕겨내면 튕겨내기로 상황따라 다르게 표기해야 하는데 굉장한 수고가 들 뿐더러 리히테나워 버셋젠은 수면 아래로 사라져버리고 그냥 막고 빗겨내고 튕겨내는 3가지 다른 방어술만 남게 되니 본래의 뉘앙스는 소멸하게 되죠.

    그래서 결국은 버셋젠은 공격을 공격으로 쳐내는 것을 의미하되 공격의 시작 중간 끝이 자세임을 감안하고 이 자세로 막아내되 이 자세 변환 모션이 또한 공격임을 감안하고 따라서 이 모든 것이 공격으로 쳐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고 그래서 막기와 쳐내기를 다 포함한 공격 모션의 능동적인 형태의 방어가 바로 버셋젠이다 라는 별지를 첨부한 다음 본문을 읽게 하는 게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도 번역어를 제대로 치환시킬 수 없다면 이렇게 하는 게 낫지요.
  • 모아김 2018/03/06 14:21 # 삭제

    쪽바리는 그래도 네이버 일어사전에서 찾아보면서 대충 문맥을 통해서 유추하면 그럭저럭 알아먹겠는데 중세독일어라니 ㄷㄷㄷㄷ 대단하십니다. 일본이나 중국쪽을 보면서 느끼는 건데 Nomina, 용어만 알게되면 의외로 쉽습니다.

    서간문의 고어체는 좀 고역이지만 제일 중요한 카타나 검리 설명하는 비전서일수록 오히려 자세하게 풀어서 쓰기 때문에 더 쉬운 아이러니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마키모노에는 간략하게 쓰더라도 따로 해설서를 줘서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하더군요. 북진일도류나 직심영류가 특히 자세하게 설명하는 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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