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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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어떻게 연습 하십니까? 전술적 관점



이 사진들은 연습이 끝나면 으례 찍곤 했던 나름의 인증샷입니다. 살면서 세션 말고 따로 집중 프로그램을 결행한 건 의외로 몇번 안되는데 2013년 겨울 시즌,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다시 2017년 5월부터 현재까지입니다.

2013년 겨울 시즌은 스파링에서 도저히 리히테나워류적인 모습도 안나오고 어디가서 보여줄 수도 없는 스파링 품질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 나머지 혁신의 필요성을 깨닫고 수행했는데, 준비운동 후 커팅엑서사이즈를 한 다음 쇠기둥에 대고 기술 패키지 연습을 했었습니다. 커팅엑서사이즈란 말 그대로 베기 연습인데 우리 그룹에서는 베기하면서 쭉 갔다가 다시 베기하면서 쭉 돌아오는 걸 말합니다. 당시에는 5가지 베기만 연습했는데 운동장을 갔다가 오면 샤이텔하우(머리베기) 35+35=70번, 존하우(대각선내려베기) 62+62=124번, 쉴하우 70+70=140번, 즈버크하우 80+80=160번, ARMA크럼프 70+70=140번 정도로 634번 정도 되었습니다. 여기에 기둥을 표적 삼아서 하던 기술 연습이 총 5가지 패키지로 20번씩 했으니까 100번 추가하면 베기 양은 734번 정도 되었겠네요. 이 연습이 2014년 전성기를 가능케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후론 따로 개인 연습을 안 하다가 2016년 10월쯤 노마스크 스파링에서 더이상 과거와 같은 리히테나워류적인 모습도 안 나오고 점점 거리두고 손때리는 경향이 커지는 현실에 절망하다가 빛나는 2014년을 만들어줬다고 생각되는 집중 프로그램을 더욱 강력하게 수행해서 강행 돌파하자는 생각으로 명물 1700번 베기 프로그램을 시작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먼저 체조와 자세 전환 훈련으로 몸을 풀고 ARMA 16컷을 5번씩 10세트 혹은 10번씩 5세트로 하고, 커팅엑서사이즈를 5가지 베기에서 머리베기-대각선베기-수평베기-올려베기-쉴하우-즈버크하우-ARMA크럼프-쉴러 크럼프의 8종으로 늘려서 수행한 다음 다시 제자리에서 대각선베기-올려베기-수평베기-머리베기-그대로 들어올리기의 이른바 8컷을 10번씩 5세트 수행하고, 다음에는 머리 높이에서 와인딩으로 4가지 오프닝을 차례로 때리는 "와인딩 더 크라운" 이른바 4컷을 10번씩 10세트 수행하는 거였습니다. 마지막은 아랍식 구보로 끝을 내고요.

그러면 16번 베기를 50번 해서 800회,
8번 베기를 50번 해서 400회,
4번 베기를 100번 해서 400회,
커팅엑서사이즈는 계산하기 귀찮으니 대충 100번이라 쳐서 총 1700회 베기라고 칭하게 된 겁니다.

이걸 처음에는 2시간이나 걸렸고 다음번에는 1시간 반, 다시 그 다음번에는 1시간 16분, 그후로는 쭉 56분~1시간 5분 선에서 왔다갔다하는 선에서 끝냈습니다.

보면 베기가 엄청나게 많아보이는데 아니 이놈 쎄보일려고 개구라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텐데
정작 평일세션에 참여한 멤버들이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했지만 2~3주안에 순식간에 쫓아와서 이중 한명은 훨씬 빠른 46분컷으로 끝낼 정도로 기염을 토해서 살짝 우월감이 없지 않아 있던 제가 피를 토하고 절망을 금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칼이 무거워서 그렇습니다. 칼이 무거울수록 팔로 쓰면 얼마 쓰지도 못하고 뻗어버리고, 그래서 결국에는 발을 이동하면서 생기는 전진관성, 그리고 올려벨 때는 몸을 올려서 보조하고 내려벨 때는 몸을 낮춰서 보조하고 또 발을 디디면서 생기는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면서 힘과 속도는 더 강하게 보조하는 버릇이 들게 되는데, 또 이 칼이라는 것들이 대충 1.3~1.6kg정도의 여자들 다이어트 고무아령 하나만도 못한 무게이다 보니 정작 적응만 좀 되면 숨은 찰지언정 1시간 컷 하는 건 누구나 다 하더군요.

그리고 당연히 매일 하는 건 아니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중장비는 중장비인지라 일주일에 두번 정도로만 해야지 그 이상 가면 수행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오버트레이닝 상태에 빠져듭니다. 초반에 기록이 급격히 갱신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일주일 3번씩 시도하려 했다가 바로 닥쳐드는 오버 사태에 지레 겁먹고 줄여버린 적이 있었죠.

이렇게 베기를 많이 하면 사실 장점은 체력이 생기는 것과는 크게 관계없고, 힘든데 횟수는 채워야 하니 결국 팔보다 발로, 발보다 관성이나 체중 이동으로 칼을 쓰게 되면서 자세나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사라지고 움직임이 다듬어집니다. 체력은 달리기나 웨이트로 키우는거지 칼 많이 휘두른다고 체력이 강해지는 것 같진 않더군요. 하지만 군더더기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검객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단기적으로야 스파링에서 당장 티는 나지 않겠지만요. 많이 베고 그래야 한다면 그건 다른 게 아니라 이런 점에서 필요한 거라고 봅니다.

여하간 반년동안 이렇게 해 왔는데 점차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하고, 특히 16컷은 하다 보면 상하체가 따로 노는 경향이 좀 생기더군요. 처음에야 발 돌리고 전진 하고 하면서 발로 시동걸어 칼을 움직이는 게 정확하게 되는데 정신줄 놓고 하다보면 점점 팔로 시동거는 경우가 생겨버리고 그러면 또 급격하게 힘이 빠져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무너지는 상황이 오죠. 그것도 그렇고 4컷 와인딩 더 크라운은 허공에다 대고 베기를 하는데 아무리 발이나 관성을 이용해도 결국 팔에 부담이 많이 오다 보니 반년정도 하니 점점 뭔가 안좋은 증상이 오기 시작했고요. 인대나 힘줄 문제는 아니었는데 팔이 금방 지치고 검을 멈추는 능력 자체가 떨어진 것이었죠.


그래서 올해 5월부터는 프로그램을 바꿨는데 문제가 많은 16컷은 워밍업 용도로 딱 10번만 하는 걸로 하고, 커팅엑서사이즈는 더 길쭉한 운동장에서 총 8가지 베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골대 상대로 기술 콤보를 연습하는 거고요. 2013년 프로그램을 참고했던 거죠.

이걸 커팅엑서사이즈를 할때 얼마나 베기가 되는가 측정해봤는데 샤이텔 35 35 / 존 연속 62 존 벡셀 58 / 미틀 65 65 / 운터 71 71 / 쉴 옥스 70 쉴 플루 65 / 즈버크 옥스 80 옥스 플루 혼합 77 / 아르마크럼프 숏 70 아르마크럼프 롱 70 / 역사적크럼프 쉬랑크훗 80 역사적크럼프 행엔 70으로 커팅에서 하는 베기의 총합이 대략 1034회 정도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5월달 처음 했을 때는 힘들어서 중간에 다섯번이나 멈춰서 쉴 정도였고요. 하다 보니 일단 적응은 하긴 했는데... 힘들기도 해서 일주일에 한번으로 더 줄였습니다. 베기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세트를 나눠서 하는 게 아닌데다 제자리에서 하는 것보다 걸어가면서 하는 커팅이 체력 소모가 더 심하다 보니 도리가 없더군요. 그래도 베기 콤보를 더하면 대충 1500번 정도는 되니 정작 얼마 줄어들지도 않은 셈입니다.

이런거 하다 보면 반복훈련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만 합니다. 초보 때에는 공방동작 자체가 아예 몸에 없기 때문에 기본기를 꾸준히 반복해서 익히는 것으로 실력이 가장 빠르게 발전합니다. 그러면서 적응함에 따라 숫자를 계속 늘려나가면서 몸에 필요한 힘은 머물게 하고 쓸데없는 힘은 안쓰게 되며, 팔보다 몸, 힘보다 체중이동이나 몸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더 큰 파워로 보조하고 컨트롤할줄 아는 것을 익히게 됩니다.

하지만 흔히 들려오는 생각과는 달리 무작정 많이만 한다고 이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그릇만 열심히 만들어봐야 진수성찬이 안 담기면 가치가 없는 것과 같죠. 당연히 그릇이 아름답고 흠이 없어야 최고의 만찬이 되지만 그릇만으로는 만찬을 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저도 집중 프로그램을 계속해 왔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일주일에 두번 1700번이면 매주 3400번 한달에 136000번이라는 어마어마한 횟수인데 그래서 스파링에 뭔가 바뀌는 게 있었는가 하면 움직임이 조금 빨라졌다는 것 뿐 승률이나 참담한 손때리기 양상에 바뀌는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매뉴얼 연구를 통해서 여러 방어술을 추출해낸것이 스파링에서 결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었던거죠.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선정이나 고행이 깨달음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었지만 그렇다고 수행에 도움이 아예 안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과 같은거죠. 연기를 깨닫는데에 그동안의 선정수행이나 고행으로 다져진 기반이 알게모르게 역할을 했던 것처럼 또 선정이나 고행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수단, 도구로써 사용한다면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많은 베기를 하는 것도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초보에겐 제일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부정할 수 없는 도구이며 중수에게도 장착된 움직임을 더 세밀하게 최적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 한다고 백전백승이 될 순 없는거지요.

어제 밤에는 오랜만에 올해 4월까지 하던 1700프로그램을 다시 해 봤는데 오랜만에 하니 힘들기야 했지만 결국 1시간 2분에 클리어하면서 평균에서 벗어나지는 않더군요. 이쯤 되면 이런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개인 훈련에서 더 새로운 요소를 찾아내어 패러다임 전환을 해나가는 게 제일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최근 도입한 것 중 하나가 다양한 기술 어플리케이션을 허공에다 하는 것이고요.

개인 훈련에서 더 나은 효과를 얻기 위한 실험은 계속해서 진행중에 있습니다.

덧글

  • 오렌지 공작 2017/12/01 17:28 # 답글

    저 위 사진 엉덩이 부근에 뭔가 길쭉한 것이... 잘 보니 롱소드 핸들이로군요. 순간 길고 늠름한 무언가로 착각했습니다.
  • abu Saif al-Assad 2017/12/01 17:41 #

    https://www.youtube.com/watch?v=BMDPMS6p8Gw
  • 오렌지 공작 2017/12/01 18:22 #

    와아아! 심영!심영!
  • abu Saif al-Assad 2017/12/01 22:39 #

    돈이 없어도 세션에 오시오! 피더가 없으면 많이 빌려주겠오!
    학생들은 검술의 미래요!
  • 심영 2017/12/01 23:49 # 삭제 답글

    https://www.youtube.com/watch?v=16MRIlR_jGI

    디시인사이드의 패기. 다리걸기, 디스암까지 시전하고 명패가 실화가 아닙니다.
  • 불타는 이글루 2017/12/23 23:48 # 삭제 답글

    저도 오늘 받은 물건으로 솔로드릴 좀 해보려 하다가 뭘 해야할지 막막했는데 좀 가닥이 잡히는것 같습니다. 좋은 참고가 됐습니다.
  • 불타는 이글루 2017/12/27 17:49 # 삭제 답글

    혹시 인증 사진 속 가방은 도검용 가방인가요? 국내에 풀린 도검 가방은 죄다 카타나나 죽도 사이즈라 당최 맞는 놈을 구하기 힘드네요. 길이가 130이 넘어가다보니...낚시 가방도 마당찮고. 혹시 괜찮은 가방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abu Saif al-Assad 2017/12/27 18:30 #

    골프채용 간이 가방입니다. 허접쓰레기 제품들이 많으니 주의하시길.. 사자마자 지퍼 손잡이가 부러지고 그래도 2년간 잘 썼는데 결국 지퍼가 나가서 버렸습니다.
  • 불타는 이글루 2017/12/29 12:42 # 삭제

    골프채 가방이였군요! 그래도 별수있나요. 맞는게 없으니 그거라도 써야지요.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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