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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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플리에렌(Duplieren)이란 무엇인가? 전술적 관점


듀플리에렌(Duplieren)이란 영어로 더블링(Doubling)즉 두번 친다는 뜻입니다. 보통 타격이 위가 막히면 아래를 치고, 오른쪽이 막히면 왼쪽을 치는 식이라면 듀플리에렌은 오른쪽이 막히면 오른쪽을 한번 더치는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보통 좌우를 번갈아 치는 것이 본능적으로 바로 나오기 때문에 많이 쓰이지만 그만큼 치는 궤적이 길어져서 쉽게 막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상식을 깨고 방어 뒤로 들어오는 기술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은 무슨 일이 났는지도 모르고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15세기 문헌에서는 이기고 싶다면 "위에서 듀플리에렌, 아래에서 뮤티에렌" 내지는 "강함에서 듀플리에렌, 약함에서 뮤티에렌"을 쓰라고 검결(Zedel)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강함에서 듀플리에렌을 쓰라는 말은 구조적인 강함 즉 검의 손잡이에 가까운 "강한" 부분을 의미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강하게" 검을 붙이고 있거나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즉 상대의 손잡이에 가까운 쪽 칼날끼리 바인딩되고 상대방이 강하게 버티거나 밀어붙일 때 바로 듀플리에렌을 쓰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개념 자체는 중국검술이나 근대 초기 즉 18세기 초의 스캇츠 올드 스타일 브로드소드 검술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입니다. 여기에서는 역시 옆으로 빠져나가면서 상대방을 대각선베기나 수평베기로 치고 지나가는 방식을 씁니다. 하지만 보통 한손검을 많이 쓰기 때문에 간격이 길어서 그래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지만, 이 개념을 그대로 적용했던 초기 복원 시점에서는 아무리 사선으로 빠져나가도 예외없이 귀나 얼굴을 함께 맞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영상 막판의 잘못된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입니다.


(파울루스 칼, Cgm.1507 61r 삽화)

("골라이어스" 문서, MS Germ.Quart.2020 024r)


위 삽화는 모두 듀플리에렌을 나타낸 것으로 왼쪽 사람이 듀플리에렌 시전자입니다. 모두 일반적인 대각선이나 수평베기와는 다른 베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쉴하우 형태의 크럼프하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삽화의 모양대로 듀플리에렌을 시전했을 때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문서에 나오는 대로 상대방이 강하게 짓눌렀을 때 내가 얼굴이나 귀를 맞지 않고 안전하게 빠져나가며 상대의 머리나 얼굴을 치는 것이 가능했고 그걸 정리한 것이 바로 맨 위의 영상입니다.

과거 HEMA그룹의 해석은 수평 or 대각선베기 형태의 듀플리에렌이 실패하고 사료들이 디지털화되어 쉽게 접근이 가능하자 위와 같은 삽화들을 참고하여 팔이 교차되게 치는 형태로 해석을 수정했지만, 자꾸 얼굴을 맞는 사태는 해결이 안된건지 좀 이상하게 해석을 했습니다.



영상 1분 34초부터 나오는 대로 상대방 칼 안으로 타고들어가면서 상대 베기를 내 크로스가드로 받아낸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문헌에 나오는 대로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강한 부분"에 바인딩한 상태에서 저러면 칼이 뒤집히는 순간 얼굴로 날아들거나 가드에 걸려버리게 되죠. 좀더 전문적으로 들어가자면 저런 방식으론 골라이어스 MS Germ.Quart.2020 024r에서 나오는 것처럼 비스듬하게 손을 낮춰선 절대 얼굴을 보호할 수 없으며 Codex Danzig (Cod.44.A.8) 20v 에서 나오는 대로 상대 얼굴을 찌르려면 칼을 부자연스럽게 크게 돌려야 하고 몸도 지나치게 뒤로 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무엇보다 상대를 제대로 강하게 벨 수도 없게 되죠.

리히테나워 검술의 대표 기술 중 하나인만큼 이런 방어 없는 잘못된 해석은 확실히 지양해야 합니다. HEMA의 크럼프하우 해석과 다를 바 없이 잘못된 걸 정치적 체면상의 이유로 억지로 된다고 보여주는 것인데 상대방이 확실히 칼을 강하게 밀어붙여도 안전하게 되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기초 공사가 확실해야 복원도 정확하게 올라가는 것이지 기초가 잘못되었는데 상부가 멀쩡할 수는 없는거죠. 실전에서 실천하여 실증하고 여실지견 즉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ARMA의 원칙입니다.

덧글

  • 오렌지 공작 2017/06/19 14:45 # 답글

    HEMA는 이름만 역사적 어쩌구지 그냥 창작운동에 불과하군요. 과도한 장비 탓인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건 좋지만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abu Saif al-Assad 2017/06/19 18:14 #

    그렇다기보단 나름 열심히 하긴 하는데 역량에 한계가 있는데다 사료의 부분부분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모순된 텍스트와 삽화 그리고 자기들이 생각한 뭔가를 더하다보니 이상한 게 나오는 거죠. 제가 쉴러나 크럼프, 즈버크 등의 실체를 밝혀내면서 느낀 건 텍스트와 삽화는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느 텍스트 밑에 어느 삽화가 있다고 해서 이게 그걸 해설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함정에 빠지는거죠. 게다가 삽화가 텍스트를 정확히 표현하는게 있는가 하면 딴소리를 하는 것도 섞여 있으니 더 힘듭니다. 실체를 밝혀내고 기술 예시들이 재현되고 나면 그때서야 이 삽화는 이걸 말하는 거였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육체적으로나 지식으로나 잘 모르고 할 때에 억지로 보고 이해하려고 해봐야 결론이 산으로 가는 것 말곤 기대하기 힘듭니다.
  • 99827 2017/06/19 16:12 # 삭제 답글

    그럼 듀플리에렌은 기존 바인딩>푈른>타격과 달리 패리>타격 이라고 보아도 되는 건가요?
  • abu Saif al-Assad 2017/06/19 18:32 #

    바인딩-푈른-타격의 공식에서 벗어나진 않습니다. 역시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대의 압박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또 약하게 바인딩되었을때는 누르고 찌르는 예시를 언급하는 것도 그렇죠. 다만 기존에는 오른쪽이 막히면 왼쪽을 치고 위가 막히면 아래를 친다 라는 공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오른쪽이 막히면 오른쪽에서 한번 더친다 (더블링)이라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상은 제가 처음 베기를 할 때부터 사선으로 움직이면서 측면을 선점하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여기에 따라오기 때문에 좀 막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할 때에는 둘다 상대방을 베는 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즈버크하우의 경우 상대방이 칼로 막아버린 다음 팔을 썰기 위해 밀어붙이는 과정이라고 매뉴얼에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제 첫타를 무조건 막는데, 그래서 칼이 상대 얼굴까지 가지 못하므로 짧게 들어가는 걸로 보이기 때문에 역시 패리로 보일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또 마지막의 잘못된 케이스들도 똑같이 첫타 사선-2타 크로싱 스텝과 함께 가는 건 똑같기 때문에 절대 안되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트릭을 써서 되게 하는 게 아닙니다. 이날 연습한 것도 제가 파악한 듀플리에렌의 실체를 검증하고 안되면 버리고 되면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지 누구에게 과시하려는 건 아니었지요. 영상 촬영 전에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된다는 결론이 났기에 한 것이었지요.

    중요한 건 파울루스 칼의 경우 듀플리에렌을 그냥 쉴하우랑 다를 바 없이 치는데 (http://wiktenauer.com/wiki/Paulus_Kal#/media/File:Cgm_1507_61r.jpg) 이 듀플리에렌의 실체가 쉴러 크럼프라는 걸 생각해보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제프 티시와 같이 희한하게 하는 게 이 파울루스 칼의 삽화를 어떻게든 맞춰보면서 안면에 칼이 들어오는 것도 막아보겠다는 행동이었지요. 하지만 15세기의 괴랄한 비율을 감안하면 왼발을 보내면서 측면으로 빠지면서 상대 머리를 향해 쉴러 크럼프를 치는 게 맞았던 것이죠.
  • 99827 2017/06/19 18:53 # 삭제

    아~ 제가 엉뚱하게 이해를 했네요. 일단 여기서 나오는 방향은 상대방이 맞는 부위지 베는 방향이 아닌거군요. 왼쪽 베기든 오른쪽 베기든 타점이 상대방의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그 말이었군요.
  • abu Saif al-Assad 2017/06/20 00:46 #

    네 맞습니다. 상대방의 어느쪽 오프닝을 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요. 같은 오프닝을 두번 때리는 걸로 판단합니다. 그게 어떤 베기던지 상관은 없는거고요.
  • R 2017/06/20 23:21 # 삭제 답글

    서양검술은 문외한입니다만, 어쩐지 검도의 머리 막고 허리나, 머리 치고 허리 비슷하게 보이네요. 직선으로 들어가 사선으로 옮기는 보법은 확실히 참 닮았습니다. 어떻게 해도 같은 인간의 몸,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 점이 많군요.(웃음)

    차이라면 두 번째 스텝에서 간격이 급격히 줄어드는 부분에서 검도에서라면 판정이 나오지 않을 칼날의 가까운 부분으로 얼굴을 공격한다는 부분입니다. 동영상의 가장 처음 연무(얼굴 공격)에서는 오른 발로 첫 걸음을 딛고, 검도의 밀어걷기('거의' 항상 오른발이 먼저 나갑니다)와는 달리 교차걷기(?)로 왼 발을 써서 사선 스텝을 밟는데, 혹시 발을 반대로 딛게 되었을 때 기술적인 차이가 있을까요? 아니면 첫 번째 공격처럼 오른쪽 측면타를 날린다면 항상 오른 발을 앞으로 딛게 되어있는 검리라서 두번째 스텝은 항상 반대 쪽인 왼발로 딛게 되어있는 걸까요? (그리하여 왼쪽 측면타가 첫번째 공격이라도 스텝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걸까요?)
  • abu Saif al-Assad 2017/06/20 23:35 #

    리히테나워류는 거의 얼굴이나 상체가 타겟이기 때문에 베기가 제법 높게 들어가는 편입니다. 그래서 높은 베기끼리 붙다 보니 칠 곳이 머리 위나 얼굴 앞쪽 정도가 나와서 저렇지요. 그리고 실제로 해보면 수평이나 대각선으로 치는 건 좀 힘이 안들어가기도 합니다. 저렇게 치는게 그나마 힘이 좀 나오는 편이죠.

    크로싱 스텝을 쓰는 건 일단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왼발이 앞으로 나간 것으로 표현되는 것을 지키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듀플리에렌 들어갈때 궤적이 크지 않아서 팔만으로는 강한 힘을 싣기 어려워서 이동의 힘을 더하는게 더 좋은 것도 있고, 상대가 따라오는 걸 피하려면 크게 나가야 하는데 그때 크게 나가기 좋은 스텝이라 그런 것도 있습니다. 보신 대로 오른쪽부터 공격하고 오른발이 같이 나가는게 기본이라 그런 것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왼쪽을 먼저 치면 왼발이 나가고 그 다음엔 오른발이 나가게 됩니다.
  • 미미무 2017/07/19 13:25 # 삭제 답글

    음 듀플리에렌에대한 반격법이 상대의 약한부분을 자신의 강한부분으로막은후 크게움직이는것을통해 상대의공격선에 자신의검을두면서 동시에 자신의공격선에 상대의검을 치우는 방법이군요. 뮤티에렌은 자신의 강한부분으로 막은후 상대의검과 평행하게하면서 반대편으로 칼을얽혀넘겨그대로 찌르는방법이던데 이것도 반격법이있을까요
  • abu Saif al-Assad 2017/07/19 15:42 #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이 그냥 높이 들어올리면 모든 종류의 쉴러는 다 막힙니다. 막은 상태로 쉴러를 쳐서 이기는거죠. 뮤티에렌에 대한 반격법은 쉬랑훗 자세로 변환하면서 쉴러를 치면 쉽게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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