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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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기황 네오랑가 잡설저장소



남해기황 네오랑가, 1998년작으로 일종의 로봇물에 해당한다. 이것을 보게 된 것이 작년 초였는데 요즘은 워낙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들만 난무하는 터라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이 오랜만이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다만 기획 의도나 스토리 배분은 좀 실패했다는 느낌이었다. 일단 오프닝에서는 여자 셋이 폴리네시안 문화권의 춤과 제사로 네오랑가를 통제하면서 그에 대항하는 고대 신들과 맞서 싸운다는 느낌을 주지만 극중에서는 그런 건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네오랑가는 세 자매들의 일상에 변화를 주는 일종의 소도구 역할만 한다. 네오랑가의 존재를 이용해먹으려는 마을 상인들이나 막내 자매인 유우히 그리고 정치인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여러 이권 문제 같은 갈등이 소소하게 전개될 뿐이다.

그러다가 중반 이후부터 스토리가 급전개되기 시작하는데 일본에서 네오랑가와 같은 종류의 고대 로봇인 이부키를 발굴하여 정치 권력을 잡으려는 비밀 결사인 허신회가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지만 이부키는 네오랑가에게 패배하고 죽은 줄만 알았던 세 자매의 오빠인 마사루가 돌아오는데, 이때 점점 밝혀지는 사실은 랑가나 이부키는 세계에 수없이 많이 존재했던 고대신 "스라"라는 존재들이고 우주를 창조한 "타오"는 이들 스라를 두려워하여 인간 중 선택받은 일부를 "큐리오테스"로 만들어 능력을 부여하고 자신의 종으로 만들어 자신에게 봉사하는 자로 써먹는다. 마사루 또한 큐리오테스였던 것. 랑가는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진 고대신으로 생사여탈권을 좌지우지하는 창조신 타오에게 반항하여 그에게 맞서싸우던 존재였으나 오랜 전쟁에 지친 인간들에 의해 봉인당하고 남태평양 군도 섬에서 신으로 숭배받는다.

랑가나 이부키는 원래 영혼을 가진 고대신이었으나 봉인 내지는 살해당하고 시체에 제어장치를 설치하여 조종하는 일종의 산송장이었던 것. 이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큐리오테스들과 스라의 껍데기들이 부활하고 태양 근처에 거대 웜홀이 발생한다. 큐리오테스들은 각국 지도자와 접촉하여 창조신 타오가 노했으며 그 이유는 악마 랑가가 세계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웜홀이 생기고 초신성 폭발의 여파가 들이닥치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국제 연합군이 결성되어 랑가를 공격하고 마사루는 세 자매들을 회유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공간을 지배하는 고대신 아카사에 탑승하여 싸우나 고대의 모습으로 완전히 부활한 랑가의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 앞에 파괴되고 만다. 이후 함께 타오와 싸우자는 랑가(의 영혼을 가진 소년)의 제안에 삼녀 유우히는 싸우자고 하지만 다른 자매의 반대에 의해 셋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랑가는 잠들며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며 끝난다.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스토리의 전개가 40화부터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덕분에 세계 각지에서 부활한 큐리오테스와 고대신과의 싸움이 흐지부지 넘어가버리고 제대로 묘사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 급전개라서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다. 초중반까지의 느리고 지루한 일상생활 스토리는 늦어도 10화 안으로 종결시키고 쿠테타와 고대신과의 싸움으로 넘어갔어야 했다. 그래야 제작진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제대로 묘사했을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폴리네시안 문화의 춤과 제사로 통제되는 고대신이라는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컨텐츠를 확보했는데도 극중에서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제작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춤과 제사 그리고 장녀는 방패 차녀는 큰칼 삼녀는 대형 낫이라는 소도구까지 다 설정해놓고 정작 로봇이나 조종, 주술이라는 컨텐츠를 전혀 살리지 못한 것은 의문이다. 보통 의견 충돌로 사장된 컨텐츠가 OP나 ED, 혹은 극중 소도구로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과학전대 다이나맨이 원래 야구전대였으나 기각된 대신 복장에 그 흔적이 남은 것 등) 이것도 원래 기획과 틀어지는 과정에서 오프닝에만 그 흔적이 남은 것으로 보여진다.

제작 당시에는 비슷한 생체로봇, 신화, 미스테리 분위기를 견지한 에반게리온과 조목조목 비교당하는 처지였다고 하고 흥행도 실패했기에 지금 리메이크된다고 해서 흥행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보다 원안에 가깝게 리메이크 된다면 원작보다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본다.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오프닝 연출과 삼녀 유우히의 매력 때문에 본다고 하는 평이 많으니 오프닝에서 나오는 요소들이 극중에서 나왔더라면 확실히 인기가 더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다음 TV팟 등에 전편이 올라와 있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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