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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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쓰여지지 않은 에피소드 - 저에게도 영혼이 있습니까? 팬픽

안쓴 내용.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와 영혼에 관한 이야기.

전습대 에피소드 중 하나. 안산에 일본인들을 이주시키고 있는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특별히 고급 인력들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그중에는 전설의 로봇 공학자이자 유기체와 무기체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내고자 하는 미친 박사가 있었다. 한편 원곡동에는 단발머리 소녀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한중일 3개국어를 하고 나이는 어린데 학교도 안다니는 꼬마 새댁 같은 아이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사면서 사람들과 곧잘 이야기하곤 하는 여자아이의 소문은 전습대에도 퍼진다.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언급으로 그 아이가 소문의 미친 박사가 만든 로봇이라는 사실이 전습대에서 알려진다.

한편 정체모를 자객이 전습대원들을 급습한다. 그날도 지나가던 그 여자아이는 졸지에 전습대원에게 멱살을 잡혀 인간방패가 되어버리고 귀가 대도에 찍혀버리면서 쓰러진다. 자객들은 사살당했지만 여자아이는 죽을 뻔 했다며 찢어진 귀를 움켜쥐고 눈물어린 눈으로 화를 버럭 낸다. 짜증이 폭발한 대원은 이게 영혼도 없는 로보트가 까분다며 검으로 후려치지만 오히려 칼이 부러진다. 당황한 대원을 내가 말리면서 여자아이를 일으켜세워주려고 하지만 여자아이는 혼이 나간 듯이 멍하니 있다가 내 손을 뿌리치면서 구입한 식재료들을 주섬주섬 저워서는 조용히 사라진다.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핏자국이 선명했지만 나는 갈라진 살 사이로 빛나던 금속제 골격을 보았다. 돌아가서 요시노부에게 보고하니 화를 버럭 내면서 당장 미친 박사에게 사죄해야 한다며 간다.

미친 박사가 차려놓은 연구실 한켠에는 마치 사람처럼 길게 상처를 치료한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퀭한 눈으로 보는 여자아이와 더불어 조용하지만 뼈있는 말투로 요시노부에게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늙은 미친 박사. 사실 그 여자아이의 정체는 유기체와 무기체의 결합을 성공시킨 신형 안드로이드로써 피부나 근육, 눈이나 감각기관은 인간의 그것과 같지만 골격과 신경계, 뇌 등은 금속과 전자기계로 만들어진 존재였다. 감각기관에서 오는 아날로그 신호를 뇌에서 디지털로 처리하며 자칭 뇌내 시냅스 구조를 완전 복제했다는 전기신호의 네트워크는 정해진 명령어만 수행할 줄 아는 기존의 로봇 알고리즘과는 전혀 다른 최대 핵심이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완전한 사람이고 음식의 섭취와 소화 배설을 통해 유기조직을 유지 보수한다. 그 여자아이가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는 건 미친 박사의 최종 프로젝트인 인공지능이 자아까지 확립하는 것을 실험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한편 소문의 여자아이가 로봇이라는 소문은 전 안산에 다 퍼진다. 그리고 미친 박사에게 여자아이가 사라졌으니 꼭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요시노부는 총력을 동원해야 한다며 총재 명령을 내린다. 여자아이가 도서관에 있다는 제보에 의해 붙들려 온다. 여자아이는 하루종일 영혼이나 자아에 대한 책들을 훑어보고 있었다고 하는데 어두운 얼굴을 보면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듯 하였다. 그리고 말하기 시작한다. 감정도 생각도 있는 자신이 사람과 다른 건 무기체의 비율뿐인데 단지 유기체인 뇌와 무기체인 계산 코어라는 것으로 인해 영혼이 없다는 것인지, 영혼이 무엇인지, 죽음은 완전한 종말인지 유기체인 인간은 내세가 있지만 자기는 사람이 만든 존재니까 부서지면 영원히 끝인지, 나라는 존재는 결국 나 하나만이 아니라 복사하면 수십 수천만개도 될 수 있는 것인지, 내가 나 하나만이 아니라 수억 수천만개의 몰개성 속에 매몰되는 것이 무섭다고 점점 빨라지는 말 속에 결국 엉엉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리를 깨고 또 도망친다.

경이로운 속도로 도주하던 여자아이는 결국 어느 건물 입구에서 포위된다. 그런데 하필 그 뒤는 천주교 성당이었고 부리부리한 눈매의, 신도들과 자주 싸운다는 괴팍한 신부님이 있는 곳이었다. 여자아이는 성당 안으로 도주하고 대원들이 따라가려는 찰나 할머니 수녀님이 하나님의 집에 흉물을 들일 수 없다며 막자 결국 천주교 신자들이 반 이상인 대원들은 시무룩해져서 칼을 집어넣고 나는 보호자 자격으로써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며 무기 벨트 전체를 풀어서 대원에게 건넨다. 그리고 교인임을 말하며 세례명을 밝히자 어떠한 폭거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다짐과 함께 혼자서만 성당으로 들어간다.

스테인드 그라스를 통해 비추어진 빛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성당 안에 여자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신부님의 옷자락을 붙들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영혼에 관해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괴팍한 신부님이 부리부리한 눈매를 빛내며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신경계 구조가 극도로 단순한 1mm길이의 이 벌레는 흙속에 사는데 시냅스간의 연결이 복잡하지 않아 연결구조를 규명할 수 있었고, 근래 그 시냅스 구조를 프로그램으로 복제하여 바퀴와 센서가 달린 기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전원을 넣자 시냅스간의 연결이 복잡하게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고, 장애물을 인지하고 비켜나가고,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는 어떤 명령어나 패턴도 없이 그저 시냅스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기적이며, 그 기계속에는 예쁜꼬마선충의 영혼이 그대로 살아있던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시냅스간의 전기연결이 복잡화되고 그것이 생각을 만들고 자아를 창출하고 마침내 생각하는 인간을 만든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로봇이 아니다. 신이 창조한 인간의 그릇이란 신비로운 것이고 인간이 그것을 따라 만들어냈다는 것이 좋다곤 할 수 없겠지만 정말 그렇다면 신앙의 신비인 영혼이 신의 뜻에 따라 그 안에 스며들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신을 인지하고 정의라는 것을 따르며 신을 우러르고자 하는데 비록 몸이 어떻든간에 방황 끝에 이 성당에 들어온 것은 틀림없는 영혼의 증거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만일 사람의 시냅스 구조를 복제하여 넣은 카메라가 있다면, 어느날 작동을 멈추고 렌즈를 돌려 이렇게 말할 텐데, 가령 "주인님(DOMINOS), 저에게도..." 라고 말하자

"저에게도 영혼이 있나요?!"

라고 말을 끊은 여자아이를 향해, 신부님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당연하지."

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대성통곡을 시작했지만, 얼굴에서 어둠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6개월 후, 이 안드로이드는 유스티나라는 세례명을 받았으며, 학교에도 다니기 시작했다는 전대미문의 존재가 되었다. 이미 한국 천주교계에서는 전설이 아닌 레전드일 정도다. 그래서 이 안드로이드 유스티나는 어느날 교정에 나와 있던 나에게 반항적인 눈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나에게 묻기를

"저에게도 영혼이 있나요?"

라고 말하길래, 웃고 울고 떠드는 이것이 기가 차기 그지없었으므로,

"너 같은 로봇이 어디 있어?"

라고 말하자, 그녀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돌아서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을 향해 갔다. 그 걸음은 한결 가벼웠으며 간혹 깡총거리는 듯도 하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덧글

  • 옆뱀 2015/11/03 13:05 # 삭제 답글

    ......내가 뭘 본거지? 그것보다 그거 장르 파괘(퍽!)

    딥 다크 판타지에 SF가 들어가다닛!
  • 킴브레이의 화덕덕 2015/11/03 17:58 # 답글

    흐음.. 통각이 있는 로봇이라..
    일상에 나오는 나노라는 로봇이 생각난다는.
    개그로 꽃피우는 안산드레아스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5/11/03 18:41 #

    정확히 보셨군요. 모티브는 시노노메 나노입니다.
  • 킴브레이의 화덕덕 2015/11/03 19:19 # 답글

    신부님은 설마 신부님 우리 신부님... 은 아니겠지요?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5/11/03 19:34 #

    아뇨 신부님은 실제로 봤던 신부님입니다.
  • 지나가던과객 2015/11/03 23:38 # 삭제 답글

    저 안드로이드가 사랑에 빠져서 얀데레가 된다면.......

    총이 어울리겠지만, 여기 주인장 취향에 맞춰서 칼을 들겠지......
  • Pedro.E 2015/11/03 23:46 # 삭제 답글

    안드로이드는 전기 영혼의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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