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후 발칙한 요시노부 놈, 외출 제도가 존재할줄은 상상조차 못했을 터!"
김 아무개와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것은 정식 청첩장도 아니고 무려 김책 동지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이 년놈들이 은혜를 무시하고 나를 따돌리고 미리 사고를 쳤다... 그런말인가? 에엑따 이런 식박색히가!
"김책 동지! 대한민국 K9가 이렇게 느려터졌소? 이래가지고서야 무슨 얼어죽을 재규어랑 경쟁하겠소?"
"그렇게 말씀 하셔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차가 잔뜩 막히고 있는 건 나도 안다. 내 눈은 옹이구멍이 아니거든. 그러나 그런 건 내 알바 아니고 시속 500km로 드래그스터 싸대기를 갈기는 초고속으로 가는 것은 우주의 진리이자 열역학 제2법칙이며 그러니까 절대 위반될 수 없는 거시기라는 말이다.
"이러니 링컨 MKS가 세계 최강의 차량이라는 거지! K9따위가 어디서 감히!"
김책 동지는 더이상 대꾸 자체를 안하고 있었다. 그게 현명하다. 이미 나의 반응은 통제 불능의 비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미 나의 상상은 경기도에 무차별 핵공격을 가하는 데에 이르고 있었으며 김책 동지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갓길 주행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오오...! 과연 기아가 전신전령을 다해 만든 K9! 정말 놀라운 고성능이군!"
김책 동지는 운전대만 붙들고 있었을 뿐, 더이상 말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
"오오! 이는 형님 아닙니까!"
"오오! 넌 깜빵에 처박혀 있지 뭘 기어나왔어?!"
식장 앞에서 마주친 것은 김 아무개의 결혼소식을 듣고 피-꺼-솟 하신 우리의 대치동 김씨였다. 손에는 콜드스틸社의 역작, 플라스틱 빳다 브루클린 스매셔를 들고 깽판을 칠 준비를 완료하실 이분께서는 방금 스포츠용품점에서 목검을 사들고 나온 나와 맞물려 마치 당장이라도 패싸움을 벌일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양인데, 덕분에 하객으로 추정되는 몇명과 행인들은 졸지에 겁에 질려 주변 10m바깥으로 도피한 상태였다.
"이 개자식이 내 조카를 뺏어가?"
"요시노부! 네놈을 죽여 레이테 만에서 수장된 전함 텔피츠의 원혼을 달래겠다!"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을 지껄이며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 안에 있던 하객들이 우리의 형형한 눈초리를 보고 얼굴이 시퍼래지는 것이 보였다. 거기에 한놈은 거대한 덩치에 남태평양 부족스러운 문신을 한 할리데이비슨 가죽 빠숑의 소유자요, 한놈은 현대에서 보기 드문 100%울에 황금 단추만 20개가 붙은 조끼에 줄무늬 와이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목검을 든 놈이 아닌가!
다행히도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히기 직전이었으나 곧 이 흉포한 깡패 두놈이 문짝 하나씩 붙들고 잡아 땡기기 시작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와 비례하여 내부의 하객들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시퍼래지고 있었는데 결국 엘리베이터 문이 삐뚤어지면서 멈춰버렸고, 삐-하는 부저음과 함께 엘리베이터는 작동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계단으로 갑시다!"
"오우!"
폭도들의 침공으로 알았는지 경호원들이 막아섰지만 다들 내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는 모양새이다.
"아니.. 어떻게..."
"전습대 봉행 겸 보병지도역 에노모토 카마지로다! 요시노부 총재에게 드릴 말씀이 있으니 물러서라!"
경호원 중 한놈이 말을 더듬으면서 말하기를,
"무..무기는 내려놓으시.."
"길고 딱딱하고 단단하고 굵은 대화가 필요해서 그러니 비켜!"
경호원들이 말도 안되는 문장에 당황하는 틈을 타 그들을 밀치고 올라갔다. 식장이 있는 2층으로 진입하니 한참 식이 진행중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앞으로..."
여원홍의 목소리구나, 호북성 바깥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개새끼!
"이 결혼은!"
"지랄하지마라!"
순간 식장 내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다. 그리고 다들 표정이 변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왼쪽에는 남태평양 부족전사 스타일의 문신이 새겨진 할리데이비슨 가죽 패션의 사채업자 대치동 김씨요, 오른쪽에는 100%울 재질에 20개의 황금 단추를 갖춘 조끼에 줄무늬 와이셔츠로 중무장한 지금 깜빵에서 썩고 있어야 할 자가 귀신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는 김 아무개는 처음에는 반가운 얼굴을 했다가, 김씨와 내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는 점점 인상을 쓰기 시작하고 있었다. 요시노부는 당황했다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겨우 입을 떼서 하는 말이란...
"혀.. 형님?!"
"너같은 동생 없다!"
내가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하자 대치동 김씨도 쫓아오기 시작했다. 요시노부는 더 커진 당황을 금치 못하며 이번에는 호칭을 바꾸면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자.. 장인 어르신들..?"
"누가 니 장인이냐, 터미네이트!!"
김씨와 나의 입에서 동일한 문장이 튀어나오면서 요시노부와 굵고 단단한 대화를 시작하려는 순간, 왠 여자 꼬마아이가 홀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형님, 잠깐만요..."
김씨도 꼬마아이를 봤는지 브루클린 스매셔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린 채로 멈춰서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그 꼬맹이를 추적하는 가운데 그 꼬맹이는 김 아무개에게 가더니 드레스 자락을 붙들고는...
"엄마... 이상한 아저씨들 뭐야?"
엄마라니...! 엄마라니!! 거기에 이상한 아저씨라니?! 에엑따 아읔흨흨... 그리고 그 꼬마애는 아장아장 걸어서 요시노부의 바짓자락을 붙잡고는 아빠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요시노부는 그 애를 번쩍 들어서 품에 안더니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벌써 세살로.."
"으이구 이 푼수 천년웬수들아!"
등짝이 강력하게 후려쳐지면서 눈에 불이 번쩍하면서 들린 것은 대치동 누님의 목소리였다. 1초의 빈틈도 없는 초속 강약강중약의 패턴으로 후려쳐지는 핸드백 어택에 겨우 앞으로 빠져나오면서 피하려 들었지만 쫓아오면서 패는 데에는 도리가 없다.
"여보 그만! 그만!!"
"땡큐 썰!"
겨우 일어서면서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하이힐에 정장 차림, 금목걸이로 멋을 낸 상태로 어른의 매력을 뽐내며 씩씩대는 대치동 누님이 있었다.
"언제 철들거야? 어 언제 철들거야? 얘는 그렇다치고 당신은 평생 애야? 체통을 지켜야될거아냐!"
"으따 누님 저도 경력이 눈부신데 얘라니..."
"으이구 이것아 너도 나이값좀 해라!"
"오 마이 어깨!"
어깨를 부여잡으면서 핸드백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 고찰하는 와중 식장 내의 분위기는 360도 반전되어 하객들은 푸하하 하면서 웃느라 정신없었다. 일종의 깜짝쇼 같은 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개그의 필수요소는 진지함이라고 하지!
분위기가 반전된 이상 이젠 심각하게 굴 수도 없었으므로, 목검을 조용히 내려놓고 홀을 향해 돌아서자 요시노부와 나란히 서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김 아무개와 눈이 마주쳤다. 조금 미워하는 듯이 눈초리에 힘을 주던 김 아무개는 이내 힘을 풀고는 연민 가득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자 나도 심정이 복잡해졌다. 내던지듯이 쉰 한숨 후 입을 열었다.
"이 애는 언제..."
"안산 사변 때...."
요시노부를 노려보았다. 이놈 아무개가 싸대기 맞았을 때 양호실로 데려간다고 하면서... 속였구나 요시노부!
"내가 밖에서 죽다 살아나는데 너는 10년 연하 여자애한테 손을 대?"
"......"
요시노부는 곤란한 표정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내 코를 툭툭 치는 손길이 느껴져, 보니 이 꼬마가 들이댄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모양새가 귀여워서 가만히 보니, 이는 김 아무개를 마치 복제 생산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개가 어렸을 때에는 바로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여겨질 만 했다. 틀림없는 김 아무개의 자손이다.
그런 이 아이를 보니, 요시노부에 대한 짜증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가는 게 느껴졌다. 결혼에 반대하다가도 손주 손녀의 애교에 녹아 항복하고 마는 시부모의 패턴이라는 것이 이해될 정도다. 그리하여 내 마음 속의 반대하는 마음은 완전히 소멸하였으며, 이렇게 된 이상 밥이나 먹고 가는 수밖에...
한편 대치동 김씨도 이 아이의 귀여움에 홀린 듯, 팔을 내밀면서 이리 와 안겨보라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했으나 애는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요시노부 품으로 더욱 꼭 파고들었으며 그에 의해 김씨의 얼굴은 슬픔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곧 김씨는 가죽 자켓을 대치동 누님에게 붙들려 끌려 내려갔다.
"이 애 이름은 뭐냐?"
"은영이.. 도쿠가와 긴레이..."
"나쁘지 않은 이름이구나."
"빨리 안내려와?!"
나 또한 대치동 누님에게 끌려 내려갔으므로 더이상 홀을 점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충 빈 테이블 쪽으로 끌려갔으나 나는 도저히 앉을 기분이 아니었으므로 그냥 서 있으면서 결혼식 진행을 보았는데, 검은 머리카락이 샴푸향을 흩날리면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고개를 내려 앞을 보니 정장 차림의 김추자였다. 전형적인 OL타입의 옷을 입은 그녀는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로 시선만 나를 향하는 그녀의 옆에서 대치동 누님이 일본말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데, 그 말이란...
"이거 봐요. 남편이란 게 이렇게 버릇을 안 들이면 평생 고생이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못하면 확실하게 때려줘야 돼요. 자요 지금 버릇을 들여놔야지."
그리고는 김추자의 손목을 붙들고 내 어깨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짖궂은 장난기가 들어서 시스테마 영상에서 본 대로 맞을 때마다 해당 부위를 앞으로 전진시켜가며 방어해내고 있었는데, 결국 대치동 누님이 손바닥으로 쎄게 후려쳐 버렸다.
"가만 안있어?! 자요 지금 때려야 돼요. 버릇을 들여야지!"
김추자는 마침내 손을 스스로 들어올려 손바닥을 폈으며, 수줍음을 채 버리지 못한 채로 머뭇거리면서 칠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나름대로의 보답을 주기로 했다. 원래 프로레슬링은 접수가 중요한 법이니까. 나도 그녀의 용기를 낸 시도에 접수로 화답해주려는 것이다. 마침내 그녀의 손바닥이 움직였다.
"퍽!"
"그/아/아/아/앗!!"
김추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
전습대 최종화 끝
후속작 신정부(新政府)
신정부의 권위가 확대되고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이 곳곳에 미칠 때 대한민국의 언어, 풍습, 전통, 문화, 제도는 모두 무효가 된다!
사회진화론과 변증법의 신봉자가 만드는 세상 혁명의 무시무시한 디스토피아 열전!
대 서사시 제 1화 - 붉은 자본가 -
안 씁니다.이건 내문제니까 내가 안쓰는거요 누가 나를 강제로 시키는거요
김 아무개와 도쿠가와 요시노부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것은 정식 청첩장도 아니고 무려 김책 동지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이 년놈들이 은혜를 무시하고 나를 따돌리고 미리 사고를 쳤다... 그런말인가? 에엑따 이런 식박색히가!
"김책 동지! 대한민국 K9가 이렇게 느려터졌소? 이래가지고서야 무슨 얼어죽을 재규어랑 경쟁하겠소?"
"그렇게 말씀 하셔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차가 잔뜩 막히고 있는 건 나도 안다. 내 눈은 옹이구멍이 아니거든. 그러나 그런 건 내 알바 아니고 시속 500km로 드래그스터 싸대기를 갈기는 초고속으로 가는 것은 우주의 진리이자 열역학 제2법칙이며 그러니까 절대 위반될 수 없는 거시기라는 말이다.
"이러니 링컨 MKS가 세계 최강의 차량이라는 거지! K9따위가 어디서 감히!"
김책 동지는 더이상 대꾸 자체를 안하고 있었다. 그게 현명하다. 이미 나의 반응은 통제 불능의 비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미 나의 상상은 경기도에 무차별 핵공격을 가하는 데에 이르고 있었으며 김책 동지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갓길 주행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오오...! 과연 기아가 전신전령을 다해 만든 K9! 정말 놀라운 고성능이군!"
김책 동지는 운전대만 붙들고 있었을 뿐, 더이상 말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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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는 형님 아닙니까!"
"오오! 넌 깜빵에 처박혀 있지 뭘 기어나왔어?!"
식장 앞에서 마주친 것은 김 아무개의 결혼소식을 듣고 피-꺼-솟 하신 우리의 대치동 김씨였다. 손에는 콜드스틸社의 역작, 플라스틱 빳다 브루클린 스매셔를 들고 깽판을 칠 준비를 완료하실 이분께서는 방금 스포츠용품점에서 목검을 사들고 나온 나와 맞물려 마치 당장이라도 패싸움을 벌일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양인데, 덕분에 하객으로 추정되는 몇명과 행인들은 졸지에 겁에 질려 주변 10m바깥으로 도피한 상태였다.
"이 개자식이 내 조카를 뺏어가?"
"요시노부! 네놈을 죽여 레이테 만에서 수장된 전함 텔피츠의 원혼을 달래겠다!"
말이 되지 않는 문장을 지껄이며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 안에 있던 하객들이 우리의 형형한 눈초리를 보고 얼굴이 시퍼래지는 것이 보였다. 거기에 한놈은 거대한 덩치에 남태평양 부족스러운 문신을 한 할리데이비슨 가죽 빠숑의 소유자요, 한놈은 현대에서 보기 드문 100%울에 황금 단추만 20개가 붙은 조끼에 줄무늬 와이셔츠를 입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목검을 든 놈이 아닌가!
다행히도 엘리베이터의 문은 닫히기 직전이었으나 곧 이 흉포한 깡패 두놈이 문짝 하나씩 붙들고 잡아 땡기기 시작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그와 비례하여 내부의 하객들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시퍼래지고 있었는데 결국 엘리베이터 문이 삐뚤어지면서 멈춰버렸고, 삐-하는 부저음과 함께 엘리베이터는 작동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계단으로 갑시다!"
"오우!"
폭도들의 침공으로 알았는지 경호원들이 막아섰지만 다들 내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는 모양새이다.
"아니.. 어떻게..."
"전습대 봉행 겸 보병지도역 에노모토 카마지로다! 요시노부 총재에게 드릴 말씀이 있으니 물러서라!"
경호원 중 한놈이 말을 더듬으면서 말하기를,
"무..무기는 내려놓으시.."
"길고 딱딱하고 단단하고 굵은 대화가 필요해서 그러니 비켜!"
경호원들이 말도 안되는 문장에 당황하는 틈을 타 그들을 밀치고 올라갔다. 식장이 있는 2층으로 진입하니 한참 식이 진행중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앞으로..."
여원홍의 목소리구나, 호북성 바깥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개새끼!
"이 결혼은!"
"지랄하지마라!"
순간 식장 내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다. 그리고 다들 표정이 변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왼쪽에는 남태평양 부족전사 스타일의 문신이 새겨진 할리데이비슨 가죽 패션의 사채업자 대치동 김씨요, 오른쪽에는 100%울 재질에 20개의 황금 단추를 갖춘 조끼에 줄무늬 와이셔츠로 중무장한 지금 깜빵에서 썩고 있어야 할 자가 귀신같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는 김 아무개는 처음에는 반가운 얼굴을 했다가, 김씨와 내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는 점점 인상을 쓰기 시작하고 있었다. 요시노부는 당황했다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겨우 입을 떼서 하는 말이란...
"혀.. 형님?!"
"너같은 동생 없다!"
내가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하자 대치동 김씨도 쫓아오기 시작했다. 요시노부는 더 커진 당황을 금치 못하며 이번에는 호칭을 바꾸면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자.. 장인 어르신들..?"
"누가 니 장인이냐, 터미네이트!!"
김씨와 나의 입에서 동일한 문장이 튀어나오면서 요시노부와 굵고 단단한 대화를 시작하려는 순간, 왠 여자 꼬마아이가 홀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형님, 잠깐만요..."
김씨도 꼬마아이를 봤는지 브루클린 스매셔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린 채로 멈춰서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그 꼬맹이를 추적하는 가운데 그 꼬맹이는 김 아무개에게 가더니 드레스 자락을 붙들고는...
"엄마... 이상한 아저씨들 뭐야?"
엄마라니...! 엄마라니!! 거기에 이상한 아저씨라니?! 에엑따 아읔흨흨... 그리고 그 꼬마애는 아장아장 걸어서 요시노부의 바짓자락을 붙잡고는 아빠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요시노부는 그 애를 번쩍 들어서 품에 안더니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서는 말했다.
"말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벌써 세살로.."
"으이구 이 푼수 천년웬수들아!"
등짝이 강력하게 후려쳐지면서 눈에 불이 번쩍하면서 들린 것은 대치동 누님의 목소리였다. 1초의 빈틈도 없는 초속 강약강중약의 패턴으로 후려쳐지는 핸드백 어택에 겨우 앞으로 빠져나오면서 피하려 들었지만 쫓아오면서 패는 데에는 도리가 없다.
"여보 그만! 그만!!"
"땡큐 썰!"
겨우 일어서면서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하이힐에 정장 차림, 금목걸이로 멋을 낸 상태로 어른의 매력을 뽐내며 씩씩대는 대치동 누님이 있었다.
"언제 철들거야? 어 언제 철들거야? 얘는 그렇다치고 당신은 평생 애야? 체통을 지켜야될거아냐!"
"으따 누님 저도 경력이 눈부신데 얘라니..."
"으이구 이것아 너도 나이값좀 해라!"
"오 마이 어깨!"
어깨를 부여잡으면서 핸드백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 고찰하는 와중 식장 내의 분위기는 360도 반전되어 하객들은 푸하하 하면서 웃느라 정신없었다. 일종의 깜짝쇼 같은 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개그의 필수요소는 진지함이라고 하지!
분위기가 반전된 이상 이젠 심각하게 굴 수도 없었으므로, 목검을 조용히 내려놓고 홀을 향해 돌아서자 요시노부와 나란히 서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김 아무개와 눈이 마주쳤다. 조금 미워하는 듯이 눈초리에 힘을 주던 김 아무개는 이내 힘을 풀고는 연민 가득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자 나도 심정이 복잡해졌다. 내던지듯이 쉰 한숨 후 입을 열었다.
"이 애는 언제..."
"안산 사변 때...."
요시노부를 노려보았다. 이놈 아무개가 싸대기 맞았을 때 양호실로 데려간다고 하면서... 속였구나 요시노부!
"내가 밖에서 죽다 살아나는데 너는 10년 연하 여자애한테 손을 대?"
"......"
요시노부는 곤란한 표정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내 코를 툭툭 치는 손길이 느껴져, 보니 이 꼬마가 들이댄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모양새가 귀여워서 가만히 보니, 이는 김 아무개를 마치 복제 생산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개가 어렸을 때에는 바로 이렇게 생겼을 거라고 여겨질 만 했다. 틀림없는 김 아무개의 자손이다.
그런 이 아이를 보니, 요시노부에 대한 짜증이 봄눈 녹듯이 사라져가는 게 느껴졌다. 결혼에 반대하다가도 손주 손녀의 애교에 녹아 항복하고 마는 시부모의 패턴이라는 것이 이해될 정도다. 그리하여 내 마음 속의 반대하는 마음은 완전히 소멸하였으며, 이렇게 된 이상 밥이나 먹고 가는 수밖에...
한편 대치동 김씨도 이 아이의 귀여움에 홀린 듯, 팔을 내밀면서 이리 와 안겨보라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했으나 애는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요시노부 품으로 더욱 꼭 파고들었으며 그에 의해 김씨의 얼굴은 슬픔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곧 김씨는 가죽 자켓을 대치동 누님에게 붙들려 끌려 내려갔다.
"이 애 이름은 뭐냐?"
"은영이.. 도쿠가와 긴레이..."
"나쁘지 않은 이름이구나."
"빨리 안내려와?!"
나 또한 대치동 누님에게 끌려 내려갔으므로 더이상 홀을 점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충 빈 테이블 쪽으로 끌려갔으나 나는 도저히 앉을 기분이 아니었으므로 그냥 서 있으면서 결혼식 진행을 보았는데, 검은 머리카락이 샴푸향을 흩날리면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고개를 내려 앞을 보니 정장 차림의 김추자였다. 전형적인 OL타입의 옷을 입은 그녀는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로 시선만 나를 향하는 그녀의 옆에서 대치동 누님이 일본말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데, 그 말이란...
"이거 봐요. 남편이란 게 이렇게 버릇을 안 들이면 평생 고생이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못하면 확실하게 때려줘야 돼요. 자요 지금 버릇을 들여놔야지."
그리고는 김추자의 손목을 붙들고 내 어깨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짖궂은 장난기가 들어서 시스테마 영상에서 본 대로 맞을 때마다 해당 부위를 앞으로 전진시켜가며 방어해내고 있었는데, 결국 대치동 누님이 손바닥으로 쎄게 후려쳐 버렸다.
"가만 안있어?! 자요 지금 때려야 돼요. 버릇을 들여야지!"
김추자는 마침내 손을 스스로 들어올려 손바닥을 폈으며, 수줍음을 채 버리지 못한 채로 머뭇거리면서 칠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나름대로의 보답을 주기로 했다. 원래 프로레슬링은 접수가 중요한 법이니까. 나도 그녀의 용기를 낸 시도에 접수로 화답해주려는 것이다. 마침내 그녀의 손바닥이 움직였다.
"퍽!"
"그/아/아/아/앗!!"
김추자는 재미있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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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최종화 끝
후속작 신정부(新政府)
신정부의 권위가 확대되고 최고지도자의 지도력이 곳곳에 미칠 때 대한민국의 언어, 풍습, 전통, 문화, 제도는 모두 무효가 된다!
사회진화론과 변증법의 신봉자가 만드는 세상 혁명의 무시무시한 디스토피아 열전!
대 서사시 제 1화 - 붉은 자본가 -
안 씁니다.




덧글
아, "시간과 예산을 좀 더......"라는 변명따위는 죄를 지은 것으로 받아 들이겠음.
- 반역자 요시노부 새끼. 내가 자주포를 끌고가서 니놈 머리통을 부셔버리겠어!-
라는걸 생각...
(K9은 자주포 넘버링도 되니까....)
황군 시즌2 찍나 아주 박살을 냈어야 하는데 ㅡㅡ
여하튼 결말이 났네요
그동안 전습대 보는 낙으로 살았는데 앞으로는 어떡할지..ㅠㅠ
수고많으셨고 차기작 기대합니다(흐흣)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019/06/25 02:5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9/06/25 14:54 #
비공개 답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