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2년을 받긴 받았지만,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던 나에겐 그냥 먼세상 이야기처럼 들렸다.
어차피 이번 정권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이미 2차 안산 사변 막바지에 다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치안력 부재로 대폭 확대된 무기 소지와 자경단 활동을 철저히 억제하여 완전히 좀비사태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무기소지 제한과 자경단 활동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하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또 그렇기 위해서는 이번 안산 사변의 주역들을 진영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일벌백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중형을 받을 것은 예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도쿠가와 요시노부와 여원홍이 철저하게 나를 비판하며 안산 사변의 시발점으로 여겨진 전철연 지옥불 사태의 책임론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설프게 의리 지킨답시고 전습대의 행동을 옹호하고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간 그들도 중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것은 곧 안산시의 중국/일본인 이민자 사회의 구심점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날 내가 요시노부에게 반말을 하며 노발대발한 이후 요시노부 혓바닥의 칼날은 좀 둔해지기는 했지만, 그러나 기본적인 입장 자체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하여 도쿠가와 요시노부나 여원홍은 졸지에 사건의 중심에서 넘어가고, 전습대 활동의 책임을 모두 내가 뒤집어씀으로써 온갖 과실치사의 혐의를 받아 12년형이라는 애매모호한 형량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포자기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리하여 서울지방법원을 나선 나는 인터넷으로 많이 본 무솔리니의 포즈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여 울 100% 원단에 황금 단추로 이루어진 조끼와 상의를 입고,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약간 쳐들고 입은 힘있게 다문 채, 왼손은 허리춤에 얹은 채로 마치 독재자가 군중에 화답하듯 떼로 몰려든 국내외의 기자들과 카메라 세례에 여유롭게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양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던 중 이번 형량에 대하여 묻는 질문이 나왔다.
"좋은 질문이오. 기자양반은 어떻게 되오?"
"조선일보의 사회부 XXX기자입니다!"
"신수가 훤하고, 앞으로 큰일을 맡으실 분이로군. 좋습니다! XXX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하죠!"
연속적으로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들 앞에서 약 3초간 침묵한 다음 내 말을 받아적고 녹음할 준비가 기자들에게 완료된 것을 파악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이번 판결은 현 정부의 특별법을 위한 산제물에 다르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좀비사태 이후로 정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습니까? 치안도 그렇게 잃어버린 것 중 하나죠. 그래서 이제 국민대중이 스스로 최소한은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사실 그렇습니다. 법률이란 것도 여러 나라 제각각의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죠. 미국법이 왜 그러겠습니까?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나라가 널 다 지켜줄 수 없으니 법률로라도 권한은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미국에 더 가까운 상황이지요? 그런데 이걸 무시하고 모든 걸 다 옜날 식으로 쪼여버리겠다! 지금 그런 겁니다.
뭐 위정자들의 생각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최소한 국민안전을 보장해 줄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나서 그래야 하는 것이죠? 경찰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도시는 반쯤 텅 비어 있는 상황에 사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이때 범죄자가 나타나면 무슨 수로 자기를 보호하겠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범죄가 안일어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지금 정부 예산도 쪼그라든 상황에서 경찰력을 지방청이 충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경찰 예산도 이제 지방세로 알아서 운용하라는 것이 지금 현실인데, 지금 인구 멀쩡한 곳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시민들이 자력으로 조금 노력을 해 보겠다 이러는 것인데 이제 그냥 다 하지 말아라, 못하게 하겠다 이러는 것이죠.
징역 12년 형이란 것도 뭐 다르지 않습니다. 재판이라는 것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 공과를 판단하여 상벌을 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보시면 이게 흑호방주에게 홱가닥... 그 넘어가뿌린 진보단체들이 떼거지로 정신이 돌아뿌리가지고 도시 하나를 아주 함락을 시킬라고 한건데, 그렇죠. 이런 행위는 처벌을 당연히 해야되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한국의 현실을 무시하고 자 봐라, 자경단이 있으니까 이리 된거니까 그냥 자경단 싸그리 해채해뿌리자. 안산에 버스 대절해서 쳐들어오는 미친놈들이 사실 없어요. 다들 그냥 동네사람들끼리 모여가지고 손전등 하나 들고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고냥 싹다 같은 놈들이다 그러니 하지 마라... 뭐 해경 일부가 구조를 잘 못했으니까 해경을 싹다 해체해뿌라, 소방대가 제대로 활약을 못했으니까 소방방재청도 고냥.. 싸그리 없애뿌라. 그냥 잘못한 거기만 처벌하면 되는 겁니다. 심장이 아프다고 심장을 뽑으면 안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리가 아프니 싹다 짤라뿌리라 그말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흔들면서 머리가 아프다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했으나, 단순 연기가 아니라 98%쯤 진심이기도 했다.
"가슴은 이상을 향하되 눈은 현실을 봐야 되는 겁니다. 거 꼬맹이들도 요즘은 그런 식으로 생각 안하는 거죠? 그런 식이니까 막 이 홱까닥.. 돌아뿌린 사람들 맞아서 막 치안 지킨답시고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사선을 넘나들고.. 경찰들이랑 협력을 해서 지켜낸 사람도 그냥 니도 자경단 수장이니까 딴놈들이랑 똑같이 12년형이나 받아라, 아니 이럴 거면 법원이 왜 있겠습니까? 정권이 앉으라면 앉고서리 그냥... 행정부 응딩이 뒤에 숨어가지고 공사도 구분못하고 그냥 막나가는 거지요? 경찰 무시하고 아예 경찰서도 박살내고 도시도 깨부순 사람들하고, 경찰 협력하고 치안 유지하느라 수십명 죽어나간 우리네하고 똑같이 그냥 일괄 12년 먹어라! 왜냐! 어차피 우린 니들이 잘하고 잘못했고 관심 없으니까 특별법의 제물로 걍 재고 떨이 처분 해뿌라, 그냥 이런 이야깁니다. 그게 이번 12년형 판결의 이유란 겁니다."
어이없다는 듯 허공을 향해 시선을 두고 5초 정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역시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렇다면 전철연 지옥불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유지하시고, 그에 대한 과실 여부가 이번 판결의 주요 쟁점이었는데요. 전철연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제 없다고 보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흑호방주 자료를 또 재판 중에 제시를 한 부분입니다만, 뭐 다들 잘 아시겠지요? 한번 그걸로 시끄러웠으니까. 이 양반들이 다른게 아닙니다. 관련 없다 없다고 주장은 하는데 사실 이자들이 개입의 구실을 만들라고, 그럴라고 일부러 말도 안되는 데서 알박기를 시도했던 거죠. 그러다가 딱 사고가 터져가지고 전철연 이양반들이 셀프 거시기를 했다. 그러니까 다들 풀발기를 해가지고서리니 껀수를 잡았다 이러면서 이제 시위를 빙자해서 달려든 게 진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양반들이 뭔가 껀수를 반드시 만들어야겠다, 기존의 전철연 알박기는 거액의 보상금과 협상으로 다 해결이 됐어요. 근데 이번에는 그 구실을 만드는게 목적이니까, 어리버리한 알박기 일반인들 중 한두놈이 죽어줘야겠다. 그러기 전까지는 이게 도저히 해결이 안되는 문제란 말입니다. 그런 식이었으니까 뭐 우리가 이걸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됐든 뭐 답이 없는거죠. 애초에 껀수를 만들기 전에는 절대 못나간다! 이런 식이었으니 말입니다.
이거를... 재판부가 몰랐다면 그냥 장사 때려쳐야죠. 벌써 자료가 수도 셀 수 없는데 정황을 모른다면 그냥 관 둬야 안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요. 이거는 애들도 보여주면 다 아는 사실이고 지금 사람들도 죄다 납득을 못하고 있는데 그냥 야 계산하기 귀찮으니까 일괄 12년 가뿌자! 그냥 뭐 그겁니다. 특별법 산제물이란 이야기지요.
문제는 이제 뭐 우리야 그냥 깜빵에 집어 쳐넣으면 뭐 땡입니다. 땡인데... 이제 그놈의 법 때문에 몸도 못지키고 그냥 강도요 강간범이요 쓱 나타나면 발라당 누워가지고 구우쇼 삶으쇼 이래야 되는 우리 국민들은 뭔 죄랍니까? 대통령까지 해먹었으면 생각은 하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 후로도 몇가지 질문이 더 있었지만, 할말은 다 했으므로 심플하게 답하고 항소하려면 점심부터 먹어야 하니 얼른 가봐야겠다는 말을 끝으로 철수했다.
이후로 좀 의외였던 것이, 생각한 것과는 달리 격려의 편지니 선물이니 하는 것도 잔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방도 넓은 독방에 있을 것도 다 있어서, 감방이라기보다는 하급 모텔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주변에 수감된 자들도 죄다 모범수 투성이였다. 간수들의 대접도 나쁘지 않았다.
수감자들은 전습대 활동 당시의 무용담을 특히 듣고 싶어했고, 흑호방주를 비롯한 자들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은 듯 했다. 무용담을 듣던 자들이 이걸 점점 퍼트려서 구치소 내에서는 나를 거의 무협 고수인 것처럼 취급하기 시작했고, 교도관들도 검술에 대해 관심을 표하는 지라 체력단련 시간에 교도관과 수감자들을 지도하는 스터디그룹이 형성되기까지 했다.
그렇게 며칠 후.
"면회입니다!"
"면회요?"
사실 근래 들어 면회는 자주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떤 시민 단체라던가 보수 단체라던가 그냥 호감을 가진 시민 등등이 와서는 정부의 판결에 대한 부당함을 설파하고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것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확실히 힘이 되는 것이, 아무리 TV에서 이렇다 저렇다 해봐야 정말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은 못하다.
그리하여 내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새누리당의 모 유명 의원이었다. 국회의원이란 걸 과시라도 하듯 가슴에 달린 國자 뱃지가 시선을 끌었다.
"자네 정말 말 잘하더군. 청문회 때도 그렇고 말이야. 어디 웅변학원 다니기라도 한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생각 가는 대로 말하는 것일 뿐이지요."
"음..."
국회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입은 내가 먼저 열었다.
"무기와 자경단에 대한 금지 특별법은 어떻게 되가고 있습니까?"
"행정부와 투쟁하는 건 야당만이 아니야. 최소한 내 친구들은 자네와 생각이 비슷하긴 하지...."
잠시 침묵하던 국회의원이 말을 이었다.
"어이없는 행정부만큼 여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도 별로 없는 법이지."
다시 약간의 텀을 주던 국회의원이 자세를 조금 편하게 했다.
"일단은 우리는 수정안을 내놓았으니까, 자네도 그건 알테고..."
손을 앞으로 모아 놓고는 고개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자네, 정치해볼 생각 없나?"
"정치 말입니까?"
"그래. 정치. 자네도 징역살이로 커리어를 끝내고 싶진 않겠지."
사실, 항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형을 크게 줄인다 치더라도 나가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뭐 생각해보면 다시 무술 단체를 차려서 이번에는 전습대(傳習隊)가 아니라 순수하게 검술만 가르치는 강무소(講武所)라도 차려볼만 하겠고, 아니면 나도 미국의 알비온 소드를 벤치마킹해서 CNC가공으로 도검을 만들어 판다던가 하는 것 등 특기 적성을 살린 일을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정부의 의지가 너무 확고하네. 자네도 이번 일의 주역인 건 맞지 않나. 더군다나 변호사도 변변치 않은데 혼자서 서면 작성을 다 한다고? 그런 걸로 항소에서 큰 성과를 바란다면 세상을 너무 모르는 거야. 10년이라고 치자. 자네 옥중에서 나오면 40대야. 뭔가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될 수밖에..."
국회의원은 복잡하게 맞잡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만일 자네가 뜻을 품는다면 우린 이 나라가 젋은이의 앞길을 막는 일이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해줄 수도 있네."
내 알기로 이 국회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관련 부문에 방대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지금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방대한 권세를 자랑하는 김&장을 비롯한 다양한 로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 재판에서 신의 손 이상으로 탁월하다는 전관예우.. 그것도 얼마든지 동원하고 싶으면 못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은 명확했다. 이대로라면 넌 잘해봐야 10년형일 뿐, 인생은 그걸로 사실상 끝난다. 하지만 네가 정치를 하고 우리 밑으로 들어온다면 형량을 최대한 줄여주겠다. 이런 딜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31살의 풋내기에 인맥도 없는 저를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저격수가 되어주길 바라네."
"저격수요?"
정계에서 말하는 저격수란, 타 정당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전담하는 자를 말한다. 사실 당에 가입해서 활동한다고 해도 자신을 드러내어 당내에서 요직을 맡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연습생들 중에서 자신이 국내 최정상급의 가수로 우뚝설 확률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실력뿐만 아니라 운과 인맥까지 총체적인 면에서 단 한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
설사 운좋게 초선의원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 한들 당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는 또 별개 문제. 국민들에게 이름도 기억해받지 못할 듣보잡 의원으로 정치생명을 마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이슈의 중심이 되어 자신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첫번째로 할 일이다. 이런 자들이 선택하는 길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당의 실책때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반란을 일으키는 이른바 <소장파>라는 이름의 아웃사이더 집단이고, 또 하나는 저격수이다.
저격수는 무자비한 트러블 메이커이며 또 상대를 파헤쳐서 저격이 성공하면 크게는 두번 다시 상대를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당의 실책을 무차별적으로 파고듬으로써 정치적 판도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각한 어그로를 끌기 때문에 반대로 집중 뒷조사와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럼으로써 피워보지도 못하고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이건 재선, 3선 의원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리스크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치를 가진 의원들은 저격수를 잘 맡으려고 안한다. 어쨌든 필사적으로 자기자신을 드러내보여야만 하는 젋은 의원들이 주로 이런 걸 하지. 지금 내 앞에 있는 국회의원은 나의 말싸움 하는 걸 보고 어쨌든 저격수로는 써먹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지금 당내에서 다들 꼬리만 사리고 있어서 말이야. 용석이가 실수해서는 국회에도 복귀를 못하는 걸 보고 젋은 애들도 당의 실책만 호시탐탐 노리지 저격수가 되려고는 안해. 허... 같은 당의 동지를 가지고 언제 실수하면 물어뜯을까나 생각하고 있으니 원... 용석이가 방송 나오면서 이미지를 회복하곤 있긴 한데 아마 걔는 두번 저격수 하다간 이미지 박살나고 또 낙선할 수도 있으니 이젠 안하겠다더군."
"의외로군요. 전 젋은 초선 의원들은 패기로 뭉친 줄만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니까 문제야. 요즘 애들은 너무 쉽게쉽게 커가지고... 자넬 보니까 내 젋었을 때 생각이 나가지고 아주 반갑더라고. 우리 땐 친구들끼리 함께하면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는데..."
국회의원은 잠시 과거에 젖는 듯 했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네 정도의 사람이라면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해두지 않은 게 없진 않겠지. 사실 인재가 워낙 없으니 나라도 이렇게 사람을 구하고 있는 것이니..."
반짝이는 손목시계를 보는 국회의원. 시간을 확인하곤 손목에 스냅을 주면서 팔을 내린다. 내부의 추를 회전시켜 태엽을 감는 세이코 반자동 시계이리라.
"자네만 좋다면 즉시 자네를 구명할 준비를 하도록 하겠네."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 당장 결정하긴 힘들겠지만, 자네라면 미래를 생각할 줄 알리라 믿네."
국회의원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들어가십시오."
나도 일어서서 허리를 숙였다. 국회의원은 답례를 하면서 금방 사라졌다.
정치라.. 생각도 안한 부분이었고, 난 그저 치안상황의 부재에 편승한 전습대라는 자경단을 운용하면서 중국 깡패, 일본인 이민자, 치안이 아쉬운 시청과 경찰 사이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저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린 경제+군사 형태의 집단, 말하자면 이란 혁명수비대 같은 군사경제통합체를 운용해볼 생각이었지만, 이젠 그런 것은 완전히 꿈의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이제는 사실 그 국회의원의 말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내가 당에 입당하여 잘 하여 초선의원의 자리에 앉는다 한들, 어차피 소모품으로써의 소멸을 각오해야 할 저격수가 나의 일. 과연 내가 뭘 해야 하며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계 입문 이후의 미래란, 뿌연 안개처럼 한 치 앞도 예상되지 않는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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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94화 정치 안해요이건 내문제니까 내가 안하는거요 누가 나를 강제로 시키는거요
언젠가 씁니다.
어차피 이번 정권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이미 2차 안산 사변 막바지에 다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치안력 부재로 대폭 확대된 무기 소지와 자경단 활동을 철저히 억제하여 완전히 좀비사태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무기소지 제한과 자경단 활동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하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또 그렇기 위해서는 이번 안산 사변의 주역들을 진영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일벌백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중형을 받을 것은 예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도쿠가와 요시노부와 여원홍이 철저하게 나를 비판하며 안산 사변의 시발점으로 여겨진 전철연 지옥불 사태의 책임론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설프게 의리 지킨답시고 전습대의 행동을 옹호하고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간 그들도 중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것은 곧 안산시의 중국/일본인 이민자 사회의 구심점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날 내가 요시노부에게 반말을 하며 노발대발한 이후 요시노부 혓바닥의 칼날은 좀 둔해지기는 했지만, 그러나 기본적인 입장 자체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하여 도쿠가와 요시노부나 여원홍은 졸지에 사건의 중심에서 넘어가고, 전습대 활동의 책임을 모두 내가 뒤집어씀으로써 온갖 과실치사의 혐의를 받아 12년형이라는 애매모호한 형량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포자기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리하여 서울지방법원을 나선 나는 인터넷으로 많이 본 무솔리니의 포즈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여 울 100% 원단에 황금 단추로 이루어진 조끼와 상의를 입고,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약간 쳐들고 입은 힘있게 다문 채, 왼손은 허리춤에 얹은 채로 마치 독재자가 군중에 화답하듯 떼로 몰려든 국내외의 기자들과 카메라 세례에 여유롭게 오른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양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던 중 이번 형량에 대하여 묻는 질문이 나왔다.
"좋은 질문이오. 기자양반은 어떻게 되오?"
"조선일보의 사회부 XXX기자입니다!"
"신수가 훤하고, 앞으로 큰일을 맡으실 분이로군. 좋습니다! XXX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하죠!"
연속적으로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들 앞에서 약 3초간 침묵한 다음 내 말을 받아적고 녹음할 준비가 기자들에게 완료된 것을 파악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이번 판결은 현 정부의 특별법을 위한 산제물에 다르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좀비사태 이후로 정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습니까? 치안도 그렇게 잃어버린 것 중 하나죠. 그래서 이제 국민대중이 스스로 최소한은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사실 그렇습니다. 법률이란 것도 여러 나라 제각각의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죠. 미국법이 왜 그러겠습니까?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나라가 널 다 지켜줄 수 없으니 법률로라도 권한은 보장해주겠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미국에 더 가까운 상황이지요? 그런데 이걸 무시하고 모든 걸 다 옜날 식으로 쪼여버리겠다! 지금 그런 겁니다.
뭐 위정자들의 생각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최소한 국민안전을 보장해 줄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나서 그래야 하는 것이죠? 경찰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도시는 반쯤 텅 비어 있는 상황에 사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이때 범죄자가 나타나면 무슨 수로 자기를 보호하겠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범죄가 안일어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지금 정부 예산도 쪼그라든 상황에서 경찰력을 지방청이 충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경찰 예산도 이제 지방세로 알아서 운용하라는 것이 지금 현실인데, 지금 인구 멀쩡한 곳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러니 이제 시민들이 자력으로 조금 노력을 해 보겠다 이러는 것인데 이제 그냥 다 하지 말아라, 못하게 하겠다 이러는 것이죠.
징역 12년 형이란 것도 뭐 다르지 않습니다. 재판이라는 것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 공과를 판단하여 상벌을 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보시면 이게 흑호방주에게 홱가닥... 그 넘어가뿌린 진보단체들이 떼거지로 정신이 돌아뿌리가지고 도시 하나를 아주 함락을 시킬라고 한건데, 그렇죠. 이런 행위는 처벌을 당연히 해야되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한국의 현실을 무시하고 자 봐라, 자경단이 있으니까 이리 된거니까 그냥 자경단 싸그리 해채해뿌리자. 안산에 버스 대절해서 쳐들어오는 미친놈들이 사실 없어요. 다들 그냥 동네사람들끼리 모여가지고 손전등 하나 들고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고냥 싹다 같은 놈들이다 그러니 하지 마라... 뭐 해경 일부가 구조를 잘 못했으니까 해경을 싹다 해체해뿌라, 소방대가 제대로 활약을 못했으니까 소방방재청도 고냥.. 싸그리 없애뿌라. 그냥 잘못한 거기만 처벌하면 되는 겁니다. 심장이 아프다고 심장을 뽑으면 안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다리가 아프니 싹다 짤라뿌리라 그말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흔들면서 머리가 아프다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했으나, 단순 연기가 아니라 98%쯤 진심이기도 했다.
"가슴은 이상을 향하되 눈은 현실을 봐야 되는 겁니다. 거 꼬맹이들도 요즘은 그런 식으로 생각 안하는 거죠? 그런 식이니까 막 이 홱까닥.. 돌아뿌린 사람들 맞아서 막 치안 지킨답시고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사선을 넘나들고.. 경찰들이랑 협력을 해서 지켜낸 사람도 그냥 니도 자경단 수장이니까 딴놈들이랑 똑같이 12년형이나 받아라, 아니 이럴 거면 법원이 왜 있겠습니까? 정권이 앉으라면 앉고서리 그냥... 행정부 응딩이 뒤에 숨어가지고 공사도 구분못하고 그냥 막나가는 거지요? 경찰 무시하고 아예 경찰서도 박살내고 도시도 깨부순 사람들하고, 경찰 협력하고 치안 유지하느라 수십명 죽어나간 우리네하고 똑같이 그냥 일괄 12년 먹어라! 왜냐! 어차피 우린 니들이 잘하고 잘못했고 관심 없으니까 특별법의 제물로 걍 재고 떨이 처분 해뿌라, 그냥 이런 이야깁니다. 그게 이번 12년형 판결의 이유란 겁니다."
어이없다는 듯 허공을 향해 시선을 두고 5초 정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역시 진심을 담아 소리쳤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렇다면 전철연 지옥불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유지하시고, 그에 대한 과실 여부가 이번 판결의 주요 쟁점이었는데요. 전철연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제 없다고 보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흑호방주 자료를 또 재판 중에 제시를 한 부분입니다만, 뭐 다들 잘 아시겠지요? 한번 그걸로 시끄러웠으니까. 이 양반들이 다른게 아닙니다. 관련 없다 없다고 주장은 하는데 사실 이자들이 개입의 구실을 만들라고, 그럴라고 일부러 말도 안되는 데서 알박기를 시도했던 거죠. 그러다가 딱 사고가 터져가지고 전철연 이양반들이 셀프 거시기를 했다. 그러니까 다들 풀발기를 해가지고서리니 껀수를 잡았다 이러면서 이제 시위를 빙자해서 달려든 게 진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양반들이 뭔가 껀수를 반드시 만들어야겠다, 기존의 전철연 알박기는 거액의 보상금과 협상으로 다 해결이 됐어요. 근데 이번에는 그 구실을 만드는게 목적이니까, 어리버리한 알박기 일반인들 중 한두놈이 죽어줘야겠다. 그러기 전까지는 이게 도저히 해결이 안되는 문제란 말입니다. 그런 식이었으니까 뭐 우리가 이걸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됐든 뭐 답이 없는거죠. 애초에 껀수를 만들기 전에는 절대 못나간다! 이런 식이었으니 말입니다.
이거를... 재판부가 몰랐다면 그냥 장사 때려쳐야죠. 벌써 자료가 수도 셀 수 없는데 정황을 모른다면 그냥 관 둬야 안하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요. 이거는 애들도 보여주면 다 아는 사실이고 지금 사람들도 죄다 납득을 못하고 있는데 그냥 야 계산하기 귀찮으니까 일괄 12년 가뿌자! 그냥 뭐 그겁니다. 특별법 산제물이란 이야기지요.
문제는 이제 뭐 우리야 그냥 깜빵에 집어 쳐넣으면 뭐 땡입니다. 땡인데... 이제 그놈의 법 때문에 몸도 못지키고 그냥 강도요 강간범이요 쓱 나타나면 발라당 누워가지고 구우쇼 삶으쇼 이래야 되는 우리 국민들은 뭔 죄랍니까? 대통령까지 해먹었으면 생각은 하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 후로도 몇가지 질문이 더 있었지만, 할말은 다 했으므로 심플하게 답하고 항소하려면 점심부터 먹어야 하니 얼른 가봐야겠다는 말을 끝으로 철수했다.
이후로 좀 의외였던 것이, 생각한 것과는 달리 격려의 편지니 선물이니 하는 것도 잔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방도 넓은 독방에 있을 것도 다 있어서, 감방이라기보다는 하급 모텔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주변에 수감된 자들도 죄다 모범수 투성이였다. 간수들의 대접도 나쁘지 않았다.
수감자들은 전습대 활동 당시의 무용담을 특히 듣고 싶어했고, 흑호방주를 비롯한 자들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은 듯 했다. 무용담을 듣던 자들이 이걸 점점 퍼트려서 구치소 내에서는 나를 거의 무협 고수인 것처럼 취급하기 시작했고, 교도관들도 검술에 대해 관심을 표하는 지라 체력단련 시간에 교도관과 수감자들을 지도하는 스터디그룹이 형성되기까지 했다.
그렇게 며칠 후.
"면회입니다!"
"면회요?"
사실 근래 들어 면회는 자주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떤 시민 단체라던가 보수 단체라던가 그냥 호감을 가진 시민 등등이 와서는 정부의 판결에 대한 부당함을 설파하고 빨리 나오기를 바라는 것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확실히 힘이 되는 것이, 아무리 TV에서 이렇다 저렇다 해봐야 정말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은 못하다.
그리하여 내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새누리당의 모 유명 의원이었다. 국회의원이란 걸 과시라도 하듯 가슴에 달린 國자 뱃지가 시선을 끌었다.
"자네 정말 말 잘하더군. 청문회 때도 그렇고 말이야. 어디 웅변학원 다니기라도 한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생각 가는 대로 말하는 것일 뿐이지요."
"음..."
국회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입은 내가 먼저 열었다.
"무기와 자경단에 대한 금지 특별법은 어떻게 되가고 있습니까?"
"행정부와 투쟁하는 건 야당만이 아니야. 최소한 내 친구들은 자네와 생각이 비슷하긴 하지...."
잠시 침묵하던 국회의원이 말을 이었다.
"어이없는 행정부만큼 여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존재도 별로 없는 법이지."
다시 약간의 텀을 주던 국회의원이 자세를 조금 편하게 했다.
"일단은 우리는 수정안을 내놓았으니까, 자네도 그건 알테고..."
손을 앞으로 모아 놓고는 고개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자네, 정치해볼 생각 없나?"
"정치 말입니까?"
"그래. 정치. 자네도 징역살이로 커리어를 끝내고 싶진 않겠지."
사실, 항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 형을 크게 줄인다 치더라도 나가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뭐 생각해보면 다시 무술 단체를 차려서 이번에는 전습대(傳習隊)가 아니라 순수하게 검술만 가르치는 강무소(講武所)라도 차려볼만 하겠고, 아니면 나도 미국의 알비온 소드를 벤치마킹해서 CNC가공으로 도검을 만들어 판다던가 하는 것 등 특기 적성을 살린 일을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정부의 의지가 너무 확고하네. 자네도 이번 일의 주역인 건 맞지 않나. 더군다나 변호사도 변변치 않은데 혼자서 서면 작성을 다 한다고? 그런 걸로 항소에서 큰 성과를 바란다면 세상을 너무 모르는 거야. 10년이라고 치자. 자네 옥중에서 나오면 40대야. 뭔가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될 수밖에..."
국회의원은 복잡하게 맞잡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만일 자네가 뜻을 품는다면 우린 이 나라가 젋은이의 앞길을 막는 일이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해줄 수도 있네."
내 알기로 이 국회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관련 부문에 방대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지금의 한국에서도 여전히 방대한 권세를 자랑하는 김&장을 비롯한 다양한 로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대한민국 재판에서 신의 손 이상으로 탁월하다는 전관예우.. 그것도 얼마든지 동원하고 싶으면 못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은 명확했다. 이대로라면 넌 잘해봐야 10년형일 뿐, 인생은 그걸로 사실상 끝난다. 하지만 네가 정치를 하고 우리 밑으로 들어온다면 형량을 최대한 줄여주겠다. 이런 딜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31살의 풋내기에 인맥도 없는 저를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저격수가 되어주길 바라네."
"저격수요?"
정계에서 말하는 저격수란, 타 정당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을 전담하는 자를 말한다. 사실 당에 가입해서 활동한다고 해도 자신을 드러내어 당내에서 요직을 맡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연습생들 중에서 자신이 국내 최정상급의 가수로 우뚝설 확률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실력뿐만 아니라 운과 인맥까지 총체적인 면에서 단 한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
설사 운좋게 초선의원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 한들 당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가는 또 별개 문제. 국민들에게 이름도 기억해받지 못할 듣보잡 의원으로 정치생명을 마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이슈의 중심이 되어 자신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첫번째로 할 일이다. 이런 자들이 선택하는 길이 몇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당의 실책때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반란을 일으키는 이른바 <소장파>라는 이름의 아웃사이더 집단이고, 또 하나는 저격수이다.
저격수는 무자비한 트러블 메이커이며 또 상대를 파헤쳐서 저격이 성공하면 크게는 두번 다시 상대를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당의 실책을 무차별적으로 파고듬으로써 정치적 판도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각한 어그로를 끌기 때문에 반대로 집중 뒷조사와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럼으로써 피워보지도 못하고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이건 재선, 3선 의원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리스크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치를 가진 의원들은 저격수를 잘 맡으려고 안한다. 어쨌든 필사적으로 자기자신을 드러내보여야만 하는 젋은 의원들이 주로 이런 걸 하지. 지금 내 앞에 있는 국회의원은 나의 말싸움 하는 걸 보고 어쨌든 저격수로는 써먹을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지금 당내에서 다들 꼬리만 사리고 있어서 말이야. 용석이가 실수해서는 국회에도 복귀를 못하는 걸 보고 젋은 애들도 당의 실책만 호시탐탐 노리지 저격수가 되려고는 안해. 허... 같은 당의 동지를 가지고 언제 실수하면 물어뜯을까나 생각하고 있으니 원... 용석이가 방송 나오면서 이미지를 회복하곤 있긴 한데 아마 걔는 두번 저격수 하다간 이미지 박살나고 또 낙선할 수도 있으니 이젠 안하겠다더군."
"의외로군요. 전 젋은 초선 의원들은 패기로 뭉친 줄만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니까 문제야. 요즘 애들은 너무 쉽게쉽게 커가지고... 자넬 보니까 내 젋었을 때 생각이 나가지고 아주 반갑더라고. 우리 땐 친구들끼리 함께하면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는데..."
국회의원은 잠시 과거에 젖는 듯 했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네 정도의 사람이라면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해두지 않은 게 없진 않겠지. 사실 인재가 워낙 없으니 나라도 이렇게 사람을 구하고 있는 것이니..."
반짝이는 손목시계를 보는 국회의원. 시간을 확인하곤 손목에 스냅을 주면서 팔을 내린다. 내부의 추를 회전시켜 태엽을 감는 세이코 반자동 시계이리라.
"자네만 좋다면 즉시 자네를 구명할 준비를 하도록 하겠네."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 당장 결정하긴 힘들겠지만, 자네라면 미래를 생각할 줄 알리라 믿네."
국회의원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들어가십시오."
나도 일어서서 허리를 숙였다. 국회의원은 답례를 하면서 금방 사라졌다.
정치라.. 생각도 안한 부분이었고, 난 그저 치안상황의 부재에 편승한 전습대라는 자경단을 운용하면서 중국 깡패, 일본인 이민자, 치안이 아쉬운 시청과 경찰 사이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저 다양한 자회사를 거느린 경제+군사 형태의 집단, 말하자면 이란 혁명수비대 같은 군사경제통합체를 운용해볼 생각이었지만, 이젠 그런 것은 완전히 꿈의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고 이제는 사실 그 국회의원의 말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내가 당에 입당하여 잘 하여 초선의원의 자리에 앉는다 한들, 어차피 소모품으로써의 소멸을 각오해야 할 저격수가 나의 일. 과연 내가 뭘 해야 하며 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계 입문 이후의 미래란, 뿌연 안개처럼 한 치 앞도 예상되지 않는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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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94화 정치 안해요
언젠가 씁니다.




덧글
아... 안돼! 국회로 가버려!
하긴 경찰도 수가 줄었는데, 자경대도 저렇게 규제하면 걍 죽으라는 얘기죠.
(옷 디자인은 휴고보스)
단 휴고 보스는 추천.
(그인간은 찐따이미지는 둘째치고 한국인에게도 원한이 있어서....)
북한출신들 이미지를 위해 김돼지왕 이미지도 써보면 어떨까
(........................................................)
(아마 저격하라면 진짜 저격해버릴거 같은 주인공)
저격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주인공의 화법이라면 사용해먹을만도 하겠습니다
법 잘 아시는분이 계시면 확인좀...
그나저나 의원 자리를 요시노부가 차지하는 것이 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엔간한 보좌관들이 달려들어도 싸그리 끔살크리당할거고....
컨셉으로 공성전할때 갑주입고 달려드는것도?
수정하시면 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