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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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쓰여지지 않은 시나리오 - 고통의 사부로 팬픽

전습대 소설이 급히 종장으로 진입하면서 보류된 시나리오가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인 <고통의 사부로>입니다.

사부로 이상평은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로, 형님이라 부르며 예의바르게 대하지만 운동한 사람이 그렇듯 강하게 나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면은 생각보다 복잡다난한 편이죠. 사부로는 초기 전습대에도 말 한마디에 바로 들어올 만큼 제가 부탁하는 건 어지간하면 군말없이 바로 들어주지만 그 내면에는 저와 특별한 관계라고 여기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특히 아무리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도 호형호제를 어지간해서는 허락하지 않는 제 성격을 아는지라 자기만이 형님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 상징 중 하나였죠. 그런데 CNC프로그램 지우고 도망간 왕조명이 천웅방의 수장으로 나타나 저를 형이라 부르는 것이 사부로 입장에서는 뭔가 자기만의 특별한 관계가 훼손된 것 같아 상당히 불편해합니다.

어느날 저는 사부로의 말이 점점 적어지거나 왕조명과 제가 독대할 때마다 자리를 피하는 것을 눈치챕니다. 물론 하루이틀 같이 지낸 것이 아니었으므로 왜 그런지는 대충 눈치채고 있었으나 영 그런 거 가지고 말하기가 뭐시기했죠. 특히 사부로는 내면이 생각보다 복잡다난한 인물, 호형호제 문제를 가지고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느냐" 하는 순간 엄청난 상처를 받고 분노를 터트릴 것이 뻔했으므로 그냥 모르는 듯이 지냅니다. 익숙해지면 그러려니 하겠지 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느날 사부로가 왕조명에게 성질을 냅니다. 형님께 너무 형형 거리면서 막 대하는데 도대체 싸가지가 없다. 존댓말을 할 거면 형님께 님자를 붙이던지 전화도 먼저 끊고 버르장머리가 글러먹었다며 전습대에 기생해서 사는 삼류 조폭주제에 개념을 말아먹었느냐고 노발대발하기 시작합니다. 당황하여 사부로를 진정시키면서 밖으로 같이 나갔는데 사부로는 아무리 예전에 일을 같이 했어도 지금은 엄연히 위아래가 있는 비즈니스 관계인데 이렇게 격의 없이 기어오르게 만들면 저런 새끼는 지가 잘난 줄 알다가 뒤통수를 깐다면서 형님이 이제 예전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위치를 제대로 잡고 처신하셔야 되는 입장이라고 씩씩댑니다.

진정하고서는 무례를 사죄하는 사부로.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왕조명과의 대화 말투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부로는 결국 저를 조용히 불러냅니다.

"형님... 제가 형님께 돈을 빌려달라고 한 적 있습니까?"

"...아니"

"그러면 제가 뭐 어려운 부탁 한 거 있습니까?"

"........"

"그런 거 없지 않습니까...."

속으로 짜증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저죠. 마치 당신은 당연히 나에게 이정도는 해줄수 있는 거지만 내가 해달라 한 적 없지 않느냐고 하는 식으로 밑밥을 깔고 들어가는 듯한 어투에 빚독촉을 받는 듯한 짜증이 솟아오르지만 감추고 그냥 조용히 있습니다. 제가 조용히 있자 말을 꺼내는 사부로. 즉 자기가 형님을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 건데 형님도 동생의 노력을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바꾸는 모습을 보이셔야지 그렇게 변하는 게 없으면 자기가 뭐가 되느냐. 자기는 항상 형님이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이러시면 안된다. 너무 그렇게 10대 애들끼리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시면 다른 간부들도 점점 형님을 뭘로 보겠느냐며 제발 동생 부탁을 들어달라고 하소연합니다.

결국 왕조명과의 말투는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건 안 바뀌고 그냥 형에 님자만 붙은 게 고작이었죠. 다시 며칠후 하소연하는 사부로의 말은 이렇습니다.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이제 공적인 관계에 따라 행동하셔야 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저는 그럼 형님이 아니라 봉행님 이렇게 부르라고 하라는 말이냐고 되물으니 그렇다고 합니다. 빙빙 돌리는 듯한 말에 짜증난 제가 그냥 걔도 형님이라고 부르는게 싫은 거 아니냐 하니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 사부로. 한참 후 입을 열고는 솔직히 그런 것도 없지는 않다고 하면서 10년간의 자기의 봉사와 모심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요점은 자기는 그렇게 형님을 존경하고 그랬고 설사 형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에도 애써 무시하고 잊어버리고 일편단심으로 살아왔는데 그럼 그것도 못해주느냐, 내가 엄청난 거 바라는 거 아니지 않느냐 단지 그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힘든 일이냐고 털어놓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기에 대해 세상에서 크게 활동하다보면 누군가에게는 어떤 호칭이든 허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지역 자경단일 뿐이지만 더 커지게 되면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나를 형님이라 부르게 될지 모르는데 그리고 그걸 거절하면 거리를 둔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텐데 내가 앞으로 어떻게 너만의 형님이 될 수 있겠느냐, 너도 네 운동 후배들에게 형님이라 부르라고 하고 동생이라 부르고 하는데 너와 나의 15년 세월로 우리가 특별하면 그만이지 무슨 형님 칭호를 독점하려고 드느냐, 넌 내 처신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게 내 처신을 옥죄는 거란 걸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사부로는 그 말을 듣고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자기가 생각이 좁았다면서 사죄합니다. 그러나 다음날 몸살났다고 안나와버린 사부로. 마침 사채놀이를 위해 출장본영에 방문한 대치동 김씨와 누님에게 하소연을 하니 김씨는 그냥 시원하게 후장 함 대주라고 말하다가 누님에게 전완근에 수난을 당하고, 누님은 지금 너희 관계는 마치 남녀관계에 더 가까운 것 같다며 자기도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그런 트러블을 잘 해결하면 오히려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부로 아프다는데 함 가보라고 하나 전 남자들끼리 남사스러워서 못가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여자친구였더라도 그랬겠느냐고 반문하는 대치동 누님. 걔는 여자가 아니지 않느냐고 하니 마음 아픈 데에 남자가 오히려 여자보다 약할 수 있다며 뭐 강요는 안하겠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안갑니다. 그리하여 다음날 나와 평소처럼 일하는 사부로. 그러나 며칠 후 부모님이 같이 살자고 했다며 이번 기회에 집안의 불화를 해결해보겠다며 사표를 제출합니다.

만류하지만 고집을 피우는 사부로 앞에 결국 사표를 수령하고 사표가 수리되는 순간 사부로의 표정은 어두워지지만 애써 무시합니다. 저도 사부로의 얼굴을 보기 남사스러워 이 관계를 모조리 회복할 수도 있는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결국 사부로는 고통에 빠진 채로 고향인 경남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사부로를 터미널로 데려다주고 돌아온 후 커피를 타다 여원홍과 이야기하게 되고, 여원홍은 봉행님은 살면서 가면 잘 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못 그러셔서 아주 의외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남의 관계를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만 조금 했더라도 됐을 텐데 그걸 못하신 건 사부로가 봉행님에게 있어서 마음의 벽도 소용이 없을 만큼 친밀하여 오히려 거짓말조차 못할 만큼 각별하게 여기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말을 하는 여원홍.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겉으론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지만 속으로는 결국 난 사부로가 너무나도 깊게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었기에 오히려 밀어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로쿠로 김석원, 대치동 김씨&누님, 봉행 카마지로(본인)이 같이 운동하던 도중 제 이야기를 들은 대치동 김씨가 전립선 쏘팔메토 후장 드립을 다시 치고 김석원과 가볍게 스파링하던 도중 이를 들은 대치동 누님이 사고를 가장하여 대치동 김씨의 옆구리에 목제 나기나타로 수난을 가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는 종결됩니다.

덧글

  • Zimen 2014/06/19 02:26 # 삭제 답글

    귀엽네요 상평씨 ㅋㅋ 확실히 피곤한 타입이긴 하지만..
  • Wintermaul 2014/06/19 02:51 # 삭제 답글

    그/아/아/앗
  • 지나가던과객 2014/06/19 09:52 # 삭제 답글

    뭐지? 삼각관계가 연상되는데 말입니다.
  • 장쾌 2014/06/19 10:02 # 삭제 답글

    이거 설마 진짜 그/아/아/앗..
  • E.Pedro 2014/06/19 12:35 # 삭제 답글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얀데레가 아닌게 천만다행이군요.
  • 암호 2014/06/19 13:47 # 답글

    ...... 왠지 장르가.....
  • 시그렛 2014/06/20 18:33 # 답글

    그/아/아/앗
  • Wintermaul 2014/06/20 21:09 # 삭제

    전습대의 아이를 낳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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