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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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80화 제2차 안산 사변(11) 나는 엿이 싫다 팬픽

"이제 어떻게 합니까?"

장창대가 생각외로 쉽게 흩어져버리자 대원들은 약간 당혹스러운 듯 했다. 전진 목표인 원곡고 정문까지 와버렸으니 당장 다음 목표를 지시받지 않고는 움직일 목표가 없다.

"놈들의 분진포 진지를 친다! 전원 구보로 임하라!"

대원들이 나를 따라 구보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소대장들도 별 의의는 없어 보였지만 단 한명 2소대장 야스스케(김안조)만큼은 이 결정이 불안한 듯 했다. 그가 속도를 좀 더 내어 내 옆으로 온다.

"관측지점만 장악하면 분진포는 명중 안하는 거 아닙니까? 진지 함락까지의 필요성이 있을지 싶습니다. 더군다나 대원들은 어제 저녁부터 쉬지도 못하고..."

"이미 예비대가 분진포 진지 저격 지원을 위해 원곡공원으로 진입중이다. 야스스케는 의문을 제기하지 말라."

야스스케의 표정은 여전히 껄끄러운 듯 했으나 그이상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없었다. 구보로 달려 사거리에 이르자 멀리 분진포 진지가 보였다.

"2소대는 이쪽으로, 3소대는 저쪽으로, 6소대는 나와 함께 진입한다. 수신호 있을 때까지 대기!"
"수신호 있을 때까지 대기!"

소대장들이 복창하고 흩어졌다. 이곳 원곡동은 블럭간에 도로망이 격자형으로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안산역 쪽으로 빠지는 도로에 진지를 구축한 분진포 포대는 이런 격자형 도로망에 의해 사방이 완벽하게 노출된 구조다. 공격하기는 쉽고 방어하기는 힘든 구조다. 이 도로들을 통해 3개 소대가 따로 진입하여 분진포 진지를 다방면에서 협공하는 방법이다.

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조금 기다리자 스나이더-엔필드의 둔탁한 사격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칼빈 소총의 빠른 사격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흑색화약에다 탄속도 낮고 명중률도 높다고는 하기 힘든 스나이더-엔필드를 이용해 200m가 넘는 거리에서 저격전을 지시한 것은 진심으로 그게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놈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흠..."

시계는 벌써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거의 밝아졌다. 한시바삐 속전속결로 끝장을 내고 퇴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대장들에게 수신호를 보내자 다들 허리를 낮추고 진입을 개시했다. 걷기보다는 빠르고 뛰기보다는 느린 속도로 건물 그늘을 타고 진입한다.

"퉁쓔와아아악!!!"

분진포 진지 쪽에서 엄청난 연기가 뿜어졌고 진지를 가려버렸다. 그리고 곧 원곡공원 쪽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폭음이 건물과 땅을 크게 흔들어버렸다. 이놈들.. 무식하게도 4,5소대를 향해 분진포를 발사해버린 것인가? 어찌되었든 연기 탓에 우리가 들킬 일은 좀 덜할 것이다.

"전습대다!! 민족 반역자들이다!!"

그러나 거의 다 뜬 해 탓에 눈에 띄는 우리들 복장은 금방 들켜버린 모양이다. 분진포의 먼지를 짜증나는 표정으로 탁탁 털던 놈이 나를 보고는 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 놈들과 우리의 거리는 이제 30m! 달려가기엔 너무 멀다, 칼빈 소총에 다들 맞아죽는다!

곧 칼빈 소총을 든 놈들 네다섯 정도가 달려나와서는 무릎쏴 자세로 우리에게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우린 졸지에 다들 옆의 가게 과일상자나 파렛트 사이로 몸을 날려 엎드렸다. 나는 뒹굴면서 바짝 땅에 달라붙었는데 고개를 들자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와 눈이 마주쳐서는 잠시 멍을 때리다가 칼빈 소총탄이 과일상자를 팍팍 깨부수기 시작하자 뒤도 안 보고 도망가버렸다. 대응 사격을 해야 하지만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에겐 총알이 단 한발도 없다. 오직 나의 m1854 콜트 네이비 리볼버만 사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놈들과의 거리는 30m정도, 콜트 네이비로 명중을 기대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놈들은 마구잡이로 쏘는 것도 아니라 신중하게 조준 사격을 단발로 시도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감히 머리를 내밀었다간 그 결과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과일상자와 빠렛트 사이의 좁은 틈으로 놈들의 정세를 지켜보자니, 이미 다른 2개 소대도 발이 묶여버린 모양이었다. 칼빈 소총을 든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다들 견제 사격을 하면서 각 소대들을 열심히 몰아넣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응사할 것을 우려하여 감히 몸을 내밀지 않았지만, 우리가 응사를 하지 않는 걸 보곤 총알이 떨어진 것을 눈치챘는지 엄호 아래 다음 엄폐물로 달려서 숨어들고, 다시 그 엄폐물에서 엄호 사격을 가하면 뒤에 있던 소총수가 달려오는 식으로 계속해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만일 우리가 돌격을 개시한다면 칼빈 소총 수십정의 반자동 화력이 우리를 모조리 죽일 것이다.

마침 전화가 왔다.

"총참모?!"

"현재 원곡고 진입로를 버스들이 인도까지 올라가서 막아버렸습니다. 다른 지역에도 버스들이 길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 방면, 원곡초교, 구 본동사무소, 현 본동사무소 3개 지역에서 놈들이 재편성 중입니다. 빨리 탈출하십쇼!"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이봐 총참모! UAV는 뒀다가 국끓여먹을 생각인가!? 놈들의 기동 동향은 참모본부가 알아서 파악했어야 할 거 아니야!!"

그러나 짜증내기로는 여원홍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 BMNT(일출시간 48분전을 의미. 이때부터 육안으로 물체 식별이 가능) 지난 지 한참 됐단 말입니다!! 한낮입니다. 지금 UAV 3대가 이미 놈들의 소총사격에 격추당했습니다. 지금 남은 건 이 1대 뿐이란 말입니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서로 언성 높여도 되는 일이 없다. 짜증을 억누른 채로

"알겠소. 어찌되었든 암스트롱으로 4발만 분진포 진지에 사격! 한시가 급하니!"
"UAV의 밧데리가 한계입니다. 포병 관측 후 복귀, 충전합니다. 관측 후 10분간은 정찰 불가합니다."

"퉁쓔우우우...."

초거대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분진포를 하나 더 쏘려는 모양이다. 동시에 멀리서 암스트롱 12파운드의 포성이 두번 연이어 들려왔다. 어차피 새벽의 대포병사격에서도 분진포 진지는 격파할 수 없는 상태였다. 모조리 건물에만 착탄하기 때문에 하다못해 진지를 직접타격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지금 포격을 요청한 건 하다못해 건물 벽이나 옥상이라도 때리면 돌이라도 떨어져서 어떻게 상황 타개할 껀수라도 생기지 않을까 해서 요행을 바라고 한 것이다.

곧 포탄이 착탄했다. 유리창 떨어지는 소리와 콘크리트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역시 건물에 착탄한 모양으로, 우리를 향해 접근하던 소총수들이 파편에 대비하려고 머리를 손으로 가리고 자세를 낮추는 것이 보였다. 지금이 기회다!!

"돌격!! 지금이다!!"

롱소드를 높이 들고 소총수를 쳐죽이려고 달려들려던 찰나, 내 눈에는 마치 레코판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사방으로 로켓 분진을 뿜어대는 커다란 분진포탄 팽이의 상태가 아주 느린 속도로 들어왔다. 마치 1초가 10초처럼 느껴지던 그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내 시선 저편에는 원래 아무것도 없었는데, 땅에 옆구리를 대고 빙글빙글 돌면서 연기를 뿜어대는 분진포탄이 무대 옆에서 등장하듯 건물 벽에서 나타나 돌고 있었는데 옆구리에 뭔가 조각 같은 게 박혀있었고, 곧 그 조각이 튕겨나가면서 그 구멍으로도 연기를 뿜어내기 시작하고 있더라.

그리고 다시 빙글빙글 돌면서 마치 무대에서 퇴장하듯 다시 등장한 건물 벽으로 돌면서 가버리더니, 투화화학 소리를 내면서 화염을 뿜기 시작했다. 칼빈 소총수들과 내가 그렇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분진포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시점, 나는 소리를 치면서 땅으로 엎드렸다.

"인 바운드으으!!!"

그리하여 주변 유리창은 모조리 터져나갔고 벽돌 뭉치가 내 등짝을 세번에 걸쳐 타격했으며, 과일 상자는 대부분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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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암호 2014/05/31 21:11 # 답글

    궤멸인가요?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4/05/31 21:25 #

    구국의 강철대오는 멀쩡합니다. 손해 별거 아니죠.
  • 11th ACR 2014/05/31 21:40 # 답글

    그러고보니 암스트롱포의 포탄은 위력은 작아도 고폭탄 같은건가요 아니면 그냥 roundshot인가요?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4/05/31 21:51 #

    라이플포라 라운드샷은 없습니다. 땅에 부닥치면 충격으로 공이가 뇌관을 찍는 구조의 착발신관을 활용한 고폭탄종이 주력입니다. 금속공을 집어넣은 파편탄도 있으나 이후의 파편탄에 비해 발생파편량이 적어서 위력은 적었다고 합니다. 19세기 내내 철모 대신 가벼운 군모가 쓰인 것도 파편발생량이 적어 그렇게까지 위협적이고 치명적이지 않아서였습니다.
  • 과객 2014/05/31 23:00 # 삭제 답글

    우연찮은 대포병 사격의 결과군요. 분진포탄 유폭인가요?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4/05/31 23:12 #

    그렇습니다. 아마 발사하려던 와중에 건물에 맞고 떨어진 돌조각인지 뭔지는 몰라도 옆에 박혀서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 Zimen 2014/06/01 03:43 # 삭제 답글

    크아 역시 될놈될 안놈안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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