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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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74화 제2차 안산 사변(5) 팬픽

일제 사격이 가해진 직후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사기꾼 관장의 정무림 패거리들은 이미 죄다 흩어져 어디로 사라져버렸다.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는 대충 잡아 20여놈 정도, 생각보다는 많이 죽이지 못했다.

"우찌카타 야메!"

사격 중지명령을 내리고 일어서자 소대장들이 급히 부축하려 들었지만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런 때야말로 지휘관의 건재를 병사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이다. 쓰러진 김승조(가쓰스케)를 가리키자 급히 달려가 그를 일으켜세웠으나, 이미 축 늘어진 모습은 그가 절명했음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 경적을 울리며 교차로에 모인 우리들을 상대로 4방향에서 접근하는 버스들은 눈이 부시라고 상향등을 켠 채로 질주해오고 있었다. 경적을 울리는 건 주변에 이리저리 흩어져서 난리를 부리는 민간인들더러 경고하는 의미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야 조용히 달려와서 우리를 들이받는 게 더 나았겠지.

"전 소대장은 복귀! 복귀하는대로 방진을 짜라!"

달려가려던 김무정이 멈춰서서 눈을 크게 뜨고 반문했다.

"방진이라구요? 부대가 움직이지 못합니다! 버스에 들이받힙니다!"
"내 말대로 해! 방진을 짜는 대로 사격 준비!"

방진은 근대시대에 기병을 상대하기 위한 진법이다. 보병의 후방이나 측면으로 기병이 강습하면 보병은 꼼짝없이 죽었으므로 4각형으로 진을 짜서 측면과 후방을 없애고 4면을 다 전방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로는 부대가 이동하지 못하므로, 포병에게 크게 당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근대의 기병은 보병방진을 돌파하지 못하지만 대형의 버스는 인간 벽 따윈 손쉽게 날려버릴 수 있다. 김무정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2소대장 김안조는 분노 가득한 얼굴로 형 김승조의 시체를 들쳐업고 부대로 달려갔다. 나팔 소리와 함께 빠르게 움직인 32인 소대 4개 총 128명의 대원들은 순식간에 각 교차로 사방을 향해 총구를 겨눈 사각형의 방진을 형성했다. 그리고 나는 가쓰스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벤츠 꼰대의 대가리를 발로 강하게 차버린 다음 뻗은 꼰대의 벨트를 붙들고 질질 끌었으나 100kg에 달하는 이놈은 도저히 한손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체중이 아니었다. 대원을 향해 손짓하자 4명이 급히 달려나와 벤츠 꼰대의 팔다리를 하나씩 잡고 들어 방진 안으로 던져넣었다. 물론 그놈의 팔다리가 케이블 타이로 묶인 것은 당연하다.

빵빵거리는 버스들은 그러나 생각보다 느릿느릿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도로에는 시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함부로 속도를 냈다간 과속방지턱 여러개를 연속으로 넘는 셈이 된다. 그러면 쇼바가 망가지고 속도를 너무 내면 버스가 전복될 수도 있다. 어지럽게 널부러진 시체들과 버스를 보고도 비키지 않는 민간인들이 지금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우찌카타 요이!! 버스 유리창을 노려라!"

구령이 떨어지자 2열로 짜여진 방진이 일제히 스나이더-엔필드 라이플을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겨누었다. 하이빔을 워낙 강하게 쏘아대는 통에 물론 조준은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나폴레옹 시대식의 무조준 일제 사격이다.

"하지메!!"

4방향에서 엄청난 사격음이 들려왔고 흑색 화약 특유의 허연 연기가 사방의 시야를 가렸다. 급히 재장전을 시작하는 대원들이었지만 이미 브리치를 열고 총을 뒤집어 탄피를 떨군 다음 탄을 재장전한 대원들도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했다. 이러면 안된다.

"연속 사격! 구령을 기다리지 말고 장전되는 대로 계속 쏘라!"

소대장들에 의해 명령이 지시되자 그제서야 총소리가 단속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대원들이 제각기 장전 끝나는 대로 마구 쏘기 시작하자 하얀 연기는 점점 짙어만 갔다. 이런 때 바람은 왜 안 불고 ㅈㄹ이야? 이렇게 연속으로 쏘아대면 총알이 부족할 수도 있다. 빨리 연기가 걷혀야 다들 조준 사격을 할텐데. 슬슬 총알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허리 옆에 차는 카트리지 박스에는 20발 밖에 안들어간다. 물론 오늘은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잡낭에 해당하는 해버쌕에 총알을 담아오도록 지시했지만, 거긴 마구잡이로 담긴데다 40발 정도밖에 휴대하지 않았다. 마구 쓰면 꺼내기도 힘들어지고 죄다 합해봐야 일인당 60발이니 수량도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마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찌카타 야메!!"

소대장들이 명령을 전달하자 사격음이 멈추었다. 바람이 천천히 불면서 화약 연기를 밀어내자, 그 앞에는 여전히 하이빔을 쏘고 있었지만 죄다 건물 벽에 쳐박거나 엎어진 버스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한결같이 그 창문으로 기어나오다 총을 맞았는지 힘없이 걸려 있는 시체나, 빠져나오긴 했는지 바닥에 널부러져서 꿈틀거리는 인간 돼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버스들은 하나같이 절묘하게 도로를 막고 있어서 최소한 이제 버스 돌격이 다시 발생할 일은 없었다.

그나저나 저놈들 정체가 뭐지? 놈들의 모습을 보면 딱히 무기를 들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윽고 후속 버스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뒤집히고 박은 버스들 탓에 앞으로 진행하지 못하자, 멈춰서서는 사람들을 하차시키기 시작했다. 총을 의식했는지 널부러진 버스들 뒤에 차를 숨기고서이다. 덕분에 우리도 조준 사격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버스들 뒤에서 곧 길다란 장대와 깃발 같은 것들이 서기 시작했다. 가죽 케이스에서 쌍안경을 꺼내어 전방을 보니 <항일구국시민연대>라는 이름이 적힌 깃발들이 매우 많았고, 참여 단체 깃발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중에서 한숨 나오게 하는 단체의 이름은...

"금속 노조라..."

쌍안경에는 버스 위로 올라와서 뭔가를 부산히 설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봐도 비디오지. 놈들과 우리와의 거리는 약 300m. 우리 방진은 놈들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버스 위에 설치되는 거, 그리고 뭔가 대포 비슷한 게 나오면 무조건 쏴라! 그게 작동되면 우린 살아남을 수 없다! 각 소대장들은 샤프슈터를 모아라, 저격조를 편성한다!"

쌍안경으로 적정을 관찰하면서 말하는 도중 버스 위에서 뭔가 출렁거리는 듯 하는게 보이더니, 머리 위에 강한 충격이 가해졌고 머리가 시원해졌다. 정신이 없어 쌍안경을 놓치고 주저앉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케피 모자는 온데간데 흔적도 없다. 턱끈을 메고 썼으니 그 모자가 날아갔다면 턱끈이 끊어졌다는 말이다. 과연 거대 새총, 위력이 다르다!

"괜찮으십니까!"
"놈들의 장난감으론 이 카마지로에게 생채기 하나 못낸다!"

롱소드를 뽑아 오른손으로 잡고 어깨에 기댄 채로 왼손으로 쌍안경을 잡고 다시 의연하게 서서 적정을 관찰했다. 소대별로 3명씩 차출한 저격조가 부소대장의 관측 및 목표설정을 받으며 버스 위에 올라서는 금속노조의 거대 새총을 계속해서 저격하기 시작했으므로 더이상 나를 향해 날아오는 볼베어링은 없었다. 그러나...

"에라이..."

뭔가에 의해 발사된 화염병 떼거리들이 밤 하늘을 가르며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점은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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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75화 제2차 안산 사변 (6)
언젠가 씁니다.

덧글

  • 암호 2014/05/20 02:09 # 답글

    참, 이제는 무인 자동차나 장갑단 굴삭기나 불도저가 나올 때 아닌가요?
  • .. 2014/05/20 02:43 # 삭제 답글

    중화 5천.. 아니 운동권 50년의 절기들이 하나하나 쏟아져나오는군요.
  • 옆뱀 2014/05/20 08:43 # 답글

    허허 참;;;;;;
  • 존다리안 2014/05/20 13:50 # 답글

    이럴 때는 요새 개발되었다는 로리카 방호복이 도움이 될텐데 말이죠.

    그야말로 중세 기사의 하이테크한 재림이라 불러도 좋을 물건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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