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웅....."
뭔가 둔탁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아까 가스통 터지는 소리가 나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바로 라성호텔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왕조명이 저런 곳에서까지 소요사태를 촉발시킬 생각이었나? 그러나 라성호텔 쪽, 초지동 방면은 숫자가 너무나도 부족한 우리가 병력을 쪼갤 경우 이쪽에서 상황이 악화되어도 결코 단시간에 돌아오기 어렵다. 원곡고 근처에서만 일을 벌이라는 협의를 하지 않아서 그랬나... 하지만 왕조명은 머리도 좋은데 그런 아무 생각없는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요시노부는 아무래도 내가 소요사태를 조작 발화시킨 것을 알면 뭐라 할 것 같았으므로 일단 사무실 밖으로 나가 왕조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명아, 난데 라성호텔 쪽은 너무 머니까 그쪽에선 일 벌이지 마. 원곡고 근처 600m안으로 한정시켜줬음 하는데..."
"예? 그쪽에는 애들 준비 안시켰는데요?"
"뭐? 그럼 지금 라성호텔 쪽에서 터지는 건 뭐야?"
"터졌다고요?"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알았어. 일단 상황 알아볼 테니까 있다가 다시 전화하지."
전화를 끊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프로젝터가 비추는 실크스크린에는 매우 좋지 못한 광경이 나오고 있었다. 현장으로 급행한 쿼드콥터 UAV가 비추는 영상 속에는 남북전쟁 당시의 북군 군복을 입은 깡패새끼들 몇놈이 낡은 빌라에서 할머리를 끌어내고는, 한놈이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끌어당기고 한놈은 할머니가 일어나지 못하게 등을 발로 밟고서는 나머지 한 놈이 커다란 보위 나이프를 꺼내어 뒷목에 두어 번 비벼보더니, 칼날을 유심히 보다가 자루 끝을 잡고 서너 번 후려치다가 잘 안되는 것 같으니 그냥 푹 찔러버렸다가 쑥 빼는 광경이 담겨있었다. 두놈이 각자 발을 치우고 머리끄덩이를 잡은 손을 놓자 할머니는 그대로 뻗어서 팔로 땅을 팍팍 치기 시작했다. 의지와 상관없는 신경계 오작동으로 인한 행동이다.
간부들이 모두들 아연실색한 가운데 다른 깡패놈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3층 방에서 아이들과 여자들이 내던져졌고, 기름통을 흔들면서 현관에 뿌리는 깡패놈도 있었다. 곧 북군 군복을 입은 놈 하나가 어디로 가더니 일본도를 뽑아서 뭔가를 후려쳤다. 아마 삼각대로 고정된 핸드폰이었던 모양이다. 보위 나이프를 쓰러진 할머니의 옷으로 닦고 집어넣은 놈이 삼각대와 핸드폰이 확실히 박살난 걸 확인하는 듯 싶더니 고개를 들어 우리의 쿼드콥터를 보고는 모자를 벗어들고 흔들어 보이면서 씨익 웃었다. 바로 니미럴 흑호방주였다.
뒤이어 낡은 빌라의 현관에 일제히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쿼드콥터가 놈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는 와중 녀석이 몇 걸음 걷는 듯 하더니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가, 쿼드콥터를 돌아보면서 권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급히 회피기동에 들어갔지만 권총 세발 째에 갑자기 쿼드콥터 UAV의 화면이 어지럽게 뱅뱅 돌면서 불이 번지는 방향으로 떨어졌고, 곧 통신이 두절되었다.
"흠...."
한숨에 가까운 호흡을 들이쉬며 점점 커지는 짜증을 억누르고 있었다. 카메라로 학살을 촬영하고, 거기에 북군 군복까지 맞춰 입은 건 전습대의 민간인학살을 보여주기 위한 쇼일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부순 건 용기내어 촬영하던 기자까지 칼로 쳐죽였다는 것까지 뒤집어씌우려는 행동이겠지. 정말 완벽한 우리의 흑호방주이시다.
스크린은 곧 타지역을 감시하던 쿼드콥터 UAV로 넘어갔지만, 흑호방주를 추적하기엔 너무 멀리 있었다. 쿼드콥터가 현장으로 급행하는 것을 보며 이제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책 동지! 이거 다 서버에 저장되고 있죠?"
"그렇습니다만, 용량 문제 탓에 480p정도의 해상도 뿐입니다."
480p라면 고화질이라기 뭐한 수준이다. 과연 밤 속의 만행을 제대로 캣치했을지 어떨지... 참고로 김책 동지는 소대장에서 해제되어 참모부로 전속되었고, 김진철도 마찬가지다. 1소대장으로써 이치부로의 명칭을 계승한 것은 김석원의 첫째아들인 김승조(勝助) 통칭 가쓰스케, 2소대장이 된 것은 둘째이자 막내인 김안조(安助), 통칭 야스스케였다. 이들은 무술실력과 기백은 물론 통솔력도 뛰어나 소대장 직급으로 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 당장 우리의 유튜브 채널로 업로드해야 합니다. 그래야 놈들의 조작을 막을 수 있습니다."
허무도의 말대로였다. 이미 허무도는 파일을 잘라내기해서 업로드를 이미 시작하고 있던 판이었다. 과연 허무도이다. 다만 설정을 비공개로 해두었을 뿐이므로 명령이 떨어지면 공개로 전환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끄떡이고 허무도의 행동을 칭찬했지만 다음은 어찌해야할지 안좋은 예상만 가득했다. 영상 전쟁은 원본을 올리는 우리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무리 빨라봐야 편집과 나레이션 등을 최소한 추가할 수밖에 없다. 만일 라이브스트림이었다면 우리가 당연히 느렸겠지만, 그들은 각종 조작과 준비를 했어야 했으니 숨김 없이 라이브스트림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허무도는 인터넷 언론의 트위터를 즉시 리트윗하고 우리의 영상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깡패의 전습대 위장 민간인 학살이라는 간단한 문구와 함께였다. 그런데 내 생각상 그런다고 여론이 바뀌진 않지 싶다. 왜냐면...
"시큐리티 서비스 가입자들의 전습대 출동 요청도 들어오고 있고, 경찰도 출동해서 상황 진압하랍니다."
여원홍의 말과 더불어 나에게로 급히 전화도 왔다. 김형사였다.
"야! 니들 사람 죽였어? 민간인 학살했냐고!"
"그거 흑호방줍니다. 우리 아니에요! 지금 병력 분산될까봐 다들 밖으로 안 나가고 있다구요!"
"뭐? 옷이 아무리 봐도 니들 옷인데?"
"그거 북군복이라구요! 짜가에요 짜가!! 우리가 먼저 유튜브에 올렸으니까 주소 보내드릴테니 보세요!"
김형사는 잠시 어물거리더니 곧 화제를 돌렸다.
"아 그래, 그건 알았는데 난리가 존나 났으니까 잘 처리해. 알았지? 다시 전화한다!"
끊어진 전화기를 들고는 있었지만, 지금 출동하는 건 흑호방주의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략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나는 원래 왕조명과 천웅방을 이용해서 폭동/약탈 상황으로 몰고간 다음, 통제를 잃은 자칭 차별에 항거하는 시위대이신 인천 부천의 중국 조직 연합체를 각개격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흑호방주, 지금은 진기서라 자칭하는 이자는 여기저기에 폭동 상황을 만들어 우리를 끌어내어 각개격파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두 계책을 비교하자면 슬프게도 흑호방주가 훨씬 우월하다고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 로쿠로를 보내 주십시오! 모조리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 민간인에게 손을 대는 더러운 폭도 놈들은 음류도법으로 쳐죽이겠습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선 김석원은 마치 사자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 했으나, 곧 그의 어깨가 휘청였다.
"아버님!!"
김승조-김안조의 두 아들이 일어서 달려가려 하였으나 김석원은 책상 모서리를 짚고 손을 내밀어 아들들을 만류했다. 낮에 너무 활약한 나머지 시위대의 쇠파이프에 오른쪽 발등을 찍힌 것을 모르고 있었으나 발등이 심하게 부풀어오를 정도로 큰 타박상이었다. 부러지지 않았을까 의심될 정도로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했지만 감히 이런 때에 자리를 뜰 수 없다며 맨소래담이면 충분하다고 고집을 피워대면서 걸어 보이는 통에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치고, 과연 지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흑호방주의 계책임을 알고도 부대를 내보내야 하나? 매복, 포위, 습격...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수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가뜩이나 적은 숫자의 우리들인데.. 소모되면 앞으로 3시간 못되어 도착할 오월대, 녹두대의 습격은 어찌 대처할 것인가? 손에 느껴지는 전화기의 진동과 소리는 여차하면 부셔버릴까 생각하게 될 만큼 지금 머릿속은 참담했다.
"여보세요!"
"어 나 김형산데, 제갈 서장의 전언인데, 총 쓰지 마!"
이런 미친....
"잠깐만요, 저놈들 민간인 학살하는 거 보셨잖아요? 권총도 있는데, 우리 UAV떨어지는거..."
"쓰지마! 쓰면 좇되는거야!"
"아니 지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우린 숫자도 적고 일당이는 되도 일당삼사는 불가능해요! 총이 있어야 비로소 이길 수 있는 거란 말입니다!"
"안돼! 총질하면 우린 다 깜방 간다. 국회의원 새끼들과 윗대가리들이 존나 지랄하고 있다고!!"
어금니에 힘을 주다 못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전화기를 부셔버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아내고서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말입니다, 놈들이 총질을 해서 우리 대원이 죽으면 그건 정당방위 아닙니까? 그러면 되는 거죠?"
김형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알아본다고 하고서는 시간을 좀 끌다가 금방 전화로 돌아왔다. 그의 말로는 총격에 의한 선공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총을 쏴서는 안되고, 총을 맞는 것을 확실하게 영상으로 잡거나 시체로 입증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총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총을 놈들이 쏜다 싶으면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김승조와 김안조를 비롯한 소대장 간부들이 일제히 여원홍을 쳐다보자 여원홍이 나를 보았으나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내가 주저하자 여원홍이 아예 말로 재촉하기 시작했다.
"병력을 파견합니까? 총기 사용은 어떻게 합니까?"
총기도 쓰지 말라, 병력을 파견하면 흑호방주의 뜻대로이고... 도저히 어쩔 방도를 모를 상황이다.
"타이기!"
목소리는 도쿠가와 요시노부였다. 책상 위에 팔꿈치를 댄 채로 깍지를 끼고 있던 요시노부는 금실로 수놓인 케피 모자의 가죽 챙 아래에 감춰져 있던 눈을 나에게로 향하면서 말하기를,
"미나 지죠와 치가우토모 이마데와 타이기 히토츠노 타메니 고꼬니 이루노와 오나지 하즈, 부교니 메오 쿠다스. 타이기니 이키 타이기니 시세요!"
과연, 이제는 생각과 고려보다 단순한 판단과 직감에 따를 때라는 생각 뿐이다.
"고메이니 시타가이, 훗타이센 리쿠탄코오노 카쿠고데 닌지마스르."
나의 대답과 함께 일본어를 알아듣는 여원홍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1,2소대를 출병시키고 무장은 합전무장으로 하되 별도의 명령 있을 때까지 사격은 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로 좋소! 왕조명에게 연락하여 지원으로 급행하도록 하시오. 피아식별은 왼쪽 팔뚝에 넥타이를 묶는 것으로 하시오."
지령이 떨어지자 김승조/김안조가 급히 뛰어나갔고, 여원홍은 곧 왕조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대협 안산 진입까지 앞으로 2시간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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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72화 제2차 안산 사변(3)
언젠가 씁니다.
뭔가 둔탁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아까 가스통 터지는 소리가 나는 곳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바로 라성호텔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왕조명이 저런 곳에서까지 소요사태를 촉발시킬 생각이었나? 그러나 라성호텔 쪽, 초지동 방면은 숫자가 너무나도 부족한 우리가 병력을 쪼갤 경우 이쪽에서 상황이 악화되어도 결코 단시간에 돌아오기 어렵다. 원곡고 근처에서만 일을 벌이라는 협의를 하지 않아서 그랬나... 하지만 왕조명은 머리도 좋은데 그런 아무 생각없는 짓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요시노부는 아무래도 내가 소요사태를 조작 발화시킨 것을 알면 뭐라 할 것 같았으므로 일단 사무실 밖으로 나가 왕조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명아, 난데 라성호텔 쪽은 너무 머니까 그쪽에선 일 벌이지 마. 원곡고 근처 600m안으로 한정시켜줬음 하는데..."
"예? 그쪽에는 애들 준비 안시켰는데요?"
"뭐? 그럼 지금 라성호텔 쪽에서 터지는 건 뭐야?"
"터졌다고요?"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알았어. 일단 상황 알아볼 테니까 있다가 다시 전화하지."
전화를 끊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프로젝터가 비추는 실크스크린에는 매우 좋지 못한 광경이 나오고 있었다. 현장으로 급행한 쿼드콥터 UAV가 비추는 영상 속에는 남북전쟁 당시의 북군 군복을 입은 깡패새끼들 몇놈이 낡은 빌라에서 할머리를 끌어내고는, 한놈이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끌어당기고 한놈은 할머니가 일어나지 못하게 등을 발로 밟고서는 나머지 한 놈이 커다란 보위 나이프를 꺼내어 뒷목에 두어 번 비벼보더니, 칼날을 유심히 보다가 자루 끝을 잡고 서너 번 후려치다가 잘 안되는 것 같으니 그냥 푹 찔러버렸다가 쑥 빼는 광경이 담겨있었다. 두놈이 각자 발을 치우고 머리끄덩이를 잡은 손을 놓자 할머니는 그대로 뻗어서 팔로 땅을 팍팍 치기 시작했다. 의지와 상관없는 신경계 오작동으로 인한 행동이다.
간부들이 모두들 아연실색한 가운데 다른 깡패놈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3층 방에서 아이들과 여자들이 내던져졌고, 기름통을 흔들면서 현관에 뿌리는 깡패놈도 있었다. 곧 북군 군복을 입은 놈 하나가 어디로 가더니 일본도를 뽑아서 뭔가를 후려쳤다. 아마 삼각대로 고정된 핸드폰이었던 모양이다. 보위 나이프를 쓰러진 할머니의 옷으로 닦고 집어넣은 놈이 삼각대와 핸드폰이 확실히 박살난 걸 확인하는 듯 싶더니 고개를 들어 우리의 쿼드콥터를 보고는 모자를 벗어들고 흔들어 보이면서 씨익 웃었다. 바로 니미럴 흑호방주였다.
뒤이어 낡은 빌라의 현관에 일제히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쿼드콥터가 놈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는 와중 녀석이 몇 걸음 걷는 듯 하더니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가, 쿼드콥터를 돌아보면서 권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급히 회피기동에 들어갔지만 권총 세발 째에 갑자기 쿼드콥터 UAV의 화면이 어지럽게 뱅뱅 돌면서 불이 번지는 방향으로 떨어졌고, 곧 통신이 두절되었다.
"흠...."
한숨에 가까운 호흡을 들이쉬며 점점 커지는 짜증을 억누르고 있었다. 카메라로 학살을 촬영하고, 거기에 북군 군복까지 맞춰 입은 건 전습대의 민간인학살을 보여주기 위한 쇼일 것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부순 건 용기내어 촬영하던 기자까지 칼로 쳐죽였다는 것까지 뒤집어씌우려는 행동이겠지. 정말 완벽한 우리의 흑호방주이시다.
스크린은 곧 타지역을 감시하던 쿼드콥터 UAV로 넘어갔지만, 흑호방주를 추적하기엔 너무 멀리 있었다. 쿼드콥터가 현장으로 급행하는 것을 보며 이제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책 동지! 이거 다 서버에 저장되고 있죠?"
"그렇습니다만, 용량 문제 탓에 480p정도의 해상도 뿐입니다."
480p라면 고화질이라기 뭐한 수준이다. 과연 밤 속의 만행을 제대로 캣치했을지 어떨지... 참고로 김책 동지는 소대장에서 해제되어 참모부로 전속되었고, 김진철도 마찬가지다. 1소대장으로써 이치부로의 명칭을 계승한 것은 김석원의 첫째아들인 김승조(勝助) 통칭 가쓰스케, 2소대장이 된 것은 둘째이자 막내인 김안조(安助), 통칭 야스스케였다. 이들은 무술실력과 기백은 물론 통솔력도 뛰어나 소대장 직급으로 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 당장 우리의 유튜브 채널로 업로드해야 합니다. 그래야 놈들의 조작을 막을 수 있습니다."
허무도의 말대로였다. 이미 허무도는 파일을 잘라내기해서 업로드를 이미 시작하고 있던 판이었다. 과연 허무도이다. 다만 설정을 비공개로 해두었을 뿐이므로 명령이 떨어지면 공개로 전환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끄떡이고 허무도의 행동을 칭찬했지만 다음은 어찌해야할지 안좋은 예상만 가득했다. 영상 전쟁은 원본을 올리는 우리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그들이 아무리 빨라봐야 편집과 나레이션 등을 최소한 추가할 수밖에 없다. 만일 라이브스트림이었다면 우리가 당연히 느렸겠지만, 그들은 각종 조작과 준비를 했어야 했으니 숨김 없이 라이브스트림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허무도는 인터넷 언론의 트위터를 즉시 리트윗하고 우리의 영상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깡패의 전습대 위장 민간인 학살이라는 간단한 문구와 함께였다. 그런데 내 생각상 그런다고 여론이 바뀌진 않지 싶다. 왜냐면...
"시큐리티 서비스 가입자들의 전습대 출동 요청도 들어오고 있고, 경찰도 출동해서 상황 진압하랍니다."
여원홍의 말과 더불어 나에게로 급히 전화도 왔다. 김형사였다.
"야! 니들 사람 죽였어? 민간인 학살했냐고!"
"그거 흑호방줍니다. 우리 아니에요! 지금 병력 분산될까봐 다들 밖으로 안 나가고 있다구요!"
"뭐? 옷이 아무리 봐도 니들 옷인데?"
"그거 북군복이라구요! 짜가에요 짜가!! 우리가 먼저 유튜브에 올렸으니까 주소 보내드릴테니 보세요!"
김형사는 잠시 어물거리더니 곧 화제를 돌렸다.
"아 그래, 그건 알았는데 난리가 존나 났으니까 잘 처리해. 알았지? 다시 전화한다!"
끊어진 전화기를 들고는 있었지만, 지금 출동하는 건 흑호방주의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략적으로 좋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나는 원래 왕조명과 천웅방을 이용해서 폭동/약탈 상황으로 몰고간 다음, 통제를 잃은 자칭 차별에 항거하는 시위대이신 인천 부천의 중국 조직 연합체를 각개격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흑호방주, 지금은 진기서라 자칭하는 이자는 여기저기에 폭동 상황을 만들어 우리를 끌어내어 각개격파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두 계책을 비교하자면 슬프게도 흑호방주가 훨씬 우월하다고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 로쿠로를 보내 주십시오! 모조리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 민간인에게 손을 대는 더러운 폭도 놈들은 음류도법으로 쳐죽이겠습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선 김석원은 마치 사자처럼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듯 했으나, 곧 그의 어깨가 휘청였다.
"아버님!!"
김승조-김안조의 두 아들이 일어서 달려가려 하였으나 김석원은 책상 모서리를 짚고 손을 내밀어 아들들을 만류했다. 낮에 너무 활약한 나머지 시위대의 쇠파이프에 오른쪽 발등을 찍힌 것을 모르고 있었으나 발등이 심하게 부풀어오를 정도로 큰 타박상이었다. 부러지지 않았을까 의심될 정도로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했지만 감히 이런 때에 자리를 뜰 수 없다며 맨소래담이면 충분하다고 고집을 피워대면서 걸어 보이는 통에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치고, 과연 지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흑호방주의 계책임을 알고도 부대를 내보내야 하나? 매복, 포위, 습격...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수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가뜩이나 적은 숫자의 우리들인데.. 소모되면 앞으로 3시간 못되어 도착할 오월대, 녹두대의 습격은 어찌 대처할 것인가? 손에 느껴지는 전화기의 진동과 소리는 여차하면 부셔버릴까 생각하게 될 만큼 지금 머릿속은 참담했다.
"여보세요!"
"어 나 김형산데, 제갈 서장의 전언인데, 총 쓰지 마!"
이런 미친....
"잠깐만요, 저놈들 민간인 학살하는 거 보셨잖아요? 권총도 있는데, 우리 UAV떨어지는거..."
"쓰지마! 쓰면 좇되는거야!"
"아니 지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우린 숫자도 적고 일당이는 되도 일당삼사는 불가능해요! 총이 있어야 비로소 이길 수 있는 거란 말입니다!"
"안돼! 총질하면 우린 다 깜방 간다. 국회의원 새끼들과 윗대가리들이 존나 지랄하고 있다고!!"
어금니에 힘을 주다 못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전화기를 부셔버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아내고서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말입니다, 놈들이 총질을 해서 우리 대원이 죽으면 그건 정당방위 아닙니까? 그러면 되는 거죠?"
김형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알아본다고 하고서는 시간을 좀 끌다가 금방 전화로 돌아왔다. 그의 말로는 총격에 의한 선공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로 총을 쏴서는 안되고, 총을 맞는 것을 확실하게 영상으로 잡거나 시체로 입증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총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총을 놈들이 쏜다 싶으면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김승조와 김안조를 비롯한 소대장 간부들이 일제히 여원홍을 쳐다보자 여원홍이 나를 보았으나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내가 주저하자 여원홍이 아예 말로 재촉하기 시작했다.
"병력을 파견합니까? 총기 사용은 어떻게 합니까?"
총기도 쓰지 말라, 병력을 파견하면 흑호방주의 뜻대로이고... 도저히 어쩔 방도를 모를 상황이다.
"타이기!"
목소리는 도쿠가와 요시노부였다. 책상 위에 팔꿈치를 댄 채로 깍지를 끼고 있던 요시노부는 금실로 수놓인 케피 모자의 가죽 챙 아래에 감춰져 있던 눈을 나에게로 향하면서 말하기를,
"미나 지죠와 치가우토모 이마데와 타이기 히토츠노 타메니 고꼬니 이루노와 오나지 하즈, 부교니 메오 쿠다스. 타이기니 이키 타이기니 시세요!"
과연, 이제는 생각과 고려보다 단순한 판단과 직감에 따를 때라는 생각 뿐이다.
"고메이니 시타가이, 훗타이센 리쿠탄코오노 카쿠고데 닌지마스르."
나의 대답과 함께 일본어를 알아듣는 여원홍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1,2소대를 출병시키고 무장은 합전무장으로 하되 별도의 명령 있을 때까지 사격은 금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대로 좋소! 왕조명에게 연락하여 지원으로 급행하도록 하시오. 피아식별은 왼쪽 팔뚝에 넥타이를 묶는 것으로 하시오."
지령이 떨어지자 김승조/김안조가 급히 뛰어나갔고, 여원홍은 곧 왕조명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대협 안산 진입까지 앞으로 2시간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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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72화 제2차 안산 사변(3)
언젠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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