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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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66화 제1차 안산 사변(2) 팬픽

남학생들이 달려들어 드롭킥부터 날리며 난장판이 벌어지고 약 3초가 경과하자, 전화가 하나 걸려왔다.

"예!"

"아... 그 방송국인데요, 죄송하지만 기획이 아무래도 뒤집히..."

"알았습니다, 바쁘니까 끊어요!"

결국 시사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방송국은 검술판 주먹이 운다의 기획을 잘라버리고 발을 뺀 모양이었다. 결국 돈과 시간은 싹 날려먹은 셈인데, 일단 그건 중요하지 않았고 지금 눈앞의 난리가 더 큰 문제였다. 학교 전체가 대지진이라도 난 양 우르르 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것은 학생들이 죄다 피꺼솟하여 패싸움에 합류하려고 돌격을 시작했다는 소리다. 한 40초만 있으면 교실에서 뛰쳐나오는 남학생들의 1진을 볼 수 있으리라 본다.

원래 옛날 남자다움이 중요시되던 70~80년대 학생들은 좀 이랬다. 마쵸적인 과시욕을 가지고 가오다시를 하면서 주먹도 좀 날려보고 학교에 대해 소속감을 가지고 싸움이 벌어진다 싶으면 집단으로 쳐들어가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당시는 학교에서 군사훈련도 시키고 집단 제식도 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마쵸 사상으로 중무장한 남자들의 행동 패턴은 대충 정해져 있다. 2014년의 대한민국 안산시의 원곡고의 학생들이 고전 시대의 모양새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건 다 내 탓이다.

"개 새끼들 죽여버려!"
"니미 썅노무 쉑귀들~"

현관을 통해 뛰쳐나온 남학생들이 번쩍이는 유광 구두를 빛내며 담을 뛰어넘어 바깥의 시위대에게 날라차기와 바디 슬램을 가하기 시작할 즈음, 부축하려는 남학생들을 성깔있게 뿌리치면서 m1902 세이버의 칼집을 지팡이 삼아 짚고 오는 김 아무개가 보였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왼손으로 왼쪽 뺨을 감싸고 있는 걸로 보아 아프긴 아프지 싶었다. 대 소란으로 난리가 난 가운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부축하듯이 했다. 남학생들의 손길은 거부하면서 요시노부의 손길은 받아들이는 걸 보면 둘이 티는 전혀 안 내고 있긴 하지만 사귀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모양이다.

"니는 갑자기 끼어들더니..."
"그만!"

김 아무개의 경솔한 행동에 뭐라 하려는 순간,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제지했다.

"학생들 다들 폭발 직전이었네. 이 애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뛰쳐나갔을 거야."

그리고는 김 아무개를 번쩍 들더니 공주님 안기를 하면서 양호실 쪽으로 향했다. 김 아무개는 아둥바둥거리는 듯 하였으나 곧 조용해졌다. 역시 딸년은 키워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요시노부가 뒤를 돌아보면서 외치기를,

"부교또시떼 리키료오 츠쿠세!"(봉행으로써 역량을 다하라)

랍신다. 난장판 수습은 니가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한편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통제 불가능한 난장판을 보고 있던 대원들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중 한명이 말했다.

"말씀대로 학생들의 폭주를 제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다들 케피 모자 아래로 빛내는 눈빛은 도대체 뭘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으니 방침이라도 좀 정해주십쇼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나도 생각한 범위 이상으로 상황이 난장판으로 확대된지라 잠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곧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충 둘러댔다. 그 말을 들은 전습대원들이 급히 주위를 둘러보더니 얻어맞는 학생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서 콜드스틸社의 시티 스틱 지팡이를 신나게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내가 한 말이란 "전습대원들은 평시 임무대로 학생들을 지켜라!" 였다.

그 방침에 따라 달려든 전습대원들에게 어디서 배웠는지 540도 회전 돌려차기를 가하던 왠지 용역같은 시위대 한명은 곧 오른발 정강이가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여버리는 징벌을 당했다. 시티 스틱의 스테인리스 스틸 대가리가 정강이뼈에 정확히 명중한 것이다. 물론 나는 못본 척 했다. 원래 이런건 알아도 모르는게 좋은 법이다.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뒤에는 교내에 대기하던 전습대 6소대원들과 김석원이 보였다. 다들 장검을 패용한 순찰무장 차림으로, 특히 김석원은 3척 1촌의 노다치를 수평으로 패용하고 당장이라도 안산가하라 대결전에 출병이라도 할 기세였다. 마음은 알지만 아직 이런 거 나올 때가 아니다.

"즉시 놈들의 목을 치겠습니다. 어서 명령을!"

김석원의 산발하다시피 한 머리가 마치 금모사왕 사손의 리얼버젼을 연상케 했다. 그러니까 호랑이 면상, 사자 갈기털 같은 스타일에, 빛나는 눈빛이 부리부리하기까지 하고 카이젤 수염 비슷한 콧수염까지 포함하니 무슨 대 서사시에 나오는 용장 같은 기세가 굉장했다.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무슨 중세시대 무사문학의 주인공 같은 상태로 돌입하기 직전이었다는 것인데, 기세는 칭찬할 만 하지만 이러다가 사망자만 트레일러 두대분으로 나오게 할 지경이다.

"아직 진검이 나설 때가 아닙니다. 다들 장검은 곧 쓸 때가 올 터이니 다들 갖다놓고 지팡이를 가지고 오세요."
"허나 저놈들이 사악한 도구를 쓰기 시작하면 이미 늦습니다!"

김석원의 눈매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부리부리했다. 조금만 더 자극하면 반란이라도 일으킬 듯한 태세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좋은 방법이 있다.

"음류도법은 진검이 아니면 싸울 수 없습니까?"

그 말을 들은 순간 김석원의 눈알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이 커지더니, 다시 진정하고 호흡을 느리게 하고는 잠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손에서 힘을 풀더니 말했다.

"그 말씀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이 김석원이가 아니지요. 봉행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역적패당들을 당장 끌고와서 보여드리겠습니다. 네놈이면 되겠습니까?"
"그럼 기대해 보도록 하지요."

김석원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면서 대원들에게 손짓을 하자, 다들 학교 건물로 우르르 뛰어갔다. 다시 난장판의 현장을 보니 역시 10대는 체력의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어려봐야 20대 초반, 보통 30~40대 정도가 주축인 시위대들을 무자비한 기세와 근대 군사예술의 원리로 마구 몰아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명색이 시민사회단체 연대를 표방한 만큼 시위대들의 숫자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자들, 전문적으로 대한민국 전경을 상대하던 시위꾼의 인재들도 제법 섞여있는 듯 했다. 이 자들은 우리 학생들의 초반 기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아는 듯 했다. 20대의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을 앞으로 교묘하게 내보내서 싸우게 하고, 자기들은 뒤에서 상황을 보면서 뭔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뭔가 감이 온다. 옛날 공화정 로마군은 혈기 왕성하지만 무장이 빈약한 젋은이들을 1열에 세우고, 그들이 지칠 때쯤 되면 숙련된 경험과 역량, 좋은 장비로 무장한 중년층의 2열이 투입되어 전투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다. 이들이 로마군이 어떻고 저떻고를 알 리는 물론 만무하겠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그 기법의 장점을 본능적으로 터득하고 있을 것이다. 골목골목에 배치된 쌍용 이스타나에 숨겨진 비장의 시위 도구들이 그들이 나설 때 모습을 드러내고, 진가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총참모, 아직도 경찰에서는 연락이 없습니까? 난동이 났다고 말하란 말입니다!"
"이제는 아예 전화도 안 받고 직결 연락망도 꺼놨습니다! 아예 우리를 말려죽일 셈입니다!"

주변 건물을 둘러보니 역시 이런저런 언론사에서 나온 카메라들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 기왕 좇된거...

"총참모! 우리에게 경찰 임무 대행기가 있지 않습니까?"

경찰임무대행기란 가칭으로, 시위라던가 소요사태에서 경찰 지휘를 받아 진압에 임할 때 대한민국 내무부 산하 경찰조직의 위임을 받았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내세우는 깃발이었다. 소요사태 진압 비슷한 거야 몇번 있기야 했지만 경찰 지휘를 받지는 않았으므로 받기만 했지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쓸 수 있게 준비를 해놓았습니다만... 아직까지 한마디도 없으니!"
"꺼내세요!"
"예?!"
"꺼내라구요!"
"허나 그러면..."

여원홍이 당황하는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경찰 지휘를 받아 소요사태를 진압할 때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걸 보이기 위한 도구일 뿐, 아무런 언질도 없는데 그거 들이대면 공권력 사칭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둘다 사조직 단체끼리의 폭력행위로 처벌을 받을 터, 언론사의 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인 만큼 대내외적으로 공권력이 우리 편임을 사칭으로라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뒷감당은 어떻게 하느냐고?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연락 받고 꺼냈다고 하면 그만이지!

"모든 책임은 내가 집니다. 방금 경찰서에서 연락을 어딘가에서 받은 것 같기도 한데, 상황이 급박해서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받았다는 데에 분위기와 여론이 기우는 듯 하여 그에 따라야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로쿠로에게 들고 나오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여원홍도 드디어 결의한 듯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 있었다. 하지만 남학생들이 이제 슬슬 지쳐갈 때, 6소대 32명만으로는 저 시위대를 도저히 이길 방도가 없었다. 대원들의 소집이 필요하다.

"대원들 소집은 걸었습니까?"
"이미 걸어 뒀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 과연 대원들이 정수를 채워 완전편제가 가능할지 어떨지!"

과연 그러했다. 지금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다들 올지 어떨지.. 입을 다물고 입술에 힘을 주고 잠시 생각한 다음, 여원홍에게 말했다.

"전 대원들에게 전습대 총재 대행 보병지도역 명의로 전체문자를 보내세요! 내용은 「모든 비겁자들에게 도망의 자유를 허락한다」입니다!"
"예? 그렇게 보냅니까?"
"그렇습니다! 「모든 비겁자들에게 도망의 자유를 허락한다」확실히 보내세요!"

난장판의 최전선은 이제 슬슬 서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남학생들은 초반에 너무 힘을 뿜어댄 나머지 다들 거의 쓰러져 죽을 지경이었다. 시위대의 최전방을 본의 아니게 맡게 되었던 20대 초반들도 마찬가지, 피해상황은 체력 없고 운동도 안하다시피한 20대 초반 시위대가 압도적으로 컸지만, 그들은 한낱 전초전에 불과하다. 이제 시위의 전문가들이 직접 나설 시간이 왔다.

"우리 6척(180cm)장봉이 얼마나 있죠?"
"얼마 없습니다만, 있는대로 6소대에게 장비 시켰습니다."
"역시 리위안훙! 골목에 있는 쌍용 이스타나는 아무런 기색이 없습니까?"

여원홍이 잠시 가만히 있더니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금 일제히 뒷문이 열렸습니다. 쇠파이프들이 나옵니다! 마른 대나무들도 나오는데요?"

역시! 6소대원들에게 장검을 패용하는 순찰무장으로 변경시켜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가운데 김석원을 선두로 한 6소대원들이 폭풍 불듯이 내 옆을 지나 교문 정문으로 뛰쳐나갔다. 물론 그들은 장검을 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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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67화 제1차 안산 사변(3)
언젠가 씁니다.

덧글

  • 레듀스 2014/04/15 00:59 # 답글

    이 긴박함. 너무 좋아요.
  • 11th ACR 2014/04/15 01:08 # 답글

    사태가 어찌 마무리되건 제갈진욱은 심한 문책을 당할듯 싶습니다. 학교 앞에서 시위허가를 내주고 학생들이 난투극을 벌이는데도 수수방관을 하다니;
  • Fedaykin 2014/04/15 01:24 # 답글

    팔랑크스 vs 도펠졸트너?!
    아니, 방패는 없을테니
    테르시오 장창방진 vs 란츠크네히트?!
  • Zimen 2014/04/15 05:07 # 삭제 답글

    안산가하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까치대부 2014/04/15 08:19 # 답글

    경찰임무대행기를 든 순간 시위대는 역적, 전습대는 관군;;;?
  • JL 2014/04/15 08:39 # 답글

    요시노부 실드!
  • 발러 2014/04/15 08:40 # 삭제 답글

    안산가하라가 미타카가하라를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세키가하라를 말하는 건가요
  • 지나가던과객 2014/04/15 09:56 # 삭제 답글

    이렇게 제갈진욱 서장은 전습대에게 또 엿을 먹었답니다로 끝나는건가요?

    그런데 전습대 분위기가 미래의 검은 셔츠단이 연상됩니다.
  • 옆뱀 2014/04/15 19:30 # 답글

    .....이런식으로 되는군요!
  • 발러 2014/04/16 22:22 # 삭제 답글

    아 그리고 대한민국 경찰청은 내무부가 아니라 안전행정부 소속 기관입니다.
  • ww 2014/04/16 23:35 # 삭제

    내무부 = 안행부
  • 옆뱀 2014/04/21 12:18 # 답글

    그나저나 저 아저씨 짱짱맨 어찌 이런 간지케를만드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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