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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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65화 제1차 안산 사변 (1) 팬픽

"..우리가 북양군벌이 아닌게 정말 한스럽군..."

별로 의도하고 나온 말은 아니었다. 한숨처럼 나온 말이었는데, 여원홍이 슬쩍 보는 눈빛은 영 달가워하지 않는 그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북양군벌은 중국의 인민주권을 말아먹고 군벌시대를 연 장본인이니까, 국민당 정부에서 군인으로 살아 온 여원홍이 좋아할 리가 없다.

이 말은 말하자면 우리가 안산시의 주권을 가지고 진작 바리케이트를 설치해서 집회를 막을 권한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말이다. 물론 일개 자경단에 지나지 않는데다가, 그렇다고 안산경찰에서 관경으로 인정받아 경찰 직권을 대여받지도 못한 입장이니만큼 우리가 집회를 못하게 할 권한은 없었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원곡고 앞에는 대규모의 시위대가 집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학교 앞은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지금도 앰프들을 갖다놓고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노래를 불러쌌는데 제법 더움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창문을 열 입장이 아니었다. 창문을 여는 즉시 간부들의 스트레스가 굉장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요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란 시위대의 생리에 있었다. 시위대는 원래 충돌을 일으켜서 일을 시끄럽게 만들어야 자신들의 주장이 주목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특정 시설물을 점거하려고 들면 경찰들은 어찌되었든 그걸 보호해야만 한다. 물론 시위대들은 진짜로 시설물을 점거하고 그럴 생각은 별로 없다. 다만 경찰들과 충돌해서 시끄러운 <껀수>를 만들어내어 사회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면, 그것을 토대로 여론을 형성하여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추진력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물론 몇명이 두들겨맞아 피라도 흘리면 더욱 좋다. 여론은 피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제시한 방침은 이러했다. 전습대원들을 내보내거나 스크럼을 짜게 하지 말고 그냥 내비둔다. 평소처럼 있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들은 충돌할 상대를 찾지 못해 당황할 것이고, 그들의 시나리오인 전습대원과의 충돌을 만들어서 희생양을 몇명 만들어주고, 이걸 빌미 삼아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다는 각본을 못 쓰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김석원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불퇴전 육탄행의 정신으로 싸그리 조져불자는 말을 하긴 했지만, 별 수 있나.

하지만 이것도 오늘 저녁까지만 통하는 이야기다. 전습대원들은 늘 그렇듯이 치안업무에 나가야 하는데 만약 시위대들이 시끄럽게 군다고 못 나간다고 인식하게 되면 전습대의 체면은 그날로 땅바닥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며, 진보세력들이 중국인은 잡아도 자기들은 못 잡는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새로운 형태의 커넥션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까 천웅방 같은 놈들이 시민단체를 끌어들여 전습대를 압박하여 종이 호랑이로 만들고 다시 시민단체와의 유착을 형성해서 브라질 멕시코 같은 세상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되었든 전습대는 저녁이 되면 당당하게 정문을 통해 임무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어찌됐든 피할 수 없는 충돌이라면 대체 무슨 수로 우리에게 명분을 가져올 수 있겠나?

"총참모, 아직 안산경찰서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습니까?"

"1분 전에도 다시 연락을 해 보았지만 결정을 기다리라는 말 뿐입니다."

"흠......"

한숨 같은 소리를 내고는 다시 교문 쪽을 바라보았다. 완벽하게 명분을 챙겨오려면 시위에 대한 진압 명령이 경찰로부터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폭력시위로 비화되지도 않았고, 비화될 경우 진압하라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식으로 집회를 허가한 것은 바로 제갈 진욱이시다. 원래 자경단이란 것 자체를 바퀴벌레만큼 싫어하는데다가 한번 우리를 엿먹이려다가 오히려 자기가 경찰서 앞에서 벌어지는 집회에 시달린 바, 이번에야말로 전습대를 확실하게 엿먹이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그러니 폭력시위가 벌어진다 한들 진압 명령을 내릴 리가 없지? 이미 철거 알박기 문제에서 우리를 한번 말아드시려고 작정하셨던 분이니만큼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효과를 보려고 하실 것임에 틀림없다. 이쯤되면 제대로 진퇴양난 아닌가?

내가 희망을 거는 것은 하나 있긴 했다. 바로 저 시끄러운 앰프와 구호의 앙상블에 참다 못한 학생들이 열이 뻗쳐가지고 나서서 시위대랑 욕설 좀 주고받다가 시위대의 선빵을 맞으면 우리 전습대가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처음 불을 땡기는게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불만 한번 땡겨주면 불바다가 되는 건 쉽다. 난동 중에 죽창과 쇠파이프가 등장할 가능성은 150.7%(한국갤럽 조사, +-2%오차)에 달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미 쿼드콥터 UAV를 통해 골목마다 주차된 낡은 쌍용 이스타나가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계획이 이러이러하니, 누가 바람잡이가 되어서 싸대기 좀 맞아줘라 이런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 학생들은 젋은이다. 젋은이는 타협 없는 정의로움을 바라며 불의에 대한 적대감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더러운 공작질을 주문한다면 그건 젋음에 대한 배신이다. 우리 학생들은 이미 우리의 근대 교육으로 충실히 무장되었기 때문에 통제에는 따를 지 몰라도 그런 호작질은 절대 용납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크... 왠지 후회스럽군...

결국 나는 있을지 없을지 모를 가능성만 붙들고 있는 셈이다. 그저 교실에서 감독하는 전습대원에게 학생들이 돌발행동을 일으켜도 못 본 척 하라는 말을 해두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으잉?"

시위 현장을 보던 내 눈에 왠 교복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작은 키에 묶은 머리, 왼손에 뭔가 반짝이는 작대기는 m1902 세이버 같은데... 김 아무개?

"친일! 짝짝! 군벌! 짝짝! 물러! 짝짝! 가라! 짝짝!"

아예 2열 횡대로 서서 잠긴 교문 앞에서 박수를 치며 리듬을 타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던 김 아무개가 닫아놓은 교문을 열더니 시위대 앞으로 나가서는 허리에 손을 대고는 뭐라뭐라 하는 듯 했다. 김 아무개의 성격상 100% 쌍욕이겠지?

"에라이...!!"

저년이 드디어 미쳤구나, 아니 내가 이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육식동물은 폭력을 회피하고 잘 해결하려고 하지만 초식동물일수록 내재된 폭력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도 비슷하다. 남자들은 척 보면 이놈이 강한 놈이고 쎈놈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기 때문에 진짜 덩치 크고 조폭 티 내는 사람 앞에서는 조용하지만 여자들은 그런 거 없더라. 성질 받는데로 오만상을 찡그리며 발광하기 일쑤였다. 그런 현장을 구경하면서 저러다 조폭이 한대라도 치면 턱뼈나 무사할까 하면서 걱정스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지금 김 아무개가 그러고 있는 것이다.

문을 부쉈는지 열었는지도 모를 만큼 급하게 달려나갔다. 계단을 절반은 그냥 뛰어넘어서 내려가고는 현관을 뛰어나와 질주했다. 교문이 눈앞에 보일 때쯤 선두에서 달려나오는 것은 한창 일본어 수업을 하고 있었을 도쿠가와 요시노부였다. 그 뒤로 남학생들과 전습대원들이 지팡이를 들고 떼거지로 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김 아무개가 들어왔을 때, 50대로 보이는 중년 한놈이 김 아무개의 싸대기를 강하게 후려치고 있었다.

"아!!"

비명소리도 여자같지 않은 김 아무개가 옆으로 주저앉듯이 쓰러졌다. 안경은 이미 날아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 싶었다. 김 아무개한테 성질이 단단히 받았는지 50대 중년남이 구둣발을 들어 김 아무개를 밟아버리려고 했을 때, 김 아무개의 손이 올라가 신발 바닥을 홱 잡아버렸다.

"이 씨빨새끼가!!"

김 아무개가 욕설과 함께 손을 휘두르자 잠시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한 50대 중년남이 균형을 잡더니, 더 빡친 표정으로 입을 내밀면서 김 아무개에게 싸커킥을 날리려 들었다. 큰일났지 싶어 해군 타치를 뽑으려던 순간 중년남이 명치에 펀치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벌벌 떨길래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나뿐만 아니라 도쿠가와 요시노부와 시위대, 전습대원들, 남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저앉은 김 아무개가 내민 팔에는 m1902가 들려 있었고, 칼이 중년남의 명치를 관통한 상태였다. 김 아무개가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중년남이 명치에 꽃힌 m1902의 칼날을 손으로 잡았고, 맞은 부분을 보며 여전히 벌벌 떠는 와중에 김 아무개는 싸대기를 맞은 뺨이 아픈지 왼손으로 왼쪽 뺨을 잡고는 칼을 쑥 뽑았다.

"으...으으!!"

뒤로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중년남을 향해 김 아무개가 가차없이 수평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이 썅놈이 뒤질라고!!"

앙칼진 김 아무개의 목소리와 함께 두번째의 수평베기가 중년남의 목을 치고 지나가자 중년남이 목에서 피를 쏟으면서 쓰러졌다. 마치 그게 신호탄이기라도 했던 것처럼 2열 횡대로 있던 시위대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열사님의 뒤를 따르자!!"
"우리 학교를 모독하는 개새끼들을 죽여라!!"

혈기 왕성한 남학생들이 목봉을 들고 달려들었고 곧 난장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 충돌이 훗날 제1차 안산 사변이라 불리는 분쟁의 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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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다크 판타지 전습대 66화 제1차 안산 사변(2)
언젠가 씁니다.

덧글

  • 동아 2014/04/13 01:33 # 답글

    자....잔다르크...????
    김아무개가 선빵맞은걸 쿼드콥터가 촬영해놨으면 참 좋은 자료가 되겠네요.
  • 발러 2014/04/13 03:48 # 삭제 답글

    김아무개 성깔 죽여주는군요.
  • 지나가던과객 2014/04/13 04:52 # 삭제 답글

    제갈진욱의 엿 먹어라에다 김 아무개의 성깔이 합작을 이루어서 큰 일이 벌어졌군요.

    아아......, 이렇게 정부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 안되는데......
  • 지옥열차 2014/04/13 10:57 # 삭제 답글

    오오 좋군요!시위대를 살!!!!!
    죽은 시위대가 좋은시위대입니다!!!!
    회사일로 받던 스트레스가 좀 풀리네요.헠헠
  • 쿄쿄쿄 2014/04/13 11:13 # 삭제 답글

    시위대는 어케든 막겠지만 제갈진욱이 문제군요. 전습대가 아무리 막나가도 경찰을 건드릴 수는 없을텐데 말이죠.경찰을 건드리게 된다면 그거야 말로 2차대전 일본군이 되는 것이겠고..
  • JL 2014/04/13 17:59 # 답글

    그 와중에 깨알같은 한국갤럽이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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