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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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64화 봄은 투쟁의 계절 팬픽

노조위원장이 선동에 홀라당 넘어간 일부 노동자들이 공장 일부를 점거하고 조업을 방해하자, 시큐리티 서비스 계약 내용대로 전습대가 출동했다. 나는 이번 일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가능하면 죽이지 않도록 하되 무기로 덤벼들면 호신은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모순투성이의 방침이지만 자력구제를 금지한다면 전습대원이 죽거나 다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 수 없었다.

하지만 일은 생각외로 엄청나게 쉽게 진행되었다. 여원홍이 노동자들의 신상을 이용해서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통해 가족들에게 전화해서 설득해달라고 연락했고, 가족의 간곡한 전화를 받은 노동자들이 매우 동요하고 있었던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곳 사람들에게 전습대란 이미 공포의 조건반사 그 자체였다. 태국 호랑이 사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어린 호랑이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약물을 주사하여 공포의 세뇌를 시키면, 다 커서 승려들 정도는 껌처럼 씹을 능력을 가진 호랑이라도 조건반사적으로 몽둥이가 보이기만 하면 공포에 질려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된다. 여원홍의 천진기업은 절대다수가 중국인이었고, 이미 2개의 중국인 폭력조직을 멸망시키고 1개의 인천 대조직을 파멸시켰으며, 천웅방을 아래에 휘어잡고 있는 무시무시한 100%울의 전습대는 옷만 보아도 주저앉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전습대원들이 한다치(半太刀)를 차고 손에는 화이바글라스 재질의 지팡이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기만 해도 죄다 알아서 무릎을 꿇고 머리 위에 손을 올리는 지경이 되었다.

물론 투쟁을 요구하며 확성기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던 노조위원장은 결국 다 갖다 버리고 옥상으로 도망갔다. 탈출 로프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노조위원장은 옥상 한쪽으로 몰려서 대원들과 나를 앞에 두고 일본도를 뽑아 나에게 겨누고 있었다.

"안됐구나 노조위원장 동지! 노동자들을 내세워 죽게 만들 셈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리 못해줘서 진심으로 미안하구나!"

"으으..... 으으으..."

포위한 전습대원들을 노려보며 이를 가는 노조위원장, 하지만 눈에는 공포가 어렸고 칼을 꽉 쥐고 내민 두 손은 힘을 너무 준 탓인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칼 버리라는 전습대원들의 독기어린 고함이 이어졌다. 내가 손을 올려 제지하니 대원들이 조용해지면서 뒤로 물러섰다. 노조위원장은 여전히 두려움에 싸인 채로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다.

"불쌍하기 짝이 없구나. 누가 너에게 혁명의 산제물이 되라고 강요했느냐? 전습대의 칼을 맞고 죽어주면 얼마를 준다더냐?"
"돈밖에 모르는 파쇼 자본의 노예새끼답구나!"

노조위원장의 일갈에는 방금까지의 나약한 모습과 정 반대되는 박력이 있었다. 진심어린 분노였다.

"네가 전습대인가 하는 친일 파쇼 폭력단의 두목이냐?"
"그건 니가 궁금해서 하는 소리냐, 아니면 그들이 그렇다하니 묻는 것이냐?"
"왜, 기득권의 꼭두각시로 사니 사람들이 다 꼭두각시로 보이나 보지?"

노조위원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비웃는 듯한 인상이다. 이런 것도 어디서 많이 봤지. 빡쳐줄 필요가 있다.

"의문문에 의문문으로 답하지마!! 학교에서 그따위로 가르쳤나!!"
"기득권의 개를 만들기 위한 학교따윈 필요없다!! 네놈 소문은 이전부터 들었지, 학교를 장악하고 인민대중을 군대 병사로 만들기 위한 구시대의 교육방식을 부활시켜놓았다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대갈 시절에도 너같은 미친놈은 없었어..."
"변증법적 역사관에 의하면, 역사는 발전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 보기에 발전 따윈 없어. 모든 사람들이 헛생각을 하지만 말이야, 아프리카 군벌의 세상에서 민주주의가 됐나? 세상은 발전도 퇴보도 없으며 오직 변화만이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변화에 맞는 해결법은 따로 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실험을 하는 중일 뿐이야."

노조위원장이 고개를 두어번 끄떡였다.

"그래... 역시 생각대로 넌 미친놈이었어.."

노조위원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치 결심을 굳힌 듯 했다.

"이제 아무런 후회가 없다."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 만 했다. 이쯤 해서 말장난은 관두고 때려서 체포해야 할 시점이었지만 저렇게 메시아가 빙의된 놈에게는 갈굼을 해주지 않고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씨익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물론 웃는 표정은 일부러 지은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나온 것이다.

"김주열이 되고 싶으냐? 강경대가 되고 싶으냐? 이제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울 때도 되지 않았더냐? 천사의 날개 속에 갖추어진 진드기를 알아볼 때도 되지 않았나? 지성인이라면 말이야. 시대적 숙명을 가장하여 세상의 죄를 십자가로 속죄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누군가를 역사 속의 희생적 구원자로 추켜세워 마침내 메시아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검은 천사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슬프게도 네놈은 예수아 딘 자렛을 따라하고 싶은 모양이다만 흉내는 아무리 완벽해도 흉내일 뿐, 넌 코스프레에 흥분하는 얼치기에 지나지 않아."

어깨를 으쓱하며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당연히 개죽음이지!"

하며 웃었다. 노조위원장이 666가지의 욕설을 다양하게 내뱉는 동안 나는 한참 웃음 소리를 종류별로 내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는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너를 취조하였으나 아무런 죄도 찾지 못하였다. 유월절도 아니고 바라바도 없으니, 내가 너를 살려주겠다. 너는 불쌍한 어린양이다. 나와 함께 나의 세계로 와라. 자세한 건 그 다음에 이야기하지."

노조위원장은 모든 것을 체념한 얼굴로 아프리카의 걸식 아동을 바라보는 듯한 씁쓸한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럴 줄 알았지 내가...

"으아아아!!!"

괴성 소리와 함께 노조위원장이 칼을 들어올리며 달려들었다. 내 머리를 향해 정확히 내리꽃히는 모조 일본도. 하지만 슬프게도 온 힘을 다한 초보의 공격은 어디로 들어올지 뻔했다. 해군 타치를 칼집에서 뽑아 올려치자 놈의 칼과 부딪치며 멈추었고 놈이 칼을 떼어 나를 다시 공격하려던 중 생긴 빈틈으로 자연스럽게 칼이 들어갔다. 놈의 칼과 얼굴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간 칼날이 놈의 목줄기에 닿았고, 나는 체중을 실어 밀어붙이며 몸을 한바퀴 돌렸다.

한바퀴 돌아 놈을 보니 놈은 칼을 맞았다는 느낌에 혼비백산했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마치 악몽을 꾸다 깨어난 듯 눈을 크게 뜨고 손을 자기 목에 여러번 대보고 있었다. 세번째 대보고 뜨듯한 액체의 감촉을 확인했을 즈음에 놈은 한쪽 무릎을 꿇었고, 곧 땅바닥에 엎어졌다.

"하악...쿠으.. 하앜....쿠흨....."

노조위원장은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목에서 꿀렁꿀렁 맥박에 맞춰 쏟아지는 피가 그의 얼굴 반쪽을 적셨다. 그리고 눈동자를 미친듯이 굴리며 공포에 빠진 노조위원장이 가쁜 숨을 내쉴 때마다 그 피가 코와 입으로 들어갔다가 내뿜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목...마르다...."

땅바닥에 엎어진 채로 몸을 벌벌 떨면서 잘린 목줄기에서 피를 쏟아내는 노조위원장의 눈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그런 그를 보기만 할 뿐 아무도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동맥이 나간 것임에 틀림없는 그를 데리고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더러운 피에 100%울 원단으로 만들어진 옷이 젖을까봐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쿨럭....쿠릌...."

기침을 할 때마다 피웅덩이가 튀어올랐다. 대원들은 핏방울이 묻을세라 피가 튀어나가는 방향에서 얼른 비켜섰다. 얼마 안가서 기침 소리도 잦아들었고, 노조위원장의 눈빛도 사라지고 눈동자에는 투명한 회색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죽은 것이다.

어찌되었든 노조위원장이 먼저 공격했으니, 모든게 만사 오케이일까? 그럴 리가 없지. 어찌되었든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이고, 죽을 준비를 마친 사람이었다. 그가 죽음으로써 무엇을 얻고, 무엇을 꾀하려 했는지는 명확하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난 쓸데없는 언쟁으로 그를 도발했다. 보자마자 그를 일제히 달려들었다면 사로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순교자가 되기 위해 왔던 몸. 달려들었다면 옥상에서 투신했겠지. 아무튼 나는 원래 천진기업으로 출병할 때에 생각하기를 노조위원장을 사로잡아 경찰에 넘길 생각이었다. 그럼으로써 놈들의 계략을 피할 생각이었지만, 노조위원장을 눈앞에 두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목숨 쯤은 하나도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 보기에 잘못된 세상을 자기들 식으로 바꾸겠다는 이야기겠다만, 그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건수를 만들기 위해 주변을 게릴라 식으로 타격하고, 공격한다면 결국 지치는 것은 덩치 큰 존재 뿐이다.

흑호방주이건, 우리를 적으로 규정하고 발판 삼아 도약하려는 진보 세력이건, 제3의 누구이건 간에 더이상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순교자를 만들어주었으니, 이제 그들이 구실을 삼아 최대한의 역량으로 우리를 칠 것이다. 이기는 자는 관군이 될 것이고, 패하는 자는 대 역적이 될 것이다.


출장본영에 돌아오니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책상에 몸을 삐딱하게 하고 앉아서, 주먹을 쥐고 턱을 괴고 있었다. 내가 앞에 가서 말하기를

"임무를 마치고 귀대했습니다. 노조위원장은..."

"죽었겠지."

말을 끊고 단언한 요시노부는 계속해서 다른 곳만 보며 턱을 괴고 있다가, 턱을 괴고 있던 손으로 이마를 쓸어올리며 탄식하듯이 중얼거렸다.

"이제 힘들어지겠군."

노조위원장 사망의 후폭풍이 대규모로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사흘 후였다.
SNS, 블로그, 인터넷 언론, 그리고 메이저 일간지까지 제각기 자기들 식의 관점을 내세우며 이 사건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가운데, 나는<친일반민족척결 대책연합>의 이름으로 대규모 시위를 천명하는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모자를 벗고 손에 쥐었다.

"그가 참으로 메시아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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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계의 Kink.com을 지향하는 DARK♂FANTASY
전습대 65화 제1차 안산 사변 (1)
언젠가 씁니다.

덧글

  • 지옥열차 2014/04/05 18:38 # 삭제 답글

    자 좌빨들에게 머스켓과 캐니스터,척탄으로 딥다크판타지를 보여주세요~
  • 존다리안 2014/04/05 18:49 # 답글

    죽이기보다는 가스총을 쏘거나 정 안되면 그냥 진압봉으로 패서 잡으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그러지 못할 사정도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4/04/05 18:51 #

    대원들은 그때 이미 지팡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본문에서도 예상했지만 아마 순교를 각오한 사람이니 체포하려고 달려들었으면 투신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 지나가던과객 2014/04/05 18:58 # 삭제 답글

    주인공이 극우 수꼴로 각성한 듯한 느낌입니다.
  • 네비아찌 2014/04/05 20:09 # 답글

    깨알같은 kink.com 멘트네요^^;;;
  • Zimen 2014/04/05 21:25 # 삭제 답글

    친일이라고 욕을 먹어도 공권력에 굽혀주고 떡만 주면 명맥을 잇는건 가능하겠지만 빡이 칠대로 친 전습대 봉행께서 어떡하실지 모르겠네여
  • 2014/04/05 23:0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4/04/06 00:08 #

    무겁고 손 쓰기 힘들어서죠. 사실 유럽 군대 하면 풀 슈트를 갖춘 중장기병의 이미지만 있는데요, 용병이나 도시민 징집병 같은 자들도 있었고 이들은 기사만큼 중장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손가락까지 다 가린 건틀렛을 쓰는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16세기처럼 대규모의 군대를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시점이 되면 총병은 물론 평복이고, 파이크병 중 갑주를 작용한 코르셀렛 같은 자들도 보통 투구, 흉갑, 허벅지만 가리지 팔이나 손을 가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거기에 비싸기도 하고, 기술도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손가락 건틀렛을 만드는 전통이나 풍조가 없으면 쉽게 만들 만한 것도 아니고, 그대신 손등까지는 의외로 많이 가립니다. 일본도 팔을 가리는 농수 같은 부분을 보면 손등에서 손가락 관절까지는 가려주는 편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장비의 방어력에 의지하기보다는 검술의 기법으로 손을 보호해야겠죠.
  • 쿄쿄쿄 2014/04/06 01:36 # 삭제 답글

    전습대가 일본 황군 테크를 탈 것 같은 예감이 불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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