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과의 검술판 주먹이 운다 기획은 생각 외로 성황이었다. 일단 예선에서만 상상 이상의 인원인 1254명이 몰렸기 때문에, 이를 가려내는 것도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내건 상금은 1등이 5천만원, 2등이 3천만원, 3등이 천만원으로 상금으로 나갈 돈만 9천만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라는 점도 한몫 했다. 가뜩이나 경제도 침체되고 돈 벌 구석도 마땅치 않은 이 시대다.
묵묵히 수련하던 취미 무술인들이 비록 스스로는 경쟁이나 싸워서 이긴다는 것에서 스스로는 한발 물러섰다고 자조한다고는 해도 결국 자기 내면에서는 여전히 스스로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단 패배라는 형태로 자기가 싾아온 것이 무너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도 없고 돈 벌 곳도 마땅찮은 이 시대에 거액의 상금이 유혹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본선 진출만 해도 200만원의 격려금은 물론, 치료비까지 책임진다는 조건에 혹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기는 모두 우리 전습대에서 규격을 정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틸 블런트로 대련하고 연습하는 단체는 국내에서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설사 한다고 해도 약속대련 형태로 시나리오를 정해서 하는 카타(形) 수련에 쓰는 정도가 고작이다. 당연히 열처리가 바짝 들어가 경도가 높아서 깨지기 쉬운 특수강 가검 정도만 쓰는 정도인데 이것도 보통 칼끝은 날카로워서 위험했다.
그리고 우리가 규격을 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런 대회에 그것도 상금이 걸리면 죄다 길고 끝은 얇고, 따라서 초 스피드로 후려칠 만한 시합용 도구를 제각기 만들어서 나올 것이 뻔하므로 도구의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파링 블런트의 노하우가 그들에게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우리가 현대 공업기술의 도움을 받아 제조한 장비들의 스펙은 대략 이러했다.
서양검 - 알비온사의 제품을 그대로 사용. 롱소드 블런트인 The Liechtenauer 와 한손검 블런트인 The I:33 2종이다.
일본도 - 전습대가 반월공단 업체들과 협력하여 만들었다. 1060 고탄소강을 사용한 통열처리 블런트로, 도신 성형 자체는 CNC로 처리.
일본도는 다음 3가지 규격으로 나뉘었다.
The Kamakura - 타치(太刀)양식. 스텐레스 스틸 주조 도장구 탑재. 날길이 83cm, 휨 2.2cm 무게 1.35kg
The Edo - 우치카타나(打刀)양식. 스텐레스 스틸 주조 도장구 탑재. 날길이 75cm, 휨 1cm, 무게 1.2kg
The Hisatada - 노다치(野太刀)양식. 스텐레스 스틸 주조 도장구 탑재. 날길이 96cm, 휨 1.5cm, 무게 1.8kg
모두 손잡이에 끈을 감고 카슈를 먹여 강화했으며, 어피 대신 카슈칠한 삼베를 사용. 나사+금속 못 2중 고정.
중국검은 미국 콜드스틸 제품인 Battle Jian을 수입하여 블런트화시킨 것으로 대체.
세이버는 마찬가지로 콜드스틸의 1796경기병 세이버와 1853프로이센 세이버를 수입하여 블런트화시켰다.
레이피어와 스몰소드는 중국 폴첸사의 제품을 수입했다. 레이피어의 날길이는 42인치, 스몰소드의 날길이는 83cm로 고정.
이렇게 규격을 나눈 것은 이종검술로써 볼거리를 강화시킬 겸 다양한 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예산이 좀 더 들어가긴 했지만 덕분에 대규모로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로써 나의 기획안이 뼈대만큼은 수정 없이 실행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링이나 무대 설치 노하우는 격투기 단체인 RFC의 도움을 받기로 했고, 장비들은 전부 펜싱마스크와 Deep2 장갑, 우리가 준비한 토너먼트 슈트로 통일. 장르는 평복 이종검술로 규정했다.
"그래서 형은 나갈 거에요?"
"글쎄...."
왕조명의 질문에 나는 뜸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가서 나도 얼마만큼 하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이래뵈도 전습대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써 함부로 나갔다가 깨지기라도 하면 전습대의 위용을 홍보한다는 목적에 악영향을 끼치면 끼쳤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 싶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 지도자라고 점잔을 뺀다거나 강한 척 신선놀음 하는 건 절대 취향이 아니었을 뿐더러 혐오하기까지 하는 입장이었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사람들 생각은 다르지 않은가. 현실을 감안해야만 했다.
"나갔다가 망신이라도 당하면 그것도 문제니까..."
"형도 이제 체면 차릴 때긴 하죠."
왕조명도 머리가 좋은 만큼 배경에 깔린 문제가 뭔지는 훤히 알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왕조명이 별 이유 없이 이곳에 놀러오다시피 하고는 있었지만, 요즘 하는 말을 들어보면 뭔가 나름대로 투자 계획을 세우고는 있는 모양이었다.
"요즘 대륙 소식 들어보셨어요?"
물론 들어보긴 했다. 중국 정부의 최대 목적은 경기 과열을 급격한 침체 없이 어떻게 연착륙시키는가에 있었다. 그에 비하면 환경 개선이나 인민생활의 질 개선이라는 것은 부차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중국 정부는 나름 이것에 대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이었지만, 붕 뜬 경기가 내려앉는 데에 실업자 증가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피하가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미 부동산 거품은 상당히 커져 있던 시점이었고, 이 거품이 확 내려앉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더이상 부동산을 짓는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공실률을 비롯하여 거품이 정말 언제 꺼질지 모르는 시점이었으므로 해외 투자로 시선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왕조명이나 기타 언론지의 분석이었다.
여기에 한국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뭐 극도로 침체된 수도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미명이 있긴 했지만 해외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모양인지 연일 이민 규제 완화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게 다 좀비사태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내국인들의 반발은 물론 만만치 않았으며, 전습대 내부에서는 대부분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여원홍이나 도쿠가와 요시노부 같은 외국인 간부들의 입장은 물론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한국 정부도 나름 이런 문제를 알고는 있는 듯 했다. 내가 보기에는 비교적 잘 살고, 민도가 높은 나라의 국민들을 유치할 생각인 듯 했다. 그러면 인적자원도 얻어지는 셈이고, 이민자들의 문제인 범죄율 증가, 질서 문란, 문화 동화 문제 등에서 유리하다고 본 듯 하다. 일단 일차적으로 대상이 되는 것은 살 곳을 잃고 재난용 임시 주택에서 살아가는 동북대지진 피해 주민들, 즉 일본인을 타겟으로 삼는 모양으로,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협상이 이루어지는 중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당연히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친구도 현대인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던 도쿠가와 요시노부 가문의 일원이고, 당연히 과거 1868년 무진전쟁때 도쿠가와를 지지한 동북지방에 대한 심리적인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거의 틀림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빛이 무거워지는걸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가끔가다 보면 그렇게 한국에 이주하는 동북 일본인들의 대부가 되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게 말이 안되보이기도 할텐데 지금도 한국에서 뼈대 있는 유교 가문에 가서 보면 노론 소론을 아직도 신경쓰거나, 송시열에 대해 비판의 먼지라도 꺼내면 피꺼솟하고, 남인 북인을 구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과거의 기억과 가치관의 계승이란게 이렇게 무섭다는 것이다.
여원홍이나 김무정은 반대로 중국인들 이주를 통해 한국의 경제와 국력도 살고 중국인들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며 좋아했다. 여원홍은 대만 기업의 진출을 주선해볼 생각도 있는 듯 했다. 대만은 여전히 잘 살고 있지만 한국 경기도 지방은 필요한 월급의 액수도 낮아졌고 전체적으로 다른 지방에 비해 저소득 저물가를 유지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경기도의 미국화에 즈음해서 왕조명은 이런 사람들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투자 및 재개발 장소에 대해 물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와서 커피만 축내는 줄 알았더니 생각외로 기획이 많구만?"
"으따 제가 왕조명 아닙니까! 국민당의 왕조명은 실패하지만 천웅방의 왕조명은 성공한다구요. 두고 보세요. 제가 페라리 여섯대로 보여드릴께요."
원래 음식과 이권에는 벌레가 끼기 마련이지만, 왕조명은 전습대의 위명 앞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안심하고 있었다. 글쎄, 그런데 나는 약간 불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게, 요즘들어 왠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답시고 돌아다니는 놈들이 있다는 걸 보고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인세에 열린 지옥이라면 잡동사니가 낄 수조차 없다. 이전에 외국인 위문한답시고 깝치다 칼빵 수십대 맞고 작살난 야당 정치인의 참사 이후로 이곳에는 그런 자들이 당분간 낌새조차 없었다.
하지만 전습대의 활동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전해진 이후로는, 특히 청웅 사타부언 사태의 해결을 통해 제갈 진욱이 치안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매스컴을 총동원하여 시끄럽게 홍보한 이후에는 점점 프락치&양아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못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그냥 깡패들이라면 깔끔하게 묻어버리면 되는데, 사회운동가들이라면 정말 당해내기 힘든 자들이다. 그들은 탁월한 이미지 포장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칼보다 펜이 무서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 이미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능력으로 그 누구라도 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일 우리가 그들과 대립하게 된다면 전습대의 무술 실력과 스나이더 엔필드 소총으로도 이길 수가 없지 싶다.
"조명아, 그나저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러니 여전히 상종 못할 인세 지옥이라는 것을 경험시켜서 쫓아내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원래 이런건 싹부터 잘라버려야지. 부탁이란 간단한 것으로 그냥 천웅방 애들로 하여금 다큐 찍는다는 애들을 시비 좀 걸어서 한 두어명을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10년 썩게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알았어요. 그런데 형 그런 방식만 가지고 몇번이나 되겠어요? 앞으로 여기가 더 부흥하고 커질건데 그런 거 말고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수긍했지만 딱히 뭘 어쩔지 생각나는 게 없었다. 우리가 뭐 선전부 만들어서 나팔 분다고 사람이 들어줄 것도 아니고 태생부터가 재패니즈 이미지를 강하게 띤 조직이라, 사회운동가들의 친일 반민족 드립에 이길 자신이 전혀 없었다. 원래 한국에서 친일은 모가지부터 따이고 시작하는 치명적 핸디캡이다. 내막을 파고 들어가면 도쿠가와와 메이지 신정부의 입장 차이가 막대했지만 그런거 알아줄 사람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시작할 때 이름을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 같은 걸로 하는게 나앗지 싶었다는 생각까지 들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무튼 회의 있으니 가볼께요. 말씀하신 건 언제쯤 처리할까요?"
"오늘 당장. 집중치료실 10년은 좀 너무하다 싶긴 하니까 두부외상이랑 경추골절까지만 해 두자고. 아 그리고 심리적으로 맛가게 해야 되니까 돌림빵이 기본인건 알지?"
"형은 진짜 가끔가다 보면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댄다니까요. 아무튼 적당히 해 둘께요."
"오케이, 오케이."
왕조명을 보내고 머리를 긁으며 응접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문을 지키던 대원 한명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홍보가 필요하시다면 멀리 보지 마시고 눈앞의 인재를 보십쇼."
얼굴을 보니 엺게 미소를 띠고 있는 이 당돌한 친구는 내가 알고 있는 친구다. 1소대 소속으로 키는 169cm정도에, 상고머리, 마른 체구의 이 친구는 <전습대 케토톱>으로 알려진 친구였다. 이자로 말하자면 운동 신경이 별로 대단치 않아 총검술도 그럭저럭, 레슬링은 거의 못하고 검술도 잘한다고 하기에는 남사스러운 친구이지만 스파링만 붙였다 하면 탁월한 유연성을 이용해 상대의 정강이나 무릎을 한손으로 후려치는 기술로 유명한 친구였다.
한 스텝만 더 밟으면 상대를 칠 수 있는 거리에서 특유의 런지로 몸이 쭉 들어오는데, 여기에 왼손으로 땅을 짚고 가슴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까지 몸을 낮추며 채찍질하듯이 칼을 휘둘러 무릎을 치는 것이 패턴인데 이걸 파훼하는 대원들도 몇명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적이었다. 그런데 한손으로 휘두르는 특성상 컨트롤이 안되서 무릎을 맞은 대원이 절뚝거리고 반드시 파스를 붙이게 된다고 하여 붙은 별명이 <전습대 케토톱>이었다. 덕분에 이 친구랑 할 때에는 반드시 니 패드를 차는 것이 스파링의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자네 이름이 뭐더라?"
"막부 전습대, 뇌격 불퇴전의 1소대 대원 허무도입니다!"
아하... CF기획사 하다 말아먹었다던 그 친구인 모양이다.
"본관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그만한 배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물론입니다."
왠지 모르게 제5공화국의 괴벨스라던 허문도 생각이 났다.
"어디 한번 그 배포를 들어보지."
응접실로 따라들어오는 허무도의 표정은 자신만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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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58화 언젠가 씁니다.
묵묵히 수련하던 취미 무술인들이 비록 스스로는 경쟁이나 싸워서 이긴다는 것에서 스스로는 한발 물러섰다고 자조한다고는 해도 결국 자기 내면에서는 여전히 스스로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단 패배라는 형태로 자기가 싾아온 것이 무너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도 없고 돈 벌 곳도 마땅찮은 이 시대에 거액의 상금이 유혹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본선 진출만 해도 200만원의 격려금은 물론, 치료비까지 책임진다는 조건에 혹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기는 모두 우리 전습대에서 규격을 정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틸 블런트로 대련하고 연습하는 단체는 국내에서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설사 한다고 해도 약속대련 형태로 시나리오를 정해서 하는 카타(形) 수련에 쓰는 정도가 고작이다. 당연히 열처리가 바짝 들어가 경도가 높아서 깨지기 쉬운 특수강 가검 정도만 쓰는 정도인데 이것도 보통 칼끝은 날카로워서 위험했다.
그리고 우리가 규격을 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런 대회에 그것도 상금이 걸리면 죄다 길고 끝은 얇고, 따라서 초 스피드로 후려칠 만한 시합용 도구를 제각기 만들어서 나올 것이 뻔하므로 도구의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파링 블런트의 노하우가 그들에게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래서 우리가 현대 공업기술의 도움을 받아 제조한 장비들의 스펙은 대략 이러했다.
서양검 - 알비온사의 제품을 그대로 사용. 롱소드 블런트인 The Liechtenauer 와 한손검 블런트인 The I:33 2종이다.
일본도 - 전습대가 반월공단 업체들과 협력하여 만들었다. 1060 고탄소강을 사용한 통열처리 블런트로, 도신 성형 자체는 CNC로 처리.
일본도는 다음 3가지 규격으로 나뉘었다.
The Kamakura - 타치(太刀)양식. 스텐레스 스틸 주조 도장구 탑재. 날길이 83cm, 휨 2.2cm 무게 1.35kg
The Edo - 우치카타나(打刀)양식. 스텐레스 스틸 주조 도장구 탑재. 날길이 75cm, 휨 1cm, 무게 1.2kg
The Hisatada - 노다치(野太刀)양식. 스텐레스 스틸 주조 도장구 탑재. 날길이 96cm, 휨 1.5cm, 무게 1.8kg
모두 손잡이에 끈을 감고 카슈를 먹여 강화했으며, 어피 대신 카슈칠한 삼베를 사용. 나사+금속 못 2중 고정.
중국검은 미국 콜드스틸 제품인 Battle Jian을 수입하여 블런트화시킨 것으로 대체.
세이버는 마찬가지로 콜드스틸의 1796경기병 세이버와 1853프로이센 세이버를 수입하여 블런트화시켰다.
레이피어와 스몰소드는 중국 폴첸사의 제품을 수입했다. 레이피어의 날길이는 42인치, 스몰소드의 날길이는 83cm로 고정.
이렇게 규격을 나눈 것은 이종검술로써 볼거리를 강화시킬 겸 다양한 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예산이 좀 더 들어가긴 했지만 덕분에 대규모로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로써 나의 기획안이 뼈대만큼은 수정 없이 실행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링이나 무대 설치 노하우는 격투기 단체인 RFC의 도움을 받기로 했고, 장비들은 전부 펜싱마스크와 Deep2 장갑, 우리가 준비한 토너먼트 슈트로 통일. 장르는 평복 이종검술로 규정했다.
"그래서 형은 나갈 거에요?"
"글쎄...."
왕조명의 질문에 나는 뜸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가서 나도 얼마만큼 하나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이래뵈도 전습대의 실질적인 수장으로써 함부로 나갔다가 깨지기라도 하면 전습대의 위용을 홍보한다는 목적에 악영향을 끼치면 끼쳤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 싶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 지도자라고 점잔을 뺀다거나 강한 척 신선놀음 하는 건 절대 취향이 아니었을 뿐더러 혐오하기까지 하는 입장이었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사람들 생각은 다르지 않은가. 현실을 감안해야만 했다.
"나갔다가 망신이라도 당하면 그것도 문제니까..."
"형도 이제 체면 차릴 때긴 하죠."
왕조명도 머리가 좋은 만큼 배경에 깔린 문제가 뭔지는 훤히 알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왕조명이 별 이유 없이 이곳에 놀러오다시피 하고는 있었지만, 요즘 하는 말을 들어보면 뭔가 나름대로 투자 계획을 세우고는 있는 모양이었다.
"요즘 대륙 소식 들어보셨어요?"
물론 들어보긴 했다. 중국 정부의 최대 목적은 경기 과열을 급격한 침체 없이 어떻게 연착륙시키는가에 있었다. 그에 비하면 환경 개선이나 인민생활의 질 개선이라는 것은 부차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중국 정부는 나름 이것에 대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이었지만, 붕 뜬 경기가 내려앉는 데에 실업자 증가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를 피하가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미 부동산 거품은 상당히 커져 있던 시점이었고, 이 거품이 확 내려앉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새로운 투자처가 필요했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더이상 부동산을 짓는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공실률을 비롯하여 거품이 정말 언제 꺼질지 모르는 시점이었으므로 해외 투자로 시선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왕조명이나 기타 언론지의 분석이었다.
여기에 한국 정부는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뭐 극도로 침체된 수도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미명이 있긴 했지만 해외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 모양인지 연일 이민 규제 완화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게 다 좀비사태 때문이다. 이것에 대한 내국인들의 반발은 물론 만만치 않았으며, 전습대 내부에서는 대부분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여원홍이나 도쿠가와 요시노부 같은 외국인 간부들의 입장은 물론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한국 정부도 나름 이런 문제를 알고는 있는 듯 했다. 내가 보기에는 비교적 잘 살고, 민도가 높은 나라의 국민들을 유치할 생각인 듯 했다. 그러면 인적자원도 얻어지는 셈이고, 이민자들의 문제인 범죄율 증가, 질서 문란, 문화 동화 문제 등에서 유리하다고 본 듯 하다. 일단 일차적으로 대상이 되는 것은 살 곳을 잃고 재난용 임시 주택에서 살아가는 동북대지진 피해 주민들, 즉 일본인을 타겟으로 삼는 모양으로,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협상이 이루어지는 중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당연히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친구도 현대인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던 도쿠가와 요시노부 가문의 일원이고, 당연히 과거 1868년 무진전쟁때 도쿠가와를 지지한 동북지방에 대한 심리적인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거의 틀림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빛이 무거워지는걸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가끔가다 보면 그렇게 한국에 이주하는 동북 일본인들의 대부가 되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게 말이 안되보이기도 할텐데 지금도 한국에서 뼈대 있는 유교 가문에 가서 보면 노론 소론을 아직도 신경쓰거나, 송시열에 대해 비판의 먼지라도 꺼내면 피꺼솟하고, 남인 북인을 구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과거의 기억과 가치관의 계승이란게 이렇게 무섭다는 것이다.
여원홍이나 김무정은 반대로 중국인들 이주를 통해 한국의 경제와 국력도 살고 중국인들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며 좋아했다. 여원홍은 대만 기업의 진출을 주선해볼 생각도 있는 듯 했다. 대만은 여전히 잘 살고 있지만 한국 경기도 지방은 필요한 월급의 액수도 낮아졌고 전체적으로 다른 지방에 비해 저소득 저물가를 유지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경기도의 미국화에 즈음해서 왕조명은 이런 사람들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투자 및 재개발 장소에 대해 물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는 와서 커피만 축내는 줄 알았더니 생각외로 기획이 많구만?"
"으따 제가 왕조명 아닙니까! 국민당의 왕조명은 실패하지만 천웅방의 왕조명은 성공한다구요. 두고 보세요. 제가 페라리 여섯대로 보여드릴께요."
원래 음식과 이권에는 벌레가 끼기 마련이지만, 왕조명은 전습대의 위명 앞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안심하고 있었다. 글쎄, 그런데 나는 약간 불안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게, 요즘들어 왠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답시고 돌아다니는 놈들이 있다는 걸 보고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인세에 열린 지옥이라면 잡동사니가 낄 수조차 없다. 이전에 외국인 위문한답시고 깝치다 칼빵 수십대 맞고 작살난 야당 정치인의 참사 이후로 이곳에는 그런 자들이 당분간 낌새조차 없었다.
하지만 전습대의 활동으로 인해 어느 정도 안전해진 이후로는, 특히 청웅 사타부언 사태의 해결을 통해 제갈 진욱이 치안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매스컴을 총동원하여 시끄럽게 홍보한 이후에는 점점 프락치&양아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못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그냥 깡패들이라면 깔끔하게 묻어버리면 되는데, 사회운동가들이라면 정말 당해내기 힘든 자들이다. 그들은 탁월한 이미지 포장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칼보다 펜이 무서운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 이미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능력으로 그 누구라도 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일 우리가 그들과 대립하게 된다면 전습대의 무술 실력과 스나이더 엔필드 소총으로도 이길 수가 없지 싶다.
"조명아, 그나저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그러니 여전히 상종 못할 인세 지옥이라는 것을 경험시켜서 쫓아내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원래 이런건 싹부터 잘라버려야지. 부탁이란 간단한 것으로 그냥 천웅방 애들로 하여금 다큐 찍는다는 애들을 시비 좀 걸어서 한 두어명을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10년 썩게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알았어요. 그런데 형 그런 방식만 가지고 몇번이나 되겠어요? 앞으로 여기가 더 부흥하고 커질건데 그런 거 말고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수긍했지만 딱히 뭘 어쩔지 생각나는 게 없었다. 우리가 뭐 선전부 만들어서 나팔 분다고 사람이 들어줄 것도 아니고 태생부터가 재패니즈 이미지를 강하게 띤 조직이라, 사회운동가들의 친일 반민족 드립에 이길 자신이 전혀 없었다. 원래 한국에서 친일은 모가지부터 따이고 시작하는 치명적 핸디캡이다. 내막을 파고 들어가면 도쿠가와와 메이지 신정부의 입장 차이가 막대했지만 그런거 알아줄 사람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 시작할 때 이름을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 같은 걸로 하는게 나앗지 싶었다는 생각까지 들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무튼 회의 있으니 가볼께요. 말씀하신 건 언제쯤 처리할까요?"
"오늘 당장. 집중치료실 10년은 좀 너무하다 싶긴 하니까 두부외상이랑 경추골절까지만 해 두자고. 아 그리고 심리적으로 맛가게 해야 되니까 돌림빵이 기본인건 알지?"
"형은 진짜 가끔가다 보면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댄다니까요. 아무튼 적당히 해 둘께요."
"오케이, 오케이."
왕조명을 보내고 머리를 긁으며 응접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문을 지키던 대원 한명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홍보가 필요하시다면 멀리 보지 마시고 눈앞의 인재를 보십쇼."
얼굴을 보니 엺게 미소를 띠고 있는 이 당돌한 친구는 내가 알고 있는 친구다. 1소대 소속으로 키는 169cm정도에, 상고머리, 마른 체구의 이 친구는 <전습대 케토톱>으로 알려진 친구였다. 이자로 말하자면 운동 신경이 별로 대단치 않아 총검술도 그럭저럭, 레슬링은 거의 못하고 검술도 잘한다고 하기에는 남사스러운 친구이지만 스파링만 붙였다 하면 탁월한 유연성을 이용해 상대의 정강이나 무릎을 한손으로 후려치는 기술로 유명한 친구였다.
한 스텝만 더 밟으면 상대를 칠 수 있는 거리에서 특유의 런지로 몸이 쭉 들어오는데, 여기에 왼손으로 땅을 짚고 가슴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까지 몸을 낮추며 채찍질하듯이 칼을 휘둘러 무릎을 치는 것이 패턴인데 이걸 파훼하는 대원들도 몇명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적이었다. 그런데 한손으로 휘두르는 특성상 컨트롤이 안되서 무릎을 맞은 대원이 절뚝거리고 반드시 파스를 붙이게 된다고 하여 붙은 별명이 <전습대 케토톱>이었다. 덕분에 이 친구랑 할 때에는 반드시 니 패드를 차는 것이 스파링의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자네 이름이 뭐더라?"
"막부 전습대, 뇌격 불퇴전의 1소대 대원 허무도입니다!"
아하... CF기획사 하다 말아먹었다던 그 친구인 모양이다.
"본관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그만한 배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물론입니다."
왠지 모르게 제5공화국의 괴벨스라던 허문도 생각이 났다.
"어디 한번 그 배포를 들어보지."
응접실로 따라들어오는 허무도의 표정은 자신만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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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58화 언젠가 씁니다.




덧글
이렇게 세력을 확대해나가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는 시나리오가 생각가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