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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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55화 전습대 커리큘럼 창/봉/총검술편 팬픽

"오케이! 바로 그거야. 하면 다 된다니까?"

처음에는 얼굴로 날아드는 목봉에 위축되어 머뭇거리던 도계성이었지만, 두어번 각잡고 가르쳐주자 이제는 날아오는 봉을 잘 쳐낸다.

"그리고 쳐낼 때 찌르기는 너무 빠르니까 이렇게 뒷다리를 굽히면서 몸을 뒤로 살짝 빼 주는게 좋아."

지금 가르치는 것은 창/봉/총검술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어법인 쳐내기이다. 쳐내기 말고도 돌려서 치우거나 밀어내는 기법이 있지만 그러한 것은 지금 배울 필요는 없으므로 기본적인 쳐내기부터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패리를 한 다음에는 바로 이렇게 리포스트!"

도계성의 찌르기를 쳐낸 다음 곧바로 런지하면서 도계성의 얼굴 앞에서 봉을 딱 멈추자 도계성이 잠시 얼얼해했고, 다른 조직원들은 감탄하면서 놀라운 기술에 눈을 빛내고 있었다. 놀라울 것도 아니었지만 무술 미경험자가 의외로 많은 천웅방의 특성상 이런 것도 대단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전에 명색이 폭력조직인 천웅방에 이렇게까지 운동한 사람이 없다니 참으로 절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상대의 공격을 기다라기보다는 먼저 공격하는 게 좋다. 하지만 먼저 공격하되 상대의 반응을 항상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거, 알겠지?"

"예~!"

흐느적거리는 대답이었고 교육담당으로 차출된 전습대원 몇명은 답이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배우려는 열의가 느껴짐을 보고 있었다.

"만일 상대가 가드를 제대로 취하고 있다면 그걸 쳐내고 들어가야 하지만, 어설프게 창끝을 배를 향하고 있다든가 내리고 있으면 가차없이 얼굴을 찔러야 해. 가슴이나 배를 찌르면 창대가 눈으로 보이니까 대충 어느 속도로 얼마만큼 오는지 보이지만, 얼굴로 찌르면 점 하나가 갑자기 확 커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도저히 얼마나 빨리 얼마만큼 왔는지 안 보이니까 쳐내려고 하면 이미 늦는 경우가 많다고.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얼굴이랑 가슴이 제일 길게 찌를 수 있고 제일 빨리 찌를 수 있으니까 실전에서는 1순위가 얼굴이고 2순위가 가슴이란 것도 알아둬야지. 1위는 뭐다?"

"얼굴!"

"2위는 뭐다?"

"가슴!"

"얼굴이지! 가슴은 3위다. 오케이?"

"아랏씀다!"

"만일 상대의 패리 리포스트가 두려워서 공격을 주저하면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게 되어있다. 그럼 내가 상대한테 패리를 당해도 리포스트는 막는 방법을 보여주겠다. 도계성! 안 가르드!"

도계성이 오른손을 허리춤에 두고 창끝은 내 목을 겨누는 기본 자세를 취하자 내가 목봉을 도계성의 가슴으로 찔러넣었다. 도계성은 역시 재능이 있는 녀석답게 여유롭게 오른발을 살짝 뒤로 빼면서 목봉을 쳐내고는 곧바로 런지와 동시에 리포스트 찌르기를 시도했는데 나는 찌르기가 막힌 것을 파악하는 즉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쉬프트(Shift) 보법과 함께 기본 자세를 취하며 내 얼굴로 날아드는 도계성의 찌르기를 쳐내고는 런지하여 앞으로 나온 도계성의 얼굴 앞에서 목봉을 멈추었다.

"이처럼 내가 공격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반드시 기본 자세와 위치로 다시 돌아가야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공격하고 몸이 앞으로 쏠린 상황에서 머뭇거리거나 두번 공격을 시도하는 것은 가장 멍청한 행동이므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 알겠지?"

"예!"

"아까도 말했지만 얼굴, 목, 가슴으로 날아오는 찌르기는 창끝을 세워서 쳐내고, 배를 향해 날아오는 찌르기는 창끝을 내려서 쳐낸다. 그리고 상대가 만일 다리를 찌르려고 해도 마찬가지. 항상 패리-리포스트, 패리-리포스트를 잊지 마라. 알겠지?"

"알게씀다!"

"좋아, 그럼 오늘 알려준 범위를 집중적으로 연습!"

교육담당으로 차출된 대원들이 펜싱마스크를 뒤집어쓴 천웅방 교육생들을 몇명씩 나누어서 지도하는 동안 나는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서 있는 왕조명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저런 애들을 데리고 폭력조직을 만들 생각을 했냐?"

왕조명은 멋적게 웃었다.

"제가 만든 건 아니구요.. 그냥 전 초반에 끼어들어서 여기까지 온 것 뿐이죠 뭐."

나는 팔짱을 끼면서 녀석들이 훈련하는 광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그래도 애들이 배울 열의는 있는 것 같으니 앞으론 훨씬 나아지겠지."

뒤이어 왕조명과 나눈 이야기로는, 일단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몰살 이후로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버린 인천광역시에 대한 소식이었다.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잔당들은 일단 뭉치긴 했으나 기존 관할권의 절반도 못 미치는 지역을 통괄하는 그저 그런 군소조직이 되었다고 한다. 그대신 10대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깡패조직들이 특유의 막나감과 잔인성으로 급 성장중이고, 중국인 조직들도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급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천시경은 그나마 안정을 추구하고 말이 통하는 중국인 조직들과 간석동 잔당들을 통제 하에 두고 어떻게든 질서를 회복하려고 노력중이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나, 십대들이 싸움을 벌리다가 경찰이 권총을 쏘아 개입하여 1명이 사망하자 쇠파이프와 사시미를 들고 파출소를 습격하여 전원 쳐죽인 것은 딱 사흘 전의 따끈따끈한 뉴스였다. 덕분에 인천시경은 전습대 개새끼를 외치며 거의 민족의 원쑤 취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흑호방 격멸 이후로는 인신매매의 흉흉한 소문은 사라졌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그 흑호방 방주 같은 빼빼마른 면상에 미역머리를 한 놈의 신상에 대해 물어보니 그런 녀석은 구경해본 적도 없으며 전혀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말하기를 흑호방 간부들은 원래 신분증 자체가 없는 암흑의 아이들, 즉 한족에게는 금지된 둘째 아이들이라 돈을 벌면 타인의 신분증을 사거나 만들어 다니고, 외형 스타일도 자주 바꾸는지라 알기가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기야 사내놈이 파마머리를 할 정도면 바로 눈에 띄고 할 스타일인데, 정보가 없다는 건 스타일을 자주 바꾼다는 이야기겠지.. 그리고 아마 이 안산 바닥에 어슬렁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전습대원의 눈에 뜨이는 즉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통빡에 한다치가 박힐 가능성이 95.7%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제 안산 바닥에 우리에게 대항하는 조직도 없고, 치안은 쫙 살아난 것 같기도 한데 이제 뭘 한다?"

왕조명이 뭔 그런 말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되묻기 시작했다.

"이제 확장하셔야죠. 어차피 인천이고 시흥이고 전습대 이길 조직이 없어요. 간석동 1000명을 대학살한 한국의 북양군벌인데 누가 감히 대항을 하겠어요?"

"그러면 될 거 같애?"

"안될건 또 뭐겠어요?"

왕조명이도 역시 머리는 좋은데 생각은 가끔가다 보면 희한하게 근시안적일 때가 있다.

"근데 지금 방식으로... 뭐 니 말대로 시흥시나 인천광역시로 조직들과의 분쟁에서 승리해가며 이권을 취득하고 자경단으로써의 권리를 뭐 경찰에게 위임받는다 치자. 그런데 우리가 사실 지금 수익 구조가 조직들이나 야쿠자가 하는 거랑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잖아? 유흥업소 관리해주고 수수료 받거나 치안업무를 하거나 뒷배경 봐주는 대가로 한다거나, 이게 겉모양만 보안 법인 세워서 합법적인 거지 털려면 얼마든지 털릴 수 있는 부분이지.. 그리고 우리가 하는 거, 이를테면 총기무장이나 과잉 진압 같은 것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처지이고 말이다. 아무리 커지고 돈 많이 벌어봐야 본질은 거기서 거기야. 그런 애매모호하고 불안불안한 본질을 유지한 채로 확장만 해 나간다면 거대화되고 비대해진 조직은 원래의 군소조직보다 주목받기 좋고, 소탕하기 좋은 타겟이 될 뿐이다. 어설프게나마 어쨌든 총기를 보유했으니까 군대가 무자비한 화력으로 진압하겠지?"

왕조명은 할 말이 없는 듯 잠시 딴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형도 어차피 이거 먹고 살려고 시작한 일이었잖아요. 그럼 적당히까지만 이권 보유하고 그러면 되지 않아요?"

"적당히의 기준이 뭔데? 관할구역이 늘어날수록 소대를 증설하고 결국 진대(鎭隊:Garrison)편성까지 갈텐데 그러면 매달 들어가는 돈도 장난이 아닐 테고, 결국 정복으로 자금을 찾아나갈 수밖에 도리가 없지. 근데 우린 정규군이 아니라 19세기 무장을 갖춘 좀 쎈 자경단일 뿐이야. 그리고 처음에나 먹고 살려고 시작했지, 지금은 보다 큰 걸 생각하고 있다고. 그런데 자경단 체제로는 택도 없어. 다른 방식을 택해야지."

왕조명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슬쩍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아, 그 베니타스인가 베리타스인가 하는 그거 말이죠? 뭐 교육법인이라도 만드실려구요?"
"뭐 말은 그렇게 했는데, 그래가지고서야 오십년이 걸려야 겨우 성과의 떡잎이나 구경하겠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

"뭐 그리 급해요? 이대로 있어도 10년간은 위치가 흔들릴 일도 없어보이는구만..."

"그래 보이냐?"

"왜요 또?"

설명하려니 미래에 대한 답답함이 뉴런까지 오염시키는 느낌이었다.

"제갈 진욱이 이번에 승진을 거부하고 경찰력 증원을 호소한 이유가 뭐겠어? 제갈 진욱에게 있어서는 지금 치안의 일부를 자경단에게 아웃소싱하는 상태는 비정상도 이만저만한 비정상이 아닌 거야. 그러니까 경찰을 존나게 증원해서 이 안산을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놔야지. 만일 경찰력이 좀비사태 이전으로 회복된다 치자. 그럼 우리는 있으나마나한 쩌리가 되는 거야. 합법의 탈을 쓴 보안법인 사업이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필요성도 떨어지고 의미도 없어지고, 사업은 망하겠지. 그리고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너나 우리나 치안의 부재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존재에 지나지 않고, 치안이 살아나면 사라지는 수밖에."

왕조명도 답답해졌는지 얼굴이 어두워졌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내가 방법이 있을거라는 근거는 뭐냐?"

"형은 맨날 머릿속에서 말도 안되는 생각만 하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있을 거 아니겠어요?"

"칭찬이냐 욕이냐?"

"일단 칭찬이라 쳐요. 뭐 없어요?"

"혁명수비대!"

"아 역시 형은 다르다니까. 근데 그게 뭐에요?"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호메이니 이슬람 혁명 당시 종교적 열정으로 떨쳐일어난 민병대에서 출발했다.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대대적인 용맹을 보이고 굉장한 희생을 치룬 결과 전후 이란에서 그 공적을 인정받았고 혹시 모를 군부의 반역에 대해 이슬람 공화국의 국체를 수호하기 위한 정권 친위대, 제4군으로써의 역할을 하는 제2군부세력이다.

과거 군대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둔전을 통해 직접 경제활동을 했듯이, 혁명수비대는 그 자체가 정권의 수호자이자 국가유공자의 대집단인지라 많은 기득권을 부여받았다. 그 경제활동의 수준은 과거 둔전병들의 수준과는 상대가 안되고, 장보고 같은 해상군벌에 버금가는 수준이라 볼 수 있다. 혁명수비대는 산하에 건설, 금융, 군수, 유통 등등 상당한 규모의 산하 그룹을 두고 상당한 이권을 굴리고 있으며 그 인맥으로 말하자면 혁명수비대 인맥이 없이는 큰 공사를 따내기가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국가 공사도 상당부분 혁명수비대가 맡아서 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이제는 제2군부를 떠나 이란 경제를 굴리는 하나의 큰 축이라고 할 정도이다. 한국의 군인공제회는 감히 범접조차 할 수 없는 정도이다.

"........그래서 그 혁명수비대가 나의 롤모델이야."

"꿈은 크네요. 근데 결국 잘먹고 잘살겠다 그거 아니에요?"

"뭔 소리여. 그런건 다 수단이야. 아무튼 그거의 10분의 1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당연히 우리가 형님의 뒤를 봐드려야죠."

"왜 이제와서 님자 붙이냐? 남사스러우니 관둬라!"

"헤헤헤..."

왕조명이 멋적은 웃음을 짓는 동안 전화가 왔길래 받았더니, 김 아무개였다.

"나야! XTM에서 팩스 왔어!"

출장본영 사무실 쪽을 바라보니 낡아빠진 피쳐폰을 얼굴에 대고 창밖으로 몸을 내민, 팩스용지를 흔들어보이고 있는 김 아무개가 보였다.

"슬림하고 큐트한 미소녀 검객, 캐릭터 안살어?!"

아무래도 나갈 생각 만만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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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56화 칼날이 운다 - 장군의 탄생
언젠가 씁니다.

덧글

  • 이실드 2014/03/04 10:13 # 삭제 답글

    김아무개가 XTM이라니 총재님 손이 부들부들...
  • 지나가던과객 2014/03/04 10:31 # 삭제 답글

    이렇게 전습대라는 사파 조직은 관아의 비호아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답니다.
  • 검은하늘 2014/03/04 11:31 # 답글

    한국의 군인공제회는 감히 범접조차 할 수 없는 정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판테르 2014/03/04 16:32 # 삭제 답글

    어? 아까 잠깐 올라왔을때와는 이야기가 조금 많이 다르네요? 결론은 같지만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4/03/04 17:45 #

    정신 없을때 쓴거라 창작 파워가 안 나와서 컨디션 잡고 다시 썼습니다. 역시 상태 안좋을때 어거지로 쓰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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