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웅 사타부언 사태가 일단락되고 처음 맞는 전습대 전원회의에서 나오는 보고들을 종합해 보면, 점차 구시가지는 평화로워지고 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전히 술먹고 싸움박질하는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전습대원들이 100%울에 황동 단추를 번쩍이며 나타나는 순간 싸움은 중지되고 사람들은 도망을 치기 때문이었다. 도둑이나 강도라고 해도 전습대원들의 한다치(半太刀) 앞에서는 사시미나 몽둥이따윈 나약한 종잇장에 불과하며 오히려 손가락이나 손목, 머리가 큰 재앙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학습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를 보자마자 바로 도망쳤으므로, 오히려 근래 대원들의 검이 숫돌에 닿는 일도 별로 없어졌다.
흑호방은 간부급들이 죽거나 잡혀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던데다, 보스도 도주한 후 행방이 묘연해진 터라 싫어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듯 하다. 이후로는 납치나 인신매매, 청웅 사타부언의 흉흉한 소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새벽에는 절대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가게도 새벽까지 하는 곳은 없었지만 이제는 삘받으면 새벽까지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나 그런 손님들을 받는 가게들도 성업하고 있었다. 반 진담으로 북두신권 동네라고 하던 시절에 비하면 좀비사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간부들의 인식은 매우 좋아지고 있다며 전습대의 역할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였지만, 발언 기회를 얻어 일어서면서 한 첫마디는 나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 한마디였다.
"오히려 우리 전습대에는 이것이 위기가 되어간다고 보여지는 부분이 저로써는 가장 우려가 됩니다."
흑호방 격퇴 이후로 전습대의 보호를 받고자 시큐리티 서비스에 가입하는 곳이 나날이 늘어나고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보충소대였던 4,5,6소대를 대원을 뽑아 완편소대로 개편하는 등 규모와 소득면에서도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등에 화기애애하던 전원회의 분위기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말이 나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안이 좋아지면 자경단은 필요없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봉건국가의 무사들은 무력으로 질서와 평화를 만들어내었지만 천하가 태평해지는 순간 그들은 필요도 없어졌으며 무력은 사회를 어지럽히는 불안 요소가 되었습니다. 스페인 왕이 타국 선박들에게 자국 물품의 수송을 허용한 순간, 약속된 번영의 길이었던 사략선단은 곧 세상을 어지럽히는 해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토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같이 역설적으로 우리가 활약을 거듭하여 치안을 안정시키고 조직범죄를 격파한 결과 우리의 가치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갈 진욱이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일 겁니다. 그는 승진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안산에 경찰력이 확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그가 가장 싫어한다는 자경단들을 소멸시키기 위해 한시바삐 이 안산을 <올바른>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보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내용들이 벌써 인터넷에서 소란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데, 사회 여론이 흑호방의 생체 장난질 덕에 더욱 격화되어 제갈 진욱에게 힘을 실어줄 겁니다. 어차피 표에 살고 죽는 정치인들은 원숭이와는 달리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닌데, 시끄러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그는 그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칼을 숨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제가 그자를 처음 보았을 때, 입에 발린 칭찬만 반시간 동안 내뱉는 아프간 부족장과 같은 불쾌감을 느낀 것은 그런 이유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전습대는 대원들 하나하나가 치안을 유지하고 대범죄에 출병하는 것을 떠나 특별한 존재를 만드는 산실이 되어야만 합니다. 과거 서강대 학파가 자신들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경제 관료를 휩쓴 것처럼 수많은 인재가 좀비사태로 사라진 이 한국에서 우리는 인재가 되어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이 제가 이 군단에 전습대(傳習隊)의 이름을 잇게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의 위치는 지금은 안정되었고, 대원들의 생활은 이 경기도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 4,5,6소대도 정원 확충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에게 여건은 모두 조성되었습니다.
이 한국 전역에서 근대 교육의 이념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곳도 오직 이곳뿐입니다. 전습대원들은 하나 하나가 신사이며 장교는 모두 귀족이고, 학생들은 모두 혁명유자녀학원의 특별학생으로 대해지고 있습니다. 저의 행동으로 체육 학습은 높은 성취도와 함께 성과를 이룩하여 모든 학생들의 진취적이고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은 우리가 이곳에 출장본영을 막 두었을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하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정신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정신은 오직 육체에 얽매였기에 그 근본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그리고 단련된 육체가 경거망동과 천박한 방종의 근거가 될 수 없게 그 정신은 근대 이념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피드백을 아낌없이 받아들인 교육으로 형성됩니다. 그 결과는 바로 제가 가장 탁월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디 이곳을 하나의 실험장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춧돌입니다. 저의 목표는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멍텅구리 교육과 방종에 휩싸인 자들이 입에 발린 정론으로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데에 몰두할 때 우리는 단련하며 투쟁하고 준비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나온 인재들을 세상이 선별할 때 그들은 우리 근대 교육의 이수자들이 가진 특별한 본질적 우위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났을 때 세상은 전습대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고 전습대에 의해 교육받은 사람들이 모든 요직을 차지하여 이제 전습대의 인맥이 없으면 떨어진 돌멩이조차 끓여먹을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과거 대한민국은 TK출신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뉘었습니다. 이제 미래의 대한민국은 전습대와 전습대가 아닌 자로 나뉠 것입니다. 단순한 권력욕 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하십쇼. 저는 1000년 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우민을 양산하여 지배를 공고히 했던 시대를 깨어버린 신호탄이 프리드리히의 근대 교육이었습니다. 그 영향은 지금 전 세계를 폭발적 발전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전습대가 이 나라의 키를 잡는 순간 우리는 동력을 어떻게 다잡고 어디로 쏘아야 하는지 모르는 잠재력을 깨우고 프리드리히 이상의 영향력을 역사에 새겨넣을 것입니다. 군사력은 쓸모가 없습니다. 진짜 대제국은 그 나라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싶은 사람들이 천하에 가득하고 그들의 철학을 자진해서 찾으러 오게 하는 곳이 진짜 대제국입니다. 그곳이 우리가 될거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그 시동을 거는 자는 바로 우리들이다. 이것이 바로 전습대의 전습(傳習)이 가진 의미입니다."
발표가 끝나자 김 아무개와 김추자는 눈을 빛내며 정신이 없다시피 했고, 다른 간부들은 아까부터 책상이나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한참을 그대로 조용히 있었다. 요시노부는 늘 그렇듯이 주먹을 쥐고 턱을 괴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해서 왼쪽 아래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한 2분 정도 지속되던 이 상황을 깬 것은 덴슈로쿠로인 김석원이었다.
"그래서, 시작은 무엇부터입니까?"
"QUID EST VERITAS!"
"베리타스? 아.. 그 교문 위에 설치된 그 간판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시작이라구요?"
"조금 후 학생 조회에서 말하게 될 겁니다."
30분 후,
운동장에 대규모로 운집한 전교생들은 매주 월요일의 조회를 위해 서 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전습대원들도 전원 도열해 있다는 점이었다. 운동장은 오랜만에 빈 곳이 좀 덜했는데, 원래 학생 수가 학급당 40명 단위일 것을 상정하고 만든 곳이라 운동장은 넓은 편이었다. 그래서 전교생 이외에도 전습대원들이 함께 도열해도 어느 정도 여유는 있는 편이었다.
조회의 일반적 절차가 끝나고, 내가 특별히 요청한 연설의 시간이 왔다. 안그래도 학생들은 교문 위에 올라간 황동의 라틴어 대문자들을 보고는 누구나 등교할 때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의 정체에 대해 해설하기로 한 나의 말을 경청할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오늘 학생 제군들은 어제까지도 없던 새로운 구조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줄로 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을 것으로 안다. 그 언어는 고대 로마제국에서 사용한 라틴어이기 때문이다.
QUID EST VERITAS. 진리가 무엇이냐? 로마의 행정관인 폰티우스 필라투스는 유다의 현자인 예수아 딘 자렛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질문은 오늘부터 이곳에 들어오는 모두가 매일 보게 될 것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보아야 하는가? 예수아 딘 자렛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폰티우스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계명으로 답하고자 한다. 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 이 세상은 빛 아래에 성립되었기에 사람들도 빛을 갈구한다.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그 안에 빛을 가두었으며 사람들은 빛을 찾기에 그들을 찾는다. 진리를 찾는 자는 빛을 가진 자이며 진리를 향해 가까워질수록 그에게 숨겨진 빛은 더욱 크게 발하여 사람들을 모으며 이끈다. 빛을 가지지 못한 자는 외면받고 버림받는다. 빛은 신의 표징이며 어둠은 몰락의 표징이기 때문이다.
나는 빛은 진리라 말했으며 진리를 찾는 자에게 빛이 임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다시 묻노니, 진리가 무엇인가? 나는 예수아 딘 자렛처럼 침묵하리라. 진리는 멀리 있지도 않고 가까이 있지도 않다. 우리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어디에나 있고 정해진 길은 어디에도 없다. 하찮은 곤충의 진리를 찾는 자는 어떠한가? 그들 또한 사람들이 그의 빛을 찾아 임하며 그의 진리와 함께 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진리가 빛이며 어떤 진리인가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리란 그토록 크고 방대하며 다양한 곳에서 산재하고 있는 법이니 진리를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그래서 예수아 딘 자렛의 침묵은 합당했다.
길과 방법은 많다. 단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준비,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설 몸과 마음의 준비이다. 우리 모두는 대원과 학생과 또한 그 어떠한 직함과 높고 낮음을 떠나 진리의 길을 따라 가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출발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것을 위해 여기에 있다. 지금은 군집한 하나의 집단으로 있는 제군들이나, 오직 QUID EST VERITAS 를 마음에 담고 나아간다면 30년 후의 그대들 하나하나는 커다란 빛으로 되어 세상을 비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그노시스(靈知)이며 그것은 구원이다. 나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앞의 제군들이 그노시스를 얻어 태양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근대의 총아가 이곳에 선 이유이다.
예수아 딘 자렛은 침묵했다. 폰티우스는 대답을 듣지 않았으나 의인이 살아야 한다는 빛을 따랐다.
QUID EST VERITAS! 진리가 무엇인가?
이는 2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들에게 있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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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54화
언젠가 씁니다.
흑호방은 간부급들이 죽거나 잡혀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던데다, 보스도 도주한 후 행방이 묘연해진 터라 싫어도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듯 하다. 이후로는 납치나 인신매매, 청웅 사타부언의 흉흉한 소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새벽에는 절대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가게도 새벽까지 하는 곳은 없었지만 이제는 삘받으면 새벽까지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나 그런 손님들을 받는 가게들도 성업하고 있었다. 반 진담으로 북두신권 동네라고 하던 시절에 비하면 좀비사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간부들의 인식은 매우 좋아지고 있다며 전습대의 역할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분위기였지만, 발언 기회를 얻어 일어서면서 한 첫마디는 나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한 한마디였다.
"오히려 우리 전습대에는 이것이 위기가 되어간다고 보여지는 부분이 저로써는 가장 우려가 됩니다."
흑호방 격퇴 이후로 전습대의 보호를 받고자 시큐리티 서비스에 가입하는 곳이 나날이 늘어나고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보충소대였던 4,5,6소대를 대원을 뽑아 완편소대로 개편하는 등 규모와 소득면에서도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등에 화기애애하던 전원회의 분위기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말이 나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안이 좋아지면 자경단은 필요없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봉건국가의 무사들은 무력으로 질서와 평화를 만들어내었지만 천하가 태평해지는 순간 그들은 필요도 없어졌으며 무력은 사회를 어지럽히는 불안 요소가 되었습니다. 스페인 왕이 타국 선박들에게 자국 물품의 수송을 허용한 순간, 약속된 번영의 길이었던 사략선단은 곧 세상을 어지럽히는 해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토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같이 역설적으로 우리가 활약을 거듭하여 치안을 안정시키고 조직범죄를 격파한 결과 우리의 가치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갈 진욱이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일 겁니다. 그는 승진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안산에 경찰력이 확충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는 그가 가장 싫어한다는 자경단들을 소멸시키기 위해 한시바삐 이 안산을 <올바른>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보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내용들이 벌써 인터넷에서 소란스러운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데, 사회 여론이 흑호방의 생체 장난질 덕에 더욱 격화되어 제갈 진욱에게 힘을 실어줄 겁니다. 어차피 표에 살고 죽는 정치인들은 원숭이와는 달리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닌데, 시끄러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그는 그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칼을 숨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제가 그자를 처음 보았을 때, 입에 발린 칭찬만 반시간 동안 내뱉는 아프간 부족장과 같은 불쾌감을 느낀 것은 그런 이유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전습대는 대원들 하나하나가 치안을 유지하고 대범죄에 출병하는 것을 떠나 특별한 존재를 만드는 산실이 되어야만 합니다. 과거 서강대 학파가 자신들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경제 관료를 휩쓴 것처럼 수많은 인재가 좀비사태로 사라진 이 한국에서 우리는 인재가 되어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이 제가 이 군단에 전습대(傳習隊)의 이름을 잇게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의 위치는 지금은 안정되었고, 대원들의 생활은 이 경기도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 4,5,6소대도 정원 확충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에게 여건은 모두 조성되었습니다.
이 한국 전역에서 근대 교육의 이념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는 곳도 오직 이곳뿐입니다. 전습대원들은 하나 하나가 신사이며 장교는 모두 귀족이고, 학생들은 모두 혁명유자녀학원의 특별학생으로 대해지고 있습니다. 저의 행동으로 체육 학습은 높은 성취도와 함께 성과를 이룩하여 모든 학생들의 진취적이고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은 우리가 이곳에 출장본영을 막 두었을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하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정신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정신은 오직 육체에 얽매였기에 그 근본이 중요한 까닭입니다. 그리고 단련된 육체가 경거망동과 천박한 방종의 근거가 될 수 없게 그 정신은 근대 이념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피드백을 아낌없이 받아들인 교육으로 형성됩니다. 그 결과는 바로 제가 가장 탁월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디 이곳을 하나의 실험장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춧돌입니다. 저의 목표는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멍텅구리 교육과 방종에 휩싸인 자들이 입에 발린 정론으로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데에 몰두할 때 우리는 단련하며 투쟁하고 준비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나온 인재들을 세상이 선별할 때 그들은 우리 근대 교육의 이수자들이 가진 특별한 본질적 우위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났을 때 세상은 전습대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고 전습대에 의해 교육받은 사람들이 모든 요직을 차지하여 이제 전습대의 인맥이 없으면 떨어진 돌멩이조차 끓여먹을 수 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과거 대한민국은 TK출신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뉘었습니다. 이제 미래의 대한민국은 전습대와 전습대가 아닌 자로 나뉠 것입니다. 단순한 권력욕 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하십쇼. 저는 1000년 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귀족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우민을 양산하여 지배를 공고히 했던 시대를 깨어버린 신호탄이 프리드리히의 근대 교육이었습니다. 그 영향은 지금 전 세계를 폭발적 발전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전습대가 이 나라의 키를 잡는 순간 우리는 동력을 어떻게 다잡고 어디로 쏘아야 하는지 모르는 잠재력을 깨우고 프리드리히 이상의 영향력을 역사에 새겨넣을 것입니다. 군사력은 쓸모가 없습니다. 진짜 대제국은 그 나라의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싶은 사람들이 천하에 가득하고 그들의 철학을 자진해서 찾으러 오게 하는 곳이 진짜 대제국입니다. 그곳이 우리가 될거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그 시동을 거는 자는 바로 우리들이다. 이것이 바로 전습대의 전습(傳習)이 가진 의미입니다."
발표가 끝나자 김 아무개와 김추자는 눈을 빛내며 정신이 없다시피 했고, 다른 간부들은 아까부터 책상이나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한참을 그대로 조용히 있었다. 요시노부는 늘 그렇듯이 주먹을 쥐고 턱을 괴고는 고개를 삐딱하게 해서 왼쪽 아래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한 2분 정도 지속되던 이 상황을 깬 것은 덴슈로쿠로인 김석원이었다.
"그래서, 시작은 무엇부터입니까?"
"QUID EST VERITAS!"
"베리타스? 아.. 그 교문 위에 설치된 그 간판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시작이라구요?"
"조금 후 학생 조회에서 말하게 될 겁니다."
30분 후,
운동장에 대규모로 운집한 전교생들은 매주 월요일의 조회를 위해 서 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전습대원들도 전원 도열해 있다는 점이었다. 운동장은 오랜만에 빈 곳이 좀 덜했는데, 원래 학생 수가 학급당 40명 단위일 것을 상정하고 만든 곳이라 운동장은 넓은 편이었다. 그래서 전교생 이외에도 전습대원들이 함께 도열해도 어느 정도 여유는 있는 편이었다.
조회의 일반적 절차가 끝나고, 내가 특별히 요청한 연설의 시간이 왔다. 안그래도 학생들은 교문 위에 올라간 황동의 라틴어 대문자들을 보고는 누구나 등교할 때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의 정체에 대해 해설하기로 한 나의 말을 경청할 것이라 생각했으므로
"오늘 학생 제군들은 어제까지도 없던 새로운 구조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줄로 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을 것으로 안다. 그 언어는 고대 로마제국에서 사용한 라틴어이기 때문이다.
QUID EST VERITAS. 진리가 무엇이냐? 로마의 행정관인 폰티우스 필라투스는 유다의 현자인 예수아 딘 자렛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질문은 오늘부터 이곳에 들어오는 모두가 매일 보게 될 것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보아야 하는가? 예수아 딘 자렛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폰티우스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계명으로 답하고자 한다. 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 이 세상은 빛 아래에 성립되었기에 사람들도 빛을 갈구한다.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스스로 그 안에 빛을 가두었으며 사람들은 빛을 찾기에 그들을 찾는다. 진리를 찾는 자는 빛을 가진 자이며 진리를 향해 가까워질수록 그에게 숨겨진 빛은 더욱 크게 발하여 사람들을 모으며 이끈다. 빛을 가지지 못한 자는 외면받고 버림받는다. 빛은 신의 표징이며 어둠은 몰락의 표징이기 때문이다.
나는 빛은 진리라 말했으며 진리를 찾는 자에게 빛이 임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다시 묻노니, 진리가 무엇인가? 나는 예수아 딘 자렛처럼 침묵하리라. 진리는 멀리 있지도 않고 가까이 있지도 않다. 우리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어디에나 있고 정해진 길은 어디에도 없다. 하찮은 곤충의 진리를 찾는 자는 어떠한가? 그들 또한 사람들이 그의 빛을 찾아 임하며 그의 진리와 함께 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진리가 빛이며 어떤 진리인가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리란 그토록 크고 방대하며 다양한 곳에서 산재하고 있는 법이니 진리를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그래서 예수아 딘 자렛의 침묵은 합당했다.
길과 방법은 많다. 단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준비, 진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설 몸과 마음의 준비이다. 우리 모두는 대원과 학생과 또한 그 어떠한 직함과 높고 낮음을 떠나 진리의 길을 따라 가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출발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것을 위해 여기에 있다. 지금은 군집한 하나의 집단으로 있는 제군들이나, 오직 QUID EST VERITAS 를 마음에 담고 나아간다면 30년 후의 그대들 하나하나는 커다란 빛으로 되어 세상을 비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그노시스(靈知)이며 그것은 구원이다. 나는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앞의 제군들이 그노시스를 얻어 태양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근대의 총아가 이곳에 선 이유이다.
예수아 딘 자렛은 침묵했다. 폰티우스는 대답을 듣지 않았으나 의인이 살아야 한다는 빛을 따랐다.
QUID EST VERITAS! 진리가 무엇인가?
이는 2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들에게 있어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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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54화
언젠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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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구상이 무엇일지 염려되면서도 동시에 기대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