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C.K. Y.O.U.
그러니까 팔다리로 구성된 영문자는 대충 뻑♂유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출동한 4대의 경찰차와 우리의 김형사는 물론 출병한 전습대원들도 망연자실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분위기를 대충 표현하자면 빡침 절반 실망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의외로 중간 간부놈들은 심문에 울고불고하며 술술 불었다. 물론 자기들은 끄나풀에 불과하며 그냥 사람만 넘기는 중간 상인일 뿐이라고 신나게 우겨댔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정보를 믿고 급하게 출동한 경찰과 전습대는 당당하게 물을 먹은 것이다. 우리를 조롱하는 사람 팔다리를 잘라서 만들어낸 FUCK YOU의 문자를 앞에 두고 말이다.
혹시 흑호방의 잔당이 매복했을지도 모르므로 경찰이 아닌 전습대원들이 먼저 진입했는데, 그냥 아무도 없었다. 낡은 공장에는 이렇다 할 증거 하나 남기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이사가 끝나 있었다. 분명히 사람들이 여기서 활동하고 일한 것은 틀림없었다. 아예 낡고 방치된 건물은 척 봐도 티가 난다. 하지만 이 건물은 깨진 유리창도 잘 막혀있고 떨어진 실리콘을 보수한 흔적도 남아있었다. 그 외에 전체적으로 사람이 왔다갔다한 흔적 투성이었다. 하지만 문서라던가 스마트폰이라던가 하다못해 마이크로 SD카드 하나도 없었다.
"우앗!"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 달려가보니 대원 한명이 칼을 뽑아서 머리 위로 들고 있었다. 앞을 보니 사람 머리통이 하나 구르고 있었는데, 안면을 대원의 한다치에 베였는지 대각선으로 긴 칼자국이 나 있었다. 이미 피는 다 빠진지 오래였는지 갈라진 살 사이로 거무튀튀한 붉은색이 선명했지만 피는 배어나오지 않았다.
"뭐지?"
전습대원이 휴지를 꺼내 칼을 닦으면서 말하기를, 천장에서 갑자기 뭐가 내려오길래 뽑아서 올려쳤더니 이것이었다고 한다. 아마 놈들이 장난 삼아 이스터에그로 숨겨둔 작은 위트였던 모양이다. 사람 모가지를 잘라서 서프라이즈 유머 도구로 삼았다는 건 일단 접어두자.
"흐유..."
김형사는 얼굴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새끼들은 진짜 하늘이 내린 정통파 또라이들이며 내 경찰 생활 하면서 설마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의 지옥도를 한국에서 볼 줄은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다. 왕조명을 비롯한 중국인 갱들조차도 흑호방을 개천민 취급하고 사람으로 안 보는 이유를 알 만 했다. 흑호방은 한마디로 습도가 80%를 넘었기 때문에 몸통에 사시미를 80번 담근다거나 하는 사소한 스트레스 해소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놈들이다. 조직이 생기고 갱을 만드는 건 결국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어느정도 세력의 균형이 생기면 서로 좋게좋게 잘 살아보자는 입장을 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런 게 없고, 수틀리면 일단 죽이고 본다는 것이니 인간의 본연의 가치인 안정과 평화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배척받지 않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은원을 푸는 것이 보편화되면 북두신권 세상보다도 참혹한 인세 지옥이 펼쳐지게 된다고 봐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나 전습대나 왕조명을 비롯한 각각의 갱 조직들이나 이들을 살려둘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씹새끼들 차안에서 미리 연락 다 해놓은게 틀림없어. 감히 대한민국 경찰을 엿먹여? 다 뒤졌어 썅놈들..."
노발대발하는 김형사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나는 100%울로 만들어진 모자 탓에 머리가 더워졌으므로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으면서 김형사에게 조용히 딴지를 하나 걸었다.
"고문도 못하는데 어떻게 처리를 하실려구요?"
"흠흠! 다 조지는 수가 있지."
영업 비밀은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 법이라며 또 제갈진욱은 의외로 친구가 많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로 전습대원들과 나와 김형사는 일단 철수했다. 이 현장의 보존과 채집은 이제 경찰과 과학수사대의 몫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뭘 할 수 있을 것인가?
원곡고 출장본영에 복귀한 나는 곧 간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미 다들 사무실에 있었으므로 소집이라고 하기엔 뭐했지만 말이다. 이미 다들 UAV와 나의 현장 보고를 통해 상황은 다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구태여 중언부언할 필요 없이 내 생각만 말하면 간단했다. 요시노부에게 간략한 보고를 마치고 간부들에게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영상으로 보신 바와 같이 흑호방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잔인한 놈들입니다. 놈들이 비록 공장을 버리고 도망을 쳤으나, 그들의 잔인성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 대원들에게 악질적인 보복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따라서 전 대원들에게 특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덴슈로쿠로 김석원이 발언을 시작했다.
"제가 보기에는 놈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테러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습대원을 쪼개어 소규모로 순찰을 확대한다면 더 좋지 않으리라 봅니다. 지금까지는 2인 단위로 순찰을 했지만 8인 단위로 순찰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의를 제기한 것은 덴슈요부로 김무정이었다.
"그러면 치안 공백이 너무 커지지 않겠습니까? 우리 대원의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니 4인 단위로 움직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이 지역을 통괄하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믿을 수 없긴 하지만 천웅방의 조직원들도 거리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자잘한 부분은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나으리라 봅니다."
덴슈로쿠로 김석원이 의견 개진을 마치고 앉았다. 내가 보기에는 합당한 의견이다. 전습대원들을 상대로 한 보복 테러를 목적으로 놈들이 달려든다면 역시 숫자가 많은 쪽이 초동 대응에 유리하다. 그리고 천웅방 조직원들은 이전보다는 나은 게, 우리에게 전투술 위탁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살짝 기량이 나아졌다고 본다. 비록 그게 검술이나 다른 무술은 절대 아니고 파울루스 헥터 마이어의 농민 빳다술이긴 하지만, 그들에겐 차라리 그 정도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흑호방이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이나 천웅방에 무차별 테러를 가한다면 오히려 그들의 증오를 한몸에 받기 마련인 만큼 그들의 고립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곳 주민들이 마냥 당하고만 있는 순박한 친구들이 절대 아니다. 러시아인이건 중국인이건 그 어디 사람이건 간에 험한 치안에 익숙해졌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허리춤에 숨겨둔 나이프를 꺼낼 준비가 24시간 되어 있는 친구들이다. 만일 테러가 발생한다 치면 다들 떼로 몰려들어 집단 린치를 얼마든지 가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양들이 아니라는 말이지.
한마디로 우리가 그들을 너무 걱정하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오만이다. 우리는 무질서만 잡으면 된다.
"확실히 8명은 좀 많지 싶군요. 6인 단위로 움직이되 2명은 총기를 휴대하고 합전무장으로 순찰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석원과 오진우를 비롯해 다른 간부들도 찬성을 표했다.
"그리고.. 오늘 순찰에는 저도 함께 나가고 싶군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요시노부가 뭐라 하기 시작했다. 이 양반은 이제 한국말을 알아듣긴 하지만 말하는 건 좀 힘든지 복잡한 말을 할 때에는 일본말로 말했다.
"호헤이사도야쿠(보병지도역)은 오늘 현장에도 다녀온 바, 쉼이 좋지 않은가? 가끔은 나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총재께서 나가심이 되어 다치기라도 하신다면 저희들의 체면에 관계됩니다. 또한 이들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자. 과연 검의 실력이나 무장의 우월함으로 불운을 막을 수 있을 지 어떨지..."
"그런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언가의 죄책감이 그대를 떠미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관계되지 않았으면 한다."
여전히 눈치는 엄청나게 빠르다. 이미 여원홍이 말했을 지도 모르지만, 적이었다면 큰일날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 그의 말대로 나는 문영화의 실종..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것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이 마음 속을 쓰리게 하고 있었고 덕분에 심적으로 짜증과 스트레스가 며칠째 싾여 상당해진 시점이었다. 구태여 순찰에 나가겠다는 것은 아마도, 한놈만 걸려라 하는 심정인지도 모른다. 아니, 모른다가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흑호방 놈들이 테러하러 오면 핑계 삼아 마구 후려패고 싶을 뿐이었다.
밤 9시 즈음, 차가운 밤 공기 사이로 걸으며 야간의 원곡동을 순찰하고 있다. 함께 있는 것은 김무정과 김 아무개, 그리고 대원 4명으로 총 7명이었다. 김 아무개는 끝까지 따라나서겠다고 노발대발 하는 것을 다들 말렸고, 결국 김석원이 큰 소리를 내려고 하는 찰나 요시노부가 나와 함께 나가라고 말하는 통에 결국 따라나왔다. 나도 반대했으므로 뾰루퉁해 있어서 이유는 들을 수 없었지만, 요시노부가 말하기를 그녀도 자네와 같은 지 모르겠다고 하는 걸로 보아 뭐 친구가 실종되었다거나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닌게아니라 학생 실종자만 4명에 달했다. 원래 5명이었어야 하지만 한명은 지난번에 대원들에 의해 구출되었기 때문에 4명으로 그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의기양양하게 앞장서는 김 아무개는 m1902세이버를 45도 각도로 기울여서 차고 있었다. 원래 세이버는 평상시에는 땅에 질질 끌리면서 굴러다닐 만큼 끈이 길다. 이는 말에 탔을 때 자루가 허벅지쯤에 오게 하기 위해서인데, 그래야 상체를 마음대로 움직이면서도 칼이 방해가 안 되고, 마상 발도시 수직으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타치는 수평으로 뽑는데 그것은 마상에서 좋지 않다. 말의 목을 벨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평으로 차면 말의 엉덩이를 때려 말이 놀랄 수도 있다. 과거 일본에서 타치 칼집 뒤쪽에 호랑이 가죽 같은 걸 끼우고 다닌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도보로 다닐 때에는 벨트에 달린 갈고리에 패용고리를 걸어서 수직에 가깝게 패용하고 다니는데 156cm의 아담한 키를 가진 아가씨에게 m1902는 너무 길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철제칼집이 땅에 끌려다녔으므로, 내가 궁여지책으로 뒤쪽 슬링의 길이를 줄여서 45도로 패용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아무개야 어쨌든 좋아했다. 사실 이건 세계 보편적인 방식인데 내가 보기에는 칼이 지나치게 길지만 않다면야 제일 좋은 방식이라고 본다.
김무정은 중국 남권의 달인으로 평상시에 항일대도를 차고 다녔다. 그의 특별한 주문을 십분 반영해서 만들었던 거의 항일대도는 그의 자랑거리였다. 5160 스프링강을 단조해서 만든 그의 항일대도는 넓이나 두께에서부터 차원이 틀렸으며 더군다나 밸런스나 세세한 두께까지 일일이 지정해대는 그의 주문에 학을 뗀 대장장이와 멱살잡이까지 했다는 뒷담화가 있는 물건이었다.
중국인들에게 항일대도는 항일무장투쟁의 아이콘으로써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김무정은 중국말도 보통화는 물론 상해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유일하게 인기있는 전습대 소대장이었다. 그래서 원곡동에서도 발이 넓은 편이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상하이슈퍼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김 아무개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 할머니는 한국말도 잘하고 저렴한 중국의 먹을거리를 싸게 팔아서 근처 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김 아무개와 친구들이 자주 오는 코스이기도 했다. 물론 김무정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로, 다른 데는 몰라도 이 할머니 가게 앞에서는 시비가 붙어도 딴데로 자리를 옯겨서 싸움을 시작할 만큼 나름 동네 어른 포지션을 갖고 있었다.
멈춰서서 김무정과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 도로 쪽에서 왠 낡은 다마스 한대가 접근해왔다. 원래 이쪽에서 차가 다니는거야 1분에도 서너대씩 다니지만 운전하는 놈이 왠지 우리를 의식하는 것 같아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뭐 여기 사람들 치고 전습대 대원들 의식하는 거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차가 우리 앞을 지날 때 창문 열리는 스으으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창문 사이에서 검은 비닐봉지가 던져지는 것이 보였다. 워낙 급해서 손으로 쳐내면서 피하라고 외치자 젋고 반사신경이 빠른 대원들과 아무개, 김무정은 급히 피했다. 나도 피했는데 하필 그 비닐봉지가 슈퍼의 차양막에 맞으면서 도로 밑으로 내려갔다. 두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끼야아아악!!"
일어서면서 뒤를 보니 할머니가 얼굴에 비닐봉지가 터지면서 쏟아진 액체를 뒤집어쓰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 연기와 이 짜증나는 냄새는... 황산이다!
"할머니 얼굴에 물! 물뿌려!!"
급히 지시를 하며 다마스를 쫓았으나, 이미 속도를 내기 시작한 다마스를 사람의 다리로 쫓을 방법이 없었다. 총소리가 나면서 다마스 타이어와 뒷문 쪽에 불꽃이 튀는 듯 했다. 아마 우리 대원이 조준사격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급해진 다마스는 큰길까지 나가지도 못하고 급하게 90도로 커브를 틀어 골목길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다마스는 왼쪽 바퀴가 뜨더니 성대하게 옆으로 처박혔다. 도시전설인줄만 알았던 다마스 커브 엎어지는 것을 실제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놀라움보다 그런 다마스의 특성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왼손에 권총을 들고 오른손에 타치를 들고 다마스로 신속히 접근했고, 곧 엎어진 차에서 운전석 쪽의 문이 열리고 운전수가 힘겹게 상체를 내밀었다. 여차하면 쏴버릴 생각으로 있었는데 갑자기 내 옆으로 빠르게 튀어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빠르게 다마스 위로 뛰어오르더니 칼을 휘둘러 운전수의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쳤다. 그리고는 욕설을 하며 운전수의 머리를 칼로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건 김 아무개였다. 운전수는 팔로 얼굴을 감싸며 버티고 있었지만 손 여기저기에 크게 갈라지는 상처가 실시간으로 생기니 팔을 곧 내릴 듯 했다. 나도 급히 쫓아가 김 아무개를 말리려고 했지만 워낙 이성을 잃어버린지라 자칫 나도 다칠 것 같아 하늘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큰 소리가 나자 사람들이 죄다 몰려들기 시작했고, 김 아무개도 나를 보고 있었다. 김 아무개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곧 아무개는 울먹거리면서 차에서 내려왔고 나에게 기대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무정의 분노까지 막지는 못했다. 김무정도 곧 다마스로 달려들어서는 항일대도로 다마스 철판을 몇번 내리치다가, 구경나온 사람들에게 중국어로 뭐라뭐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사람들이 분노한 표정을 짓더니 몰려들어서는 다마스를 도로 세우고 문을 열어 안에 있던 놈들을 끌어내더니 마구잡이로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나는 중요한 정보를 줄 것이라 생각했던 그놈들이 죽어가는 것을 막아야만 했지만, 이미 커다란 물결처럼 되어버린 집단 폭행을 멈출 방도를 알 수가 없었으므로, 결국 개입하기를 포기했다.
슈퍼 쪽에서는 대원들이 구경꾼들 사이에서 할머니 얼굴로 계속해서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고, 멀리서 앰뷸런스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산을 뒤집어쓴 할머니,
나한테 기대서 우는 김 아무개,
분노에 이성을 잃고 사람들과 함께 흑호방 놈들을 다진 고기로 만들고 있는 김무정,
하나같이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행인 점은 그나마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할머니는 안면과 상체 전체에 중화상을 입었지만 당장 목숨은 건졌다는 점이고,
하나는 구시가지 전체에 흑호방에 대한 증오심이 크게 퍼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반인륜 역적패당>을 고발하는 특별 전화번호를 현수막에 걸어놓았는데, 덕분에 매우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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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50화 청웅 사타부언 (5)
언젠가 씁니다.
그러니까 팔다리로 구성된 영문자는 대충 뻑♂유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출동한 4대의 경찰차와 우리의 김형사는 물론 출병한 전습대원들도 망연자실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분위기를 대충 표현하자면 빡침 절반 실망 절반이라고 보면 된다.
의외로 중간 간부놈들은 심문에 울고불고하며 술술 불었다. 물론 자기들은 끄나풀에 불과하며 그냥 사람만 넘기는 중간 상인일 뿐이라고 신나게 우겨댔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정보를 믿고 급하게 출동한 경찰과 전습대는 당당하게 물을 먹은 것이다. 우리를 조롱하는 사람 팔다리를 잘라서 만들어낸 FUCK YOU의 문자를 앞에 두고 말이다.
혹시 흑호방의 잔당이 매복했을지도 모르므로 경찰이 아닌 전습대원들이 먼저 진입했는데, 그냥 아무도 없었다. 낡은 공장에는 이렇다 할 증거 하나 남기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이사가 끝나 있었다. 분명히 사람들이 여기서 활동하고 일한 것은 틀림없었다. 아예 낡고 방치된 건물은 척 봐도 티가 난다. 하지만 이 건물은 깨진 유리창도 잘 막혀있고 떨어진 실리콘을 보수한 흔적도 남아있었다. 그 외에 전체적으로 사람이 왔다갔다한 흔적 투성이었다. 하지만 문서라던가 스마트폰이라던가 하다못해 마이크로 SD카드 하나도 없었다.
"우앗!"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 달려가보니 대원 한명이 칼을 뽑아서 머리 위로 들고 있었다. 앞을 보니 사람 머리통이 하나 구르고 있었는데, 안면을 대원의 한다치에 베였는지 대각선으로 긴 칼자국이 나 있었다. 이미 피는 다 빠진지 오래였는지 갈라진 살 사이로 거무튀튀한 붉은색이 선명했지만 피는 배어나오지 않았다.
"뭐지?"
전습대원이 휴지를 꺼내 칼을 닦으면서 말하기를, 천장에서 갑자기 뭐가 내려오길래 뽑아서 올려쳤더니 이것이었다고 한다. 아마 놈들이 장난 삼아 이스터에그로 숨겨둔 작은 위트였던 모양이다. 사람 모가지를 잘라서 서프라이즈 유머 도구로 삼았다는 건 일단 접어두자.
"흐유..."
김형사는 얼굴에 손을 대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새끼들은 진짜 하늘이 내린 정통파 또라이들이며 내 경찰 생활 하면서 설마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의 지옥도를 한국에서 볼 줄은 꿈에도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다. 왕조명을 비롯한 중국인 갱들조차도 흑호방을 개천민 취급하고 사람으로 안 보는 이유를 알 만 했다. 흑호방은 한마디로 습도가 80%를 넘었기 때문에 몸통에 사시미를 80번 담근다거나 하는 사소한 스트레스 해소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그런 놈들이다. 조직이 생기고 갱을 만드는 건 결국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어느정도 세력의 균형이 생기면 서로 좋게좋게 잘 살아보자는 입장을 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런 게 없고, 수틀리면 일단 죽이고 본다는 것이니 인간의 본연의 가치인 안정과 평화와는 별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배척받지 않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은원을 푸는 것이 보편화되면 북두신권 세상보다도 참혹한 인세 지옥이 펼쳐지게 된다고 봐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나 전습대나 왕조명을 비롯한 각각의 갱 조직들이나 이들을 살려둘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씹새끼들 차안에서 미리 연락 다 해놓은게 틀림없어. 감히 대한민국 경찰을 엿먹여? 다 뒤졌어 썅놈들..."
노발대발하는 김형사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나는 100%울로 만들어진 모자 탓에 머리가 더워졌으므로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으면서 김형사에게 조용히 딴지를 하나 걸었다.
"고문도 못하는데 어떻게 처리를 하실려구요?"
"흠흠! 다 조지는 수가 있지."
영업 비밀은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 법이라며 또 제갈진욱은 의외로 친구가 많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로 전습대원들과 나와 김형사는 일단 철수했다. 이 현장의 보존과 채집은 이제 경찰과 과학수사대의 몫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뭘 할 수 있을 것인가?
원곡고 출장본영에 복귀한 나는 곧 간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미 다들 사무실에 있었으므로 소집이라고 하기엔 뭐했지만 말이다. 이미 다들 UAV와 나의 현장 보고를 통해 상황은 다 파악하고 있었으므로, 구태여 중언부언할 필요 없이 내 생각만 말하면 간단했다. 요시노부에게 간략한 보고를 마치고 간부들에게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영상으로 보신 바와 같이 흑호방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잔인한 놈들입니다. 놈들이 비록 공장을 버리고 도망을 쳤으나, 그들의 잔인성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 대원들에게 악질적인 보복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따라서 전 대원들에게 특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할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덴슈로쿠로 김석원이 발언을 시작했다.
"제가 보기에는 놈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테러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습대원을 쪼개어 소규모로 순찰을 확대한다면 더 좋지 않으리라 봅니다. 지금까지는 2인 단위로 순찰을 했지만 8인 단위로 순찰을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의의를 제기한 것은 덴슈요부로 김무정이었다.
"그러면 치안 공백이 너무 커지지 않겠습니까? 우리 대원의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니 4인 단위로 움직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이 지역을 통괄하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닙니다. 믿을 수 없긴 하지만 천웅방의 조직원들도 거리에서 움직이고 있으니, 자잘한 부분은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나으리라 봅니다."
덴슈로쿠로 김석원이 의견 개진을 마치고 앉았다. 내가 보기에는 합당한 의견이다. 전습대원들을 상대로 한 보복 테러를 목적으로 놈들이 달려든다면 역시 숫자가 많은 쪽이 초동 대응에 유리하다. 그리고 천웅방 조직원들은 이전보다는 나은 게, 우리에게 전투술 위탁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살짝 기량이 나아졌다고 본다. 비록 그게 검술이나 다른 무술은 절대 아니고 파울루스 헥터 마이어의 농민 빳다술이긴 하지만, 그들에겐 차라리 그 정도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흑호방이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이나 천웅방에 무차별 테러를 가한다면 오히려 그들의 증오를 한몸에 받기 마련인 만큼 그들의 고립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곳 주민들이 마냥 당하고만 있는 순박한 친구들이 절대 아니다. 러시아인이건 중국인이건 그 어디 사람이건 간에 험한 치안에 익숙해졌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허리춤에 숨겨둔 나이프를 꺼낼 준비가 24시간 되어 있는 친구들이다. 만일 테러가 발생한다 치면 다들 떼로 몰려들어 집단 린치를 얼마든지 가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양들이 아니라는 말이지.
한마디로 우리가 그들을 너무 걱정하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오만이다. 우리는 무질서만 잡으면 된다.
"확실히 8명은 좀 많지 싶군요. 6인 단위로 움직이되 2명은 총기를 휴대하고 합전무장으로 순찰에 임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석원과 오진우를 비롯해 다른 간부들도 찬성을 표했다.
"그리고.. 오늘 순찰에는 저도 함께 나가고 싶군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요시노부가 뭐라 하기 시작했다. 이 양반은 이제 한국말을 알아듣긴 하지만 말하는 건 좀 힘든지 복잡한 말을 할 때에는 일본말로 말했다.
"호헤이사도야쿠(보병지도역)은 오늘 현장에도 다녀온 바, 쉼이 좋지 않은가? 가끔은 나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총재께서 나가심이 되어 다치기라도 하신다면 저희들의 체면에 관계됩니다. 또한 이들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자. 과연 검의 실력이나 무장의 우월함으로 불운을 막을 수 있을 지 어떨지..."
"그런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무언가의 죄책감이 그대를 떠미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관계되지 않았으면 한다."
여전히 눈치는 엄청나게 빠르다. 이미 여원홍이 말했을 지도 모르지만, 적이었다면 큰일날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 그의 말대로 나는 문영화의 실종..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것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이 마음 속을 쓰리게 하고 있었고 덕분에 심적으로 짜증과 스트레스가 며칠째 싾여 상당해진 시점이었다. 구태여 순찰에 나가겠다는 것은 아마도, 한놈만 걸려라 하는 심정인지도 모른다. 아니, 모른다가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흑호방 놈들이 테러하러 오면 핑계 삼아 마구 후려패고 싶을 뿐이었다.
밤 9시 즈음, 차가운 밤 공기 사이로 걸으며 야간의 원곡동을 순찰하고 있다. 함께 있는 것은 김무정과 김 아무개, 그리고 대원 4명으로 총 7명이었다. 김 아무개는 끝까지 따라나서겠다고 노발대발 하는 것을 다들 말렸고, 결국 김석원이 큰 소리를 내려고 하는 찰나 요시노부가 나와 함께 나가라고 말하는 통에 결국 따라나왔다. 나도 반대했으므로 뾰루퉁해 있어서 이유는 들을 수 없었지만, 요시노부가 말하기를 그녀도 자네와 같은 지 모르겠다고 하는 걸로 보아 뭐 친구가 실종되었다거나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닌게아니라 학생 실종자만 4명에 달했다. 원래 5명이었어야 하지만 한명은 지난번에 대원들에 의해 구출되었기 때문에 4명으로 그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의기양양하게 앞장서는 김 아무개는 m1902세이버를 45도 각도로 기울여서 차고 있었다. 원래 세이버는 평상시에는 땅에 질질 끌리면서 굴러다닐 만큼 끈이 길다. 이는 말에 탔을 때 자루가 허벅지쯤에 오게 하기 위해서인데, 그래야 상체를 마음대로 움직이면서도 칼이 방해가 안 되고, 마상 발도시 수직으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타치는 수평으로 뽑는데 그것은 마상에서 좋지 않다. 말의 목을 벨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평으로 차면 말의 엉덩이를 때려 말이 놀랄 수도 있다. 과거 일본에서 타치 칼집 뒤쪽에 호랑이 가죽 같은 걸 끼우고 다닌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도보로 다닐 때에는 벨트에 달린 갈고리에 패용고리를 걸어서 수직에 가깝게 패용하고 다니는데 156cm의 아담한 키를 가진 아가씨에게 m1902는 너무 길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철제칼집이 땅에 끌려다녔으므로, 내가 궁여지책으로 뒤쪽 슬링의 길이를 줄여서 45도로 패용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아무개야 어쨌든 좋아했다. 사실 이건 세계 보편적인 방식인데 내가 보기에는 칼이 지나치게 길지만 않다면야 제일 좋은 방식이라고 본다.
김무정은 중국 남권의 달인으로 평상시에 항일대도를 차고 다녔다. 그의 특별한 주문을 십분 반영해서 만들었던 거의 항일대도는 그의 자랑거리였다. 5160 스프링강을 단조해서 만든 그의 항일대도는 넓이나 두께에서부터 차원이 틀렸으며 더군다나 밸런스나 세세한 두께까지 일일이 지정해대는 그의 주문에 학을 뗀 대장장이와 멱살잡이까지 했다는 뒷담화가 있는 물건이었다.
중국인들에게 항일대도는 항일무장투쟁의 아이콘으로써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김무정은 중국말도 보통화는 물론 상해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유일하게 인기있는 전습대 소대장이었다. 그래서 원곡동에서도 발이 넓은 편이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상하이슈퍼 할머니에게 인사하는 김 아무개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 할머니는 한국말도 잘하고 저렴한 중국의 먹을거리를 싸게 팔아서 근처 학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김 아무개와 친구들이 자주 오는 코스이기도 했다. 물론 김무정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로, 다른 데는 몰라도 이 할머니 가게 앞에서는 시비가 붙어도 딴데로 자리를 옯겨서 싸움을 시작할 만큼 나름 동네 어른 포지션을 갖고 있었다.
멈춰서서 김무정과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 도로 쪽에서 왠 낡은 다마스 한대가 접근해왔다. 원래 이쪽에서 차가 다니는거야 1분에도 서너대씩 다니지만 운전하는 놈이 왠지 우리를 의식하는 것 같아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뭐 여기 사람들 치고 전습대 대원들 의식하는 거야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차가 우리 앞을 지날 때 창문 열리는 스으으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창문 사이에서 검은 비닐봉지가 던져지는 것이 보였다. 워낙 급해서 손으로 쳐내면서 피하라고 외치자 젋고 반사신경이 빠른 대원들과 아무개, 김무정은 급히 피했다. 나도 피했는데 하필 그 비닐봉지가 슈퍼의 차양막에 맞으면서 도로 밑으로 내려갔다. 두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끼야아아악!!"
일어서면서 뒤를 보니 할머니가 얼굴에 비닐봉지가 터지면서 쏟아진 액체를 뒤집어쓰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저 연기와 이 짜증나는 냄새는... 황산이다!
"할머니 얼굴에 물! 물뿌려!!"
급히 지시를 하며 다마스를 쫓았으나, 이미 속도를 내기 시작한 다마스를 사람의 다리로 쫓을 방법이 없었다. 총소리가 나면서 다마스 타이어와 뒷문 쪽에 불꽃이 튀는 듯 했다. 아마 우리 대원이 조준사격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급해진 다마스는 큰길까지 나가지도 못하고 급하게 90도로 커브를 틀어 골목길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다마스는 왼쪽 바퀴가 뜨더니 성대하게 옆으로 처박혔다. 도시전설인줄만 알았던 다마스 커브 엎어지는 것을 실제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놀라움보다 그런 다마스의 특성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왼손에 권총을 들고 오른손에 타치를 들고 다마스로 신속히 접근했고, 곧 엎어진 차에서 운전석 쪽의 문이 열리고 운전수가 힘겹게 상체를 내밀었다. 여차하면 쏴버릴 생각으로 있었는데 갑자기 내 옆으로 빠르게 튀어나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빠르게 다마스 위로 뛰어오르더니 칼을 휘둘러 운전수의 얼굴을 아래에서 위로 후려쳤다. 그리고는 욕설을 하며 운전수의 머리를 칼로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건 김 아무개였다. 운전수는 팔로 얼굴을 감싸며 버티고 있었지만 손 여기저기에 크게 갈라지는 상처가 실시간으로 생기니 팔을 곧 내릴 듯 했다. 나도 급히 쫓아가 김 아무개를 말리려고 했지만 워낙 이성을 잃어버린지라 자칫 나도 다칠 것 같아 하늘을 향해 권총을 쏘았다.
큰 소리가 나자 사람들이 죄다 몰려들기 시작했고, 김 아무개도 나를 보고 있었다. 김 아무개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곧 아무개는 울먹거리면서 차에서 내려왔고 나에게 기대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무정의 분노까지 막지는 못했다. 김무정도 곧 다마스로 달려들어서는 항일대도로 다마스 철판을 몇번 내리치다가, 구경나온 사람들에게 중국어로 뭐라뭐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사람들이 분노한 표정을 짓더니 몰려들어서는 다마스를 도로 세우고 문을 열어 안에 있던 놈들을 끌어내더니 마구잡이로 린치를 가하기 시작했다. 나는 중요한 정보를 줄 것이라 생각했던 그놈들이 죽어가는 것을 막아야만 했지만, 이미 커다란 물결처럼 되어버린 집단 폭행을 멈출 방도를 알 수가 없었으므로, 결국 개입하기를 포기했다.
슈퍼 쪽에서는 대원들이 구경꾼들 사이에서 할머니 얼굴로 계속해서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고, 멀리서 앰뷸런스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황산을 뒤집어쓴 할머니,
나한테 기대서 우는 김 아무개,
분노에 이성을 잃고 사람들과 함께 흑호방 놈들을 다진 고기로 만들고 있는 김무정,
하나같이 답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행인 점은 그나마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할머니는 안면과 상체 전체에 중화상을 입었지만 당장 목숨은 건졌다는 점이고,
하나는 구시가지 전체에 흑호방에 대한 증오심이 크게 퍼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예 <반인륜 역적패당>을 고발하는 특별 전화번호를 현수막에 걸어놓았는데, 덕분에 매우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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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50화 청웅 사타부언 (5)
언젠가 씁니다.




덧글
진한 황산은 '이론'상으론 약산이지만 물과 만나면 묽은 황산, 즉 강산이 되버립니다. 거기에 100도 이상의 고열은 덤이구요..
화학 전공이 아니라 잘 모르겠네요
주인공이 딸을 입양해서 키우며 프린세스 메이커를 하는 방향으로 진행해도 될 듯 했는데 말입니다.
본문에 나온 대응은 적절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는 묘사가 나오는데, 그러한 방식으로 대량의 물을, 지속적으로 뿌리면 열에 의한 화상이나 산이 의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비단 진한 황산뿐만이 아니라 유독한 화학물질이 피부에 묻었을 경우 대량의 물로 씻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초기 대응입니다. 괜히 중화제 찾는다고 법석을 떨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대량의 물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소량의 물로 깔짝거리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수가 있습니다.
아, 써놓고도 민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