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습대 고양이인 마봉춘의 역사는 어느날 김 아무개가 들고온 고양이 한 마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유튜브에서 큐트한 고양이들의 영상을 취미 삼아 보던 나는 고양이에 대해 다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는데, 아무개가 주워온 이놈은 그 환상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놈이었다. 일단 뚱뚱하다! 크다! 하나도 안 귀엽다! 이놈에 대한 인상은 덴슈고부로 오진우의 한마디로 점철된다.
"....짬타이거로군요."
여기에 엄청나게 길기까지 했다. 나는 고양이가 그렇게 길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꼬리도 굵다. 회색 털에 선명한 검은 줄무늬에 털은 거기에 푸석푸석해서 딱 봐도 나이 좀 먹은 고양이 티가 났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의 이어폰이나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한 놀이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드러누워서는 근처에 오면 두어번 잡으려고 시도한다. 물론 손만 까닥거리면서... 그러고는 포기해서는 근처에 오든지 말든지 니는 쇼해라 나는 잘란다 딱! 이정도 반응이다. 성큰 고양이나 럴커 고양이를 기대한 나는 엄청난 실망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웃긴 건 이 고양이는 여자에게는 잘 반응한다. 김추자나 김 아무개, 대치동 누님에게는 적극적으로 애교를 부리고 이쁜짓을 하며, 다가가서는 무릎이나 품 안에서 앉아 있거나, 쓰다듬으면 그걸 즐기는 등 큐트 고양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비록 뚱뚱하고 크고 길지만 아무개는 푸석푸석한 털이라도 마음에 드는 듯 끌어안고 폭신폭신한 감촉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오히려 커서 끌어안는 재미가 있다는데...
남자들에게는 인종 차별을 하는 레이시스트 고양이임에 틀림이 없었다. 남자들만 있으면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하며 창가로 가서는 일광욕을 하며 꼬리를 깔고 앉아서는 바깥만 쳐다보고 있으며 애교고 나발이고를 떠나 애초에 컨택트 자체를 안 한다. 다른 간부들은 사무실의 장식물 하나 늘어난 셈 치고 별 신경을 쓰지 않거나 가끔 꼬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구경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보병지도역 차별주의를 국시로 삼는지 가끔 내가 보고 있으면 슬쩍 쳐다보고는 마치 사람마냥 "으휴... 한심한새끼..."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숨을 푹 쉬는 것이다. 하나도 안 귀여운 놈이지만 어찌되었든 털 빗이나 사료는 내 돈으로 각출해서 샀는데 보답은 할 줄 알아야지?
건방진 고양이녀석...
바로 이것이 전습대 고양이 마봉춘이다.
특이한 점은 똥오줌을 매우 스페셜하게 가린다는 것이다. 사람처럼 화장실을 다닌다. 그거 하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그거만.
아무튼 그래서 마봉춘과는 반쯤 냉전상태였는데 하루는 이런 말을 들었다. 고양이 털이 푸석푸석한건 목욕을 안해버릇해서 그런 것이니, 목욕을 시키고 깔끔하게 털을 빨아주면 큐트하고 윤기나는 고양이로 재탄생된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마봉춘 이놈 푸석푸석한게 마음에 안들었던데다 가끔 나를 보고 한숨쉬는 게 상당히 짜증났던고로, 이번에야말로 목욕의 형벌로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봉춘 이놈... 내가 가죽 장갑을 끼고선 다가가는데도 별로 신경을 안 쓰다가 1m안쪽까지 접근하니까 나를 위아래를 쭈욱 훑어보면서 이새끼 뭐야? 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는데, 곧 내가 빠르게 런지하면서 달려들자 심상찮은 상황을 눈치채고 도주하려 했지만 꼬리 깔고 태평하게 늘어진 자세로 얼마나 빨리 도주가 되겠나? 곧 나에게 붙들렸고 이놈은 왠일인지 별로 반항도 안하고 계속 야옹거리기만 했는데 곧 세면대에 채워진 물을 보자마자 눈동자가 거대해지더니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왜애앵니야오우아옹!!!"
발톱까지 다 뽑아놓고 공격 준비를 마쳤으나 앞발이 강력한 악력으로 쥐어진 상황에서 뒷발을 버둥거려도 원체 뚱뚱한지라 나를 할퀴기는 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물 수면에 꼬리가 닿자마자 고개를 돌려 물을 보면서 필사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어찌할 도리가 없이 미지근한 물로 입수했다. 물에 들어가자 그냥 인생을 포기한 듯이, 중간에 몇번 일어서려 하는 걸 빼고는 별 반항 없이 샴푸와 뜨듯한 물을 감내하는 마봉춘이었지만, 나를 보는 눈깔은 반항의 의지 120%를 함유하고 있었다는 것만 말해두자. 한마디로 노려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와~ 우리 봉춘이 목욕하네?"
김 아무개가 나타나자 구원을 요청하듯이 야옹거렸지만 아무개도 고양이 목욕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별 수가 없었다. 다만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는 것은 아무개가 해 주었는데, 물이 말라가니까 기분은 좋았는지 대충 진정하는 모습이었다. 털이 뽀송뽀송하다고 좋아하는 김 아무개에게 안겨 화장실을 나가면서 나를 보는 눈은 여전히 분노의 노려보는 눈이긴 했다만...
이후 증거는 없지만 마봉춘임에 틀림없는 테러리즘이 시작되었다. 일단 나의 캐비닛이 열려 내 롱소드인 알비온 얼이 땅에 뒹굴고 있던 것을 시작으로, 손잡이 가죽에 발톱 자국임이 틀림없는 테러가 가해지거나, 내 프록코트의 단추 두어개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는 등 사소하지만 짜증나는 테러가 빈발하기 시작했다. 점점 그거 때문에 마봉춘에 대한 짜증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결정타가 된 사건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마봉춘. 중성화 수술은 안 받은 모양이었다. 귀 끝이 멀쩡한 것에서 대충 짐작은 했다만..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일광욕하며 배깔고 누워있던 녀석이 혼자서 야옹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걸 보고는 발정기가 왔군 하고 대충 지레짐작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뭐 마봉춘이 안에 가둬놓고 키우는 놈도 아니고 수틀리면 밖에서 서너시간 있다가 오는 녀석이라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하고 말았는데...
문제는 덴슈로쿠로 김석원과의 검술 스터디그룹을 마치고 돌아오니, 좌대에 잘 올려놓았던 나의 해군 타치의 손잡이에 정체불명의 냄새나는 액체가 생각보다 다량으로 묻어 있다는 것이었다. 마봉춘이 요즘 나한테 테러리즘을 저지르고 그 타겟 중 하나가 내 칼들인데, 하필 발정기의 고양이의 정액으로 추정되는 게 있다? 추리가 끝나는 시점에서 나는 눈깔이 뒤집혔다.
마봉춘의 서식지인 전습대 응접실의 문을 쾅 여니 역시 천하가 태평하신 상전 고양이 마봉춘이 정액을 방출하셔서 개운해졌는지 발정기의 안절부절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평소대로 창가에 꼬리를 깔고 누워서는 운동장을 구경하고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만, 봉춘이! 내가 왜 왔는지 알겠나?"
나를 슬쩍 곁눈질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꼬리 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는 이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지만 이젠 상관없다.
"용케도 아직까지 발정이 되는구만. 이봐 봉춘이. 어차피 고자가 될 운명이야. 날 원망하지 마라."
손가락 10개를 모두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보통 고양이들은 이러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이놈은 만사가 다 귀찮은지 꼬리로 바닥만 치면서 아예 이쪽을 보려고도 안한다. 그래서 내가 손으로 붙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앞에서 손이 불쑥 나타나더니 마봉춘이를 채갔다. 고개를 드니 봉춘이를 끌어안은 김 아무개가 인상을 쓰고 있었고 곧 소리를 버럭 질렀다.
"미쳤어! 왜 멀쩡한 고양이를 고자로 만든다고 그래?"
"마봉춘 이놈은 짬타이거인 데다가 잘도 발정해서 나의 목숨인 재패니즈 다찌의 손잡이에 ㅈ물을 싸질렀단 말이지! 어차피 고양이는 발정하면 괴로워하는 법이야. 이 중범죄를 생각하면 관절염에 좋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나 인세를 덕으로 비추는 이 대인배가 이렇게 자비를 베풀려 하는데 무슨 놈의 말이 많아? 얼른 내놓고 다음에는 큐트한 먼치킨이나 스코티쉬 폴드나 줏어와!"
"와 개싸이코! 애정 가지고 같이 사는 가족이 고양이지 그런게 그렇게 좋으면 자동인형이나 개발하든지! 그리고 일본도 손잡이가 그렇게 상전이야? 알콜로 딱고 자외선으로 쬐면 그만 아니야! 그리고 비싼거야? 내가 중국제 싸구려 복제 잡동사니 줏어와서 광내고 지지고볶는거 다 봤구만 누가 보면 국보급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뭐라고? 지금 나의 부심의 원천 재패니즈 다찌를 무시한다... 그런말인가? 그럼 개가 니 세이버에 똥싸도 된단 말이렷다?"
"미친 딲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나는 개가 똥싼다고 항문을 꼬메지는 않거든? 만사가 왜그렇게 자기 생각대로야? 왜왜 또 절개 석션 결찰 또 노래를 불러보지? 아무튼 지랄말고 난 우리 봉춘이 새끼 낳게 해서 다 잘 길를 거니까 고자같은 소리 하지도 마, 맨 유튜브에서 그딴 거만 보니까 쓸데없는 환상만 가지지!!"
그러면서 김 아무개는 마봉춘을 끌어안고 도주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삐져서 집에 차타고 갈 동안 전혀 말이 없었다. 물론 마봉춘도 마찬가지로 냐옹거리는 일 없이 김 아무개의 품에만 안겨 있었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김추자는 희한한 분위기를 탐지하고는 집에 와서 사연을 물어보더니, 나의 타치 손잡이에 고양이 정액이 뿌려졌다는 말을 듣고는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손바닥으로 내 팔뚝을 두어번 후려치며 정신을 못차려했다.
"그래서, 냄새는 빠졌어요?"
"알콜과 신너, 벤젠을 투입했더니 냄새는 빠지더군요."
"뭐야~ 그러면 된 거지 왜 고양이를 중성화를 못시켜서 안달이에요?"
"아깐 진심으로 빡쳤지요.."
다시 쿡쿡거리며 입을 가리던 김추자는 한참 진정을 시도하더니 나를 보면서 뒷짐을 지고는
"근데, 나도 고양이 좋아하고 마봉춘 마음에 들어요. 지난번에 감기 걸려서 누워있을 때 글쎄 내 입에 뭔가 눌리는 것 같길래 보니까 봉춘이가 사료를 밀어넣고 있더라구요? 사료는 뱉었지만 얼마나 기특해요. 사람 같은 고양이니까 걔도 알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는 한마디 남기기를
"나도 봉춘이 아기고양이는 보고 싶네요. 봉행씨도 성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보든지요."
라고 하고는 마봉춘과 놀겠다고 김 아무개의 방으로 들어갔다. 들려오는 소리로 추정하건데 방안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모양이었다. 나는 오늘 흥분하는 일이 워낙 많았던지라 대충 옷을 벗고 자버렸는데, 김추자에게 전염당한 감기에서 아직 기침은 낫지 않았으므로 간간히 기침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참 자고 있던 와중, 기침할 때마다 자꾸 뭐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 면상을 툭툭 치는 것 같아 눈을 떠 보고는 주변을 만져보니 왠 작은 공 같은게 만져졌다. 핸드폰 화면을 켜서 그 불빛으로 대충 비춰보니 고양이 사료였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봉춘이 앉아서 사료 몇개를 앞에 놓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눈이 맞으니까 손을 내밀어서 내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입을 살짝 벌리고 눈동자는 중간쯤으로 커져서는 보는데 마치 걱정하는 건지 아니면 미안해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내 눈치상으로는 둘 다였던 것으로 보였다. 이런 사람같은 개$#*!^&같은 건방진 고양이녀석..;ㅅ;
이것이 전습대 짬타이거, 마봉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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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46화 연애는 어렸을때 해야된다...
언젠가 씁니다.
"....짬타이거로군요."
여기에 엄청나게 길기까지 했다. 나는 고양이가 그렇게 길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꼬리도 굵다. 회색 털에 선명한 검은 줄무늬에 털은 거기에 푸석푸석해서 딱 봐도 나이 좀 먹은 고양이 티가 났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의 이어폰이나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한 놀이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드러누워서는 근처에 오면 두어번 잡으려고 시도한다. 물론 손만 까닥거리면서... 그러고는 포기해서는 근처에 오든지 말든지 니는 쇼해라 나는 잘란다 딱! 이정도 반응이다. 성큰 고양이나 럴커 고양이를 기대한 나는 엄청난 실망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웃긴 건 이 고양이는 여자에게는 잘 반응한다. 김추자나 김 아무개, 대치동 누님에게는 적극적으로 애교를 부리고 이쁜짓을 하며, 다가가서는 무릎이나 품 안에서 앉아 있거나, 쓰다듬으면 그걸 즐기는 등 큐트 고양이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비록 뚱뚱하고 크고 길지만 아무개는 푸석푸석한 털이라도 마음에 드는 듯 끌어안고 폭신폭신한 감촉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오히려 커서 끌어안는 재미가 있다는데...
남자들에게는 인종 차별을 하는 레이시스트 고양이임에 틀림이 없었다. 남자들만 있으면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을 하며 창가로 가서는 일광욕을 하며 꼬리를 깔고 앉아서는 바깥만 쳐다보고 있으며 애교고 나발이고를 떠나 애초에 컨택트 자체를 안 한다. 다른 간부들은 사무실의 장식물 하나 늘어난 셈 치고 별 신경을 쓰지 않거나 가끔 꼬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을 구경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보병지도역 차별주의를 국시로 삼는지 가끔 내가 보고 있으면 슬쩍 쳐다보고는 마치 사람마냥 "으휴... 한심한새끼..."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숨을 푹 쉬는 것이다. 하나도 안 귀여운 놈이지만 어찌되었든 털 빗이나 사료는 내 돈으로 각출해서 샀는데 보답은 할 줄 알아야지?
건방진 고양이녀석...
바로 이것이 전습대 고양이 마봉춘이다.
특이한 점은 똥오줌을 매우 스페셜하게 가린다는 것이다. 사람처럼 화장실을 다닌다. 그거 하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그거만.
아무튼 그래서 마봉춘과는 반쯤 냉전상태였는데 하루는 이런 말을 들었다. 고양이 털이 푸석푸석한건 목욕을 안해버릇해서 그런 것이니, 목욕을 시키고 깔끔하게 털을 빨아주면 큐트하고 윤기나는 고양이로 재탄생된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마봉춘 이놈 푸석푸석한게 마음에 안들었던데다 가끔 나를 보고 한숨쉬는 게 상당히 짜증났던고로, 이번에야말로 목욕의 형벌로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봉춘 이놈... 내가 가죽 장갑을 끼고선 다가가는데도 별로 신경을 안 쓰다가 1m안쪽까지 접근하니까 나를 위아래를 쭈욱 훑어보면서 이새끼 뭐야? 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는데, 곧 내가 빠르게 런지하면서 달려들자 심상찮은 상황을 눈치채고 도주하려 했지만 꼬리 깔고 태평하게 늘어진 자세로 얼마나 빨리 도주가 되겠나? 곧 나에게 붙들렸고 이놈은 왠일인지 별로 반항도 안하고 계속 야옹거리기만 했는데 곧 세면대에 채워진 물을 보자마자 눈동자가 거대해지더니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왜애앵니야오우아옹!!!"
발톱까지 다 뽑아놓고 공격 준비를 마쳤으나 앞발이 강력한 악력으로 쥐어진 상황에서 뒷발을 버둥거려도 원체 뚱뚱한지라 나를 할퀴기는 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물 수면에 꼬리가 닿자마자 고개를 돌려 물을 보면서 필사적인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어찌할 도리가 없이 미지근한 물로 입수했다. 물에 들어가자 그냥 인생을 포기한 듯이, 중간에 몇번 일어서려 하는 걸 빼고는 별 반항 없이 샴푸와 뜨듯한 물을 감내하는 마봉춘이었지만, 나를 보는 눈깔은 반항의 의지 120%를 함유하고 있었다는 것만 말해두자. 한마디로 노려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와~ 우리 봉춘이 목욕하네?"
김 아무개가 나타나자 구원을 요청하듯이 야옹거렸지만 아무개도 고양이 목욕하는 걸 좋아하는지라 별 수가 없었다. 다만 드라이기로 털을 말리는 것은 아무개가 해 주었는데, 물이 말라가니까 기분은 좋았는지 대충 진정하는 모습이었다. 털이 뽀송뽀송하다고 좋아하는 김 아무개에게 안겨 화장실을 나가면서 나를 보는 눈은 여전히 분노의 노려보는 눈이긴 했다만...
이후 증거는 없지만 마봉춘임에 틀림없는 테러리즘이 시작되었다. 일단 나의 캐비닛이 열려 내 롱소드인 알비온 얼이 땅에 뒹굴고 있던 것을 시작으로, 손잡이 가죽에 발톱 자국임이 틀림없는 테러가 가해지거나, 내 프록코트의 단추 두어개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는 등 사소하지만 짜증나는 테러가 빈발하기 시작했다. 점점 그거 때문에 마봉춘에 대한 짜증이 올라가고 있었는데, 결정타가 된 사건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마봉춘. 중성화 수술은 안 받은 모양이었다. 귀 끝이 멀쩡한 것에서 대충 짐작은 했다만..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일광욕하며 배깔고 누워있던 녀석이 혼자서 야옹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걸 보고는 발정기가 왔군 하고 대충 지레짐작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뭐 마봉춘이 안에 가둬놓고 키우는 놈도 아니고 수틀리면 밖에서 서너시간 있다가 오는 녀석이라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하고 말았는데...
문제는 덴슈로쿠로 김석원과의 검술 스터디그룹을 마치고 돌아오니, 좌대에 잘 올려놓았던 나의 해군 타치의 손잡이에 정체불명의 냄새나는 액체가 생각보다 다량으로 묻어 있다는 것이었다. 마봉춘이 요즘 나한테 테러리즘을 저지르고 그 타겟 중 하나가 내 칼들인데, 하필 발정기의 고양이의 정액으로 추정되는 게 있다? 추리가 끝나는 시점에서 나는 눈깔이 뒤집혔다.
마봉춘의 서식지인 전습대 응접실의 문을 쾅 여니 역시 천하가 태평하신 상전 고양이 마봉춘이 정액을 방출하셔서 개운해졌는지 발정기의 안절부절한 모습은 어디로 가고 평소대로 창가에 꼬리를 깔고 누워서는 운동장을 구경하고 있다가 문 여는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만, 봉춘이! 내가 왜 왔는지 알겠나?"
나를 슬쩍 곁눈질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꼬리 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는 이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하지만 이젠 상관없다.
"용케도 아직까지 발정이 되는구만. 이봐 봉춘이. 어차피 고자가 될 운명이야. 날 원망하지 마라."
손가락 10개를 모두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보통 고양이들은 이러면 도망가기 마련인데 이놈은 만사가 다 귀찮은지 꼬리로 바닥만 치면서 아예 이쪽을 보려고도 안한다. 그래서 내가 손으로 붙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앞에서 손이 불쑥 나타나더니 마봉춘이를 채갔다. 고개를 드니 봉춘이를 끌어안은 김 아무개가 인상을 쓰고 있었고 곧 소리를 버럭 질렀다.
"미쳤어! 왜 멀쩡한 고양이를 고자로 만든다고 그래?"
"마봉춘 이놈은 짬타이거인 데다가 잘도 발정해서 나의 목숨인 재패니즈 다찌의 손잡이에 ㅈ물을 싸질렀단 말이지! 어차피 고양이는 발정하면 괴로워하는 법이야. 이 중범죄를 생각하면 관절염에 좋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나 인세를 덕으로 비추는 이 대인배가 이렇게 자비를 베풀려 하는데 무슨 놈의 말이 많아? 얼른 내놓고 다음에는 큐트한 먼치킨이나 스코티쉬 폴드나 줏어와!"
"와 개싸이코! 애정 가지고 같이 사는 가족이 고양이지 그런게 그렇게 좋으면 자동인형이나 개발하든지! 그리고 일본도 손잡이가 그렇게 상전이야? 알콜로 딱고 자외선으로 쬐면 그만 아니야! 그리고 비싼거야? 내가 중국제 싸구려 복제 잡동사니 줏어와서 광내고 지지고볶는거 다 봤구만 누가 보면 국보급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뭐라고? 지금 나의 부심의 원천 재패니즈 다찌를 무시한다... 그런말인가? 그럼 개가 니 세이버에 똥싸도 된단 말이렷다?"
"미친 딲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나는 개가 똥싼다고 항문을 꼬메지는 않거든? 만사가 왜그렇게 자기 생각대로야? 왜왜 또 절개 석션 결찰 또 노래를 불러보지? 아무튼 지랄말고 난 우리 봉춘이 새끼 낳게 해서 다 잘 길를 거니까 고자같은 소리 하지도 마, 맨 유튜브에서 그딴 거만 보니까 쓸데없는 환상만 가지지!!"
그러면서 김 아무개는 마봉춘을 끌어안고 도주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삐져서 집에 차타고 갈 동안 전혀 말이 없었다. 물론 마봉춘도 마찬가지로 냐옹거리는 일 없이 김 아무개의 품에만 안겨 있었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김추자는 희한한 분위기를 탐지하고는 집에 와서 사연을 물어보더니, 나의 타치 손잡이에 고양이 정액이 뿌려졌다는 말을 듣고는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손바닥으로 내 팔뚝을 두어번 후려치며 정신을 못차려했다.
"그래서, 냄새는 빠졌어요?"
"알콜과 신너, 벤젠을 투입했더니 냄새는 빠지더군요."
"뭐야~ 그러면 된 거지 왜 고양이를 중성화를 못시켜서 안달이에요?"
"아깐 진심으로 빡쳤지요.."
다시 쿡쿡거리며 입을 가리던 김추자는 한참 진정을 시도하더니 나를 보면서 뒷짐을 지고는
"근데, 나도 고양이 좋아하고 마봉춘 마음에 들어요. 지난번에 감기 걸려서 누워있을 때 글쎄 내 입에 뭔가 눌리는 것 같길래 보니까 봉춘이가 사료를 밀어넣고 있더라구요? 사료는 뱉었지만 얼마나 기특해요. 사람 같은 고양이니까 걔도 알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는 한마디 남기기를
"나도 봉춘이 아기고양이는 보고 싶네요. 봉행씨도 성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보든지요."
라고 하고는 마봉춘과 놀겠다고 김 아무개의 방으로 들어갔다. 들려오는 소리로 추정하건데 방안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모양이었다. 나는 오늘 흥분하는 일이 워낙 많았던지라 대충 옷을 벗고 자버렸는데, 김추자에게 전염당한 감기에서 아직 기침은 낫지 않았으므로 간간히 기침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참 자고 있던 와중, 기침할 때마다 자꾸 뭐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 면상을 툭툭 치는 것 같아 눈을 떠 보고는 주변을 만져보니 왠 작은 공 같은게 만져졌다. 핸드폰 화면을 켜서 그 불빛으로 대충 비춰보니 고양이 사료였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봉춘이 앉아서 사료 몇개를 앞에 놓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눈이 맞으니까 손을 내밀어서 내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입을 살짝 벌리고 눈동자는 중간쯤으로 커져서는 보는데 마치 걱정하는 건지 아니면 미안해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내 눈치상으로는 둘 다였던 것으로 보였다. 이런 사람같은 개$#*!^&같은 건방진 고양이녀석..;ㅅ;
이것이 전습대 짬타이거, 마봉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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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46화 연애는 어렸을때 해야된다...
언젠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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