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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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42화 사랑의 김 아무개(4) 죽은 방사능이 좋은 방사능 팬픽

"좋습니다. 그리고 그 당돌한 꼬마아이 말입니다만..."

전습대 정기 전원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결국 김 아무개에 대한 것이 의제로 나오고야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로맨스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학생이 선생에게 칼을 들이대고 붙자고 했다는 것 자체가 학내 치안을 맡고 있는 전습대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여기에 학생 간부들도 이를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전습대에 상신하여 처벌 의견서를 제출한 상황이었다. 1학년에 학기 초였기 때문에 해당 반의 학생 간부의 역량과 통제력이 약한 것은 알겠지만 2학년, 3학년 학생 간부들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보통 하극상이 아니다. 여기에 요시노부는 전습대 총재란 말이지...

김석원은 그날 이후로 김 아무개에 대한 교육이 잘못되었다며 엄중한 지적을 가하고 있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개의 말버릇을 떠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보병지도역의 체면을 고려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그는 함부로 남의 일을 떠들고 다니지 않는 성격으로, 나이만큼이나 신중하고 두번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성이 있다.

김 아무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대체적으로 규칙대로 처벌하자는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학생 간부회에 규칙에 따른 처벌 가능 결정을 하달하자는 결의안이 채택되려는 가운데 요시노부가 제지하고 나섰다.

"잠깐! 그대들을 보아하니 그 아이가 보병지도역 에노모토의 가족이라고 하여 봐주려는 분위기로 받아들여지는데, 내가 바르게 받아들였는가?"

이 지적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요시노부의 지적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전습대원에 대한 하극상은 본디 남자는 악마의 채찍 섐복으로 맞게 되어있고, 여자아이라도 소형 섐복으로 남학생의 절반 횟수로 처벌하게 되어있었다. 과거 섐복이 처음 사용되었을 때 가정을 파탄내버린 비극을 간부들은 다들 알고 있었으므로 대충 섐복 처벌은 어떻게든 피하자는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전습대 총재에 대한 하극상이 아닌 교사에 대한 하극상에 해당하는 처벌을 내리려고 했던 것인데, 요시노부는 이 분위기를 정확히 읽어버린 것이다.

"보병지도역에게 묻겠는데, 자네 가족이면 그렇게 특별대우를 받아야 되는가?"
"....아닙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점점 균형 감각이 상실되어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정말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거나 크게 혼날 때에는 이렇게 세상이 유리구슬 속 상이 왜곡되듯이 균형감각이 이상해지고 바닥이 옆으로 또는 앞으로 도는 듯한 그런 증상이 생긴다. 이런 증상이 생긴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의 아무개가 섐복으로 맞아야 한다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혹 처벌을 도입하고 남의 자식에게는 생각없이 휘둘러대더니, 이제 와서 내 가족에겐 절대 안된다니 인간 쓰레기라고 불려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안된다. 그런데 대답은 그렇게 안 나온다.

어질어질해져서 눈동자를 바닥에 고정시키려 했지만, 바닥이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으므로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나도 자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움직이는 바닥을 계속해서 보지 않으면 쓰러져버릴 것만 같아 남들이 내 눈을 보는 줄 알면서도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요시노부가 책상에 팔을 올려 양손을 맞잡고 보고 있는 것도 알 수 있다. 요시노부가 한참 보는 것 같더니 양손을 풀고 허리를 펴면서 시선을 간부들 사이로 돌렸다.

"그 규정도 대원에 대한 규정 아닌가?"
"...그렇습니다."

요시노부가 고개를 삐딱하게 하면서 간부들을 훑어보고는 마지막으로 시선을 나에게 향하며 말했다.

"전습대 총재에 대한 하극상은 특별히 다스려야 한다고 보는데, 어떤가?"

요시노부의 질문...을 가장한 강요에 다들 조용했다. 키 160cm도 안되는 여자아이에게 도대체 어떤 큰 처벌을 내리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단 말인가.

"보병지도역, 어떤가?"

괴롭다. 미칠 것만 같았다. 왜 나에게 이런 결정을 강요한단 말인가. 아니라고 해도 섐복에 맞을 것이고 그렇다고 하면 나의 아무개에 대한 그 어떤 말도 안되는 짓을 한다 하더라도, 내가 동의하는 것 아닌가. 네가 왕이냐고 묻는 헤로데 안티파스의 질문을 받는 예수의 심정이 이것인가?

".....모..모르겠습니다..."

요시노부의 반응은 신속했다.

"보병지도역이 견해를 낼 수 없다고 하니 총재로써 결정을 내리겠다. 학생의 하극상은 단 한번도 용납될 수 없으니 마땅히 처벌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법해석을 내려야 할 보병지도역이 모르겠다고 하니 처벌은 전습대 총재가 임의로 정한다. 단, 당돌한 그녀의 태도에 대하여 나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큰 모욕감을 느꼈으므로, 그 여학생에 대해 결투를 선행할 것이다."

전원회의가 끝난 이후 요시노부는 교직원회의에 참석한다며 금방 나가버렸다. 회의에서도 철저하게 빈틈을 찾아 자기가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반박이 안나오게 쑥 사라져 버리는 요시노부는 인물이다. 그 인물의 능력 탓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는 나에게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고 있다. 굳은 얼굴로 경리 장부나 끄적이고 있는 김추자에게 뭐라 말해보려 했지만, 간단히 무시당했다.

하도 답답하여 커피 마실 맛도 안 나는 입장이라 밖으로 나와서 벽에 손 짚고 한숨만 쉬고 있자니 곧 덴슈사부로 이상평이 따라나와서는 내 옆으로 오더니 요시노부가 사라진 곳을 보면서 좇밥 깝치는 현장을 보고 빡친 격투가마냥 얼굴을 찌푸리기를 반복하였다.

"형님, 저 쪽바리새끼 아주 미친 놈 아닙니까? 어휴... 어떻게 여자애한테 아니 무슨 폭력을 쓰겠다고.. 진짜 사람 한번 허리 돌려서 쳐보는게 소원이었는데 형님, 오늘 밤에 그냥 죽이고 묻어버리죠?"

"지금 전습대 재정이 위기인데 저 양반 없으면 부도야 부도..."

"형님 그럼 걔가 섐복으로 쳐맞아도 된단 말씀이세요? 아 형님 진짜 왜그러십니까? 형님 걔는 그렇다치는데 이러시면 형님 자식농사 말아먹어요! 친자식 낳아도 그렇게 애매하게 하실겁니까? 예?"

"휴...."

"형님 전 언제라도 전습대 망해도 형님과 같이 할겁니다. 말씀만 하십쇼."

하도 답답해서 교내를 서성이다가 빡돌아서 애꿏은 나무의 가지들을 해군 타치로 작살내버린 다음 울적한 기분으로 김 아무개의 교실로 가니 마침 쉬는 시간이었다. 나를 보고는 당황해하며 인사하는 학생들 사이를 지나 복도 창문 너머로 교실을 보았는데 김 아무개의 모습은 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답함을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잘 안 되고 살짝 어지러워지려고 하길래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고 왼쪽을 보니 왠 캔커피를 들고 오는 김 아무개가 있길래 다가갔다.

"여긴 왜 왔어?"
"그건 뭐냐?"

턱으로 캔커피를 가리키자 아무개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어물어물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거? 그냥 샀는데 마시기 싫더라구.."
"그래? 니가 벌써 2주째 돈을 받아간 적이 없는데 조지아 뽑을 돈이 있다고?"

더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그제서야 바른 대로 고한다.

"...실은 요시부노 선생님이 사준거야."
"그 양반이? 칼 들이댄 계집애한테 커피를 사준다고?"

아무개는 괜시리 커피캔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게.. 나도! 그래서 존나 어색한데...! 자꾸 들이대드라고... 나 때문에 우리 반 분위기도 매번 일본어 시간만 되면 어색해지니까 내가 뭔 말을 못하겠고... 그리고 뭐라고 하는지도 못알아듣겠고... 그래서 뭐라 그러면 애들 기분만 다운되고 그러니까 그냥 나오라면 나가고.. 사주는 대로 받고... 그러는 건데..."

진심으로 벽에 똥칠할 날이 시작된다면, 바로 오늘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하기 시작했다. 전원회의에서는 처벌이요, 결투요 여자애를 때려잡을 궁리만 하는 것처럼 말하고 분위기를 잡더니만 정작 선생질 할 때에는 끌고가서 캔커피나 던져주고 있으니, 진심 이중인격자 내지는 아수라가 아닌가 싶어졌다.

"난 아침에 커피 너무 많이 먹어서 이거 또 먹으면 토해. 받어. 내가 사주는 거라 쳐."

내 손에 쥐어주려 했지만 안 받자 어거지로 주머니에 쑤셔넣는다. 이 애는 자기 한 짓과 후폭풍이 뭔지 알기나 하는 걸까.

"너 여기 규정은 읽어는 봤냐?"
"뭐? 어떤거?"
"그 양반은 전습대 총재이자 장군이야. 간부 중에서도 상간부라고. 학생이 대원에게 하극상 하면 매질인데, 그건 아는거냐?"

김 아무개는 그건 몰랐는지 좀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는 시선을 피하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하... 그것도 섐복이야. 친다오밍이란 놈 이야기는 들어봤냐?"
"그.. 그걸로 때린다고?"

김 아무개는 섐복의 첫 희생자, 친다오밍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기야 풍문으로 듣기론 안산시 전 학교에 소문이 쫙 퍼져 전습대 직빵 살인마설의 주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고 하니, 얘가 모를 리도 없지..

"여자애는 절반의 위력과 횟수로 치긴 한다만.. 하지만 그걸 결재하는 건 결국 나야. 내가.. 내가 어떻게 너를 때리라는 문서에 서명을 하겠니? 어떻게 너를.."

어깨를 잡고 토로하자 김 아무개가 내 손을 툭 쳐내고는 정색했다.

"조직의 간부가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 그러면 아무도 안 따라. 알어?"

"그게..."

"됐어! 절반이라면 뭐 큰일 나겠어?"

가슴을 펴고 허리에 손을 얹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나 꺅꺅거리는 그런 다른 여자애들하곤 달라. 책임은 확실히 짓는다고. 그러니 걱정말고 서명 하셔. 나... 나 검술도 배운 여자야!"

그리고는 내 가슴에 이마를 대고 기대면서 나에게만 들리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고마워. 미안해. 앞으로는 실수 안하고 자중할게..."

그리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나도 자리를 떠나 전습대 사무실로 향하다가 운동장이 보이는 복도 창문에 걸터서서 아무개가 준 조지아 캔커피를 땄다. 부왘하고 솟아오른 캔커피의 액체가 면상을 강타했다. 분명 김 아무개년이 흔든 탓이다. 흐... 여러가지로 눈물만 나오는구나.

오후에 김석원과 이야기를 하다 김 아무개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가만히 보고 있던 김석원이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으면서 "천하의 보병지도역인가 생각했더니, 그 아이에게만큼은 이길 수 없는 모양입니다." 라고 말했다. 부정할 수가 없다.

그동안 대치동 누님은 자꾸 나타나서 김 아무개의 머리를 빗겨주면서 방문을 잠궈놓고는 뭔가 중얼중얼대는 듯 하였으나, 방음이 잘되있었으므로 내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요시노부가 원체 잘생기고 몸매도 좋고 매너도 있는 남자인지라 김 아무개도 점점 그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듯 했다. 요시노부는 자꾸 아무개와 둘만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쉬는 시간중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무개는 반의 분위기가 이상해질까봐 그와 있으면서도 싫은 내색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거부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때마다 김 아무개의 손에는 캔커피가 들려있고는 했다. 아무개는 끝끝내 안 마시는 가 싶더니 캔커피를 떠안아 마시던 내가 커피 과다 섭취로 거하게 토하고 나서는 그제서야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시노부와의 짧은 커피모임 탓에 아침에 커피는 안 마시게 되었다. 서로 말은 안 통하지만 역시 김 아무개도 그 나이대의 여자아이, 존나 잘생긴 젋은 남자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점점 의식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한창 그러기를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학생 간부회로부터 전습대 총재의 결투 명령이 전달되자, 아무개는 엄청나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개는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요시노부가 이중인격자요 이상한 사람이요 디스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사실 내가 생각해도 그렇지. 그동안 요시노부가 우리의 김 아무개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아무개가 이토록 노발대발하는 것을 보니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상사는 뭐 좇벌레 아닌가?

"그래서, 지고 싶냐?"

"지랄 니미! 쳐맞아도 이기고 쳐맞아야겠어!"

슬쩍 떠보자 200%로 반응하는 김 아무개의 눈에서는 광채로 표현해도 심의규정이 준수될 만큼 초롱초롱한 의지가 빛나고 있었다. 대치동 누님은 뭔가 로망스의 뒷공작에 관심이 많은 듯 했지만, 난데없이 결투라는 결정에 어이가 털린 아무개의 심리적 짜증에 더해 그래도 검객으로써의 이기고 싶다는 본능 탓에 그간의 요시노부에 대한 호감인지 뭔지 모를 감정은 나의 타심통으로 보아도 사라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지금이야말로 나의 김 아무개의 마음에 파고드는 방사능 좇벌레를 퇴치할 시간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무개의 손으로 직접 요시노부를 개발살내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 김 아무개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근거리에서 싸우는 도법이다. 그리고 나는 다행히도 이 해답을 알고 있다.

"좋아! 비검 전수!"
"비검 전수?"

"네가 왜 졌다고 생각하지?"

김 아무개는 갑자기 어물거렸다. 원체 주세페 라델리의 듀얼링 사브르 도법만 배웠으니 원거리 전투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싸움에는 이해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없다.

"런지도 안하고 성큼성큼 들어오는 것에 당황했겠지? 반격을 해야 하는데 런지를 해도 손잡이가 닿을 간격이었지? 후퇴를 해도 따라오는 속도가 더 빨랐고?"

"맞아! 바로 그거야!!"

김 아무개의 눈의 광량이 더욱 증가했다. 이제야 짙은 안개 속에서 이정표를 찾아낸 것이다.

"디스인게이징(교차된 칼을 떼어내는 것)을 해야 하는데 계속 인게이징(칼이 붙어있는 것)하고 있었고?"
"맞아맞아! 다 알면서 니미!!"

"너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근거리 도법이야. 너에게 딱 맞는 도법이 준비되어 있다!"
"그게 뭔데?"

"스캇츠 올드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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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43화 사랑의 김 아무개(5)
언젠가 씁니다.

덧글

  • Yasuo 2014/01/22 02:17 # 답글

    비검 전수!
  • 쿄쿄쿄 2014/01/22 02:58 # 삭제 답글

    딸 잘못둬서 주인공만 개고생 ㅠㅠ
  • 지나가던과객 2014/01/22 06:59 # 삭제 답글

    대치동 김씨가 알게 되면, 거치도 들고 요시노부에게 결투를 신청하겠군요!!
  • Zimen 2014/01/22 07:06 # 삭제 답글

    으잌 근데 스코틀랜드 브로드소드 검술 맞죠? 그거 세이버랑 같은 검리라고 들은거같은데 거기 무슨비기가 또..?+.+
  • 터미베어 2014/01/22 08:19 # 답글

    그..근대검술 종합세트...
  • ,,, 2014/01/23 01:10 # 삭제 답글

    우와와!! 비검전수라니 뭔지 몰라도 기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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