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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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38화 돌아온 요시노부 팬픽

"諸家輩, 源家將軍ヲ代々仁王ト奉仰ハ此故也."
(모든 가문이 원씨 가문의 장군을 대대로 인덕의 왕으로써 봉양함은 이 때문이라)

김추자가 했던 말의 의미는 후3년의 역 이후, 정부가 동북부의 전쟁을 지들끼리 이익 탓으로 벌린 사전(私戰)으로 규정하고 전쟁비용 지불을 거부하여 파산의 위기에 올린 미나모토노 요시이에가 자기 가산을 탈탈 털어 참전했던 부하들에게 은상을 지불했던 고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럼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10억 벌금을 대신 내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이에 대한 김추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어려움을 나누어 지겠지만 노력이 없으면 알아서 하라는 말이더군요."

애매한 말이다. 그러니까 징징대는 대로 다 뱉어내는 ATM기계는 아니니까 어떻게든 줄여 보려는 노력을 보여줘라 이런 소리인데, 김추자와 이 한마디만 하고 전화 끊었을 리는 없었을 것이고 다양한 말이 오고갔고 전체적으로 희망적인 지불 분위기가 있었으니까 김추자가 이렇게 싱글벙글하는 것일 것인데, 이 김추자도 아무리 기분이 업되어도 정작 중요한 말은 필요한 것 이상은 안 하는 타입이라, 말실수를 유도해도 별 소용이 없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이상은 따로 묻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일 때문에 오신다더군요. 그리 아세요."

라고 한다. 그 일이란 역시 한국에 맡긴 OEM주문 관련일 것으로, 작년에도 여기 왔던 이유는 전습대 때문이 아니라 그 일 때문이었다.

며칠 후.

운동장에 도열한 전습대원들은 그냥저냥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습대원과 간부 절대다수가 작년 요시노부 방문 이후에 영입된 사람들이라 요시노부의 통큰 보너스 축제를 받아본 적도 없고, 당장 왠 새파란 젋은 놈이 쑥 나타나서는 전습대 총재이자 장군이랍시고 상석에 서 있으니 떨떠름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눈앞의 저건 일-본-놈이란 말이지... 다만 초창기 대원들에게 요시노부가 풍부한 상금을 뿌리고 돌아갔었다는 말을 들은 터라 은근히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젋은, 뜬금없는 그것도 일본놈 상전에 대한 반감과 혹시 모를 보너스에 대한 기대감이 상쇄되어 그냥저냥한 표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장군이자 전습대 총재이신 도쿠가와 요시노부 공에 대하여 경례!"

총기류는 스나이더-엔필드로의 개조 때문에 죄다 공장에 보내버렸으므로 다들 총기 없이 도검만 패용한 순찰무장이었다. 그래서 모두 칼을 뽑아 차렷 자세를 취하면서 오른손에 든 칼은 얼굴 앞에 두었다가, 45도 오른쪽 옆으로 내리는 식의 경례를 하였다. 요시노부는 이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많아지고 특히 체계가 갖추어진 것을 보고는 매우 만족한 듯한 얼굴이었다. 요시노부는 감정에 크게 휘둘리지는 않지만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막지 못하는 스타일인 듯 하다. 심리상태가 얼굴에 싹 다 드러난다.

"쉬어!"

다들 칼끝이 앞쪽 땅을 향하게 비스듬하게 들고서는 발을 약간 벌렸다. 요시노부가 단상으로 나와 연설을 준비했고 내가 동시통역을 행했다. 연설은 간단하게 일단 전습대의 유래와 도쿠가와 막부와 조선정부의 우호, 막부의 정당성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그것을 이은 전습대는 이제 일개 정권을 위한 곳이 아닌 천하 질서를 다잡는 <싸우는 정의>의 사도이며, 개중에는 전습대를 인종차별 단체로 매도하는 자 있는 줄로 아나 외국인도 간부로 참여하여 활약함으로 그러한 모함은 간단히 논파된다는 것. 그리고 지금 도쿠가와의 자손인 자신이 전습대의 흔들림 없는 규율과 대의의 신념으로 무장한 결사(決死)의 사(士)들을 마주하니 경이로움과 자랑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전습대원들에 대한 칭찬, 그것도 탁월한 언변으로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연설에 다들 표정이 한결 좋아졌지만, 그것이 충성의 봉공으로 바뀌는 데에는 다음의 한방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이번에 대원들의 노고가 매우 크다고 들었다. 예로부터 공훈의 무자(武者)에게 은상이 주어짐은 천하의 근본이다. 과거 나의 조상이신 요시이에 공이 동북의 낭당(狼黨:가문에 봉사하는 직업군인들)에게 가산을 털어 내리심으로 원가(源家)의 명성이 천하에 달했는데, 이는 모사가 아니며 단지 천하의 이치를 그대로 행한 것일 따름이다. 나 도쿠가와 요시노부 또한 하치만타로의 선례를 따라, 장군으로써 그대들 전습대의 무자들에게 첫 명령을 내린다!!"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돌아서서 요시노부를 향해 발뒤꿈치를 들었다 땅을 탁 치는 약식 경례를 한 다음 다시 돌아 대원들을 향하며 소리쳤다.

"전습대원들에게 제1호 장군 명령을 하달!!"

전습대원들도 몸을 긴장시키며 발뒤꿈치를 들었다 땅을 치는 약식 경례를 일제히 개시했다. 뒤이어 두루마리를 풀어 펼치면서 선언이 이어졌다.

"폭력 비적단을 추포하여 관군으로써의 역할을 다한 전습대 장병들에게 500만원씩의 은상을 내리며, 오늘은 대 회식이 있으므로 전 대원들은 빠짐 없이 이에 참여하라! 제1호 장군 명령, 서명 장군 도쿠가와 요시노부!!"

뒤이어 각 소대장들의 충성 맹세를 포함한 큰 소리의 감사를 시작으로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원곡고의 창문을 모조리 박살내버릴 기세로 솟아올랐다. 이 기세를 타고 나는 명부봉정을 선언했다. 명부봉정이란 조직의 구성원들의 이름이 적힌 두루마리를 바치는 의식인데 과거에 어떤 사람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증표로 내놓는 것이다. 본디 옛 일본에서는 본명에도 신비한 힘이 있다고 여겨 함부로 남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으며 웃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도 터부시되었다. 과거 일본의 주술사들은 자신의 진짜 이름, 진명은 거의 알려주지 않고 가명만을 대외적으로 자칭하고 다니는데 바로 이런 문화 때문이었다.

명부봉정은 단지 이름이 적인 리스트일 뿐만이 아니라 이런 문화적 배경 하에서 자신의 목숨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는 의미가 들어있었다. 물론 그건 옛날 이야기다. 현대 사회, 그것도 한국에서 이런 명부봉정이 대원들에게 얼마나 심리적인 구속이 되겠냐마는, 요시노부의 통큰 재정지원에 대하여 그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또 무엇보다 그에게는 굉장한 의미의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름 적어내는데 돈드나?

소대장들의 명부봉정을 선동하는 선창을 시작으로 다들 칼을 칼집에 집어넣고 왼쪽 무릎을 꿇고 오른팔은 오른무릎에 대고 고개를 숙였고 나 또한 왼쪽 무릎을 꿇고 대원들의 직책과 실명과 조직도가 적힌 두루마리를 양손으로 받들어 올렸다. 곧 요시노부가 그 두루마리를 집어들었고 조회대 앞으로 나서서 명부를 높이 들어보이자 전 대원들이 만세를 외쳤다. 이것으로 오늘의 의식은 끝났다.

요시노부는 대원들의 경계를 큰 돈을 사용하여 풀고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가 전습대의 총사령관으로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결국 그 자신 스스로가 행동과 성과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 현금인출기가 되느냐 진심으로 충성을 받는 장군이 되느냐, 그것은 이제부터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요시노부는 원래 작년마냥 사흘 정도만 있다가 도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 아니었나? 그런데 무슨 눌러앉을 사람마냥 은상이요 재정지원이요를 마구 해대는지, 일말의 불안이 느껴졌다.

대원들이 엄청난 행복 속에 죄다 녹아버린 다음날, 평범한 캐주얼 정장을 입은 요시노부와의 대담은 이러했다.

"그러고보니 전습대가 재정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건..."
"아키코(김추자)로부터 들었네. 10억이라면서?"
"그것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몸을 기울이고는 사무실의 내 책상에 앉아 주먹을 쥐고 턱을 괴고 앉아 있던 요시노부가 나를 올려다본다.

"그건 자네가 알지.. 내가 알겠는가?"
"예?"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자네의 능력을 보여주게."
"그...그리고 들어보니 저만 오백만원이 안 들어왔다던..."
"내가 아키코에게 넣지 말라고 했네."

이게 무슨소리야?!

"오백은 인질인 줄로 알도록. 자네의 능력 여하에 따라 인센티브가 될지 없던 일이 될지 자네 하기 나름이야."
"그..그건..."
"중심 간부로써 그정도의 고통도 분담하지 못하겠나?"
"아닙니다."

곁눈질로 김추자를 보니 딴청만 피우고 있다.

"아 그리고..."

"당분간 이 학교에서 일본어 기간제 교사로 있기로 했네."
"예?"
"왜 안되나?"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됐군. 그리고 고맙네."

무, 무슨 소리를 또 하려고...

"이 책상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것이군."

그리고 사무실 정중앙의 내 큰 책상은 요시노부의 차지가 되어버렸으며, 나는 부랴부랴 썩어문드러진 관급품 철제 책상. 공급일 1994년 3월 14일의 조달표에 빛나는 물건을 수급해서 내 자리를 만들었다. 자리는 나나부로 존 테일러의 옆자리. 김추자의 맞은편이다.

부랴부랴 페인트칠은 했지만 서랍은 찌그러져서 절반밖에 열리지 않는다.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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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39화 사랑의 김 아무개
언젠가 씁니다.


덧글

  • Yasuo 2014/01/16 04:29 # 답글

    사랑의 김 아무개!!!!
  • 위장효과 2014/01/16 06:41 # 답글

    김 아무개가 드디어 사랑에????????????????
  • 판테르 2014/01/16 08:26 # 삭제 답글

    읭? 그 호걸 소녀가?
  • 지나가던과객 2014/01/16 10:18 # 삭제 답글

    요시노부공이 슬슬 투자한 걸 수확할려는 모양새를 풍기네요.

    그리고 정부에서 자금지원을 일본인이 했다는 걸 알면 견제를 시작할텐데.......

    그리고 사랑의 김 아무개? 학생이 공부는 안하고 연애질이 왠 말이오!!

    작가양반!! 청소년의 연애질은 현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인즉, 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꿀 것을 권하오!!
  • 암호 2014/01/16 14:01 # 답글

    기왕이면 백하....... 아무래도 요시노부이겠군요. 그리고 대치동 김씨 출격.....
  • 재미있네요 2014/01/16 18:20 # 삭제 답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제 왠만하면 자문변호사 하나 두시는게 어떨까요?
    자문료 얼마 안 나가요.
  • ㅇㅅㅇ 2014/01/16 20:11 # 삭제 답글

    쩐주가 재밌어보인다고 끼어들었네요
  • Zimen 2014/01/17 00:38 # 삭제 답글

    책상뺏겼으엉ㅋㅋㅋ큐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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