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고 뒤의 야산, 지금은 공원화된 이곳은 슬슬 정오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아니 나와 천웅방 패거리, 그리고 싸가지 바가지가 있으니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시민들이 보고서는 경찰이 출동해야 정상이지만, 좀비사태 이후 여러가지 사건으로 공권력이 이곳을 포기하고 주먹의 세상이 온 뒤로는 이곳 사람들은 덩치 큰 사람 몇몇이 공원 입구에서 문신을 과시하고 서 있으면 그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는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여기에 원곡고 쪽에서는 한참 눈에 맞으면 눈알이 터진다는 참극의 주역, 합성고무 채찍인 콜드스틸 섐복과 지팡이에 얻어터지고 있는 간석동 간지대장파 포로들의 비명소리가 간간히 이곳까지 들리고 있었으니 누가 근처에나 오랴. 이렇게 무차별 구타를 하는 이유는 어차피 우리가 인천까지 진출할 것도 아니고, 다만 전습대의 위명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기만 하면 그만인데, 아무리 조직 놈들이 복수심에 불탄다 한들 어제 마이바흐 타고 댕기며 위세를 과시하던 업계의 큰형님들이 오늘 얼이 빠져서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오줌을 싸며 울부짖는 정신상태로 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그 누가 원수를 사랑하지 못할까?
그리고 처음에는 여기 끌려와 있는 이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젋은 보스와 애미년에게 심리적으로 위축을 좀 줄까 해서 일부러 무진장 큰 비명소리가 울려퍼질 수 있도록 특별히 주문을 했는데, 구태여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굵은 나뭇가지에 양팔을 묶인 젋은 보스놈에게 가해지는 100대의 철편 채찍이 이제 막 30대를 넘어갔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히 오늘을 위해 준비한 이 철편 채찍은 자루 끝에 여러 개의 줄이 달려 있고, 그 끝에는 2mm두께의 철판을 뾰족하게 절단해서 90도로 절곡시킨 물건이다. 한번 칠 때마다 철편이 마치 짐승의 발톱처럼 살을 긁어서 파내어버리는 퍼펙트한 비주얼을 선사하는 나의 걸작이다.
"끄으으으..... 크허허헉허허ㅓ헣ㅋㅎㅎㄱㄱ"
처음에는 아주 의연했지. 그러나 철편 채찍을 보여주자 그놈의 눈동자가 복잡하게 떨렸고, 5대까지는 이를 악물고 참아내었으나, 6대가 넘어가는 순간부터 신음 소리를 내었고, 10대가 넘어가자 입에서 가래를 흘리며 비명을 질러대었으며, 20대가 넘어간 시점에서는 신음과 공기 빠지는 소리가 4:6으로 섞인 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미 몸뚱이에서 성한 곳은 별로 없었다.
"저거 눈깔 뒤집힌다. 해수욕 한번 하자!"
천일염을 되는데로 풀어버린 뜨거운 소금물이 담긴 바께스를 왕조명네 부하 한놈이 쏟아붙자 드디어 들을만한 비명이 나왔다. 젋은 보스 이녀석은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되었을 것을 괜히 나한테 이런 저런 헛소리를 해서 매를 번 덕택에, 나로써는 제네바 협정을 준수하고 싶었지만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 진심으로 유감이다.
비명 소리가 잦아들었지만 녀석의 몸뚱이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며 눈알에서는 초점이 나왔다 사라졌다 하고 있었다. 옆에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포박당한 그 싸가지없는 공갈년이 무릎을 꿇리고 있었다. 뭐가 자꾸 튀고 지 아들 비명 소리가 나올 수 없는 사운드로 나오고 있으니 눈물 질질 짜고는 있어도 감히 기쎈 헛소리도 못하고 이빨을 달달 떨며 공포에 질려 있다.
"인천 지검의 검사들이 너네가 주는 돈이 없으면 당장 굷어죽는다는게 사실이냐?"
여전히 이빨을 떨면서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아냐? 아니라고? 그럼 왜 니미 좇같은 허세를 부린 거야!!"
빡침을 참지 못하고 그년의 몸뚱이에 철편 채찍을 후려갈겼으나 옷을 입고 있는 탓에 옷감만 좀 뜯어지고 말았다. 돌아서 젋은 보스, 아무튼 간지대장이라고 부르자. 그녀석 턱에 채찍 자루를 들이밀어 올려 듣기싫은 이빨 떠는 소리가 안 나오게 한 후 천천히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줄 알아? 바로 니 애미년 때문이야. 4년 전에 좋다고 천만원 벌 꿈에 빠져사셨던 사건을 기억하겠지?"
간지대장의 눈동자가 그제서야 초점을 다잡고는 자기 어미 쪽을 보았다. 그러나 초점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정신줄을 잡으면 각본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면상에 철편 채찍을 한대 후려갈기자 다시 신음 소리를 낸다. 왼쪽 눈을 빠르게 꿈뻑거리고 있는데 투명한 물과 피가 흘러나온다.
"너무하잖아... 너무하잖아..."
흐느끼면서 중얼거리는 공갈년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래. 그 건은 이미 다 끝난 일이야. 나도 너네들에게 250만원 손해를 역으로 안겨준 걸 끝으로 다 잊고 살 수 있었지."
"그럼 왜애애애!!!!"
그년의 절규는 그냥 무시하면서 입을 간지대장 귀에 대로 천천히 알아듣게 말을 한다.
"그런데... 나는 패륜아인데 자기 아들.. 그러니까 너는 천하에 둘도 없는 효자에 어른을 공경한데.. 그러니까 내가 졸지에 패륜아가 되버렸으니 네놈이 정말 그리 효성이 지극한지 알아보고 싶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
놈의 눈동자의 초점은 여전히 흐려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시야는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정리하자. 저년이 널 패는 거야. 응? 저년이 널 패는 거라고."
다시 다섯대를 초고속으로 후려치고 나서는
"야! 얘 몸 식는다. 뜨끈한 바닷물로 카리브 한번 가자!"
"끼아아악!!! 끼아아아아악!!!"
아직 소금물이 끼얹어지지도 않았는데 계집애같은 비명을 질러대는 걸 보면 상처에 대한 역삼투압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좋은 모양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미 바께쓰는 움직였기 때문에 나로써도 멈출 도리가 없다.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놈에게 다가가 계속 소리쳤다. 이성이 파멸하고 고통 속에 뇌가 몸부림치는 이 시점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을?! 어때 저년이 개년이지?! 저년이 못된년이지 그렇지 맞지 내말이 맞지 어서대답해!!!!"
"씨발 죽일거야!! XXX저년 죽일거야!!!"
"푸하하하하하!!!!"
이걸로 각본은 완성되었다. 이제 그놈은 천하의 패륜아다. 타치를 뽑아 그놈의 손을 묶은 동앗줄을 잘라버리자, 나뭇가지와 연결된 긴 줄이 잘렸고 놈은 땅바닥에 쓰러져 실신했다. 뒤이어 왕조명의 부하들이 그년을 잡아끌어다 손을 위로 올리고 나뭇가지에 묶어버렸다. 세심하게 지시한 대로 높이는 그년이 발끝을 땅에 겨우 댈 정도로 정해졌다. 그녀 앞으로 다가가서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아무리 어미가 잘못했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패륜아가 있을 수 있나. 그래도 버리지 못하는 게 애미 마음이지 안 그런가?"
그년은 아까 간지대장의 발언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콧물을 훌쩍거리지도 못하고 반쯤 넋이 나간 듯 했다.
"게임을 하나 해보지. 지금부터 니년 발밑에 저놈 면상이 있을 거야. 니년은 그걸 밟지 않고 버텨라. 만일 니가 이놈 면상을 밟는다면 너만 풀어주마. 만일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버틴다면 둘다 풀어줄거야. 하지만... 어디보자, 해 질 때까지 한 다섯 시간 남았으니 해볼 만 하겠네."
왕조명의 부하들이 그년의 다리를 들어올리고 간지대장을 끌어다 발 밑에 놓았다. 부하들이 그년 다리에서 팔을 놔버렸지만 그년은 다리를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나는 철편 채찍을 풀숲으로 던져버리고 접이식 낚시 의자에 앉아 마치 일본 전국시대 무장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손은 무릎에 두고 노려보았다.
그년은 30분 동안 열심히 버텼지만, 45분째부터 다리가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러번인가 다시 끌어올렸지만, 결국 2시간째에는 면상에 다리가 거의 닿을락 말락 할 지경까지 갔고 결국에는 자기 자식의 면상을 디뎌 밟고 말았다. 그와 함께 나의 분노와 짜증, 복수심과 온갖 잔혹무도한 생각과 마음들도 깨끗히 사라졌다. 마치 스위치를 팍 내린 것처럼. 방금 전까지 마음 속에 무거운 쇳덩이가 들어있는 듯 했는데, 그게 단숨에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이 워낙에 상쾌했으므로,
"4년 동안 찌푸렸던 미간을 오늘에야 펴보는구나."
하고 웃었다.
일어서서 타치를 뽑아 밧줄을 잘라 버리자 간지대장 얼굴에 체중이 실리면서 그년이 발을 헛디디면서 쓰러졌다. 하지만 이미 정신이 맛이 간 듯 일어설 생각도 안 했고 눈도 흐리멍텅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예... 김형사님?"
"난데... 어제 인천 애들이 그쪽으로 쳐들어갔다던데 밤새 총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개입한거야?"
"예.. 여기 나이트클럽 건물이 우리 보안업체에 가입한 곳이라서요. 어지간하면 적당히 끝내려고 했는데 팔백명이 쳐들어왔지 뭡니까."
"어휴..."
김형사의 한숨에는 깊은 회한과 빡침이 느껴졌다.
"혹시 걔네.. 그러니까 인천 애들 보스나 간부들에 대해서 아는 거 없지?"
"우리야 상황만 종료시키고 바로 귀대했죠. 아시다시피 저희들에게 체포권이나 수감권 없는거 아실테고 그 이상 할 수가 있나요. 할 이유도 없구요."
"그래... 그럼 거기 짱개들이 데리고 있겠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김형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푸념을 시작했다.
"아니...! 인천시경 새끼들이 막 우리한테 지랄을 하더라고..! 지들이 여기로 쳐들어와 놓고서는 뭐 치안 유지도 못하네 어쩌네 하면서 막 실종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거야. 아무래도 그 간석동 간지대장파가 지들 꼬붕이고 돈 갖다 바치니까는 그러나 본데.. 어휴 똘추새끼들.. 아무튼 혹시 연락 가능하면 잘 수소문해서 무사히 돌려보내라고 말들 좀 해줘. 알았지?"
"그.. 저희도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 돌아보니 둘다 여전히 반쯤 맛이 가 있다. 사실 원래 이들을 죽일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그들에게는 앞으로 힘껏 성실하게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서 미리 준비한 주사기를 들고는 년놈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년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팔목 핏줄에 주사기를 꽃고 주사기를 눌렀다.
앉은 채로 반쯤 죽은 눈으로 주사기가 꽃힌 자기 팔뚝을 힘없이 주시하는 그년은 주사가 끝나고 팔뚝을 놓자 힘없이 팔을 떨어트렸다. 뒤이어 간지대장에게도 주사가 가해졌다.
"이것들 갖다가 밤에 남동공단에 갖다 버려."
4년간의 은원은 그렇게 끝났다.
며칠 후.
경찰서에 출두하여 조사받고 나오니 정신이 파김치가 된 느낌이다. 다행히도 여기 양반들이 대부분 우리에게 동정적이긴 하지만, 특유의 유도심문 스킬은 정말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 뭐 있다. 그래도 경찰서에 들락날락하다 보니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서, 철저하게 계약 관계에 의한 정당한 출동이자 간석동 간지대장파가 800여명에다가 진검들을 죄다 차고 튀어나왔다더라는 것을 죽어라 강조하고, 특히 노획한 진검 50여 자루를 왕조명한테 말해서 받아와서는 증거물로 제출하고 화기 사용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계속해서 뻗댔다.
나이트클럽&모텔 바지사장(채욱 시절부터 바지사장) 와 일단 부사장으로 가라 직책을 달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된 왕조명도 사전에 입을 맞춰놓은 대로 잘 말해놨다. 바지사장 왈 사업상의 채무 관계가 있었는데 갑자기 계약을 무시하고 건물을 내놓으라고 조직을 이끌고 쳐들어오는 바람에 무서워서 전습대에 출동을 요청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왕조명이 갑자기 부사장 직책을 단 것은 나와 보안 계약을 체결하고 싸인한 게 왕조명이었기 때문에, 그럼 이자는 무슨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냐고 추궁하면서 결국 천웅방의 조직의 실체에까지 접근할까봐 일단 부사장이라서 그런거라고 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점에 바로 돌아갈 기운도 없어서 발코니에 서 있자니 우리의 친구 강력계 김형사가 조지아 캔커피를 꺼내서는 들고 왔다. 김형사는 내가 담배를 안 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담배를 권하지는 않고 캔커피만 갖다 준다. 내가 이빨로 캔뚜껑을 따는 사이 김형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밤바람이 아주 차가웠지만 찬 바람 기운이라도 없으면 당장 자버릴 듯 하였으므로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을 안 했다.
김형사가 사정을 설명해주기는 이렇다고 한다. 인천 경검이 합동으로 노발대발 하는 터라, 실체가 없는 조직을 생포할 수는 없는거고 일단 출동해서 총질한 전습대는 실체가 있으니 우리를 조사하는 걸로 했는데, 아무래도 총기 사용은 정상 참작은 할 수 있어도 과잉 방어로 몰고갈 소지가 있긴 해서, 이 부분이 아무래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한마디로 과잉 방어로 압도적 벌금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은 듯 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들은 검찰에 불기소의견으로 올릴 생각이지만 인천지검이 강력한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또 총기를 보유한 단체라는 것도 있어서 좋게좋게 끝나지는 않을 듯 하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간석동 보스들은 어떻게 됐데요?"
"그 애비란 양반은 실종이고, 보스인 아들놈과 애미는 남동공단에서 찾았던 모양이더라구. 아주 꼴이 개판이었다데? 그래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서쓰려고 하니까 갑자기 형사들을 물어뜯고 습격했다는 거야."
"그래요? 아니 뭐 좀비라도 되나?"
"다행히도 물린 사람은 없었고 잠바만 뜯겼는데, 뭐 그래서 형사들이 쏴버렸다데. 검시는 내일 한다던데..."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양이죠?"
"뭐 기정사실인 모양이더라구. 그래서 없는 예산에 거기 방역 들어갔잖어. 우리도 며칠 안으로 전원 다 검사 받을거 같애."
그러하다.
다시 1주일 후.
"......."
사무실 분위기는 심각했다. 제일 심각한 김추자는 아까부터 책상 위를 손으로 휘둘러 서류와 책자를 죄다 치워버리고는 팔베게를 하고 책상 위에 엎드려버렸다. 다른 간부들도 난감하기 짝이 없어 했다.
"무... 무슨 판결이 이렇게 빨라?"
"에라이!! 에라이요!!"
소리치며 이쪽을 노려보는 김추자의 눈매는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자랑의 흑발보다 시커먼 다크 오오라는 진짜로 두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초스피드로 날아온 내용은 무려 10억 벌금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훌륭하네요. 총기 개조비용도 나가지, 대원들 월급도 나가야지 소진된 총탄 비용도 들지 사채놀이는 회수율도 안좋고, 거기다 출병 인센티브도 지급해야 되고 돈은 없는데 졸지에 10억이네요. 이 손실을 대체 어쩔꺼에요? 우씨 전습대는 부도야... 부도.."
김추자는 도로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아직 1심이니 너무 그러지 마요. 오늘 날아왔으니 15일안에 항소하면 문제 없어요."
벌떡 일어나 더욱 거대해진 다크 오오라를 내뿜으며 나를 노려보는 김추자.
"항소하면 돈 안내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우아아앙!!"
도로 절규하며 엎드려버린 김추자이다. 이중 일본어를 알아듣는 자는 나를 빼면 김석원과 여원홍 뿐이었는데 알아듣는 사람은 듣는 대로 심각했고 못알아듣는 나머지들도 사정을 대충 아니 심각했다. 이건 나로써도 정말 출구가 보이지를 않았다. 현재 여유 금액은 9억원에 불과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구시가지 유흥 산업의 떡고물이 떨어지려면 반년 정도는 더 있어야 궤도에 올라간다. 나머지 금액들은 죄다 이런저런 투자로 깔려있었고 여기에 9억에서 2억 정도도 또 이런저런 이유로 나갈 예정이니 실질적인 여유자금은 7억 정도밖에 없는 셈이다. 공격적인 투자 탓에 월급에 이번 출병 인센티브까지 나가면 진짜 위험했다.
그래도 그대로라면 어떻게 버티긴 하겠는데 졸지에 이 엄청난 벌금이라니... 이것의 문제점은 법정이자 연 20%의 이자율이 적용되는데다 하루 단위로 쭉쭉 올라가기 때문에 시간을 죽이는 대로 이자가 폭증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덫 중의 상덫에 걸린 셈이다.
이날 전습대 분위기는 아주 다크했으나, 저녁때 김추자가 싱글벙글하며 방에서 나와서는 나에게 또 말하기를,
"諸家輩, 源家將軍ヲ代々仁王ト奉仰ハ此故也."
이란다.
"머라고요?"
"말은 할줄 알아도 고전의 교양은 없네요. 모르면 찾아 보던가!"
그리고는 도로 방에 들어가 버렸다. 옆에서 물 마시던 김 아무개도 들어올 때는 다크했다가 또 밝아진 김추자의 모습을 도무지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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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38화
시즈오카에서 돌아온 남자 도쿠가와 요시노부
언젠가 씁니다.
*전9년 / 후3년의 역
이번 에피소드의 모델이 된 전9년 후3년의 역은 일본에서 무사 계급이 무문으로써의 명성을 떨치고 강대한 기반을 다진 전쟁으로 알려진 역사적 사건입니다.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시민들이 보고서는 경찰이 출동해야 정상이지만, 좀비사태 이후 여러가지 사건으로 공권력이 이곳을 포기하고 주먹의 세상이 온 뒤로는 이곳 사람들은 덩치 큰 사람 몇몇이 공원 입구에서 문신을 과시하고 서 있으면 그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는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여기에 원곡고 쪽에서는 한참 눈에 맞으면 눈알이 터진다는 참극의 주역, 합성고무 채찍인 콜드스틸 섐복과 지팡이에 얻어터지고 있는 간석동 간지대장파 포로들의 비명소리가 간간히 이곳까지 들리고 있었으니 누가 근처에나 오랴. 이렇게 무차별 구타를 하는 이유는 어차피 우리가 인천까지 진출할 것도 아니고, 다만 전습대의 위명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기만 하면 그만인데, 아무리 조직 놈들이 복수심에 불탄다 한들 어제 마이바흐 타고 댕기며 위세를 과시하던 업계의 큰형님들이 오늘 얼이 빠져서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오줌을 싸며 울부짖는 정신상태로 되어 있는 것을 본다면 그 누가 원수를 사랑하지 못할까?
그리고 처음에는 여기 끌려와 있는 이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젋은 보스와 애미년에게 심리적으로 위축을 좀 줄까 해서 일부러 무진장 큰 비명소리가 울려퍼질 수 있도록 특별히 주문을 했는데, 구태여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굵은 나뭇가지에 양팔을 묶인 젋은 보스놈에게 가해지는 100대의 철편 채찍이 이제 막 30대를 넘어갔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히 오늘을 위해 준비한 이 철편 채찍은 자루 끝에 여러 개의 줄이 달려 있고, 그 끝에는 2mm두께의 철판을 뾰족하게 절단해서 90도로 절곡시킨 물건이다. 한번 칠 때마다 철편이 마치 짐승의 발톱처럼 살을 긁어서 파내어버리는 퍼펙트한 비주얼을 선사하는 나의 걸작이다.
"끄으으으..... 크허허헉허허ㅓ헣ㅋㅎㅎㄱㄱ"
처음에는 아주 의연했지. 그러나 철편 채찍을 보여주자 그놈의 눈동자가 복잡하게 떨렸고, 5대까지는 이를 악물고 참아내었으나, 6대가 넘어가는 순간부터 신음 소리를 내었고, 10대가 넘어가자 입에서 가래를 흘리며 비명을 질러대었으며, 20대가 넘어간 시점에서는 신음과 공기 빠지는 소리가 4:6으로 섞인 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미 몸뚱이에서 성한 곳은 별로 없었다.
"저거 눈깔 뒤집힌다. 해수욕 한번 하자!"
천일염을 되는데로 풀어버린 뜨거운 소금물이 담긴 바께스를 왕조명네 부하 한놈이 쏟아붙자 드디어 들을만한 비명이 나왔다. 젋은 보스 이녀석은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되었을 것을 괜히 나한테 이런 저런 헛소리를 해서 매를 번 덕택에, 나로써는 제네바 협정을 준수하고 싶었지만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 진심으로 유감이다.
비명 소리가 잦아들었지만 녀석의 몸뚱이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며 눈알에서는 초점이 나왔다 사라졌다 하고 있었다. 옆에는 안대로 눈을 가리고 포박당한 그 싸가지없는 공갈년이 무릎을 꿇리고 있었다. 뭐가 자꾸 튀고 지 아들 비명 소리가 나올 수 없는 사운드로 나오고 있으니 눈물 질질 짜고는 있어도 감히 기쎈 헛소리도 못하고 이빨을 달달 떨며 공포에 질려 있다.
"인천 지검의 검사들이 너네가 주는 돈이 없으면 당장 굷어죽는다는게 사실이냐?"
여전히 이빨을 떨면서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아냐? 아니라고? 그럼 왜 니미 좇같은 허세를 부린 거야!!"
빡침을 참지 못하고 그년의 몸뚱이에 철편 채찍을 후려갈겼으나 옷을 입고 있는 탓에 옷감만 좀 뜯어지고 말았다. 돌아서 젋은 보스, 아무튼 간지대장이라고 부르자. 그녀석 턱에 채찍 자루를 들이밀어 올려 듣기싫은 이빨 떠는 소리가 안 나오게 한 후 천천히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줄 알아? 바로 니 애미년 때문이야. 4년 전에 좋다고 천만원 벌 꿈에 빠져사셨던 사건을 기억하겠지?"
간지대장의 눈동자가 그제서야 초점을 다잡고는 자기 어미 쪽을 보았다. 그러나 초점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정신줄을 잡으면 각본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면상에 철편 채찍을 한대 후려갈기자 다시 신음 소리를 낸다. 왼쪽 눈을 빠르게 꿈뻑거리고 있는데 투명한 물과 피가 흘러나온다.
"너무하잖아... 너무하잖아..."
흐느끼면서 중얼거리는 공갈년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래. 그 건은 이미 다 끝난 일이야. 나도 너네들에게 250만원 손해를 역으로 안겨준 걸 끝으로 다 잊고 살 수 있었지."
"그럼 왜애애애!!!!"
그년의 절규는 그냥 무시하면서 입을 간지대장 귀에 대로 천천히 알아듣게 말을 한다.
"그런데... 나는 패륜아인데 자기 아들.. 그러니까 너는 천하에 둘도 없는 효자에 어른을 공경한데.. 그러니까 내가 졸지에 패륜아가 되버렸으니 네놈이 정말 그리 효성이 지극한지 알아보고 싶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던 거야..."
놈의 눈동자의 초점은 여전히 흐려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시야는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정리하자. 저년이 널 패는 거야. 응? 저년이 널 패는 거라고."
다시 다섯대를 초고속으로 후려치고 나서는
"야! 얘 몸 식는다. 뜨끈한 바닷물로 카리브 한번 가자!"
"끼아아악!!! 끼아아아아악!!!"
아직 소금물이 끼얹어지지도 않았는데 계집애같은 비명을 질러대는 걸 보면 상처에 대한 역삼투압 효과가 상상 이상으로 좋은 모양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미 바께쓰는 움직였기 때문에 나로써도 멈출 도리가 없다.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놈에게 다가가 계속 소리쳤다. 이성이 파멸하고 고통 속에 뇌가 몸부림치는 이 시점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이다.
"아니 어떻게 이런 잔인한 짓을?! 어때 저년이 개년이지?! 저년이 못된년이지 그렇지 맞지 내말이 맞지 어서대답해!!!!"
"씨발 죽일거야!! XXX저년 죽일거야!!!"
"푸하하하하하!!!!"
이걸로 각본은 완성되었다. 이제 그놈은 천하의 패륜아다. 타치를 뽑아 그놈의 손을 묶은 동앗줄을 잘라버리자, 나뭇가지와 연결된 긴 줄이 잘렸고 놈은 땅바닥에 쓰러져 실신했다. 뒤이어 왕조명의 부하들이 그년을 잡아끌어다 손을 위로 올리고 나뭇가지에 묶어버렸다. 세심하게 지시한 대로 높이는 그년이 발끝을 땅에 겨우 댈 정도로 정해졌다. 그녀 앞으로 다가가서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아무리 어미가 잘못했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패륜아가 있을 수 있나. 그래도 버리지 못하는 게 애미 마음이지 안 그런가?"
그년은 아까 간지대장의 발언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콧물을 훌쩍거리지도 못하고 반쯤 넋이 나간 듯 했다.
"게임을 하나 해보지. 지금부터 니년 발밑에 저놈 면상이 있을 거야. 니년은 그걸 밟지 않고 버텨라. 만일 니가 이놈 면상을 밟는다면 너만 풀어주마. 만일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버틴다면 둘다 풀어줄거야. 하지만... 어디보자, 해 질 때까지 한 다섯 시간 남았으니 해볼 만 하겠네."
왕조명의 부하들이 그년의 다리를 들어올리고 간지대장을 끌어다 발 밑에 놓았다. 부하들이 그년 다리에서 팔을 놔버렸지만 그년은 다리를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나는 철편 채찍을 풀숲으로 던져버리고 접이식 낚시 의자에 앉아 마치 일본 전국시대 무장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손은 무릎에 두고 노려보았다.
그년은 30분 동안 열심히 버텼지만, 45분째부터 다리가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러번인가 다시 끌어올렸지만, 결국 2시간째에는 면상에 다리가 거의 닿을락 말락 할 지경까지 갔고 결국에는 자기 자식의 면상을 디뎌 밟고 말았다. 그와 함께 나의 분노와 짜증, 복수심과 온갖 잔혹무도한 생각과 마음들도 깨끗히 사라졌다. 마치 스위치를 팍 내린 것처럼. 방금 전까지 마음 속에 무거운 쇳덩이가 들어있는 듯 했는데, 그게 단숨에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이 워낙에 상쾌했으므로,
"4년 동안 찌푸렸던 미간을 오늘에야 펴보는구나."
하고 웃었다.
일어서서 타치를 뽑아 밧줄을 잘라 버리자 간지대장 얼굴에 체중이 실리면서 그년이 발을 헛디디면서 쓰러졌다. 하지만 이미 정신이 맛이 간 듯 일어설 생각도 안 했고 눈도 흐리멍텅했다. 그때 전화가 왔다.
"예... 김형사님?"
"난데... 어제 인천 애들이 그쪽으로 쳐들어갔다던데 밤새 총소리가 들렸는데 혹시 개입한거야?"
"예.. 여기 나이트클럽 건물이 우리 보안업체에 가입한 곳이라서요. 어지간하면 적당히 끝내려고 했는데 팔백명이 쳐들어왔지 뭡니까."
"어휴..."
김형사의 한숨에는 깊은 회한과 빡침이 느껴졌다.
"혹시 걔네.. 그러니까 인천 애들 보스나 간부들에 대해서 아는 거 없지?"
"우리야 상황만 종료시키고 바로 귀대했죠. 아시다시피 저희들에게 체포권이나 수감권 없는거 아실테고 그 이상 할 수가 있나요. 할 이유도 없구요."
"그래... 그럼 거기 짱개들이 데리고 있겠네?"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으신가요?"
김형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푸념을 시작했다.
"아니...! 인천시경 새끼들이 막 우리한테 지랄을 하더라고..! 지들이 여기로 쳐들어와 놓고서는 뭐 치안 유지도 못하네 어쩌네 하면서 막 실종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거야. 아무래도 그 간석동 간지대장파가 지들 꼬붕이고 돈 갖다 바치니까는 그러나 본데.. 어휴 똘추새끼들.. 아무튼 혹시 연락 가능하면 잘 수소문해서 무사히 돌려보내라고 말들 좀 해줘. 알았지?"
"그.. 저희도 쉽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 돌아보니 둘다 여전히 반쯤 맛이 가 있다. 사실 원래 이들을 죽일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그들에게는 앞으로 힘껏 성실하게 살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서 미리 준비한 주사기를 들고는 년놈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년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팔목 핏줄에 주사기를 꽃고 주사기를 눌렀다.
앉은 채로 반쯤 죽은 눈으로 주사기가 꽃힌 자기 팔뚝을 힘없이 주시하는 그년은 주사가 끝나고 팔뚝을 놓자 힘없이 팔을 떨어트렸다. 뒤이어 간지대장에게도 주사가 가해졌다.
"이것들 갖다가 밤에 남동공단에 갖다 버려."
4년간의 은원은 그렇게 끝났다.
며칠 후.
경찰서에 출두하여 조사받고 나오니 정신이 파김치가 된 느낌이다. 다행히도 여기 양반들이 대부분 우리에게 동정적이긴 하지만, 특유의 유도심문 스킬은 정말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데 뭐 있다. 그래도 경찰서에 들락날락하다 보니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서, 철저하게 계약 관계에 의한 정당한 출동이자 간석동 간지대장파가 800여명에다가 진검들을 죄다 차고 튀어나왔다더라는 것을 죽어라 강조하고, 특히 노획한 진검 50여 자루를 왕조명한테 말해서 받아와서는 증거물로 제출하고 화기 사용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계속해서 뻗댔다.
나이트클럽&모텔 바지사장(채욱 시절부터 바지사장) 와 일단 부사장으로 가라 직책을 달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된 왕조명도 사전에 입을 맞춰놓은 대로 잘 말해놨다. 바지사장 왈 사업상의 채무 관계가 있었는데 갑자기 계약을 무시하고 건물을 내놓으라고 조직을 이끌고 쳐들어오는 바람에 무서워서 전습대에 출동을 요청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왕조명이 갑자기 부사장 직책을 단 것은 나와 보안 계약을 체결하고 싸인한 게 왕조명이었기 때문에, 그럼 이자는 무슨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냐고 추궁하면서 결국 천웅방의 조직의 실체에까지 접근할까봐 일단 부사장이라서 그런거라고 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점에 바로 돌아갈 기운도 없어서 발코니에 서 있자니 우리의 친구 강력계 김형사가 조지아 캔커피를 꺼내서는 들고 왔다. 김형사는 내가 담배를 안 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담배를 권하지는 않고 캔커피만 갖다 준다. 내가 이빨로 캔뚜껑을 따는 사이 김형사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밤바람이 아주 차가웠지만 찬 바람 기운이라도 없으면 당장 자버릴 듯 하였으므로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을 안 했다.
김형사가 사정을 설명해주기는 이렇다고 한다. 인천 경검이 합동으로 노발대발 하는 터라, 실체가 없는 조직을 생포할 수는 없는거고 일단 출동해서 총질한 전습대는 실체가 있으니 우리를 조사하는 걸로 했는데, 아무래도 총기 사용은 정상 참작은 할 수 있어도 과잉 방어로 몰고갈 소지가 있긴 해서, 이 부분이 아무래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한마디로 과잉 방어로 압도적 벌금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은 듯 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우리들은 검찰에 불기소의견으로 올릴 생각이지만 인천지검이 강력한 성의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또 총기를 보유한 단체라는 것도 있어서 좋게좋게 끝나지는 않을 듯 하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간석동 보스들은 어떻게 됐데요?"
"그 애비란 양반은 실종이고, 보스인 아들놈과 애미는 남동공단에서 찾았던 모양이더라구. 아주 꼴이 개판이었다데? 그래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서쓰려고 하니까 갑자기 형사들을 물어뜯고 습격했다는 거야."
"그래요? 아니 뭐 좀비라도 되나?"
"다행히도 물린 사람은 없었고 잠바만 뜯겼는데, 뭐 그래서 형사들이 쏴버렸다데. 검시는 내일 한다던데..."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양이죠?"
"뭐 기정사실인 모양이더라구. 그래서 없는 예산에 거기 방역 들어갔잖어. 우리도 며칠 안으로 전원 다 검사 받을거 같애."
그러하다.
다시 1주일 후.
"......."
사무실 분위기는 심각했다. 제일 심각한 김추자는 아까부터 책상 위를 손으로 휘둘러 서류와 책자를 죄다 치워버리고는 팔베게를 하고 책상 위에 엎드려버렸다. 다른 간부들도 난감하기 짝이 없어 했다.
"무... 무슨 판결이 이렇게 빨라?"
"에라이!! 에라이요!!"
소리치며 이쪽을 노려보는 김추자의 눈매는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자랑의 흑발보다 시커먼 다크 오오라는 진짜로 두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초스피드로 날아온 내용은 무려 10억 벌금이었기 때문이다.
"진짜 훌륭하네요. 총기 개조비용도 나가지, 대원들 월급도 나가야지 소진된 총탄 비용도 들지 사채놀이는 회수율도 안좋고, 거기다 출병 인센티브도 지급해야 되고 돈은 없는데 졸지에 10억이네요. 이 손실을 대체 어쩔꺼에요? 우씨 전습대는 부도야... 부도.."
김추자는 도로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아직 1심이니 너무 그러지 마요. 오늘 날아왔으니 15일안에 항소하면 문제 없어요."
벌떡 일어나 더욱 거대해진 다크 오오라를 내뿜으며 나를 노려보는 김추자.
"항소하면 돈 안내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우아아앙!!"
도로 절규하며 엎드려버린 김추자이다. 이중 일본어를 알아듣는 자는 나를 빼면 김석원과 여원홍 뿐이었는데 알아듣는 사람은 듣는 대로 심각했고 못알아듣는 나머지들도 사정을 대충 아니 심각했다. 이건 나로써도 정말 출구가 보이지를 않았다. 현재 여유 금액은 9억원에 불과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구시가지 유흥 산업의 떡고물이 떨어지려면 반년 정도는 더 있어야 궤도에 올라간다. 나머지 금액들은 죄다 이런저런 투자로 깔려있었고 여기에 9억에서 2억 정도도 또 이런저런 이유로 나갈 예정이니 실질적인 여유자금은 7억 정도밖에 없는 셈이다. 공격적인 투자 탓에 월급에 이번 출병 인센티브까지 나가면 진짜 위험했다.
그래도 그대로라면 어떻게 버티긴 하겠는데 졸지에 이 엄청난 벌금이라니... 이것의 문제점은 법정이자 연 20%의 이자율이 적용되는데다 하루 단위로 쭉쭉 올라가기 때문에 시간을 죽이는 대로 이자가 폭증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덫 중의 상덫에 걸린 셈이다.
이날 전습대 분위기는 아주 다크했으나, 저녁때 김추자가 싱글벙글하며 방에서 나와서는 나에게 또 말하기를,
"諸家輩, 源家將軍ヲ代々仁王ト奉仰ハ此故也."
이란다.
"머라고요?"
"말은 할줄 알아도 고전의 교양은 없네요. 모르면 찾아 보던가!"
그리고는 도로 방에 들어가 버렸다. 옆에서 물 마시던 김 아무개도 들어올 때는 다크했다가 또 밝아진 김추자의 모습을 도무지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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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38화
시즈오카에서 돌아온 남자 도쿠가와 요시노부
언젠가 씁니다.
*전9년 / 후3년의 역
이번 에피소드의 모델이 된 전9년 후3년의 역은 일본에서 무사 계급이 무문으로써의 명성을 떨치고 강대한 기반을 다진 전쟁으로 알려진 역사적 사건입니다.
해당 전쟁에 대해서는 한국위키피디아 전9년의 역
한국위키피디아 후3년의 역
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전습대 내에서는 여러 일화를 다양하게 참고했습니다. 전9일의 역에서 천웅방의 수장 왕조명이 채욱을 축하하러 갔다가 무시당하고 <선물로 가지고 간 사금도 쏟아버린> 일화는 후3년의 전쟁의 발단인 키미코노 히데타케(吉彦秀武)가 주군인 사네히라를 찾아왔다가 무시당하자 분노하여 사금을 쏟아버리고 돌아가 전쟁을 선포한 일화와 같습니다.
전습대가 왕조명 편을 들어 항적방을 작살내고 결국 천웅방이 구시가지의 암흑 산업을 차지한 것도 조정에서 임명받아 온 겐지 무사단의 수장 미나모토노 요리요시/요시이에가 현지 내분에 개입하여 내전을 평정하였고, 요시이에 편을 든 기요히라가 어부지리를 얻어 현지의 영지를 크게 차지한 것과 같은 플롯입니다.
나무에 매달려 자기 아들의 얼굴을 밟게 되는 일화도 후3년의 역에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요시이에가 가네자와 요새를 포위하고 식량공급을 차단하자 온갖 쌍욕으로 요시이에의 어그로를 끌었던 후지와라노 치토를 요새 함락 이후 이빨을 뽑고 혀를 뚫어버리고 무자비하게 매질을 하고, 나무에 매달아놓고는 자기 주군이었던 타케히라의 목을 밟게 만들어버린 일화를 참고했죠.
전습대와 겐지 무사단 둘다 나중에 정부에게 뒤통수 맞는 것이라던가, 돈 문제로 곤란을 겪지만 결과적으로 무문의 명성을 크게 떨쳐 훗날 큰 자산이 되는 것도 같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모티브가 된 역사적 사건에 너무 끌려다니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고 봅니다. 물론 끝나는 건 이 챕터뿐이고 아직 에피소드는 산과 같습니다.
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전습대 내에서는 여러 일화를 다양하게 참고했습니다. 전9일의 역에서 천웅방의 수장 왕조명이 채욱을 축하하러 갔다가 무시당하고 <선물로 가지고 간 사금도 쏟아버린> 일화는 후3년의 전쟁의 발단인 키미코노 히데타케(吉彦秀武)가 주군인 사네히라를 찾아왔다가 무시당하자 분노하여 사금을 쏟아버리고 돌아가 전쟁을 선포한 일화와 같습니다.
전습대가 왕조명 편을 들어 항적방을 작살내고 결국 천웅방이 구시가지의 암흑 산업을 차지한 것도 조정에서 임명받아 온 겐지 무사단의 수장 미나모토노 요리요시/요시이에가 현지 내분에 개입하여 내전을 평정하였고, 요시이에 편을 든 기요히라가 어부지리를 얻어 현지의 영지를 크게 차지한 것과 같은 플롯입니다.
나무에 매달려 자기 아들의 얼굴을 밟게 되는 일화도 후3년의 역에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요시이에가 가네자와 요새를 포위하고 식량공급을 차단하자 온갖 쌍욕으로 요시이에의 어그로를 끌었던 후지와라노 치토를 요새 함락 이후 이빨을 뽑고 혀를 뚫어버리고 무자비하게 매질을 하고, 나무에 매달아놓고는 자기 주군이었던 타케히라의 목을 밟게 만들어버린 일화를 참고했죠.
전습대와 겐지 무사단 둘다 나중에 정부에게 뒤통수 맞는 것이라던가, 돈 문제로 곤란을 겪지만 결과적으로 무문의 명성을 크게 떨쳐 훗날 큰 자산이 되는 것도 같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모티브가 된 역사적 사건에 너무 끌려다니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고 봅니다. 물론 끝나는 건 이 챕터뿐이고 아직 에피소드는 산과 같습니다.




덧글
2014/01/13 04:4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4/01/13 13:43 #
비공개 답글입니다.근데 죽일생각없다며 좀비바이러스를 주사하는건ㅋㅋㅋ
공권력의 뒤통수로 망하는 결말이 점점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제가 알기론 소송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부과되는 연 20%의 핫한 법정 이자는 금전채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에만 적용되는것이고(민사) 형벌로서의 벌금은 불복한다고 해서 늘어나거나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딥 다크한 대한민국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현행 대한민국에서 형벌로써 벌금은.. 불복하거나 내지 않는다고 해서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민사의 배상금같은건 안내고 버티면 이자가 나오지만(이건 피해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것이 되기때문에 그렇습니다.) 형법에서의 벌금은 처벌적 의미이기에 늘어나거나 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벌금 내지 않으면 지명수배가 떨어지고, 공소시효 3년이 다되가면 형사들이 잡으러 오고, 재수없으면 불심검문에 붙잡히고 뭐 그렇죠. 돈없으면 노역장 들어가서 최대 3년까지 노역살다 나오면 됩니다. 뭐 계속 안내고 버티면 중간에 이런저런 압류가 들어가고 하긴 하죠.
소설속 세계관에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달라졌다면 한마디쯤 언급해 주는것도 나쁘지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