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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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36화 후3일의 역(3) 팬픽

"굳이 현장 지휘를 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어차피 사격 하다 보면 다 도망갈 일일 텐데요.."

새벽 3시 50분, 왕조명의 나이트클럽&모텔 옥상에 차려진 야전 지휘소에서 그레이트 코트를 입은 여원홍이 추위에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양반은 대만 출신이라 그런지 추위에 좀 약한 모양이라, 말투에서 약간의 불만이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인 듯 하다.

그레이트 코트란 20세기 초까지 입었던 강추위&비올때 입는 코트로, 통이 넓고 크며 특히 어깨 위로 짧은 망토 같은 것을 덧입어 마치 코트 위에 짧은 망토를 두른 것처럼 보이는게 특징이다. 여기에 지팡이를 들고 높은 실크햇을 쓰면 흔히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신사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이 옷은 원체 실용적이라 당시 군대에서도 쓰였던 바 있다. 당연히 전습대에서도 제식이긴 하지만 100%울의 방한능력 탓에 아직 그레이트 코트까지 입고 나선 자들은 없는데 최초로 여원홍이 입고 나온 것이다.

"듣자하니 간석동의 젋은 보스라는 친구가 경검에도 연줄이 있다고 하니 놓치거나 하면 매우 곤란할 일일 겁니다."
"확인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 말하는 건데... 거기하곤 나름 인연이 있었죠. 청산할 게 좀 있습니다."
"흠...."

입김을 두어번 길게 뿜어내던 여원홍이 돌아서서 참모부 대원이 조작하는 노트북을 보고 있다.

"숫자만 많은게 아니라 차량도 굉장하군요... 중형버스가 5대에 크라이슬러가 2대, 포터가 3대가 확인되고 제3경인고속도로 쪽으로 첩보가 들어온 윙탑 같은 차량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동원된 사람도 650에서 750명 사이로 추정되는데 이걸 어떻게 다 실어오나 했더니 다 방법이 있었군요."

"사람은 엄청나게도 동원하는군요."

"인천시경도 인원이 많은 것은 아니라서... 그들도 우리처럼 권력의 용인 하에서 그만큼 세력을 키운 모양입니다.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게 그정도고 정말 다 모으자면 천명 넘게도 가능하다는 말이 있더군요."

"건방지게 행동하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제2경인에서 서창분기점 지났으니까.. 서안산으로 진입한다면 새벽인데 빠르면 늦어도 10분 정도면 올 겁니다. 어이쿠..."

커피포트가 끓기 시작하자 여원홍이 반가운 듯 품에서 커피믹스를 꺼내서는 종이컵에 붓고 포트 스위치가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인데, 바람이 부는 바람에 빈 종이컵 몇개가 굴러갔다. 노트북으로 UAV를 감시하는 대원이 허겁지겁 종이컵 세개를 회수했지만 나머진 떨궈버렸다. 행여나 믹스 부어놓은 자기 종이컵이 날아갈새라 여원홍이 포트를 선점하고 자기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었고, 쫓기듯이 다른 대원들도 급히 물을 부었다.

"오진우군이 우리만 커피 마시는 거 보고 군사반란이라도 일으키지 않을지 걱정이군요."

여원홍의 이 말은 농담이다. 오진우는 이른바 덴슈 고부로(傳習五部郞) 5소대장으로, 성실하고 과묵한 게 주특기였다. 불만을 품거나 반란을 일으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진우는 안 그럴지 몰라도 우리 군병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근처 건물 옥상에는 오진우와 5소대가 포진하고 있었다. 선제 공격을 가하는 용도는 아니고 정규 전열보병인 1,2,3소대와 교전이 벌어지면 차량을 저격하거나 간부급을 쏘아서 지휘계통을 마비시키거나 후방을 막아버려 포위해버리는 용도다. 그들 입장에서는 지휘부가 뭐 하는지 훤히 보이는데 자기들은 총 가지고 덜덜 떠는데 우리가 커피 마시고 있으면 뭐 거시기하긴 할 것이다.

"금방 오는군요. 놈들이 서안산으로 진입했습니다."
"좋아, 지금..."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새벽 4시 현재부로 작전 개시. 전 대원은 신호탄을 기다리라."

여원홍이 명령을 반복해서 통화망으로 전하고 세부 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가죽 케이스에 들은 러시아제 쌍안경을 꺼냈다. 이것은 고가도 아니고 아주 비싸지도 않지만 성능은 제법 괜찮았다. 곧 서안산 쪽에서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줄지어 나타났고 커다란 윙탑 차량은 역주행을 하면서 들어오더니 차단녹지 건너의 8차선 도로에 정차했다.

여기서 간단히 지형을 설명하자면 이곳은 신길동과 원곡동 사이의 교차로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크게 서안산IC로 향하는 큰 도로가 있고 그 너머로 차단녹지 역할을 하는 산책로 공원이 있다. 그걸 지나면 위아래로 길게 뻗은 4차선 도로가 있고 그 앞에 모텔이나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실정이다. 윙탑에서 내린 깡패들이 이곳으로 오려면 경사가 진 언덕을 올라 산책로 공원을 가로질러 주차장을 건너서야 이곳으로 오게 된다.

보아하니 윙탑 차량은 죄다 용달이었다. 차체 측면에 크게 써진 한국윙탑연합이라는 글자만 봐도 알 수 있다. 하기야 지역 기반 조직이 무슨 원정을 다닌다고 저런 차량을 자체적으로 굴리겠는가. 윙탑 8대가 정차한 큰 길가에서 조직원들이 바퀴벌레 떼거리처럼 따다닥 차에서 내렸고 죄다 허리에 카타나를 차고 있었다. 수십명은 오함마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좀 나이 어려 보이는 조직원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야구빳다 등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지휘차로 보이는 크라이슬러는 4차선 도로 북쪽으로, 다른 트럭들은 4차선 도로 남쪽에서 차폭등만 켜고 진입했다. 이로써 나이트클럽&모텔은 퇴로가 완전히 막힌 셈이다. 크라이슬러에서는 아무도 내리지 않았고 다만 시동만 켜놓고 있었다.

"사람 존나 많네..."

그런 혼잣말이 나올 만큼 숫자는 엄청났다. 여기가 딱히 넓은 구역도 아닌지라 거의 사람이 가득 차다시피 한 걸 보니 자칫 실수햇다간 사람 속에 빠져죽겠다 싶을 정도였다. 다만 의외로 조용했는데 조직간의 대 항쟁을 생각하고 왔더니만 날씨는 춥고 불은 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싶을 정도였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러나 곧 욕설을 바락바락 하기 시작하면서 오함마로 건물 유리창을 때려부수고 진입을 하기 시작했다. 유리문도 깨지고 난리도 아니다.

"이제 신호탄을 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왕조명이 전화를 하면 그때 출병한 걸로 해둬야죠."

건물 안에는 왕조명과 천웅방 정예 팀들이 있다. 천웅방 정예 팀은 우리 전습대의 대 시민 무술교육 커리큘럼을 이수한 자들로, 오합지졸 천웅방 중에서는 그나마 체계적으로 싸움을 할 줄 아는 녀석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5층의 패닉 룸에서 왕조명을 경호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최악의 사태가 아니라면 구태여 싸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우리 전습대가 다 맡아서 처리할 것이고 이들이 설쳐봐야 자기들만 다치기 때문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왕조명에게 출동 요청 메시지가 왔습니다!"
"요시! 신호탄 발사!"
"알겠습니다. 신호탄 발사!"

용접한 깡통 포신 뒤에 달린 공이를 당겼다 놓자 화약이 터지면서 신호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져올라갔다. 곧 불빛을 내뿜으며 낙하산을 펴고 천천히 내려오자 안산시 쪽으로 진입하는 6차선 도로 건너편에서 요란한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통신 자체는 기존 핸드폰 기술의 혜택을 활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지만 진짜 군사 신호는 고전적인 방식만 선호한다.

일정한 나팔 소리가 세번 들리자 간석동 간지대장파 전원의 시선이 일제히 북쪽으로 향했고 망원경을 이용해 보자 도로 한복판으로 세명의 부소대장들이 소대기를 들고 달려나왔다. 2m정도의 높이를 가진 소대기 봉에는 60cm너비의 정사각형 천이 달려 있는데, 여기에는 검은색 바탕에 노란 색으로 수놓인 도쿠가와 접시꽃 문장이 수놓아져 있다. 원래 막부의 소대기는 하얀 바탕에 붉은 원이 그려진, 우리가 일본 국기로 알고 있는 바로 그 일장기였다. 일장기는 일본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도쿠가와 막부의 대외 교섭용 깃발이었는데, 막부가 워낙 외교 인프라를 잘 싾아놔서 외국이 일본 국기가 일장기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렸으므로 이후 유신 신정부도 어쩔 수 없이 국기로 채택한 것이었다. 대한제국이나 조선정부가 멸망한 전 왕조인 고려를 의미하는 Korea를 아주 싫어했지만 외국이 다들 Korea만 기억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Korea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것과 같았다.

아무튼 우리가 고증을 지켜 일장기를 소대기로 사용했다가는 정말 이미지는 끝장나므로, 현실과 타협하여 도쿠가와 가문 문장을 활용하여 소대기로 쓰는 것이다.

소대기와 함께 도로 한복판에 외로이 선 부소대장들을 보는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반응은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는 것 같더니 뒤이어 소대장들과 전열보병대가 2열 횡대를 짓고 발을 맞추어 걸어나오자 그제서야 저것들이 바로 천웅방이라고 인식한 듯 천천히 그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죄다 허리에서 칼을 뽑고 몽둥이를 어깨에 메고 싸울 준비를 마쳤는데, 사실 이것들은 700명은 되어보이는데다 전개한 우리 1,2,3소대는 총원 32명씩 총 96명밖에 안된다. 얼마나 웃겨보이겠는가.

선두부터 욕지거리를 하며 달려들기 시작하며 간석동과 전습대의 거리는 약 150m. 이제 웃음은 그만둘 때다.

"우찌 가타 하지메!"
"우치카타 하지메!"

여원홍의 복명이 통신망을 통해 퍼져나가자 횡대 1열이 일제히 무릎앉아를 시도했고, 소대장, 즉 김진철/김책/이상평이 칼을 올렸다가 휘두르자 1열에서 불꽃과 함께 허연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곧 엄청난 총성이 들려왔지만 사격장에서 들은 현대 총기의 사격음이 귀를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라면 이건 소리는 크되 무슨 둔탁한 느낌이었다. 이정도면 뭐 크게 귀를 상할 것 같지는 않다.

달려들던 조직원들이 일제히 쓰러지고, 분명히 총성임에 틀림없는 큰 소리에, 불꽃과 연기가 앞에 가득하자 간석동 간지대장파는 엄청나게 당황한 듯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에서는 간부들이 등짝을 후려치고 엉덩이를 걷어차며 죽여버리라고 호통을 치고, 여기에 첫 사격 후 30초가 지났는데도 더이상 총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번엔 더 많은 숫자가 소리를 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려들려면 더 빨리 하던지. 제2차 사격이 이어지면서 아까보다 더 많은 조직원들이 쓰러졌고, 총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지휘차로 추정되는 크라이슬러 두대는 사격을 회피하기 위해서인지 이 나이트클럽&모텔 근처까지 이동했고,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조직원들은 급하게 엎드리거나 구석에 숨어 총격을 피해보려고 용을 쓰기 시작했다.

"저새끼들 차로 박아버려! 박아버리라고!!"

4차선 도로 남쪽에서 진입했던 트럭 두대가 우렁차게 시동을 걸고는 간석동 간지대장파 군중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1,2,3소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고 있다. 트럭이 앞에서 나서니까 용기를 얻었는지 같이 달려가면서 트럭에 올라타거나 아니면 트럭 뒤를 따라가면서 같이 따라가는 놈들이 태반이다. 간부로 보이는 놈들이 계속 숨어있는 놈들 등짝을 후려치고 뒷덜미를 잡아 끌면서 같이 돌격하라고 시키고 있었던지라, 곧 거의 대부분이 쫓아가기 시작했다.

곧 3차 일제 사격이 가해졌고, 분명히 트럭 운전수는 죽은 것이 틀림없는데도 차는 계속해서 돌진했다. 그러나 악셀을 밟지 못하는 상황이라 중앙분리대를 넘지 못하고 속도를 잃어버렸고, 기세 좋게 쫓아가던 간지대장파의 선두는 뒤이어 시작된 4번째 사격을 받고는 죄다 쓰러지고 간지대장파 대부분은 다시 겁을 먹고는 제자리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고부로(오진우), 대충 간부들이 누군가는 파악 했지?"
"그렇습니다."
"우찌가타 하지메!"
"우치카타 하지메!"

곧 오진우가 자랑하는 5소대 12명의 대원들의 저격이 개시되었다. 등짝을 후려치거나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거나 겁을 안 먹고 돌아다니며 애들을 독려하는 어그로꾼들이 첫번째 희생양으로, 12명이 동시에 쓰러졌다. 독전하는 사람이 쓰러지니 풋내기들은 더 겁을 먹고 머리를 땅 속에라도 쳐박을 기세로 질질 싸고 있었다. 이것들은 숫자만 많았지 용감하게 돌격하여 전장식 소총의 사격 딜레이를 이용해 백병전으로 싸움을 끌고갈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다. 이제 승부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 자체가 없었다. 이건 우리가 그냥 이긴 싸움이다.

간석동 간지대장파가 패배했다는 것은 나만 직감한 게 아닌 듯, 지휘차량으로 추정되는 크라이슬러 최고급 세단 두대가 서서히 움직이려고 하고 있었다. 아마 도망갈 생각인 모양이다.

"크라이슬러가 보스의 차량이다. 절대 차가 기동해서는 안돼."
"알겠습니다. 둘다 처리하겠습니다."

도망가는 조직원을 밀어제치며 가속하려던 크라이슬러의 유리창과 천장에 총소리와 함께 서너개의 구멍이 뚫려버렸다. 운전석 쪽이었으니 유감스럽게도 운전자는 100%죽었을 것이다. 차는 통제를 잃어버리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틀어진 핸들 방향대로 꺾어서 가다가 조직 중형버스에 힘없이 부딪치고서는 멈춰 버렸다. 나머지 한대는 당황해서 그런가 기어도 D로 넣지 못한 듯 아예 처음부터 움직이려고도 안했다. 이제와서 움직일 수도 없는게 그 한대의 운전석 천장에도 이미 구멍이 뚫려있었기 때문이다.

사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직원들이 혼란에 빠져 여기저기로 도망가는 와중 크라이슬러에서 내린 젋은 보스는 손에 권총을 들고는 있었으나 사람들에게 치이고 밀리는 통해 도저히 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와중이다. 열은 받은 듯 한데 당황해서 뭘 어쩔지도 모르겠고 짜증만 폭발하고 있는 인상이다. 곧 오진우에게 연락을 걸었다.

"크라이슬러에서 내린 저 권총 든 놈, 생포할 수 있겠나?"
"어렵겠지만 해보겠습니다."

곧 총소리가 두번 나더니 놈이 권총을 떨어트리고 쓰러졌다. 옆에 도망가던 조직원 두놈이 한발에 한놈씩 덤으로 쓰러진 걸 보면 역시 전쟁터에서는 어그로종자 옆에서 피해있는 것이 상책이다. 흑색화약을 이용한 P53엔필드의 명중률은 아무리 강선이 파여있어도 빈말로라도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100m이내의 근거리라면 부위별로 선택해서 맞추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듯 하다.

"고부로, 로쿠로와 요부로의 팀이 진입할거다. 크라이슬러 주변에는 총격을 가하지 말도록."

덴슈시로 김무정은 4소대장으로 중국 남권의 달인이며, 칼날길이 60cm의 항일대도를 가장 잘 사용한다. 칼날길이만 3척1촌(93cm)에 달하는 노다치를 쓰는 김석원과는 정 반대의 입장이다. 친중파와 반중파이며, 권법을 기반으로 무기를 쓰는 것과 처음부터 검술을 배웠다는 점도 그렇지만 단 하나, 저돌적인 성격만큼은 똑같았다. 4소대와 6소대만 돌격대 역할을 하는 것은 이들의 P53엔필드부터 스나이더-엔필드로 개조하기 위해 공장으로 보내버렸기 때문에 총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신호탄이 쏘아올려졌고, 1,2,3소대 쪽에서 돌격 나팔 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김무정이 주차된 차의 본넷을 밟고 뛰어올라 밑에서 칼 들고 어리버리하던 간석동 졸개의 머리통을 절반으로 쪼개어 버린 것을 시작으로 4,6소대 전원의 대량 학살이 시작되었다. 이와 동시에 1소대는 서안산 IC로 향하는 도로 방향으로 전열을 짜고 경계를 시작했으며 2,3소대는 사격을 중지하고 4,6소대의 등장으로 얼어버린 간석동 패거리들을 향해 일제히 총검 돌격을 개시했다. 체격도 다양한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졸개들이 베기용으로 만들어져서 칼날이 찐따같이 넓은, 보기 싫은 모조일본도들을 휘두르며 저항을 시도했지만 왼손을 놓고 길게 찔러버리는 총검에 가슴을 찔리면서 허망하게 쓰러지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어떻게 총검을 붙들고 악을 쓰는 놈도 있었지만 옆에서 날아든 총검에 찔려 쓰러지거나, 장전되어있던 총탄이 격발하여 등 뒤로 피가 터지면서 손을 풀고 쓰러지는 결말이 일반적이었다. 어떤 녀석은 일본도를 길게 내뻗고 오지 말라는 듯이 발악하고 있었지만 곧 4.5kg의 P53엔필드가 일본도를 쳐내자 허망하게 떨어트려 버렸고 그 다음에는 굳이 설명할 필요까지도 없겠다.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조직원들은 그래도 생각처럼 쉽게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고 나름 열심히 저항하려고 하는 점은 기특했다. 그러나 뒤에서는 4,6소대의 걸물 소대장, 2척의 항일대도와 3척 1촌의 노다치가 열심히 두부 됫박을 땅에 쏟아내고 있으며 그 뒤를 따르는 전습대원들이 전습대 명물 카가리우찌 훈련법을 실전에서 그대로 수행해나가고 있는 와중, 앞에서는 저항을 하고 싶어도 총검들이 줄지어 늘어서면서 단 한틈의 측면도 내보일 생각을 안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죽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씨봐알!!!"

결국 텅빈 옆, 폭이 좁은 산책로 형태의 공원으로 하나 둘 도망치기 시작하자 도주는 막을 방도가 없는 연쇄현상이 되어버렸다. 이미 오진우의 5소대원들이 공원으로 도주하는 조직원들을 열심히 저격하고 있었지만, 역시 총구로 화약과 총탄을 집어넣는 엔필드 P53의 연사력이란 한계가 있는데다가, 오랜 지속 사격으로 탄매가 꼈는지 장전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 탓에 많은 조직원들이 공원 건너 차량들이 많이 주차된 8차선 도로로 도망가는 데 성공하고 있었다.

밑에서는 크라이슬러에 도달한 김석원과 김무정이 문짝을 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다만 김석원은 자기 자랑인 3척 1촌의 노다치가 망가질까봐 자루 끝으로 유리를 깨려다가 갑자기 망설이고서는 애꿏은 문고리만 열심히 당기고 있었지만, 김무정은 항일대도 자루끝으로 유리창을 깨버리고서는 손을 안으로 집어넣어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열어 손을 버둥거리는 간부를 잡아 끌어다가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왠 놈이 나이프를 들고 김무정에게 달려들었으나 김무정이 팔뚝으로 그놈 팔을 쳐내면서 오른손으로 턱에 장치기를 날렸고 놈이 휘청하는 순간 발끝으로 그놈의 발 옆을 쓸어차버리자 넘어지면서 머리를 문짝에 박고 기절해버렸다. 김무정이 땅에 떨어트렸던 항일대도를 주워서는 날을 슬쩍 보더니 성질이 났는지 기절한 간부놈의 머리를 싸커킥으로 갈겨버렸다.

4,6소대원들이 간부들을 비롯해 살려달라고 싹싹 비는 조직원 놈들의 손발을 케이블 타이로 결박하면서 인도에 끌어다놓는 와중, 1,2,3소대는 공원에 서서 도주하는 간석동 간지대장파의 차량들을 향해 단속적으로 사격을 계속하고 있었다. 운전수를 맞추는 것은 실패했는지 차들이 멈추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차에 총이 맞는 경우는 많았다. 아마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앉은 놈들이 희생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한국윙탑연합에서 빌려온 윙탑 차들은 이미 애초에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죄다 도망가버렸기 때문에 간석동 간지대장파 조직원 대부분은 차를 잡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제각각 흩어져서는 신길동 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불운한 녀석들은 신길동 쪽으로 도망가다가 전습대원의 조준 사격을 받았는지 쓰러져서 뒹굴고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녀석도 몇몇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니 이제 교전지역에 남은 것은 전습대 아니면 시체 내지는 포로들 뿐이다. 시계를 보니 오전 5시 5분이었다. 전습대봉행 명령으로 작전의 성공을 통화망을 통해 선언하고 교전에서 추격 및 수색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하자 우뢰와 같은 함성 소리가 오르며 총을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전습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후속은 맡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새벽 중으로 복귀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여원홍의 대답을 뒤로 하고 계단을 내려가니 왕조명과 간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보자 다들 목을 숙여 인사를 한다. 비전투원 포함 150명 정도밖에 안되는 수준의 인원으로 600~700여명 중무장 인원을 동원한 인천 최대 조직의 총공격을 완벽하게 패퇴시켜버린 위력은 전습대를 싫어하던 타 간부들조차도 일단 내 얼굴 앞에서는 싫어도 예의를 표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그래, 여기 뒷처리는 모두 너에게 맡기마. 시체 같은 것들은 전부 다 싹 치워버려. 아침 7시 반 해 뜰 때까지는 거리 청소가 말끔하게 끝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그리고 이놈들 전부다 칼 차고 왔던데.. 그걸 니들이 어찌 처리할지도 니 맘이고. 그리고 한국말 잘하는 애들로 다섯, 차 한대만 빌리자. 알겠지?"
"예."

곧 간부들에게 중국어로 뭐라뭐라 지시하는 왕조명을 뒤로 하고 1층으로 내려오자, 신음 소리가 간혹 들려오는 포로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아까 그 권총 들고 설치려던 놈을 찾았다. 아무래도 어두워서 얼굴도 잘 안보이는데다 옷도 그냥 양복이라서 그놈이 그놈 같았기 때문에, 놈을 찾을 요량으로 소리를 쳤다.

"여기 간석동 간지대장이라는 놈이 누구냐?"

죄다 무릎 꿇고 앉아 있는 포로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땅바닥만 보는 놈도 있었고, 눈을 감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놈도 있었다.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공포를 드러내는 놈들도 있었다. 앞에서 천천히 걸으며 대충 간부같아 보이는 놈 앞에 서고서는 해군 타치를 뽑아들고 뺨에 칼끝을 푹 꽃았다. 어금니에 칼끝이 닿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간석동 간지대장이 누구냐?"

그러자 그놈이 눈을 치켜뜨면서 말하기를 모른다! 란다.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서는 놈 뒤로 돌아가 척추를 찔러버린 다음 좌우로 두어번 흔들자 놈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허리를 뻣뻣하게 세웠다. 길게 뺀 목으로 해군 타치가 번뜩이자 놈의 머리통이 땅으로 떨어져 두어번 굴렀고 입 주변이 경련하는 것을 끝으로 눈에서 광채가 사라졌다.

칼을 흔들어 빼면서 발로 등을 차서 엎자 신기하게도 피뿐만 아니라 목구멍에서 허연 물 같은 것이 쭉쭉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포로들의 얼굴색이 급격히 흙빛으로 변했고 공포가 급격하게 번지는 것을 느낌으로조차 알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덩치 크고 문신 가득한 놈의 머리를 칼날로 툭툭 치면서 뒤에서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기마세를 취하듯이 칼을 들어올렸다. 스에모노기리라고 불리는 베기 자세다.

"네가 간지대장이냐?"
"아니에요, 저쪽! 저쪽에 있어요!!"
"저기 있는게 다 니들 보스야?"
"전봇대에서 세번째에에에!!!!"

자세를 풀고 그쪽으로 가서 놈을 보니 과연 팔뚝에 상처를 입고 응급처치를 받은 흔적이 보였다. 머리끄덩이를 붙들고 질질 끌고 나이트클럽&모텔 쪽으로 가니 왕조명에게 불러달라고 했던 다섯명의 조직원들이 엉거주춤하게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목이 잘린 포로에다가 내가 타치를 빼들고 사람을 머리끄덩이를 잡고 질질 끌고오는 걸 보고 기가 질린 모양이었다. 거기에 덩치 큰 깡패 한놈이 애처럼 엉엉 울고 있지를 않은가.

"조명이가 보냈지? 그 싹퉁머리 없는 년 끌어내다가 차에 실어. 이놈도 실어놓고. 그리고 대기해. 알겠지?"
"예? 예...."

타치를 집어넣으려다 칼날에 묻은 피와 기름이 신경쓰여서 질질 짜던 그 덩치 옷으로 대충 닦아냈는데, 그 덩치는 자기 옷이 잡아땡겨지자 죽는 줄 알았는지 끅끅대며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 새벽의 추위가 절정에 달한 가운데 단속적으로 추적에 걸린 간석동 패거리가 있는지 비명 소리가 단속적으로 들려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천웅방 조직원들이 나타나서는 바닥에 파레트를 깔고 시체를 거기다 던져놓기 시작했다. 그러면 지게차가 와서 트럭 위에 시체가 가득 담긴 파레트를 올려놓는 식으로 빠르게 시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한켠에는 시체에서 회수하거나 버리고 간 베기용 카타나들을 잔뜩 싾아놨는데 그중에서는 벌써 마음에 든 걸 먼저 선점했는지 허리춤에 한두자루씩 꽃고 일하는 천웅방 조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곧 간부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한소리 듣고는 허리에서 빼서 도로 제자리에 갖다놓는 결말이 있을 뿐이었다. 싸움은 끝났고, 이제 과거의 은원을 청산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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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37화 후3일의 역(4)
언젠가 씁니다.

덧글

  • 지나가던과객 2014/01/11 02:59 # 삭제 답글

    언론에 이게 안 나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갈수록 공권력의 뒤통수가 두려워지는군요.
  • ㅇㅅㅇ 2014/01/11 03:00 # 삭제 답글

    안산시가 치바현처럼 되가네요
  • 쿄쿄쿄 2014/01/11 04:37 # 삭제 답글

    저정도면 공권력도 슬슬 움직일듯 하네요. 그냥 넘어갈 수준은 이제 아닌듯 ㅋㅋㅋ 총기류에 거의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이는 정부를 생각해보면
  • Zimen 2014/01/11 06:16 # 삭제 답글

    으엌 빠른업뎃
    결국 저질러버렸네여
    만약에 경찰이 물고늘어지면 가능한 변명은시큐리티 서비스 가입자의 요청에 의해 출동했더니 인원이 미칠 지경이라 발포했다 정도일것 같은데 으어
  • 위장효과 2014/01/11 07:40 # 답글

    역시 P53의 문제는 장전 시간. 그래도 이전 보다 나아진 셈이지만요.
  • 까치대부 2014/01/11 09:24 # 답글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토 카시타로같은 사람이 전습대에 있다는 것...
    PS.아침엔 커피와 다크 판타지 한편! 잘 읽고갑니다
  • 판테츠 2014/01/11 09:35 # 삭제 답글

    으아니! 평화로운 한쿡땅에 이런 일이 일아나디닛!
    이 무슨! 딥 다크 판타지(....)
  • 오줌발사 2014/01/11 11:49 # 삭제 답글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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