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들어온 정보라도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1,2,3소대가 그저께 항적방을 공격한 이후 즉시 도주하는 항적방 조직원들에 대한 추적에 나섰지만 다들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바람에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다음에는 별 수 없이 다들 철수시켰는데,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전습대 출병의 구실은 소요사태에 따른 치안보조 의무와 더불어 시큐리티 서비스에 가입한 가게 주인들의 요청이었다. 여기에 전습대 대원들에 대한 선제 폭력을 구실로 삼아 공격을 개시한 것인데, 소요사태도 끝난데다 가해자인 항적방 조직원들은 죄다 도망갔으니 구실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수뇌부 체포로 방침을 변경했지만 그 항적방의 두목인 채욱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들의 아지트로 알려진 나이트클럽&모텔 건물은 쿼드콥터 UAV로 감시했지만 별다른 이상 징후는 찾을 수도 없었고, 왕조명이 알려준 다른 사무실도 잠겨 있거나 아예 비어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대원들이 들고 온 잡동사니 무기 수십개 정도가 노획품일 뿐이었다.
이러니 전습대 병력을 거리에 주둔시켜봐야 병력은 지치고 사람들 보기에도 안좋으니 철수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 다시 대원들을 일반 순찰 임무로 복귀시켰지만 대원들의 보고나 신상에 딱히 이상 징후는 없었다. 이게 바로 폭력조직의 장점이다. 게릴라와 정규군의 관계처럼 정규군은 어디에 있든 티가 풀풀 나지만 게릴라는 무기를 들면 몰라도 무기를 버리고 딴청 피우고 있으면 시민과 구분이 될 방도가 없다. 요컨데 죄다 도망친 항적방 조직원들이 어디다 무기를 은닉하고 딴청 피우면서 일반인처럼 자기 집이나 숙소로 돌아온다 한들 막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항적방은 다시 구시가지에 암약하게 되고 사람은 좀 죽었을지언정 타격은 별로 없다. 그에 비해 천웅방은 무지막지하게 깨졌기 때문에 구시가지 전역에 천웅방 좇밥설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물론, 전투원이 부족해져 앞으로 항적방이 대놓고 세력 확장을 시도하면 천웅방은 와해, 왕조명은 책임론의 타겟이 되어 숙청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시 원점 회귀로 끝날 수밖에 없겠습니다. 멍청한 천웅방 놈들에 경찰서장 개자식까지 되는 일이 없군요."
소대장들 전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러던 와중 김석원이 고개를 들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대립의 배경은 왕조명이 채욱을 찾아갔다가 무시당한 것에서 시작한 것 아닙니까?"
그러고보니 그랬지.. 그러면 혹시 전화번호라도?
"작전지도역, 4대조직 보스들끼리는 다들 알고 지내지 않습니까?"
"뭐.. 흑호방을 제외하면 일단은 그렇습니다. 자기들끼리 개인적으로 연락도 합니다."
"그럼 전화번호도 알겠군요?"
소대장들의 얼굴에서 어둠이 사라지는 듯 했다. 다만 여원홍은 약간 의문을 가진 듯 했다.
"전화번호로 추적하실 생각이십니까? 허나 그들은 기본적으로 타인 명의의 전화기를 사용합니다. 전화기는 정기적으로 바꾸니 추적한다고 해도 허사가 될 확률이.."
"처음부터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흥신소 박에게 의뢰해도 며칠 지난 정보가 올 뿐이겠죠."
"그럼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반년전에 벽보 붙인 내용 기억하십니까?"
여원홍은 그제서야 뭔가 생각해낸 듯 했다. 다른 사람들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자칭 전통검도 관장에게 대 어그로를 성공시킨 백인우월주의 대자보가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나의 주특기인 스페셜 어그로를 전방위적으로 끌어 채욱과 항적방 조직원들을 어둠 속에서 끌어낸다는 것이다.
"허나 제가 알기로 채욱은 성질이 급하고 자기를 과신하기는 하나, 참모인 이가구는 신중하고 채욱도 그의 말을 듣는다 하니, 단순히 도발한다고 그들이 직접 나오겠습니까?"
"단순히 성질을 돋구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이권까지 모조리 포기하게 될 거라 명시하게 될 것입니다."
"음...."
"뭐, 다들 보기만 하세요."
1시간 후 왕조명이 알려준 4개의 전화번호로 발송된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전습대는 명예를 아는 집단이다. 항적방은 전습대원에게 공격을 가해 무례를 저질렀으므로 파멸의 길을 자처했다. 이제 항적방임을 드러내고 다닌다면 구시가지에서 1시간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며 모든 사업은 전습대의 것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이것을 막으려면 채욱이 직접 무릎을 꿇고 기어와 백주 대낮에 군중들 앞에서 땅에 세번 머리를 찧고 아홉번 허리를 숙여 피눈물로 용서를 빌어야만 자비를 베풀 것이다.>
문자는 대략 이정도였지만 3시간 후 구시가지 전역에 붙은 중국어 대자보의 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항적방은 치안의 첨병 전습대를 공격하여 그 죄를 범했다. 그런데 항적방은 이전부터 항우를 본받고자 하여 그의 자인 <적>을 자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습대가 나서자 거지처럼 도망을 침은 대체 어찌된 일인가. 내 알기로 항우는 무장의 영웅이고 역발산의 기개를 가진 자로 아는데 항적방은 이름만 항우이지 그 행동은 간신 조고와 십상시와 같지 않은가. 전습대 봉행 에노모토 카마지로는 두목 채욱에게 전화로 친히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곳에 당당히 선언한다. 2013년 12월 28일까지 나 에노모토가 살아 있다면 채욱은 천하의 겁쟁이이며 항적방의 이름을 자처하는 자는 하루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의 모든 사업은 친히 국가에 헌납될 것이다.>
창밖에는 중국인들이 대자보에 몇명씩 몰려서 손가락질을 하거나 떠드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내가 보는 곳만 이정도이니 구시가지 전역의 중국인들이 죄다 이것을 보고 수군거리고 있음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리고 아마 지금쯤은 다 자기 월세방이나 숙소에 돌아와 있을 항적방 조직원들의 피꺼솟은 임계점을 돌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특히 운동한 사람들은 자기 실력이나 강함에 대한 부심이 폭발하기 마련인데 그런 항적방 사람들이다. 자존심을 직빵으로 후벼대는 돌직구 어그로에는 약이 없다. 수뇌부에서 행여나 정숙을 요구해도 참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나서서 전습대원을 기습하기도 할 것이다.
여원홍은 옆에 와서 창밖으로 사람들이 웅성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넌지시 말하기를 자기 보기에 내가 양반 되기는 글른 듯 하단다. 원래 어그로의 진수는 그런 것이다. 당사자들끼리 오고가는 이야기라면 짜증을 씹고 무시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조직이라는 것은 위엄과 권위, 체면이 없으면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 Respect와 SWAG가 필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위엄을 세우고 두려워해야 할 일반 시민들이 항적방을 대놓고 병신 취급하게 된다면 설사 채욱이 목숨을 부지하고 인상을 쓰며 근엄을 찾으려고 해 봤자다.
눈앞에서야 쪼는 척 해도 속에서는 비웃기 마련이고 결국 10년 싾은 위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에 다시 회복하려면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듣기로 무술에도 자신이 있고 근육도 빵빵한데다가, 주치의의 관리를 받는 스테로이드 복용자이자 싸워서 져본 적이 없는 항적방의 두목 채욱, 자신을 항우의 환생이라 믿는다는 그자가 이 어그로를 무시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할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올 것 같군요. 전 소대장에게 전달!"
일제히 모든 소대장들이 기립했다.
"오늘부터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모든 대원들에게 육척봉을 가지고 순찰에 임하라고 하시오. 예로부터 도검을 때려잡는 데에 곤봉만한 것이 없다 했습니다. 항적방 잔당놈들의 준동이 거세질 것입니다."
말이 끝나자 다들 차렷 자세로 구두 뒤꿈치를 들었다가 바닥을 탁 치는 약식 경례와 함께 구호를 외쳤다.
"존명!"
"그리고 소대장들이 병사에게 전달할 방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얼굴을 찌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그대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싸우도록 하라> 입니다. 무운 장구(武運長久)!"
"무운 장구!"
소대장들이 복창 하고 나가자 여원홍을 불렀다.
"왕조명이 오라고 전하십쇼. 채욱의 얼굴을 알아보려면 그녀석이 있어야 할 겁니다."
여원홍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반문했다.
"아무리 그래도 채욱이 벽보 붙인지 몇시간도 안 되었는데 나타나겠습니까? 조명이도 지금은 매우 바쁠 터인데.."
"반드시 옵니다. 설사 그 책사라는 이가구도 말리지 못할 겁니다. 그럼 이가구는 채욱의 출병을 막지는 못하되 성공률이 높은 방법을 택하려고 하겠죠. 그는 머리가 좋다고 하니 조직원들한테 기습을 시켜서 전습대원들의 발을 묶어놓으려고 하겠죠. 그런데 오늘은 전 대원이 순찰에 나갈 예정이니 평소보다 많은 숫자의 전습대원이 나와있음을 그도 눈치챌 겁니다.
그러면 이 출장본영을 방어하는 인원이 없으리라 보고 채욱이 직접 나서는 것을 막지 않을 겁니다. 과연 본영에는 인원이 없겠죠. 인원은 없지만 도구는 있습니다. 그것이 승리를 가져다 줄 겁니다."
여원홍이 납득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반문은 계속 이어졌다.
"허나 안 나타나면..."
"안 나타나면 마는 거지요. 어찌 되었던 28일까지 제가 살아있으면 그는 명예를 잃고 겁쟁이가 되는 길 뿐입니다. 그럼 장사 관둬야죠."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훗날 내가 전9일의 역(前九日の役)이라 부른 분쟁 중 가장 치열했던 날의 시작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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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전습대 30화 전9일의 역 8일째
언젠가 씁니다.
"아직은 없습니다."
1,2,3소대가 그저께 항적방을 공격한 이후 즉시 도주하는 항적방 조직원들에 대한 추적에 나섰지만 다들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바람에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다음에는 별 수 없이 다들 철수시켰는데,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전습대 출병의 구실은 소요사태에 따른 치안보조 의무와 더불어 시큐리티 서비스에 가입한 가게 주인들의 요청이었다. 여기에 전습대 대원들에 대한 선제 폭력을 구실로 삼아 공격을 개시한 것인데, 소요사태도 끝난데다 가해자인 항적방 조직원들은 죄다 도망갔으니 구실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수뇌부 체포로 방침을 변경했지만 그 항적방의 두목인 채욱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들의 아지트로 알려진 나이트클럽&모텔 건물은 쿼드콥터 UAV로 감시했지만 별다른 이상 징후는 찾을 수도 없었고, 왕조명이 알려준 다른 사무실도 잠겨 있거나 아예 비어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대원들이 들고 온 잡동사니 무기 수십개 정도가 노획품일 뿐이었다.
이러니 전습대 병력을 거리에 주둔시켜봐야 병력은 지치고 사람들 보기에도 안좋으니 철수시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 다시 대원들을 일반 순찰 임무로 복귀시켰지만 대원들의 보고나 신상에 딱히 이상 징후는 없었다. 이게 바로 폭력조직의 장점이다. 게릴라와 정규군의 관계처럼 정규군은 어디에 있든 티가 풀풀 나지만 게릴라는 무기를 들면 몰라도 무기를 버리고 딴청 피우고 있으면 시민과 구분이 될 방도가 없다. 요컨데 죄다 도망친 항적방 조직원들이 어디다 무기를 은닉하고 딴청 피우면서 일반인처럼 자기 집이나 숙소로 돌아온다 한들 막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항적방은 다시 구시가지에 암약하게 되고 사람은 좀 죽었을지언정 타격은 별로 없다. 그에 비해 천웅방은 무지막지하게 깨졌기 때문에 구시가지 전역에 천웅방 좇밥설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물론, 전투원이 부족해져 앞으로 항적방이 대놓고 세력 확장을 시도하면 천웅방은 와해, 왕조명은 책임론의 타겟이 되어 숙청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있다가는 다시 원점 회귀로 끝날 수밖에 없겠습니다. 멍청한 천웅방 놈들에 경찰서장 개자식까지 되는 일이 없군요."
소대장들 전부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러던 와중 김석원이 고개를 들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대립의 배경은 왕조명이 채욱을 찾아갔다가 무시당한 것에서 시작한 것 아닙니까?"
그러고보니 그랬지.. 그러면 혹시 전화번호라도?
"작전지도역, 4대조직 보스들끼리는 다들 알고 지내지 않습니까?"
"뭐.. 흑호방을 제외하면 일단은 그렇습니다. 자기들끼리 개인적으로 연락도 합니다."
"그럼 전화번호도 알겠군요?"
소대장들의 얼굴에서 어둠이 사라지는 듯 했다. 다만 여원홍은 약간 의문을 가진 듯 했다.
"전화번호로 추적하실 생각이십니까? 허나 그들은 기본적으로 타인 명의의 전화기를 사용합니다. 전화기는 정기적으로 바꾸니 추적한다고 해도 허사가 될 확률이.."
"처음부터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흥신소 박에게 의뢰해도 며칠 지난 정보가 올 뿐이겠죠."
"그럼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반년전에 벽보 붙인 내용 기억하십니까?"
여원홍은 그제서야 뭔가 생각해낸 듯 했다. 다른 사람들도 전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자칭 전통검도 관장에게 대 어그로를 성공시킨 백인우월주의 대자보가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나의 주특기인 스페셜 어그로를 전방위적으로 끌어 채욱과 항적방 조직원들을 어둠 속에서 끌어낸다는 것이다.
"허나 제가 알기로 채욱은 성질이 급하고 자기를 과신하기는 하나, 참모인 이가구는 신중하고 채욱도 그의 말을 듣는다 하니, 단순히 도발한다고 그들이 직접 나오겠습니까?"
"단순히 성질을 돋구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이권까지 모조리 포기하게 될 거라 명시하게 될 것입니다."
"음...."
"뭐, 다들 보기만 하세요."
1시간 후 왕조명이 알려준 4개의 전화번호로 발송된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전습대는 명예를 아는 집단이다. 항적방은 전습대원에게 공격을 가해 무례를 저질렀으므로 파멸의 길을 자처했다. 이제 항적방임을 드러내고 다닌다면 구시가지에서 1시간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며 모든 사업은 전습대의 것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이것을 막으려면 채욱이 직접 무릎을 꿇고 기어와 백주 대낮에 군중들 앞에서 땅에 세번 머리를 찧고 아홉번 허리를 숙여 피눈물로 용서를 빌어야만 자비를 베풀 것이다.>
문자는 대략 이정도였지만 3시간 후 구시가지 전역에 붙은 중국어 대자보의 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항적방은 치안의 첨병 전습대를 공격하여 그 죄를 범했다. 그런데 항적방은 이전부터 항우를 본받고자 하여 그의 자인 <적>을 자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습대가 나서자 거지처럼 도망을 침은 대체 어찌된 일인가. 내 알기로 항우는 무장의 영웅이고 역발산의 기개를 가진 자로 아는데 항적방은 이름만 항우이지 그 행동은 간신 조고와 십상시와 같지 않은가. 전습대 봉행 에노모토 카마지로는 두목 채욱에게 전화로 친히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곳에 당당히 선언한다. 2013년 12월 28일까지 나 에노모토가 살아 있다면 채욱은 천하의 겁쟁이이며 항적방의 이름을 자처하는 자는 하루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며 그들의 모든 사업은 친히 국가에 헌납될 것이다.>
창밖에는 중국인들이 대자보에 몇명씩 몰려서 손가락질을 하거나 떠드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내가 보는 곳만 이정도이니 구시가지 전역의 중국인들이 죄다 이것을 보고 수군거리고 있음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리고 아마 지금쯤은 다 자기 월세방이나 숙소에 돌아와 있을 항적방 조직원들의 피꺼솟은 임계점을 돌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특히 운동한 사람들은 자기 실력이나 강함에 대한 부심이 폭발하기 마련인데 그런 항적방 사람들이다. 자존심을 직빵으로 후벼대는 돌직구 어그로에는 약이 없다. 수뇌부에서 행여나 정숙을 요구해도 참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나서서 전습대원을 기습하기도 할 것이다.
여원홍은 옆에 와서 창밖으로 사람들이 웅성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넌지시 말하기를 자기 보기에 내가 양반 되기는 글른 듯 하단다. 원래 어그로의 진수는 그런 것이다. 당사자들끼리 오고가는 이야기라면 짜증을 씹고 무시하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조직이라는 것은 위엄과 권위, 체면이 없으면 살아남을 방도가 없다. Respect와 SWAG가 필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위엄을 세우고 두려워해야 할 일반 시민들이 항적방을 대놓고 병신 취급하게 된다면 설사 채욱이 목숨을 부지하고 인상을 쓰며 근엄을 찾으려고 해 봤자다.
눈앞에서야 쪼는 척 해도 속에서는 비웃기 마련이고 결국 10년 싾은 위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에 다시 회복하려면 1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듣기로 무술에도 자신이 있고 근육도 빵빵한데다가, 주치의의 관리를 받는 스테로이드 복용자이자 싸워서 져본 적이 없는 항적방의 두목 채욱, 자신을 항우의 환생이라 믿는다는 그자가 이 어그로를 무시한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할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올 것 같군요. 전 소대장에게 전달!"
일제히 모든 소대장들이 기립했다.
"오늘부터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모든 대원들에게 육척봉을 가지고 순찰에 임하라고 하시오. 예로부터 도검을 때려잡는 데에 곤봉만한 것이 없다 했습니다. 항적방 잔당놈들의 준동이 거세질 것입니다."
말이 끝나자 다들 차렷 자세로 구두 뒤꿈치를 들었다가 바닥을 탁 치는 약식 경례와 함께 구호를 외쳤다.
"존명!"
"그리고 소대장들이 병사에게 전달할 방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얼굴을 찌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그대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싸우도록 하라> 입니다. 무운 장구(武運長久)!"
"무운 장구!"
소대장들이 복창 하고 나가자 여원홍을 불렀다.
"왕조명이 오라고 전하십쇼. 채욱의 얼굴을 알아보려면 그녀석이 있어야 할 겁니다."
여원홍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반문했다.
"아무리 그래도 채욱이 벽보 붙인지 몇시간도 안 되었는데 나타나겠습니까? 조명이도 지금은 매우 바쁠 터인데.."
"반드시 옵니다. 설사 그 책사라는 이가구도 말리지 못할 겁니다. 그럼 이가구는 채욱의 출병을 막지는 못하되 성공률이 높은 방법을 택하려고 하겠죠. 그는 머리가 좋다고 하니 조직원들한테 기습을 시켜서 전습대원들의 발을 묶어놓으려고 하겠죠. 그런데 오늘은 전 대원이 순찰에 나갈 예정이니 평소보다 많은 숫자의 전습대원이 나와있음을 그도 눈치챌 겁니다.
그러면 이 출장본영을 방어하는 인원이 없으리라 보고 채욱이 직접 나서는 것을 막지 않을 겁니다. 과연 본영에는 인원이 없겠죠. 인원은 없지만 도구는 있습니다. 그것이 승리를 가져다 줄 겁니다."
여원홍이 납득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반문은 계속 이어졌다.
"허나 안 나타나면..."
"안 나타나면 마는 거지요. 어찌 되었던 28일까지 제가 살아있으면 그는 명예를 잃고 겁쟁이가 되는 길 뿐입니다. 그럼 장사 관둬야죠."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훗날 내가 전9일의 역(前九日の役)이라 부른 분쟁 중 가장 치열했던 날의 시작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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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전습대 30화 전9일의 역 8일째
언젠가 씁니다.




덧글
그리고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
서장의 겐세이는 항적방에서 약을 친 결과일까요. 그러기에는 너무 즉응적이고...의외로 흑호방이 총기사용을 막아서 향패구상을 노리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아님 그냥 경찰 가오가 안사니 서장이 막은 거일 수도 있고...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저런 어그로에 한번 걸리면 체면 때문에 다 알면서도 함정으로 돌격할 수밖에 없으니...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