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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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26화 전9일의 역 1일째 팬픽

"...그러므로 안산시경의 공인을 받은 우리 전습대 이외에는 그 누구도 이 구시가지에서 무장하고 싸움을 벌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야만 하는 겁니다."

오늘 개최된 전습대 전원회의에서는 나의 공식적인 의제 제기로 인해 발의된 <<불법적 불순종파분자의 준동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데 대하여>> 라는 안건을 주제로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여원홍의 상황 보고 이후 대략적인 방침을 하달하는 나의 발언이 지금 막 끝난 참이다.

"작전지도역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습대 반중파 중 하나인 김석원의 질문이었다. 니가 천웅방을 끌고 들어왔는데 천웅방도 전습대 앞에서 개길 수 없다는 오늘의 안건을 어찌 생각하느냐는 직빵 심문이다. 여원홍은 잠시도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평정심을 유지한 채로 대답했다.

"저도 봉행님의 방침에 찬동합니다. 우리 전습대만이 오직 무력을 허락받은 치안의 수호자이며 사설 조직들에게는 단 하나의 자격조차 없습니다."

6소대장 덴슈로쿠로 김석원은 여원홍의 말을 듣고는 그래도 탐탁치 않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려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김석원은 60대의 나이이지만 꾸준한 운동으로 50대 중반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으며, 꾸준히 머리를 검게 염색했으므로 더욱 그러했다. 고집불통의 성격을 암시하는 듯한 카이젤 수염에도 단 하나의 흰수염이 없다. 그만큼 깐깐한 것이다. 하지만 직업 군인의 경력 탓인지 대놓고 고집을 피우지 않고 나이에 관계없이 선임자에게는 예의를 지킨다.

죄다 개성 넘치는 전습대 간부들 중에서도 그만의 돋보이는 특징은 커다란 노다치였다. 칼날길이 95cm정도 되는 장검은 71cm정도의 날길이를 가진 정도일 뿐인 전습대 병력들의 한다치(半太刀)와 대비하여 유독 컸다. 거기에 컬러에도 신경을 써서 검은색 바탕에 황동 도장구라는 전습대 컬러 규정에는 맞췄지만 손잡이에는 끈을 감지 않고 위아래로 황동 판을 덧대어 중세시대의 타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었다.

이런 무장은 그가 음류도법의 자칭 전인(傳人)이기 때문이다. 음류도법이란 일본 고류검술의 4대 원류 중 하나인 카게류를 말하는 것으로, 과거 명나라 해안가에 심대한 피해를 입히던 왜구들이 주로 사용하던 검술이다. 아이슈 히사타다라는 사람이 창시하였는데 이 사람은 일본 전국을 돌며 검술을 배우고 명나라에까지 건너가 비전을 얻어 돌아와 창시한 것이 바로 이 카게류 도법으로, 명나라, 조선에까지 널리 알려졌다. 김석원은 조선에 전해지던 계보를 배웠다고 한다. 아무도 인정은 안해주지만 임진왜란 때 조선에 귀순한 무관이 전한 기법이 바로 이 음류도법이며, 간간히 전해졌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신카게류는 남아 있지만 원조인 카게류는 없어진지 오래이다.

그는 나에게 여러 기법을 보여주었는데 어느날 내가 롱소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큰 칼이라는 점에 관심을 표하며 질문하자 여러가지 원리와 기법을 보여주었고 그러자 그가 너무 많이 알려주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이 들었으니 자신의 검술을 보여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여러가지를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음류도법은 큰 칼을 사용하는데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공격하여 적을 격살하며 적이 뭘 하든 아예 신경을 끄고 기세로 치는 것을 주춧돌로 삼고 여기서 모든 것이 파생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여준 기술은 먼저 적이 기세에 압도되어 죽는 것과 다시 적이 기세로 부딪쳐 오면 기세로 이를 깨는 기법이었다. 수직 베기를 수직 베기로 동시에 베어버리면 상대 칼은 튕겨나가고 내 칼은 머리를 부수는 기법과, 대각선베기로 베면 똑같은 베기로 깨버리는 기법, 적이 막으면 칼끝을 디밀어 베어버리는 기법 등등을 보여주었고 롱소드와 원리가 같다면서 반가워하기 그지없어했다. 나도 전설의 음류도법이 전해져 내려오는 것에 반가움을 금치 못했었다.

60대인 그가 굳이 전습대에 들어온 이유를 털어놓기를, 병사를 동경하여 직업 군인이 되었으나 현대 무기의 세계는 자신의 검술과는 전혀 동떨어졌고 장교 생활에도 나날이 회의를 더해가 결국 진급에 두번 떨어지자 미련없이 중령으로 제대했다고 한다. 그는 좀비사태 당시 안양에 살고 있었고 아들과 함께 좀비들을 음류도법으로 격살하며 가족을 지켜냈지만 결국 좀비는 베기장 대나무와 다를 것이 없는 한낱 표적에 불과했다며 자신의 기법을 다해 검술로 싸워 이기고자 하는 갈증만 나날이 커져갔다고 한다. 아들에게 음류도법을 전수하였지만 도법에서 스파링은 없었으므로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붙는다면 아들을 죽이게 될 것이므로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러다 결국 전습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곳이라면 검술에 살고 검술에 죽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안산으로 이주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결국 그도 다크 판타지의 인도를 받아 여기에 다다른 것이다.

그 김석원은 성격도 깐깐했지만 음류도법 탓인지는 몰라도 일본에 호의적인 편이었다. 특히 세간에 도는 일본군 병신설을 듣기라도 하면 피가 꺼꾸로 솟는다고 하니 말 다했지. 그만큼 국내에서 중일전쟁이나 러일전쟁에 대한 서적을 탐독하고 걸어다니는 위키피디아 수준의 뇌내 데이터베이스를 가진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반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여원홍에 대해서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이제는 나와 가끔 프리 플레이를 하는데, 잠시 쉴 때마다 여원홍에 대한 불신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을 정도이다.

그러니 오늘의 돌직구 질문이 나온 것이겠지. 허나 내가 아는 여원홍은 이제는 전습대를 위해 쓸개라도 떼줄 사람이다. 그런 그의 행동은, 아쉽지만 편견에서 나온 잘못된 것에 다름아니다. 김석원은 아마 머릿속으로는 여원홍에 대한 의심으로 심기가 불편해서 온갖 짜증을 억누르고 있을 것이다.

"작전지도역이 말한 바와 같이 황적방은 도검과 창, 월도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이니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소요사태가 벌어진다면 다들 합전무장으로 출동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본관이 말한 대로 그 누구도 안산시내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 무기를 가지고 항쟁할 자격은 없습니다. 단..."

다들 무슨 말이 나올지 대충 눈치챈 모양새다.

"천웅방은 우리를 위해 일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겁니다. 따라서 대 충돌이 발생할 경우 천웅방에 대해서만큼은 위협 정도로 하고 적극적인 공격은 피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2소대장 덴슈니부로 김진철이다.

"어차피 구시가지의 치안을 잡으려면 아예 이번 기회에 조직 둘을 한꺼번에 날리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김진철을 향해 쏘아지는 4소대장 김무정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이 사람은 중국 남권의 달인으로 중국인들과 친했던데다, 남자답게 의리를 아주 중시하는 특성이 있었다. 키는 169cm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단단하게 단련된 몸의 라인 탓에 단단한 돌멩이를 연상시키는 사람이다. 그런 의리파 앞에서 명색이 우리 편을 기회가 왔으니 그냥 작살내버리자는 말이 곱게 들릴 리도 없었다. 게다가 이 사람도 친중파이다. 중국인에 대한 차별의식에서 저런 말이 나왔다고까지 생각한다면 김무정의 짜증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과거 범죄와의 전쟁을 생각해야 해요. 당시 거대 조직들은 죄다 소탕되었지만 그 이권을 두고 수많은 군소 조직들이 등장했고 특히 10대들의 조직들은 잔인성과 저돌성에서 기존 조직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였지요. 우리가 이번에 큰 조직을 날린다면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고 오히려 대원들의 안전과 치안까지 스스로 위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우리는 구시가지에서 여전히 외부인이요. 이곳 내부 사정을 알기는 어렵단 말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알 수 있고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협력한다는 조직에게 그런 공격을 가하면 앞으로 어디의 어떤 조직이 우리에게 협력하겠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차근 차근 진행해야 해요. 우리의 목표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다를 것이 없소. 단 방법론만큼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아무튼 우리 전습대가 순찰하는 구역에서 계속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면 우리 전습대의 체면에 관계되는 문제요. 따라서 오늘 저녁부터는 순찰 팀의 규모를 늘리고 이 인원은 4,5,6소대에서 차출하도록 할 것입니다. 보병지도역도 함께 순찰에 나설 것이며, 세부사항은 사전에 배부된 자료에 참고하며 문의는 작전지도역에게 하십시오. 이상!"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나 나머지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부들의 거수 경례와 더불어 답례를 하고 나서니 다들 회의장인 출장본영 응접실을 나와 옆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커피나 마시면서 늘어지려고 비장의 남양 프렌치까페믹스를 하나 꺼내서 흔들고 있는데 뺨에 뜨근한 캔의 온기가 느껴진다. 캔을 받아들며 옆을 보니 김추자다.

"김추자씨가 사는 거요?"
"여자에게 캔이라지만 커피를 사게 하다니 무능하군요?"

김추자가 곧잘 하는 농담이다. 물론 일본말이다. 늘 하던 버릇대로 캔뚜껑을 이빨로 따자 김추자가 피꺼솟한다.

"아! 또... 이빨 부러진다구요?"
"임플란트를 해도 내 뼈에 박을 테니 걱정 지워요."

커피를 마시니 온몸에 카페인의 기운이 손끝 발끝까지 퍼지는 느낌에 30도 소주 마시던 옛날 사람들처럼 얼굴을 찡그리자 김추자가 피식하며 웃는다.

"푸하하.. 표정 웃겨..."

고개까지 흔들어가며 마무리를 한 다음 되받아친다.

"일 안해요? 일을 해야지 일!"
"알아서 하니 걱정 마요!"

내 손에 들려있던 프렌치까페 믹스를 잡아채더니 자기 마실 커피를 타면서 말하기를,

"근데, 그럼 전쟁 나나요?"
"안 나는 게 낫죠. 큰 사건이 벌어지면 경찰이 여기에 진주할 지도 모르니까..."
"경찰은 사람도 없고 예산도 없는 거 아니었어요?"
"총포가 오고갈 거 같으면 나라 입장에선 그걸 놔두긴 뭐하겠죠. 없는 예산 짜내서라도 충원 하겠지.."

커피를 다 탄 김추자가 몇번 홀짝거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 전습대는 필요 없어지겠네요."
"그럼 뭐 먹고 산다?"

홀짝거리다 말고 한심하다는 듯이 2초간 쳐다보던 김추자가 다시 커피를 마시면서 말하기를,

"남자가 야망을 가져야지 뭔 먹고 산다는 말이 그렇게 많아요? 일을 따라가면 돈은 알아서 들어오는 거지.."
"요시노부 공은 그리 하시는가 보지?"
"그럼요. 유능한 분이에요."
"그나저나 평소에는 번개처럼 들어가 일하더니 오늘은 왜이리 뜸을 들이시나?"
"걔가 부탁을 하던데요. 원곡고에 들어오고 싶다네요."

아마도 김 아무개를 말하는 모양이다. 그 녀석도 이제 졸업이 멀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는 나의 도장깨기에 좋다고 편먹었다가 경찰서에 다녀온 뒤부터는 인실좇을 거부한다면서 근처에도 안 오려 하더니 난데없이 원곡고라..

"이유가 뭐라던가요? 아니 그전에 김추자씨 한국말 못할텐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곁눈질하면서 말하기를 자기가 유능해서 그런다면서 바디랭귀지와 줏어들은 한국말로 어떻게든 소통한다고 한다. 이제는 간단한 건 알아 듣는다고. 단 김 아무개가 굳이 이곳으로 오려고 하는 이유는 자기도 모른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김추자가 못알아들은 거겠지..

"그나저나.. 내일 저녁 초지동 빌라 구역 순찰역 3팀은 나와 덴슈 로쿠로(김석원)을 포함해서 6명이네.."
"세명 단위로 다니더니 험해지긴 험해진 모양이네요?"
"그렇죠. 아무튼 가서 일이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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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27화 전9일의 역 2일째
언젠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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