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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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25화 지는 사쿠라 하늘을 뒤덮더라도 개나리의 황색을 가리지 못하네 팬픽

"형님.. 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덴슈사부로 이상평의 불만 섞인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운동장에서는 내무교도단장 덴슈나나부로 존 테일러의 지도를 직접 받는 천웅방의 정예 인원들의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습대 간부들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동요는 커지고 있었다. 적대하던 조직과 우의를 다지는 것도 마음에 안드는데 언제 통수를 칠지 모르는 자들에게 전습대 커리큘럼으로 교육까지 시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당연히 전습대 보병전술은 가르치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개인무술만 가르치고 있었지만, 내용을 다 알려주고 말고를 떠나 그들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작전지도역과는 말해 봤어?"
"요즘은 말도 하기 싫습니다. 그자가 우리 속에서 간첩질을 하는지 누가 압니까?"
"그나저나 요즘 니가 와서 뭘 묻는 게 많아지는데 사람들이 묻기 뭐해하나 보네?"
"형님.. 동생이 형에게 묻지도 못합니까?"
"그런 게 아니라..."
"예 맞습니다. 다들 저한테 알아봐 달라고 말하긴 해요."

총재이자 장군인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고, 김추자는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는 입장이다. 대만국적인 작전지도역 여원홍이야 볼 것도 없겠지만 중국무술에 심취해서 중국을 왔다갔다할 정도였던 4소대장 덴슈요부로 김무정도 여원홍 편을 들고 있으니 이들 둘은 이제는 거의 간첩 취급을 받고 있었다. 김책과 김진철은 중립적인 입장이었지만, 김석원, 이상평, 오진우는 불만이 가득한 듯 했다.

"여원홍은 사려가 깊은 양반이야. 그는 이제 전습대가 조직들과 싸우려면 더러운 뒷공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더군. 군대가 정규군 외에도 특수전 병력이 필요한 것과 같아. 암살, 뒷세계 이권개입에 전습대 병력이 직접 개입하면 우리들 체면이 뭐가 되겠어? 천웅방은 이곳 사정을 잘 알고 그런 일에는 익숙하고, 무엇보다 그들은 전습대원이 아니지... 우리에게는 그런 애들도 필요하게 된 거야."

"형님... 그런데 물론 제가 생각해도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여원홍 그 사람이 중국인이라서 천웅방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말입니다. 천웅방은 우리보단 여원홍과 더 친하고 여원홍이 다리를 놔주는 거잖아요. 여원홍이 원하면 언제든지 다리를 치워버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지난번에 했던 말 기억하고 있지? 적은 더욱 더 가까이 한다고 말야."
"예... 근데 적 너무 가까이 들이면 칼 맞지 않겠습니까..."
"어찌됐든 우린 그런 일 맡아줄 애들이 필요한 건 사실이니까. 사람들이 물어보면 내가 말한 대로만 전해줘."
"예..."
"그러고보니 도장깨기 하러 갔을 때부터 따지면 벌써 1년이 다 됐네..."
"형님이 그런 말 하셨을 때 전 진짜 뒤집어지는 줄 알았죠 ㅋㅋㅋ"
"설마 이렇게 클 줄 생각이나 했겠나?"

밖에서는 존 테일러(John Taylor)의 수업이 끝나고 천웅방 조직원들이 잠시 쉬고 있었다. 존 테일러는 미국인 출신 선교사 부모를 둔 한국 이민2세이다. 선교 목적으로 한국에 정착했는데 직업은 양복쟁이다. 요즘 서양놈들이 성과 직업이 안 맞는 경우가 많은데 드물게 성과 직업이 일치(테일러=양복쟁이)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80년대까지 흥성했던 동네 맞춤 양복점을 물려받은 경우로, 김책 동지의 전파사처럼 파리 날리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간부들이 모두 이곳에서 제복을 맞추는 등의 협력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노바스크리마 단체에서 19세기 지팡이술을 배운 사람으로, 그런 이유로 구 국방무도협회에서 훈련받을 때에도 바로 실력이 티가 나서 전습대로 특채된 경우이다. 실력은 평범하게 잘했지만 사람들을 가르치는 안목과 능력이 탁월해서 대 시민무술훈련조직인 전습대 내무교도단장으로 있다. 보통 이런 급히 올라온 사람이 자리를 맡으면 질시를 받기 마련이지만 서양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사대적 관점이라는게 있기는 있는지 이 친구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다.

출장본영 사무실로 돌아와 앉으니 여원홍이 와서 스마트폰을 내민다.

"뭔가 일이 있소?"
"어제 또 시체가 나왔습니다. 1소대 순찰 구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살해된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부엌칼로 살해당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떠 있는 사진들을 넘기며 본다. 뺨에 베인 상처 두개가 벌어져 지저분하게 늘어붙은 피 속에 검붉은 속살이 어렴풋이 보이고, 뜯어진 외투 사이로 드러난 와이셔츠에는 가슴에 3개, 배에 5개정도 찔린 것으로 보이는 자국이 있다. 와이셔츠는 죄다 피가 변색되어 검붉은 색이었지만 찔린 부분은 옷이 찢어져 있기에 알 수 있었다.

살해당해 시체가 유기된 지역은 초지동의 오래된 빌라 밀집 구역의 담벼락 구석에서도 외진 곳이다. 초지동의 오래된 빌라 밀집 구역은 과장 좀 보태서 반쯤 폐허라고 해도 좋다. 이곳은 80년대에 형성되어 매우 구식의 빌라들이 밀집했는데 이때 지어진 빌라들이 그렇듯이 주택 간의 간격이 좁은 편이라 만일 밤중에 누가 이곳에서 숨어 있다가 습격하면 사전에 눈치채기가 어렵다. 또 빠르게 처리하고 이곳으로 끌고 들어가 구석에 방치하면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주 구석에 방치하면 이틀 사흘이 지나 썩은 냄새가 나야만 비로소 알 수 있게 된다.

"이 사람은 덩치도 크고 운동한 티가 나는군요. 작전지도역이 보기에는 항적방의 조직원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조명이 항적방 보스인 채욱의 생일을 맞이하여 문안을 갔다가 무시를 당한 분을 못 참고 선물로 가져간 사금도 쏟아버리고 돌아왔다는 건 지난주 전원회의에서 말씀드린 바 입니다. 채욱도 분노했다고 하는데 이들 사이에 항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관은 항쟁이라 하면 큰 싸움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군요."
"음.. 아직까지는 탐색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구시가지는 아시다시피 국가경찰이 개입을 포기한 곳 아니겠습니까.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습니다. 단..."

"단?"
"천웅방 사람들이 숫자는 많을 지 몰라도 항적방 사람들은 모두 무술을 수련하고 덩치도 좋은 장사들입니다. 감히 붙는다면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우나.. 천웅방이 불리하지 않을까 생각은 합니다. 또 천웅방은 우리 전습대의 활동으로 세력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만, 항적방은 유흥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금력이 다르고 쓸 수 있는 무기가 다릅니다. 확인은 안 되었습니다만 권총도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건 심각한 문제로군요. 우리가 무장은 하고 있긴 하나 19세기 총기들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날붙이에 대한 제한은 사라졌고... 그들도 큰 항쟁이 된다면 뭘 가지고 나올지 모릅니다. 항적방이니만큼 장대에 부엌칼을 묶은 정도가 아닐 겁니다. 만일 소요 사태가 벌어진다면 사실상 경찰 대행의 입장인 전습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순찰무장으로는 어렵고 합전무장을 한 대병력으로 출병하여 개입해야만 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순찰무장이란 제복에 진검을 휴대한 것을 말하고, 합전무장이란 말 그대로 전쟁용으로 소총과 개인군장을 말한다.

"좋소. 내일 아침 전원회의를 열고 정식 안건으로 채택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른 간부들도 알고 있습니까?"
"대략적으로는 알려 주었습니다."
"좋습니다. 허나 천웅방이 개입한 이상 우리는 누군가의 편을 들어줘야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간부들이 다들 천웅방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저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봉행님께도 불만을 공공연히 나타나는 상황인데 혹 간부들이 혼란을 빙자하여 천웅방까지 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장기적으로 사면에 적을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점은 나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작전지도역께서는 참모역으로써의 역량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여원홍이 경례를 하고 돌아서서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는 동안 창밖을 보니 훈련이 끝난 천웅방 대원들이 짐을 챙겨서 막 나가는 참이다.

"큰 항쟁이라..."

과연 어떻게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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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26화 전9일의 역(1)
언젠가 씁니다.

덧글

  • 시호 2013/12/20 18:45 # 삭제 답글

    또 하나의 큰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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