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책 동지가 만든 비장의 UAV가 시운전을 하는 날이다. UAV라면 무인항공기를 말하는데, 테러와의 전쟁 이후로 24시간 체공하며 전장을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헬파이어 미사일을 쏴대는 굉장한 신무기다. 단 민간인이 만든 물건이 그런 엄청난 물건일 수는 없고, RC로 움직이는 쿼드콥터, 즉 4방향에 프로펠러가 달린 헬리콥터에 카메라를 달아 무선 송수신이 가능하게 한 물건이다. 이런 건 해외에서도 RC동호인들이 심심풀이로 만들어서 띄우는 물건이다.
2소대장인 김책은 본업이 전파사 사장이다. 전파사라는 건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춘 직종으로 전자제품의 대리점이나 A/S도 마땅치 않던 시절 독자적으로 배운 전기 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간단한 전자장비를 만들거나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던 곳으로, 전문 대리점이 전국에 뻗어나가고 A/S가 완비된 현재에 이르러서는 설 자리를 완벽하게 잃어버린 업종이다. 김책 동지도 사실상 전파사로 장사가 되지는 않는 입장이었고 다른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파사는 그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색이 바랜 도트 프린터나 작동이 될지 의심스러운 5.25"디스크들이 비닐도 뜯지 않은 채로 있는 걸 보면 수익 여부를 떠나 전파사는 그의 청춘이 담긴 곳이었던 모양이다.
김책 동지는 나이가 45살로 나보다 훨씬 많았지만 항상 나에게 깍듯이 대하며 예의를 잃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며 반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전습대의 여러 분야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다. 가령 출장본영의 전화 내선망은 그가 깔아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중에서 김책 동지에게만큼은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없고 다들 뭔가 하나씩은 해주려고 했다. 참으로 인자(仁者)는 무적(無敵)이라 함은 김책 동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쿼드콥터 UAV는 작전지도역 여원홍이 일주일 전 전습대 전원회의에서 정보획득자산의 총체적 부실성을 지적하자, 이에 만장일치로 채택한 <<전습대 정보자산의 총체적 보강을 수행해 나갈 데 대하여>> 결의에 의거하여 김책 동지가 제안한 최첨단 정찰장비였다. 여원홍도 퇴역한지 좀 되어서 UAV라는 것에 대해 감을 잘 못 잡는 듯 했지만, 유튜브와 라이브릭에 올라온 활약상과 더불어 김책 동지가 제안한 제안서를 보고는 풀발기를 금치 못하고 대대적인 후원자가 되어 버렸다.
모니터에 뜬 아이콘을 실행하자 화면이 떴고, 원곡고 옥상의 UAV포드의 풍경이 펼쳐졌다. 김책 동지가 컴퓨터에 연결된 조이스틱을 조작하자 풍경의 고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윽고 전진하면서 원곡동의 전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더해 키보드를 조작하자 쿼드콥터는 제자리에 체공한 채로 카메라만 움직이면서 여기저기를 비춘다. 90도 아래를 비추는 것도 가능했다. 과연 김책 동지다운 성과다.
모니터에 잔뜩 모여 있던 간부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환영하자 김책 동지도 일어서서 허리를 숙여 답례한다. 쿼드콥터 UAV가 다시 UAV포드에 착륙한 것을 확인하자 다들 다시 회의 책상에 가서 앉는다. 지난주에 결의한 <<전습대 정보자산의 총체적 보강을 수행해 나갈 데 대하여>>주제의 총책임자인 여원홍의 발표가 이어졌다.
"...역시 우리 김책 동지의 성과가 대단합니다. 쿼드콥터 UAV는 우리 전습대가 처한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여 창의성과 근면성을 다한 역작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김책 동지께서는 우리 결의안의 기계적 자산을 어떻게 보강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자리에서 일어선 김책은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딱히 누군가를 주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부심폭발의 미소를 억누르려 하지만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 티가 다 나고 있었다.
"우리 쿼드콥터 정찰자산은 활동시간 1시간에 충전시간이 3시간이 걸리어 현재 만든 1대로는 상시 가동에 부족이 있다 하겠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3대를 더 제작하여 총 4대를 구비하여야만 비상이 항시 작동하며 손실에 대비한 예비역까지 확보가 된다 하겠습니다. 또한 충전시간은 전시에 급속충전장비를 제작하여 3시간의 반인 1시간 30분으로 끝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단 이 경우 배터리의 소모량이 크겠습니다만 예비 배터리로 교환함으로써 가동률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경량화와 소형화를 더욱 추진하여 가동시간과 기계적 부하를 더욱 줄여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김책 동지가 의자에 앉자 여원홍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와 같이 기계적인 부분은 해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인적 자산에 대한 것은 매우 부족한 바 있습니다. 현재 원곡동 내부의 외국인 사회에서 특히 4대조직 중에서 심층적으로 침투한 인적자원이 없다는 것은 향후 우리 전습대가 치안 활동에서 저들의 음모나 악의적 활동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원곡, 초지, 와동과 반월-시화공단은 사실상 외국인 사회화 되었는데 우리는 아직 이 부분에서 사실상 겉돌기만 반복하는 외부인의 처지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원홍이 물을 마시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우리는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으며 그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인적 정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동지들도 아시다시피 저는 대만 중국인이며 중국인 사회에서도 친분이 있습니다. 우리 전습대와 동맹 관계가 되기에 가장 탁월한 조직에 대해서는 이미 실사를 마쳤습니다. 이미 배포한 문건에서도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오늘 오후에 사절단이 정식으로 방문할 것입니다."
"허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6소대장 김석원이었다. 김석원은 자칭 음류도법의 전인으로, 대한민국 육군 소령으로 전역하여 오랜 기간 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퇴직하고 있었으나, 09년 좀비사태때 음류도법으로 가족을 지켜낸 다음 일이 없어 유유자적하다가 전습대에 들어오게 된 사람이었다. 2013년 현재 65세이다. 여원홍이 영입되기 전이었다면 그가 참모역을 맡았겠지만 여원홍이 들어온 다음에야 들어온 입장이다. 음류도법이란 것의 실체는 일본 고류검술 4대 원류의 하나인 카게류 도법이다. 단 김석원은 한국에서 면면히 이어져오던 계보를 배웠다. 일본에서는 이미 사라졌다.
"그.. 하필이면 천웅방이 선정될 것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들 그 부분에서는 불만 내지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천웅방은 원곡고와 라성호텔 주변부의 상권을 장악한 중국인 조직으로, 우리 전습대와 가장 처음으로 대립한 조직이며 거기 조직원 중 몇몇은 벌써 전습대원에게 칼을 맞고 이마에서 줄줄 새는 피를 눌러가며 정형외과로 도주한 전력도 있다. 대원들 간의 무술 실력 차이도 막대하지만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 탓에 천웅방은 우리와의 대결을 회피하고 과거 천웅방 구역의 한국인 상인들은 벌서 우리 전습대 시큐리티 서비스에 가입하여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필 그런 천웅방이라니...
이에 대해서 3소대장 덴슈사부로 이상평이나 6소대장 덴슈로쿠로 김석원은 여원홍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좀 경계하던 입장이었는데 이번 제안을 통해 더 마음에 안 들어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간첩질의 포석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4소대장 덴슈요부로 김무정은 중국 남권의 달인답게 중국인들과 친했으므로 여원홍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사람은 사귀어 보기 전까진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원홍의 제안은 전습대 내부에 알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김석원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공식 회의 석상에서 한마디 꺼낸 것이다. 여원홍이 답답해하는 눈치로 뭐라 말하려 하자 내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말을 끊었다.
"김석원 동지! 역시 사람은 만나보고 생각해볼 일이오. 오늘 그들의 두목과 간부들이 직접 온다고 하니 그들의 인성을 보고 다시 생각해 봅시다."
김석원이 이쪽을 향하며 의자에 앉은 채로 허리를 숙였다. 그 또한 전체의 질서를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권위를 존중할 줄 아는 인격의 노신사이다.
회의가 끝나자 덴슈사부로 이상평이가 따라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형님! 정말 짱깨들과 손을 잡을 생각이십니까?"
"우리는 안산에서 짱개들을 몰아내고 한국인의 사회를 되찾아야 한다..."
"네!! 그런 거 아니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애초에 나도 제노포비아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다만 점점 북두신권 세상이 되어가는 구시가지에 끼어들어서 모든 이권을 나의 손 아래 두어 한몫 챙길 수 있다면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일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었고 점차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공업의 메카가 된 호남 영남에 비해 안산은 외국인이나 외국계 자본이 없으면 산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게 다 좀비사태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구태여 안산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았고 원래 이 현상은 좀비사태 재발에 대한 공포 탓이었지만 그 공백을 외국 자본과 노동력이 메꾸었고 다시 그들이 주는 이질감 탓에 거부감을 느껴 안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악순환을 탄 지 오래였다. 그러니 외국인을 현실적으로 다 내쫓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설사 그런다 한들 이곳은 다시 깡통이 되고 돈을 창출하는 자도 쓰는 자도 없게 된다. 그러면 우리가 이곳에서 있을 방법이 없다. 어찌됐든 돌아가는 지역 경제의 콩고물을 모아 먹고 사는 것이 우리 같은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상평에게 요약 설명하는 데에는 약 2분이 걸렸다.
"...인 것이니 우리도 별 도리가 없잖아? 여원홍 동지는 들어오기도 껄끄럽게 들어왔고 중국인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헌신하는 데에는 다른 사람들 못지 않아. 못 믿을 거면 쓰지 말 것이고 일단 썼으면 무제한으로 믿어야지."
"아 그렇지만 형님 그래도 천웅방이 뭡니까. 진짜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일단 만나보고 생각해보자. 행여나 경거망동은 하지 마라."
"형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 휴..."
오후 4시가 되자 검은색 고급차가 원곡고 정문으로 들어왔고 이미 사전 통보되어 있었으므로 정문은 금방 열렸다. 운동장에서 멈춘 승용차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신사들이 내렸고 이들이 도열하자 의전을 맡은 1소대가 약식례 의전에 따라 간단한 환영을 하였고 여원홍과 1소대장의 인솔 하에 신사들이 학교 건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곧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젋은 신사를 선두로 사절단이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나름 연출을 위해 그들이 다 들어와 도열한 것을 소리로 대충 파악한 즈음 프록코트를 휘날리며 돌아섰는데 웬걸 선두에 선 남자의 얼굴이 낮익은 것이 아닌가? 그 남자도 나를 알아보는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엄중한 조직간의 정식 외교이므로, 개인적으로 촐랑댈 상황이 아니다. 그도 그걸 알았는지 다시 젋은 패기가 엿보이는 자신감있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2시간 후. 한참간의 이야기가 끝나고 출장부페를 동원한 연회가 교실 2개를 이어 확장시킨 응접실에서 이루어지는 가운데 밖으로 나온 천웅방의 젋은 수장을 따라간다. 그가 창문을 열고 담배를 꺼내는 순간 그의 뒤에서 내가 순식간의 기습했고 그는 담배를 창밖으로 떨어트린 채 저항조차 못하고 헤드락에 걸려버렸다. 이것은 이놈이 나를 엿먹였던 몇년 전의 사건에 대한 응징이다.
"왕조명 네이놈!! CNC프로그램 싹다 지우고 도망가니 그리도 좋더냐?! 우움, 우우우우움...."
"으아악! 아 형 그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팔로 밀쳐서 겨우 빠져나온 젋은 수장, 왕조명이가 머리를 매만지며 급히 창문을 거울삼아 망가진 헤어스타일 복구에 진력한다. 이놈은 7년 전 내가 일하던 곳에서 있던 CNC 즉 컴퓨터 수치제어 절삭기계 조작하던 놈이었는데, 어느날 부장에게 개박살이 나고서는 원한을 품고 CNC 프로그램과 도면을 싹다 지워버리고 도주했던 놈이었다. 결국 그 회사는 그 엄청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망해버렸고, 나는 그걸 어떻게든 복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노력했지만 애초에 나도 잡부였고 거기에 사장이 데이터 백업에 소홀한 인간이라 무슨 답이 있나. 결국 나도 사표 한장 던지고 밀린 월급 석달치는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깔끔하게 도망가버린 사연이 있는 것이다.
"나의 석달치 월급의 원한 풀지않고 배길쏘냐!"
"월급 못받으셨어요? 아 놔 진짜 그 사장 알아봤대니깐.."
"뭐 임마 니가 CNC만 말아먹지 않았어도 내가 거기서 일년은 더 일했어!"
"사람을 절삭비트 하나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놈 밑에서 무슨 일년을 더해요? 부장에게 악역만 시키고 지는 뒷짐지고 허허허 이러고 이러는 놈한텐 답이 없었어요. 제가 얌전히 도망갔으면 왜 월급은 받으셨을 거 같아요?"
"됐다. 암튼.. 아니 니가 천웅방의 수장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거냐?"
"형이 그 권력의 시녀 직빵 살인마 집단의 수장인 건 말이 되구요?"
"됐다. 다 신의 뜻이지."
당시만 해도 돈좀 벌어보겠다고 기어온 한족 젋은 22살 노동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듣자하니 CNC테러 이후 관련 직종에 소문이 쫙 퍼져서 경력을 못 살리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단순 작업자로 취직하자니 너무 억울했다고 한다. 둘의 월급 차이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는 형님의 도움으로 당시 막 시작되던 외국인 암흑가의 개척자 집단에 합류, 점진적으로 성장해왔으나 당시 한국인 조폭의 견제와 공권력 탓에 한계에 부딪쳤지만 좀비사태 당시 한국인 조폭들이 전멸하고 이후 너무 피해가 심해 공권력이 깡통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왠지 그 한국인 조폭은 좀비사태 당시 시화공단 이마트를 점거했다가 대치동 패밀리와 우리에게 박살났던 그 친구들 같지만, 굳이 말은 안 하기로 했다.
"...그래도 우리들은 믿을 수 있어요. 우리 간부들은 대부분 대졸자들이고 최소한 마약장사나 사람장사는 안 한다구요. 우리는 흑호방 같은 놈들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흑호방?"
"어 모르셨어요? 우리를 포함해서 4대방이라고 부르는데 천웅방, 구룡방, 흑호방, 항적방이죠. 우리가 제일 젠틀해요. 형이 조심하시려면 흑호방을 제일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조국에 미등록 인구들이 있어요. 등록되지 않은 둘째 아이들이죠. 한족들은 1명밖에 허용을 안하거든요. 이사람들은 취직도 못하고 신원이 없으니까 죽어도 몰라요. 그래서 차별을 받고 박봉에 시달리고, 출국도 마음대로 못하죠. 그래서 범죄자로 많이들 빠져요. 그렇게 돈을 벌면 누군가의 신분을 사서 사는 거죠. 이친구들은 특히 조심해야 됩니다. 막 살아서 그런지 질서나 법이란 걸 종이쪼가리 취급도 안해요. 이 사람들로만 모인 곳이 바로 흑호방이에요."
흑호방의 이름의 유래는 이런 미등록 인구를 일컫는 속어 흑인흑호(黑人黑戶)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른 설명에 따르면 흑호방은 마약장사도 시도하고 있다고 하며, 이에 질세라 구룡방도 판매를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단 사람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흑호방 뿐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대충 확신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 장사는 3가지 하위사업으로 구성되는데 메인은 인신매매, 부사업으로 인육판매와 장기조달, 그외에 암흑 카데바 사업이 있다고 한다.
장기조달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장기를 떼어내서 보관하고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그러면 장기들이 싹다 죽어버린다고 한다. 인신매매를 위해 납치해두면 사람들을 검사해서 해당 리스트를 브로커에게 제공하면 브로커가 수요 요청과 대조해서 연락을 주면 그때 작업을 들어간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왕조명이도 모르는 듯 하다.
인육판매는 장기조달과 함께 개시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쪽은 장기 보관이 가능하므로 장기조달시 어차피 대상자는 죽으니까 함께 해체, 보관하여 암흑 거래처를 통해 판매한다. 인육이 몸에 좋다는 속설의 신봉자들이 주된 고객이지만, 어차피 중간 상인을 통하니 개개별 고객이 누군지는 당연히 모른다. 그리고 인간 제품의 생존재고가 지나치게 싾이면 선입선출 원리와 건강 체크에 따라 암흑 카데바로 팔아치우는데, 귀중한 생체실험 재료로 쓰인다. 암흑 카데바도 종류가 있는데 살아있는 것이 큰돈을 받고, 죽은 것은 일반적인 해부용으로 팔린다. 살아있는 것은 그 현장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대체적으로 약리작용 실험에 쓰인다고 한다. 물론 이런 불법적인 실험으로 얻어내어진 결과는 절대 인정되지 않으나, 이렇게 조정한 약리작용 결과를 토대로 형식적인 합법적 임상실험만 통과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왕조명은 이런 내용들을 언급하며 흑호방 디스에 여념이 없었다. 귀자(鬼子)운운하며 말이지.. 구룡방은 국내 중국인 세력들의 성장경쟁 속에서 밀리던 군소 조직들이 연합하고 삼합회에 가입하여 생긴 곳이며, 이들도 사람장사만 안한다 뿐이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항적방은 좀비사태를 맞이하여 등장했던 중국인 자경단이 모태이며, 신체의 단련과 무술의 수련을 중심으로 두며 대원 개개의 전투력은 4대방 중에서 제일 좋다고 한다. 단 몸이 워낙 좋아서 조직원 티가 딱 나는 게 흠이라고. 항적이라는 이름은 서초패왕 항우의 자인 적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그래서 항적방이라는 이름이다. 항우와 같은 역발산의 기개를 추구한다고 하며, 이들이 그나마 4대방 중에서는 협객에 속했지만 지금은 이권 장사에 신경을 많이 써서 이전같지 않은데다 다른 조직들을 무시하는 버릇 탓에 왕따 비슷하게 취급받고 있다고 한다. 세력은 제일 적으나 안산역 부근의 알짜배기 사업들은 다 이자들의 것이라고 한다.
"형 돌아갑시다. 너무 오래 자리 비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러지."
이날의 연회에서는 정식 문서를 교환하거나 구두 합의를 이룬 것은 없었지만, 왕조명과의 옛 관계를 언급하면서 7년 전 함께 일하며 호형호제하던 사이가 오늘 다시 만나 자리를 함께함은 하늘의 뜻 운운하면서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서로 우호의 자리를 마련 운운하면서 분위기를 마치 의형제라도 맺은 사이인 양 몰아갔다. 비록 정식으로 서로를 구속하는 합의문 채택 같은 건 없이 천웅방 사절단은 좋은 분위기에서 돌아갔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 전습대 간부도 그렇고 천웅방 간부들도 그렇고 겉으로는 웃는 것 같아도 눈빛이나 특히 술을 마신다고 얼굴을 돌릴 때 변하는 표정들을 보면 영 껄끄러워하는 티가 풀풀 났다.
밤이 다 되어 출장본영 사무실에 들어가니 집에 갈 준비를 마친 것은 김추자 뿐이었고 나머지들은 죄다 시위라도 하는 양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단 여원홍과 김무정은 다른 의미로 떨떠름해 보였는데 아마 이들은 중국인에 호의적인 사람들이라 다른 간부들과 의견 충돌이라도 벌써 이루어졌던 모양이었다. 덴슈사부로 이상평이가 총대를 멘 듯 먼저 입을 열었다.
"형님 아무리 친선 사절단이라지만 형제라고도 말씀하시고 아무리 그래도 적대 조직이었는데 너무 친하게 그러신 거 아닙니까?"
내 얼굴을 보는 것은 여원홍과 김무정을 제외한 전부였다.
"친구를 두려면 가까이 둬야 그게 친구지."
"형님..."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욱 더 가까이..."
말이 끝나자 다들 자기 책상만 1분 정도 바라보더니 그제서야 퇴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받아들이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 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오늘의 일은 일단락이다.
오늘 일에 대한 보고를 이메일로 보내고 5분도 안되어 도착한 요시노부의 훈령은 다음과 같았다.
<알아서 할 것>
아무래도 좋게 진행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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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25화 지는 사쿠라 하늘을 뒤덮더라도 개나리의 황색을 가리지 못하네
언젠가 씁니다.
2소대장인 김책은 본업이 전파사 사장이다. 전파사라는 건 현재는 거의 자취를 감춘 직종으로 전자제품의 대리점이나 A/S도 마땅치 않던 시절 독자적으로 배운 전기 전자 기술을 바탕으로 간단한 전자장비를 만들거나 가전제품을 수리해주던 곳으로, 전문 대리점이 전국에 뻗어나가고 A/S가 완비된 현재에 이르러서는 설 자리를 완벽하게 잃어버린 업종이다. 김책 동지도 사실상 전파사로 장사가 되지는 않는 입장이었고 다른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파사는 그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색이 바랜 도트 프린터나 작동이 될지 의심스러운 5.25"디스크들이 비닐도 뜯지 않은 채로 있는 걸 보면 수익 여부를 떠나 전파사는 그의 청춘이 담긴 곳이었던 모양이다.
김책 동지는 나이가 45살로 나보다 훨씬 많았지만 항상 나에게 깍듯이 대하며 예의를 잃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며 반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전습대의 여러 분야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다. 가령 출장본영의 전화 내선망은 그가 깔아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중에서 김책 동지에게만큼은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없고 다들 뭔가 하나씩은 해주려고 했다. 참으로 인자(仁者)는 무적(無敵)이라 함은 김책 동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쿼드콥터 UAV는 작전지도역 여원홍이 일주일 전 전습대 전원회의에서 정보획득자산의 총체적 부실성을 지적하자, 이에 만장일치로 채택한 <<전습대 정보자산의 총체적 보강을 수행해 나갈 데 대하여>> 결의에 의거하여 김책 동지가 제안한 최첨단 정찰장비였다. 여원홍도 퇴역한지 좀 되어서 UAV라는 것에 대해 감을 잘 못 잡는 듯 했지만, 유튜브와 라이브릭에 올라온 활약상과 더불어 김책 동지가 제안한 제안서를 보고는 풀발기를 금치 못하고 대대적인 후원자가 되어 버렸다.
모니터에 뜬 아이콘을 실행하자 화면이 떴고, 원곡고 옥상의 UAV포드의 풍경이 펼쳐졌다. 김책 동지가 컴퓨터에 연결된 조이스틱을 조작하자 풍경의 고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이윽고 전진하면서 원곡동의 전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더해 키보드를 조작하자 쿼드콥터는 제자리에 체공한 채로 카메라만 움직이면서 여기저기를 비춘다. 90도 아래를 비추는 것도 가능했다. 과연 김책 동지다운 성과다.
모니터에 잔뜩 모여 있던 간부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환영하자 김책 동지도 일어서서 허리를 숙여 답례한다. 쿼드콥터 UAV가 다시 UAV포드에 착륙한 것을 확인하자 다들 다시 회의 책상에 가서 앉는다. 지난주에 결의한 <<전습대 정보자산의 총체적 보강을 수행해 나갈 데 대하여>>주제의 총책임자인 여원홍의 발표가 이어졌다.
"...역시 우리 김책 동지의 성과가 대단합니다. 쿼드콥터 UAV는 우리 전습대가 처한 환경 속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여 창의성과 근면성을 다한 역작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김책 동지께서는 우리 결의안의 기계적 자산을 어떻게 보강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자리에서 일어선 김책은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딱히 누군가를 주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부심폭발의 미소를 억누르려 하지만 표정관리가 잘 안되는 티가 다 나고 있었다.
"우리 쿼드콥터 정찰자산은 활동시간 1시간에 충전시간이 3시간이 걸리어 현재 만든 1대로는 상시 가동에 부족이 있다 하겠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3대를 더 제작하여 총 4대를 구비하여야만 비상이 항시 작동하며 손실에 대비한 예비역까지 확보가 된다 하겠습니다. 또한 충전시간은 전시에 급속충전장비를 제작하여 3시간의 반인 1시간 30분으로 끝낼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단 이 경우 배터리의 소모량이 크겠습니다만 예비 배터리로 교환함으로써 가동률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경량화와 소형화를 더욱 추진하여 가동시간과 기계적 부하를 더욱 줄여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께 김책 동지가 의자에 앉자 여원홍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와 같이 기계적인 부분은 해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인적 자산에 대한 것은 매우 부족한 바 있습니다. 현재 원곡동 내부의 외국인 사회에서 특히 4대조직 중에서 심층적으로 침투한 인적자원이 없다는 것은 향후 우리 전습대가 치안 활동에서 저들의 음모나 악의적 활동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원곡, 초지, 와동과 반월-시화공단은 사실상 외국인 사회화 되었는데 우리는 아직 이 부분에서 사실상 겉돌기만 반복하는 외부인의 처지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원홍이 물을 마시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전에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우리는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둘 필요가 있으며 그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인적 정보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동지들도 아시다시피 저는 대만 중국인이며 중국인 사회에서도 친분이 있습니다. 우리 전습대와 동맹 관계가 되기에 가장 탁월한 조직에 대해서는 이미 실사를 마쳤습니다. 이미 배포한 문건에서도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오늘 오후에 사절단이 정식으로 방문할 것입니다."
"허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은 6소대장 김석원이었다. 김석원은 자칭 음류도법의 전인으로, 대한민국 육군 소령으로 전역하여 오랜 기간 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퇴직하고 있었으나, 09년 좀비사태때 음류도법으로 가족을 지켜낸 다음 일이 없어 유유자적하다가 전습대에 들어오게 된 사람이었다. 2013년 현재 65세이다. 여원홍이 영입되기 전이었다면 그가 참모역을 맡았겠지만 여원홍이 들어온 다음에야 들어온 입장이다. 음류도법이란 것의 실체는 일본 고류검술 4대 원류의 하나인 카게류 도법이다. 단 김석원은 한국에서 면면히 이어져오던 계보를 배웠다. 일본에서는 이미 사라졌다.
"그.. 하필이면 천웅방이 선정될 것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다들 그 부분에서는 불만 내지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천웅방은 원곡고와 라성호텔 주변부의 상권을 장악한 중국인 조직으로, 우리 전습대와 가장 처음으로 대립한 조직이며 거기 조직원 중 몇몇은 벌써 전습대원에게 칼을 맞고 이마에서 줄줄 새는 피를 눌러가며 정형외과로 도주한 전력도 있다. 대원들 간의 무술 실력 차이도 막대하지만 정부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 탓에 천웅방은 우리와의 대결을 회피하고 과거 천웅방 구역의 한국인 상인들은 벌서 우리 전습대 시큐리티 서비스에 가입하여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필 그런 천웅방이라니...
이에 대해서 3소대장 덴슈사부로 이상평이나 6소대장 덴슈로쿠로 김석원은 여원홍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좀 경계하던 입장이었는데 이번 제안을 통해 더 마음에 안 들어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간첩질의 포석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4소대장 덴슈요부로 김무정은 중국 남권의 달인답게 중국인들과 친했으므로 여원홍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사람은 사귀어 보기 전까진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원홍의 제안은 전습대 내부에 알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김석원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공식 회의 석상에서 한마디 꺼낸 것이다. 여원홍이 답답해하는 눈치로 뭐라 말하려 하자 내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말을 끊었다.
"김석원 동지! 역시 사람은 만나보고 생각해볼 일이오. 오늘 그들의 두목과 간부들이 직접 온다고 하니 그들의 인성을 보고 다시 생각해 봅시다."
김석원이 이쪽을 향하며 의자에 앉은 채로 허리를 숙였다. 그 또한 전체의 질서를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권위를 존중할 줄 아는 인격의 노신사이다.
회의가 끝나자 덴슈사부로 이상평이가 따라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형님! 정말 짱깨들과 손을 잡을 생각이십니까?"
"우리는 안산에서 짱개들을 몰아내고 한국인의 사회를 되찾아야 한다..."
"네!! 그런 거 아니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애초에 나도 제노포비아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다만 점점 북두신권 세상이 되어가는 구시가지에 끼어들어서 모든 이권을 나의 손 아래 두어 한몫 챙길 수 있다면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지만 일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었고 점차 한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공업의 메카가 된 호남 영남에 비해 안산은 외국인이나 외국계 자본이 없으면 산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게 다 좀비사태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구태여 안산으로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았고 원래 이 현상은 좀비사태 재발에 대한 공포 탓이었지만 그 공백을 외국 자본과 노동력이 메꾸었고 다시 그들이 주는 이질감 탓에 거부감을 느껴 안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악순환을 탄 지 오래였다. 그러니 외국인을 현실적으로 다 내쫓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설사 그런다 한들 이곳은 다시 깡통이 되고 돈을 창출하는 자도 쓰는 자도 없게 된다. 그러면 우리가 이곳에서 있을 방법이 없다. 어찌됐든 돌아가는 지역 경제의 콩고물을 모아 먹고 사는 것이 우리 같은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상평에게 요약 설명하는 데에는 약 2분이 걸렸다.
"...인 것이니 우리도 별 도리가 없잖아? 여원홍 동지는 들어오기도 껄끄럽게 들어왔고 중국인이지만 열정을 가지고 헌신하는 데에는 다른 사람들 못지 않아. 못 믿을 거면 쓰지 말 것이고 일단 썼으면 무제한으로 믿어야지."
"아 그렇지만 형님 그래도 천웅방이 뭡니까. 진짜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일단 만나보고 생각해보자. 행여나 경거망동은 하지 마라."
"형님! 저를 어떻게 보시고... 휴..."
오후 4시가 되자 검은색 고급차가 원곡고 정문으로 들어왔고 이미 사전 통보되어 있었으므로 정문은 금방 열렸다. 운동장에서 멈춘 승용차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신사들이 내렸고 이들이 도열하자 의전을 맡은 1소대가 약식례 의전에 따라 간단한 환영을 하였고 여원홍과 1소대장의 인솔 하에 신사들이 학교 건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곧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젋은 신사를 선두로 사절단이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나름 연출을 위해 그들이 다 들어와 도열한 것을 소리로 대충 파악한 즈음 프록코트를 휘날리며 돌아섰는데 웬걸 선두에 선 남자의 얼굴이 낮익은 것이 아닌가? 그 남자도 나를 알아보는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엄중한 조직간의 정식 외교이므로, 개인적으로 촐랑댈 상황이 아니다. 그도 그걸 알았는지 다시 젋은 패기가 엿보이는 자신감있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2시간 후. 한참간의 이야기가 끝나고 출장부페를 동원한 연회가 교실 2개를 이어 확장시킨 응접실에서 이루어지는 가운데 밖으로 나온 천웅방의 젋은 수장을 따라간다. 그가 창문을 열고 담배를 꺼내는 순간 그의 뒤에서 내가 순식간의 기습했고 그는 담배를 창밖으로 떨어트린 채 저항조차 못하고 헤드락에 걸려버렸다. 이것은 이놈이 나를 엿먹였던 몇년 전의 사건에 대한 응징이다.
"왕조명 네이놈!! CNC프로그램 싹다 지우고 도망가니 그리도 좋더냐?! 우움, 우우우우움...."
"으아악! 아 형 그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팔로 밀쳐서 겨우 빠져나온 젋은 수장, 왕조명이가 머리를 매만지며 급히 창문을 거울삼아 망가진 헤어스타일 복구에 진력한다. 이놈은 7년 전 내가 일하던 곳에서 있던 CNC 즉 컴퓨터 수치제어 절삭기계 조작하던 놈이었는데, 어느날 부장에게 개박살이 나고서는 원한을 품고 CNC 프로그램과 도면을 싹다 지워버리고 도주했던 놈이었다. 결국 그 회사는 그 엄청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망해버렸고, 나는 그걸 어떻게든 복구하라는 특명을 받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노력했지만 애초에 나도 잡부였고 거기에 사장이 데이터 백업에 소홀한 인간이라 무슨 답이 있나. 결국 나도 사표 한장 던지고 밀린 월급 석달치는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깔끔하게 도망가버린 사연이 있는 것이다.
"나의 석달치 월급의 원한 풀지않고 배길쏘냐!"
"월급 못받으셨어요? 아 놔 진짜 그 사장 알아봤대니깐.."
"뭐 임마 니가 CNC만 말아먹지 않았어도 내가 거기서 일년은 더 일했어!"
"사람을 절삭비트 하나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놈 밑에서 무슨 일년을 더해요? 부장에게 악역만 시키고 지는 뒷짐지고 허허허 이러고 이러는 놈한텐 답이 없었어요. 제가 얌전히 도망갔으면 왜 월급은 받으셨을 거 같아요?"
"됐다. 암튼.. 아니 니가 천웅방의 수장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거냐?"
"형이 그 권력의 시녀 직빵 살인마 집단의 수장인 건 말이 되구요?"
"됐다. 다 신의 뜻이지."
당시만 해도 돈좀 벌어보겠다고 기어온 한족 젋은 22살 노동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듣자하니 CNC테러 이후 관련 직종에 소문이 쫙 퍼져서 경력을 못 살리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단순 작업자로 취직하자니 너무 억울했다고 한다. 둘의 월급 차이가 너무나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는 형님의 도움으로 당시 막 시작되던 외국인 암흑가의 개척자 집단에 합류, 점진적으로 성장해왔으나 당시 한국인 조폭의 견제와 공권력 탓에 한계에 부딪쳤지만 좀비사태 당시 한국인 조폭들이 전멸하고 이후 너무 피해가 심해 공권력이 깡통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왠지 그 한국인 조폭은 좀비사태 당시 시화공단 이마트를 점거했다가 대치동 패밀리와 우리에게 박살났던 그 친구들 같지만, 굳이 말은 안 하기로 했다.
"...그래도 우리들은 믿을 수 있어요. 우리 간부들은 대부분 대졸자들이고 최소한 마약장사나 사람장사는 안 한다구요. 우리는 흑호방 같은 놈들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흑호방?"
"어 모르셨어요? 우리를 포함해서 4대방이라고 부르는데 천웅방, 구룡방, 흑호방, 항적방이죠. 우리가 제일 젠틀해요. 형이 조심하시려면 흑호방을 제일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조국에 미등록 인구들이 있어요. 등록되지 않은 둘째 아이들이죠. 한족들은 1명밖에 허용을 안하거든요. 이사람들은 취직도 못하고 신원이 없으니까 죽어도 몰라요. 그래서 차별을 받고 박봉에 시달리고, 출국도 마음대로 못하죠. 그래서 범죄자로 많이들 빠져요. 그렇게 돈을 벌면 누군가의 신분을 사서 사는 거죠. 이친구들은 특히 조심해야 됩니다. 막 살아서 그런지 질서나 법이란 걸 종이쪼가리 취급도 안해요. 이 사람들로만 모인 곳이 바로 흑호방이에요."
흑호방의 이름의 유래는 이런 미등록 인구를 일컫는 속어 흑인흑호(黑人黑戶)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른 설명에 따르면 흑호방은 마약장사도 시도하고 있다고 하며, 이에 질세라 구룡방도 판매를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단 사람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흑호방 뿐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대충 확신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 장사는 3가지 하위사업으로 구성되는데 메인은 인신매매, 부사업으로 인육판매와 장기조달, 그외에 암흑 카데바 사업이 있다고 한다.
장기조달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장기를 떼어내서 보관하고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그러면 장기들이 싹다 죽어버린다고 한다. 인신매매를 위해 납치해두면 사람들을 검사해서 해당 리스트를 브로커에게 제공하면 브로커가 수요 요청과 대조해서 연락을 주면 그때 작업을 들어간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왕조명이도 모르는 듯 하다.
인육판매는 장기조달과 함께 개시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이쪽은 장기 보관이 가능하므로 장기조달시 어차피 대상자는 죽으니까 함께 해체, 보관하여 암흑 거래처를 통해 판매한다. 인육이 몸에 좋다는 속설의 신봉자들이 주된 고객이지만, 어차피 중간 상인을 통하니 개개별 고객이 누군지는 당연히 모른다. 그리고 인간 제품의 생존재고가 지나치게 싾이면 선입선출 원리와 건강 체크에 따라 암흑 카데바로 팔아치우는데, 귀중한 생체실험 재료로 쓰인다. 암흑 카데바도 종류가 있는데 살아있는 것이 큰돈을 받고, 죽은 것은 일반적인 해부용으로 팔린다. 살아있는 것은 그 현장에 대해선 알 수 없으나 대체적으로 약리작용 실험에 쓰인다고 한다. 물론 이런 불법적인 실험으로 얻어내어진 결과는 절대 인정되지 않으나, 이렇게 조정한 약리작용 결과를 토대로 형식적인 합법적 임상실험만 통과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왕조명은 이런 내용들을 언급하며 흑호방 디스에 여념이 없었다. 귀자(鬼子)운운하며 말이지.. 구룡방은 국내 중국인 세력들의 성장경쟁 속에서 밀리던 군소 조직들이 연합하고 삼합회에 가입하여 생긴 곳이며, 이들도 사람장사만 안한다 뿐이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항적방은 좀비사태를 맞이하여 등장했던 중국인 자경단이 모태이며, 신체의 단련과 무술의 수련을 중심으로 두며 대원 개개의 전투력은 4대방 중에서 제일 좋다고 한다. 단 몸이 워낙 좋아서 조직원 티가 딱 나는 게 흠이라고. 항적이라는 이름은 서초패왕 항우의 자인 적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그래서 항적방이라는 이름이다. 항우와 같은 역발산의 기개를 추구한다고 하며, 이들이 그나마 4대방 중에서는 협객에 속했지만 지금은 이권 장사에 신경을 많이 써서 이전같지 않은데다 다른 조직들을 무시하는 버릇 탓에 왕따 비슷하게 취급받고 있다고 한다. 세력은 제일 적으나 안산역 부근의 알짜배기 사업들은 다 이자들의 것이라고 한다.
"형 돌아갑시다. 너무 오래 자리 비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러지."
이날의 연회에서는 정식 문서를 교환하거나 구두 합의를 이룬 것은 없었지만, 왕조명과의 옛 관계를 언급하면서 7년 전 함께 일하며 호형호제하던 사이가 오늘 다시 만나 자리를 함께함은 하늘의 뜻 운운하면서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서로 우호의 자리를 마련 운운하면서 분위기를 마치 의형제라도 맺은 사이인 양 몰아갔다. 비록 정식으로 서로를 구속하는 합의문 채택 같은 건 없이 천웅방 사절단은 좋은 분위기에서 돌아갔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 전습대 간부도 그렇고 천웅방 간부들도 그렇고 겉으로는 웃는 것 같아도 눈빛이나 특히 술을 마신다고 얼굴을 돌릴 때 변하는 표정들을 보면 영 껄끄러워하는 티가 풀풀 났다.
밤이 다 되어 출장본영 사무실에 들어가니 집에 갈 준비를 마친 것은 김추자 뿐이었고 나머지들은 죄다 시위라도 하는 양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단 여원홍과 김무정은 다른 의미로 떨떠름해 보였는데 아마 이들은 중국인에 호의적인 사람들이라 다른 간부들과 의견 충돌이라도 벌써 이루어졌던 모양이었다. 덴슈사부로 이상평이가 총대를 멘 듯 먼저 입을 열었다.
"형님 아무리 친선 사절단이라지만 형제라고도 말씀하시고 아무리 그래도 적대 조직이었는데 너무 친하게 그러신 거 아닙니까?"
내 얼굴을 보는 것은 여원홍과 김무정을 제외한 전부였다.
"친구를 두려면 가까이 둬야 그게 친구지."
"형님..."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욱 더 가까이..."
말이 끝나자 다들 자기 책상만 1분 정도 바라보더니 그제서야 퇴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받아들이기를 어떻게 받아들였을 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오늘의 일은 일단락이다.
오늘 일에 대한 보고를 이메일로 보내고 5분도 안되어 도착한 요시노부의 훈령은 다음과 같았다.
<알아서 할 것>
아무래도 좋게 진행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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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25화 지는 사쿠라 하늘을 뒤덮더라도 개나리의 황색을 가리지 못하네
언젠가 씁니다.




덧글
사실 천웅방이 청웅 사타부언의 청웅에서 유래한 게 아니라 한 12년전에 봤던 대만 만화에서 학생들 조직(이라기에도 뭐한 가오잡기용 패거리..) 이름이 천웅방이었습니다. 천명의 영웅이 모인 조직이라는 뜻이고 남자 주인공이 "니가 천웅방? 그럼 난 만웅방이다!" 라고 비아냥거렸었죠. 그게 생각나서 쓴 것이었는데 청웅과 연결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인간장사 조직을 청웅방으로 했어야 했는데..
어쨌든 문파를 키워서 무림일통, 아니 안산일통을 해야겠네요.
그러다가 그런 공장중 하나가 전에 (약 2년 전에) 배달트럭이 트랜스포머 (변압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치면서 전원이 이틀동안 날아가는 바람에 공장 내부의 생산 공정 데이터가 싸그리 날아가는 사고를 당하고, 그걸로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는 모르지만 몇개월 있다가 문을 닫았다죠. 뭣하면 주기적으로 폴더에 접속해서 통채로 카피를 떠서 네트워크에 따로 복사해 두는 무식한 (...) 방법을 써도 되는데 (물론 이것도 프로그램을 짜면 되지만.. 아니지, 그냥 사오면 되잖아? 얼마 안하는데), 그 공장은 'usb' 로 작업자가 일일히 머신에 데이터를 꽂아 입력하는 방법을 쓰다가...
의외로 캐나다의 제조업 공장들은 전산화 같은건 개나 처먹으라고 일일히 서류다발에 스티커에 수제 노트 (... 손으로 써갈긴 지시사항) 들을 아직도 애용하고 있거든요. 지금 21세기인데 그나마 제가 일하는 곳은 네트워크가 깔려 있고 각 슈퍼바이져들도 아이패들르 들고 다니면서 강제로 전산화를 각자의 두뇌에 조교하고 있지만, 이동네 인간들이 워낙 보수적이고 또 변화를 두려워해서 답보상태입니다.
그나마 제가 일하는 회사는 최신식 (....) 이고, 옆의 포장지 만드는 공장은 전에 놀러가서 보는데 뭔가 이상한게 아무도 컴퓨터로 오더넣어서 기계가 작동하는게 아니라 오더표를 뽑고 그걸 다시 기계에 넣어서 돌리는... 무슨 스팀펑크 천공카드를 보는 것 같은 광경을 목도했지요. . 그래도 잘 돌아가니까 그냥 쓰더이다. 사실 기계 하나 바꾸려면 돈이 몇억에서 몇십억 단위로 깨지니까...
1년 매출이 10억 이하인 중소기업으로써는 지금 잘먹고 잘사는데 (비록 매출이 작지만), 현재 연매출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서 생산기계를 갈아치우기가 두렵고, 또 일하던 사람들은 그러다가 자기 직장이 위협받을까봐 (실제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면 10명 일하던게 6명 되고...) 새 기계나 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반대하고.. 뭐 그렇게 잘 돌아가고 있더랍니다. 그러다가 백업 한번 날리거나 cnc 관리자가 앙심을 품고 데이터를 모조리 날려버리고 잠적하면 그냥 회사가 좆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