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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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23화 기둥서방 잔혹동화 (3) 팬픽

또다시 모 커피숍. 내 앞에는 김 아무개와 신서현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신서현이는 굉장히 불편해하는 모습이다. 내가 서류봉투에 손을 넣고 뭘 꺼내서 책상 위에 탁하고 놓으니 깜짝 놀란다.

"아가씨는 그 남자 사랑하나?"
"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대답만큼은 확실했다. 역시 그랬군.. 이런 상황에선 강제로 헤어지게 만들어봐야 결국 같은 쳇바퀴를 돌릴 뿐이라는 대치동 누님의 말 그대로라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흥신소 박에게 받은 자료는 그런 신서현의 기둥서방에 대한 믿음을 근저부터 확실히 부숴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신서현 앞으로 들이밀자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기 찍힌 사람이 그 놈 맞지?"
"....."

대답은 않는다. 머릿속이 아마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을 것이다. 대치동 누님의 추론대로라면 기둥서방은 신서현이를 때리긴 해도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을 해주며 다시 위로를 해주었을 터, 따지자면 병주고 약주고지만 이미 마음 속이 깊이 곯아버린 신서현 이 16살 여중딩에게는 더해지는 구타는 이미 만성화된 아픔 중 하나일 뿐이지만 위로의 말은 마음을 치유받아본적 없는 그녀에겐 그 어떤 약보다도 잘 듣는 특효약일 것이다. 그러니 의존이 만성화되고, 그녀는 기둥서방도 자기를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 믿음이 있는 한 그녀는 절대 기둥서방을 떠날 수 없으나, 믿음이 깨진다면 그걸로 모든 것은 끝난다.

사진을 잡고 하나씩 철저하게 훑어보는 그녀는 마치 이 사진이 합성이라는 증거를 찾으려고라도 하는 듯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100%진실이다. 대치동 누님의 말에 의하면 그 기둥서방도 단지 마음 한구석이 빈 것을 채우려고 이런 이상행동을 하는 것이겟지만, 그런 걸 말해줄 필요는 없다. 그러면 이 16살 신서현이는 역시 그에겐 내가 필요하다며 사랑이라는 믿음만 공고해지는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어지는 심리적 충격에 결정타를 더하기 위해 나는 싸구려 구닥다리 PMP를 내놓았다. 동영상을 하나 선택해서 재생하자, 부킹한 여자를 강간하듯 바깥에서 관계를 가지는 기둥서방의 영상이 나타났다. 시선을 올려 신서현이의 얼굴을 관찰하니, 확실히 이빨은 조금 악무는 듯 하였고, 눈동자는 점점히 떨리는 듯 하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는 내 손에서 PMP를 낚아채갔다. 그리고 사진을 끌어모아 가슴에 안고 손에 힘을 주었는지 사진이 살짝 구겨지고 있었다.

"봤지? 그놈은 아가씨 한명만을 사랑하거나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할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된 그런 놈이야. 아가씨 말고도 여자는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야. 이건 사랑도 아니고 그냥 아가씨가 의지하는 걸 이용해서 착취하고 거짓말하면서 붙잡아두는 것 뿐이요. 정말 사랑한다면 그렇게 때릴 수 있겠나?"

"아니에요..."

"이게 그놈의 본질이요. 듣자하니 그놈이 월세를 안 내주면 살 수가 없다면서? 살 곳은 충분히 있소. 내 집에 아직 방이 하나 비는데 아무도 안 쓰고 있으니, 좀 좁더라도 거기서 살면 그만이지. 거기에 친구도 함께 있지 않소?"
"그래 서현아, 나랑 같이 살자. 우리 같이 살면 돼!"

"새, 생각해 볼께요. 감사합니다!"

신서현이는 못 버티겠는지 불쑥 일어나서 달리듯 나가버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듯 했는데, 지금은 정신적인 충격에 당장 뭘 결정하고 자시고 할 상황은 아닐 것이다. 뭐 당분간 혼자서 생각하고 마음이 진정되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다음날 신서현이 입원했다는 것이다. 지난 밤에 기둥서방이 와서 무자비한 구타+겁간을 수행한 모양으로, 신서현이는 이빨이 두개 부러지고 오른쪽 정강이가 골절되었으며, 왼쪽 갈비뼈 2개가 골절되었다. 김 아무개는 수업도 내팽개치고 서현이를 간호한다며 병원에서 이틀째 살다가 사흘째인 오늘에서야 겨우 집에 돌아온 입장이다.

이쯤 되면 더이상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에 방문하니 신서현이는 눈을 뜨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 옆에 섰다. 비싼 돈을 내주며 1인실로 입원시킨 것은 바로 나다. 그녀는 하루만에 돈이 없다며 입원을 거부하려 드는 바람에 내가 김 아무개에게 카드를 맡기고 아예 선결제를 시켜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심리 상태상 아마 1인실에서 조용히 있는 게 더 낫다는 판단 하에 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게 진작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그랬소?"

한눈에 봐도 만신창이가 된 신세라, 그녀는 일어나 앉을 수도 없었다.

"...그이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어요.."
"아, 미안하면 패도 된다?"
"...."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아예 강제로 격리 차단시켜버렸어야 했는데 명백한 내 실수였다. 차라리 그냥 난봉꾼이었다면 좋았을 터,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왜곡된 관계이기에 그 기둥서방도 결국 그녀에게 돌아와 그런 헛소리를 한 것이고, 그녀는 그것으로 그의 모든 죄를 용서.. 아니 그것이 그의 아픔임을 깨닫고 더욱 공고화된 모성애로 감싸안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가씨, 임신했드만?"

그녀는 여전히 나를 외면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눈꺼풀이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내 쪽에서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좋은 의사를 알려주지. 지금의 대한민국은 인구수 증가에 눈이 멀어서 사생아라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나의 암흑 산부인과와 함께라면 그런 애는 낳을 필요도 없소."
"안돼요! 낳을 거에요!"

그녀가 나를 돌아보고 게다가 노려보기까지 한다.

"아 그러신가? 좋아, 낳는다 치자. 니들 관계는 서로 때리고 맞아도 상관 없다 치겠는데 그런 정신나간 관계는 니들 문제지 애들한테도 그런게 될 것 같은가? 어미는 개처럼 쳐맞고 애비는 부부강간을 해대는 곳 속에서 애는 제정신 가지고 크겠냐 이거야. 결국 사내새끼라면 여자 패는 놈으로 클거고 계집 년이라면 돌림빵을 당해도 한마디 못하는 년이 되겠지. 패고 강간하는게 사랑인 새끼가 니 딸애는 가만히 내비둘 것 같은가? 아무리 대가리가 빠가라지만 이정도까지 빠가일 줄은 내 정말 몰랐군."

그녀는 내 말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게 동요했고 종국에는 눈을 내리깔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리고 니가 애를 낳던 말던, 이제는 우리 전습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는 분명히 경고했는데 그놈은 무시했어. 우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도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안돼요! 제발!"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야. 그리고 그러는 게 너나 니 애한테도 나아. 아니! 너한테도 선택권은 없다. 나는 그 애(김 아무개)한테 의뢰를 받았으니 반드시 니년을 되돌려 놓을 책임이 있단 말이지. 아무튼..."

그때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놈이 있었다. 그 기둥서방이다. 나는 문답무용으로 지팡이를 휘둘렀고, 묵직한 손잡이 부분에 관자놀이를 강타당하자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쓰러진 그가 떨어트린 것은 왠 꽃다발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여줄 이유는 없었으므로 발로 차서 침대 밑으로 밀어넣었다. 나는 덴슈사부로 이상평이를 호출했다. 곧 나와 이상평이가 와서 그놈을 데리고 내려가려 하니, 신서현이가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하며 링겔 주사바늘을 뽑아 던지고 목발을 짚고 일어나려 시도했다. 나는 무시하려 했으나 끝까지 따라와서 비상 계단에서 넘어지려 하므로 결국 그녀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1시간 후.

공단에는 다양한 용도로 쓰였지만 현재는 비어있는 공장들이 많았다. 이게 다 2009년에 터졌던 좀비사태의 여파다. 그중 한 곳은 매우 외진 곳에 있으면서도 용도를 알 수 없는 특별한 시설이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일종의 제품 도색 건조장이었던 것 같다. 온도를 300도까지 올릴 수 있으며 내열 유리창이 시공되어 외부에서 안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었고, 밖에서 잠글 수 있는 철문이 시공되어 있었다. 그 안에 기둥서방을 던져놓고 문을 잠가버렸다.

고개를 돌려 신서현이를 보았다. 그녀는 퀭한 눈빛으로 무표정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도대체 왜 따라온건지, 만일 기둥서방을 살려달라고 할 거였으면 진작에 내 다리라도 붙잡던가 차 안에서 난리를 쳤어야 하겠지만, 무슨 좀비인 양 아무 말도 없이 눈만 크게 뜨고 자기 무릎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병실에 꽃다발을 들고 들어왔던 기둥서방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 꽃다발은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어쩌면 지난 괴로움과 아픔을 억누르고 새롭게 시작해보겠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그녀가 측은해졌다.

"말해 봐라. 난 저놈을 죽일 권한도, 살릴 권한도 있다. 만일 네가 그를 살리길 바란다면..."

주저앉은 신서현이가 퀭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앞에는 팔짱을 끼고 다리를 벌리고 선 내가 있다.

"두번 다시 이 안산에 얼굴을 내비치지 마라. 네가 자꾸 우리 애(김 아무개)앞에 있으면 그 아이는 계속 심란해할 것이고, 저놈이 공개적으로 우리 눈에 띄면 그때는 정말 나도 어쩔 수가 없게 된다. 그를 죽이는 것도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 모두 너의 선택이다. 만일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면..."

팔짱을 풀고 손가락으로 기계 제어판을 가리켰다.

"저기 저 다이얼을 300도로 맞추고 그 밑의 스위치를 올리면 된다. 그러면 문은 20분 동안 절대 열리지 않게 되고, 모든 것이 순식간에 끝날 것이다."

"형님!"

"이미 그녀에게 넘어갔어."

다시 팔짱을 끼고 그녀를 관찰한다. 그녀는 다시 한참 땅만 보고 있다가 뭔가를 결심했는지 일어서려고 아둥바둥거린다. 그러나 나는 도와주지 않는다. 모두 그녀에게 넘어갔다. 그녀는 깁스를 한 다리가 방해가 되어 힘들어했지만 결국 목발을 짚고 어찌어찌 일어서서는 발을 질질 끌며 건조기의 문 쪽으로 향했다.

"!!"

그녀는 곧 제어판의 다이얼을 최대한으로 돌리고 스위치를 켜버렸다. 뒤이어 철봉이 삽입되면서 문을 완전히 폐쇄시켰다. 이건 생각하지 못한 전개다. 나는 당연히 그녀가 문을 열 것이라 생각했고, 그러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타고 가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건조기를 작동시키는 길을 택한 것이다. 내열 시멘트로 발라진 안쪽에 있는 히터 봉들이 붉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이제 온도는 점차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다.

"...북.."
"뭐?"
"스케치북 좀 주세요..."

나에겐 스케치북이 있을 리 없었고, 사무실을 뒤져보니 달력과 매직은 있었다. 그녀에게 갖다주자 그녀는 철문에 달력을 대고 뭐라뭐라 매직으로 적고는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온도가 올라가자 기둥서방이 정신을 차렸는지 머리를 감싸쥐며 일어났는데, 주변부는 시뻘겋게 달궈진 히터 봉들에, 눈앞에는 잠겨진 문, 폐쇄된 공간 너머에는 신서현이가 자기를 지켜보고 서 있다는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뜨고 일어나 단열 유리창을 쿵쿵 치기 시작했다.

그때 신서현이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스케치북을 들어 가슴께에 두고 안았다. 그제서야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인즉

'역시 하나님이란 건 없었나 봐'

였다.

내용을 본 기둥서방은 뭐 소리는 안 들리지만 몇번 단열 유리창을 마구 치더니 마침내 주먹으로 미친 듯이 가격하기 시작했다. 단 유리창을 친다기보다는 유리창 너머의 여자애를 구타한다는 느낌이었다. 신서현이는 이젠 도망치지도 움츠리지도 않으며 미친 듯이 발광하는 기둥서방을 지긋이 보고만 있었다.

마침내 단열 유리창에 핏도장이 찍히기 시작했다. 하도 주먹으로 치다 보니 살이 짓이겨지고 피가 배어나와 마치 인주를 주먹에 묻히고 찍는 것처럼 유리창에 자국이 남는 것이다. 단 인주가 아니라 피라는 점이 다르다만... 감탄할 만한 점은 벌써 100번 가까이 주먹질을 했는데도 기세가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미친 듯이 속도가 더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어지간히 운동한 사람도 저럴 수가 없는데 말이지. 이 불가사의함의 비결은 결국 분노다. 폭력으로 사람을 구타하고 학대하는 사람은 언뜻 해소를 끝내주게 했으니까 평소에는 신사적이고 온화할 것 같지만 폭력은 너무나도 손쉬운 커뮤니케이션이자 의지의 강요이므로 결국 어려운 길을 돌아갈 필요 없이 하다못해 어제와 습도가 1%차이난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을 때려 죽이는 것이 정당화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는 폭력 말고는 슬픔도 분노도 해소할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어쩔 도리가 없는 기둥서방이기 때문에 미친듯이 터져오르는 배신감과 분노와 억울함과 절망이 오직 주먹질이라는 형태로밖에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점점 유리창에 가해지는 주먹질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신서현이 건조기의 스위치를 켠 지 한 4분 정도 지났기 때문에 내부의 온도는 아마 80도에 육박하고 있을 것이다. 무릎을 굽히고 유리창을 보니 하도 핏도장을 찍어놔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살이 벌개지고 옷 색깔이 짙어진 걸로 봐서 땀 범벅이 되지 않았나 싶다.

1분이 더 지나자 결국 기둥서방은 주먹질을 멈추고 더 서있을 기운도 없는지 무릎을 꿇으며 무너진 듯 싶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므로 얼굴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있기는 했다. 슬슬 최후가 가까워진 셈이다. 신서현은 기이한 행동을 보였는데, 유리창에 기둥서방의 손바닥과 맞춰 자신의 손바닥을 대었는데 마치 손을 맞잡은 듯 보였다. 그녀의 입가는 기이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은 그대로였으나, 눈은 슬픔으로 가득했고 눈가에서는 아까부터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단 하나님이 없네 마네 하는 스케치북은 그의 눈에 잘 보이도록 가슴께에 대놓고 있는 채였다.

곧 손바닥을 질질 끌며 기둥서방의 모습 자체가 유리창에서 사라졌고, 신서현은 스케치북을 떨어트리고 천천히 유리창에 대었던 손바닥을 오므리면서 떼었다. 그리고 양손을 가슴께에 대고서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소리내어 울먹거리더니, 곧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해대기 시작했다. 흑흑도 아니고 으으으도 아니고 진짜로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가며 짐승처럼 울부짖는 것이다.

이제 다 끝났을 것이므로 가서 고로의 스위치를 끄려고 하는데 내 손목을 붙잡는 조막만한 손이 있다. 아래를 보니 주저앉은 채로 눈물로 팅팅 불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신서현이다. 어찌되었던 그녀는 건조기의 스위치를 켰고, 내가 끄려고 하니 못 끄게 막는 것이다. 과연 그녀는 어떤 생각인가. 나는 구태여 어려운 문제를 생각해내려고 하지 않는다. 언젠가 답을 알든 모르던 알 수 없는 문제를 괜히 힘들여 생각해봐야 말도 안되는 결론이나 도출할 뿐이므로, 나는 그녀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것을 그만두었다.

"병원비 걱정은 하지 말고, 낫는 대로 우리와 함께 살 테니 안심하고 치료받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신서현이를 병실로 바래다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신서현이는 자살했다.

사인은 이러했다. 그녀는 링겔 줄을 이빨로 끊어버린 다음 공기를 불어넣어 자진 쇼크사했다. 여기에 끊어놓은 링겔 줄로 피가 줄줄 흘러나온 것도 한몫 했다고 한다. 그녀는 과거를 스스로의 손으로 끊어버리고 우리와 함께 살면서 상처를 치유하려고 한 게 아니었던가? 그녀가 자살한 이유는 그녀가 스마트폰에 남긴 메모에 담겨있었다. 상당한 장문이었는데 결국 자기 자신의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내용이었다. 요건만 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그녀는 아기를 지울 수 없지만 낳는다면 이대로는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나에게 말을 듣고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 말을 듣고 심각한 동요를 한 듯 싶다. 그리고 그 기둥서방이 다시 들어왔던 것을 보고 다시 자기를 때리러 온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와 미래를 위해 그를 배제하는 길을 택했으나, 돌아와서 우연히 침대 밑으로 삐져나온 꽃다발을 보고 엄청나게 후회했다고. 그 남자가 자신과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려고 했던 것이었음을 그걸 보고 알았으며, 이 죄책감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 하나님이 있고 없고 하는 내용은 그녀는 신에게 지금의 생활이 나아져 평범한 부부처럼 살 수 있기를 매일 기도했으나, 결국 이루어지지 않고 이런 파국을 맞이한 것을 자조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 이런 내용도 있었는데, 그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 사랑했으며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 자기를 사랑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 그랬다는 걸 자기는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만일 그와 영원히 헤어진다 한들 그는 다른 여자들을 괴롭게 할 것이라며 자기가 그를 받아주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고 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에는 서로 아픈 상처를 이 세상에서 끊어버리고 다음 세상에서는 평범하게 행복한 부부와 아이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김 아무개는 10일동안 간헐적인 대성통곡으로 집안을 시끄럽게 했다. 김추자가 그녀를 위로해 줄 수 있었음은 나에게는 매우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자를 가장 잘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여자뿐이다. 말은 안 통해도..

결국 이번 일은 완전히 망한 것이고, 나는 그 누구도 구할 수 없었다.
가끔 뭘 하든 이렇게 답이 없이 망할 때가 있다.
두번 다시 내가 이딴 일 맡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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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24화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욱 가까이
언젠가 씁니다.

덧글

  • ㅇㅅㅇ 2013/12/13 15:35 # 삭제 답글

    여자는 어려워요
  • Fedaykin 2013/12/13 16:13 # 답글

    전습대는 딥 다크해야 제맛!
  • Zimen 2013/12/13 19:35 # 답글

    우왕 이런 초스피드 연재 귯귯해여
  • 암굴왕 2013/12/14 04:26 # 삭제 답글

    최후까지 주먹질 일관이었던거 보면
    그놈의 행복한 미래보단 신서현이가 피죽이 되는게 더 빨랐을거같읍니다
  • 판테르 2013/12/14 23:48 # 삭제 답글

    전율이 일어나는군요;;;
  • 박제후 2014/01/02 05:08 # 답글

    이야, 대박이네요. 필력 ㄷ ㄷ ㄷ ㄷ ㄷ 이번 챕터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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