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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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22화 기둥서방 잔혹동화 (2) 팬픽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생각해 보건데, 신서현이는 단순히 학대를 받는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본디 일방적인 학대의 대상이라면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는 애를 밖으로 발길질하며 내쫓지는 않는다. 어디로 도망갈 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신서현이의 행동거지, 이를테면 외부의 개입을 거부한다던가 우리가 개입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는데 오늘 새벽에 사라진 것 등등... 설마 영화 <완전한 사육>마냥 완전히 길들여졌다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서현아! 너 지금 어디야, 너 어딨어?!"

돌아보니 놀랍게도 김 아무개가 혹시나 하면서 걸었던 핸드폰을 받기는 받은 모양이다. 어제 반라로 내쫓긴 걸 생각해보면 일단 집에는 들어갔다 나왔던지, 들어갔던지 둘중 하나일 것이다.

"...알았어, 학교에서 봐!"
"뭐야, 학교에 있다든?"
"있다가 학교에 온대. 그 애인인지 뭔지는 집에 없었고... 옷만 챙겨서 사라졌었나봐."
"잘됐구만. 역시 매로 해야 말을 듣는다니까."
"아저씨야."
"왜?"
"아까 개돼지라고 해서 미안..."

고개를 숙이고 어물어물하는 김 아무개는 그러나 곧 고개를 획 돌리고서는 가방을 들고 나간다. 내 명치를 발뒤꿈치로 밟은 것은 싸그리 무시당했지만 뭐 김 아무개가 저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한다. 출장본영으로 나가는 와중 명치는 계속해서 쓰려왔다. 김추자는 차 안에서 대충 설명을 듣고는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곧 사무실에서 넘치는 지출 내역들의 처리에 신경이 매몰되었으므로, 신서현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집에 돌아오니 김 아무개가 말해주는 내용은 역시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대화 중 내용을 요약하자면, 그 폭력 기둥서방은 사라졌지만 신서현이는 말은 안 하는데 자꾸 그를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모양새를 계속해서 내비쳤다는 것이다. 심지어 많이 다쳤을 텐데 큰일나면 어쩌냐는 식으로 말을 하기까지 하길래 김 아무개가 책상을 뒤엎으며 소리까지 바락바락 질러댈 지경까지 갔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남자놈이 보통 못된놈이 아닌가봐. 내 생각엔 걔가 보복으로 맞을까봐 그러는 거 같은데, 아저씨야. 조금만 더 도와주면 안될까?"
"A/S가 확실한 전습대 서비스의 명성을 아직 모르는 게로군?"
"흐흐 요시!"

김 아무개는 사내놈같은 성격에 더해 나의 말투에 은근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소파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쾅 닫아버리고 나니 김추자가 수수한 남방에 긴 홈스커트 차림으로 나와서는 상황을 묻기 시작하는데, 대략적인 설명이 이어지니 김추자는 검지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눈동자를 굴려 천장을 보면서 뭘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하기를

"생각보다 둘 사이는 훨씬 복잡할 거 같군요. 저는 타신통은 없으니까 상황은 다 모르겠지만 일방적인 학대나 의존 같지는 않네요."
"나 또한 그리 생각해요."
"그러고보니 봉행씨 나이가 몇이었죠? 28? 내년이면 29살 되겠네요?"
"그건 일본식이고, 여기 식으론 내년 31이요."
"그런데 왜 자꾸 노인네 말투를 써요? 와시(わし)라는 거 엄청 안어울리는건 알죠?"

와시란 일본에서 노인네들이 자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아니면 사극에서 튀어나온다.

"나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하이 하이 헤이 츄나곤 사마, 고타비노 사이노 마츠리고또와 도노 요니 이따스 오츠모리데?"
"후후, 소레가시와 이마다니.."

김추자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방으로 가서 자기 마실 커피를 타고는, 방으로 들어가면서 한마디를 남겼다.

"봉행씨는 웃긴데 희한해서 짜증날 때가 있는 사람이네요."
"내 커피는 어쩌고?"
"알아서 타 드세요."

그러하다.

며칠 후, 흥신소 박에게서 전달된 기둥서방 추적자료들에는 딱히 대단한 것은 없어 보였다. 집에는 들어오지 않고 돔 나이트에서 숙식하는 것까지는 뭐 그러려니 한다. 타박상이 심해서인지 잘 움직이지 못해서 기도 일에서는 잠깐 열외되어 휴식을 취하는 듯 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매일 타 나이트에 가서 부킹으로 여자를 꼬셔가지고서는, 모텔에도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바로 관계를 가지고 내팽개쳐 버린다는 것이다. 하루는 기어이 여자를 죽도록 패버리고 말기까지 했다.

"이놈 그냥 미친놈이네. 다시 그 여자애한테 접근한다 싶으면 묻어버려."

과연 대치동 김씨.. 사채업계의 베테랑다운 조언이다.

"됐어. 이이 말은 그냥 무시해버려."
"아니 이놈의 여편네가?"

여자인 대치동 누님의 입장은 좀 다른 듯 하다. 대치동 누님의 조언을 들어보자.

"들어보니까... 둘은 서로 사랑하는 관계인 것 같은데..."
"머라고요?!"
"뭐 이 마누라야?!"

확실히 폭력에 굴복한 것으로 보기엔 신서현이의 행동은 심상치 않았다. 오히려 기둥서방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인 의존이고, 기둥서방은 처음에는 정의감인지 동정인지 탓에 받아들이다가 버리지도 못하는데 자꾸 자기에게 의존하고 집착하듯 해버리니까 짜증나서 폭행이 일상화된 것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시나리오까지야 그렇다 쳐도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결론 아닌가?

"단, 왜곡된 사랑이겠지. 신서현이란 애는 부모도 잃고 친지도 없다며?"
"그렇다데요."
"한참 사춘기에, 부모 사랑 받고 지내던 여자애가 부모가 자기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 이후로도 험한 세상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살았다면 애가 정신이 건강하긴 힘들겠지? 보니까 그 집도 그 애인이 보증금 월세 다 내주던 거던데.. 어떻게 만났는지는 몰라도 남자가 그 애의 생활에 몸까지 지켜줬다면 그 여자애는 말 그대로 암흑 속에서 빛을 발견한거야.

난 처음엔 그 여자애가 그렇게 의존만 하는 줄만 알았어. 그런데 이 애인이란 사람 행동하는 걸 보니까, 꼭 그런 건 아니었나봐. 왜 매일 여자를 만나고 그러겠어? 내 생각엔 아마 이 남자도 그 여자애한테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아. 다만 너네가 끼어들어서 함께 있지 못하니까 괜히 다른 여자 만나면서 방황하고 그러는 거겠지."

"아니 의지하는 여자애라면 근데 그 애를 두들겨 팬단 말이에요?"

"그 기도도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라면 어떨까? 감정을 폭력으로밖에 풀줄 모르는 그런 사람이라면 말야. 싸움은 할수록 느는 건데 그때 그렇게 잘했다매?"
"그랬죠. 급소차기를 팔로 쳐내고 제 손을 잡는 데에는 진짜 경악을 금치 못했다니까요."

"그정도로 센스가 있다는 건 자질도 있지만 경험이 많단 얘기야. 아마 어려서부터 성격적인 문제로 여기저기에 싸움을 걸고 다녔을 거야. 그 여자애, 신서현? 걔는 아는 거야. 비록 그 남자애가 자기를 때리지만 진심으로 미워서 때리는 게 아니란 걸 말야. 오히려 모성애 같은게 있을 걸.. 이 남자가 힘들어하는 걸 받아줄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말이야. 이 남자도 때리고 나선 아마 분명히 후회할걸? 그래서 가끔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그런다던가.. 그러면 이런 애는 그거 하나만으로도 평생을 살 수 있을 걸?"

"아니 누님은 어찌 그걸 다 아십니까?"
"여자거든!"

대치동 누님의 콧대가 하늘에 닿을 지경이다. 그나저나... 그런 관계라면 어쩐다? 그 기둥서방한테 가서 아 죄송하구먼유 그러고는 둘이서 잘 사십쇼 그래야 되나?

"그럼 그냥 내비둘까요?"

대치동 누님의 눈빛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안돼."
"왜요?"

"그런 관계는 정상적인 사랑이 아니야. 아픈 사람 둘끼리 서로 아픔을 떠미는거야. 지금은 그렇게 산다고 치자. 그런데 애가 태어난다면 때리고 맞고 하는 집 안에서 정상적으로 크겠어? 아픔은 서로 떠민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야. 애기들까지 아프게 만들 거야. 앞으로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관계는 끝내는 게 좋아."

"마누라야 그게 내 생각이었어! 그러니까 묻어버리면 된다니까? 끄억어..."

대치동 김씨는 괜시리 끼어들었다가 귓볼이 꼬집히는 고문을 자초했다. 귓볼이 꽈배기가 되어가는 가운데 대치동 누님의 조언이 이어졌다.

"이이 이 무식한 서방님 말대로 그러면 말야. 이 여자애는 평생 그걸 못잊어. 영원히 그 남자와 있던 시간을 그리워하면서 제2 제3의 그 남자를 찾아다닌단 말야. 그럼 그 여자애는 영원히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거야. 방법은 하나뿐이야. 그 여자애가 스스로 그 관계에서는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는 걸 마음 속으로부터 인식해야 돼. 그리고 그 어두운 방안에서 나와 밝은 곳에 살면서 멘탈 케어를 받아야 되는 거고 말이야!"

큰 소리와 함께 꼬집던 귀를 세차게 놓아버린 누님이시다.

"그리고 그 멘탈 케어장은 너네집이 좋지. 넓고 경치도 좋고 일조량도 좋고 무엇보다 여자애가 둘이잖아?"
"흐... 아무튼 좋은 방도를 생각해봐야겠네요. 그러고보니 전문가인 누님이 좀 해주시면 안됩니까?"
"난 우리 딸애 케어하는 것도 힘들어. 니가 맡은 일이니 니가 잘 해결해 봐."
"아무튼 자료 감사함다. 이 내용들은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 같네요."

흥신소 박의 자료들을 대충 챙기고 일어선다. 출장본영 응접실의 문을 닫고 나오니 문 건너편에서 누님의 애교가 들려오는데...

"서방님아, 날 때릴거야?"
"으이구.. 이 요망한 년아 입술로 때려주마! 우쭈쭈..."
"꺄아~ 데헤헷"

집에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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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23화 기둥서방 잔혹동화 (3)
언젠가 씁니다. 생각외로 길어지는데 다음화면 이 에피소드는 끝납니다.

덧글

  • 검은하늘 2013/12/13 00:08 # 답글

    에피가 의외로 빨ㄹ... 아... 내용상으로도 빠른 건 아니네요,,,
  • 2013/12/13 00: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13 01: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2/13 01: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위장효과 2013/12/13 07:25 # 답글

    남의 집에서 사랑싸움하는 게 제일 꼴보기 싫다죠...그것도 솔로 앞에서라니!!!!
  • Zimen 2013/12/13 09:59 # 답글

    쵀..쵀밌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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