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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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21화 기둥서방 잔혹동화 (1) 팬픽

김 아무개가 말한 자기 친구의 사연인즉 이러했다. 김 아무개의 친구인 신서현은 과거 좀비사태 때 부모형제를 잃고 살아남은 키 155cm의 작은 여자아이로, 그럭저럭 또래 애들처럼 예쁘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친척도 없는 듯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고 분위기도 어두워서 친구들도 별로 없었으나, 이를 눈여겨본 김 아무개의 대쉬로 인해 김 아무개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연상의 남자친구를 사귀었다고 고백한 이후, 행동이 조금 이상해졌다고 한다. 치마가 이상스럽게 길어지거나 하복으로 교체되어도 긴 팔을 고집하는 듯한 경우가 있어 봤더니 피멍이 들은 것이 보여 김 아무개가 매우 다그치니 남자친구, 즉 애인에게 자기가 잘못해서 맞은 것이므로 애인은 죄가 없다고 필사적으로 변호하더라는 게 이상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서현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금방 나오길래 봤더니, 휴지통에 임신 테스트기가 떨어져 있는 걸로 봐서 성관계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 도저히 아닌 거 같아서 나에게 상담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애인이란 친구 얼굴은 본 적 있어? 이름은?"
"아니.. 서현이가 말을 안 해주니까 모르겠는데.."
"뭔가 단서는 있어야 알아보든지 하겠는데.."

물론 알아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신서현의 동선을 추적하면 반드시 그 애인이 나오긴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을 추적하면서 주변부를 좁혀나가면 신원 확보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내가 직접 그 일을 할 수는 없다. 작전지도역 여원홍이 말했듯이, 높은 사람은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을 쓰면 위엄이 추락하고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평등을 추구한다 한들 무형의 권위를 생기기 마련으로 그것을 발로 차버린다면 조직 자체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도와줄 준비가 된 아랫사람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지도자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예로 든 것은 서초패왕 항우는 일당백이었으나 자신의 기력을 소진하여 망했고, 한왕 유방은 일당일도 어려웠으나 수많은 인재들의 기력을 사용하여 흥했다는 것이다. 과연 나이와 관록은 허세가 아니다.

그런 입장에서 볼 때 나에게는 좋은 전문가가 있었다. 바로 여원홍의 신상을 털어 전습대로 취직시키는데 지대한 공로를 한 흥신소 박이다. 단 이 양반은 절대 거래처를 함부로 늘리지 않고 믿을 만한 루트에서만 의뢰를 받는데, 나의 경우 대치동 김씨를 통해서만 의뢰를 할 수 있었다. 대치동 김씨는 자초지종을 듣고는 흔쾌히 의뢰를 전달했는데, 특히나 사랑하는 조카 김 아무개와 관련된 일이라면 어떤 것이든 마다 않겠단다.

일주일이 지나 흥신소 박이 준비한 여러 서류들을 가지고 온 대치동 김씨와의 미팅이 있었다. 원곡고에 설치된 출장본영의 응접실에서였다.

"그 신서현인가 하는 애는 성실한 애가 맞긴 한거야?"
"말만 들어보면 그렇더라구요. 애가 키도 작고 뭐 꾸미는 것도 없던데요."
"그래... 근데 박씨가 하는 말 들어보니 애가 두번인가 낙태를 한 경험이 있던데?"
"머라고요?"

쇼크였다. 흥신소 박이 조달해온 진료기록들을 보니 사실이었다. 2010년에 한번, 2011년에 한번으로 무려 두번... 단 당시 시대상황들을 보면 무리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좀비사태로 난리가 났던 경기도 일대의 치안은 매우 악화되어 있던 시점이었다. 경찰력은 완전히 공백 상태였고 조폭이나 시민들로 조직된 자경단들이 겨우 치안을 유지하던 시점으로, 이때 부모도 없이 전전하던 키 작은 여자아이라면 무차별 강간이나 성적 학대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였던 것을 감안해보면 그렇게 노는 애라던가 그렇진 않을 겁니다."
"그래, 그건 좋은데 그 애인이란 게 애인이 아니고 기둥서방이더라구."
"기둥서방이라구요?"

기둥서방... 창녀나 나가요걸 같은 유흥업계 종사 여성들은 술에 취하고 사회에 불만도 많고, 스트레스를 온갖 방법으로 풀러 온 남성 고객들의 힘 앞에서 결국 여자일 뿐, 완력으로 이길 방도가 없다. 아무리 여자가 기가 쎄게 들이대고 앙칼지게 대들어봐야 남자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면 당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보호하는 대신 데리고 살거나 보호료를 챙기는 건달, 이것이 바로 기둥서방이다.

유흥업계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 중학생 여자아이가 낙태 두번에 기둥서방까지 데리고 산다라... 낙태야 시대상황에 의한 것이라 쳐도 기둥서방은 또 왠말인가? 혹시 가엾고 불쌍한 여자아이를 두고 보지 못한 건달이, 마음속 구석에 있던 정의감이 마침 발동하여 보호하고 살기라도 했단 말인가?

"안그래도 흥신소 박 직원들이 추적하는데, 그 신서현인가 하는 애가 거기 양아치들에게 당할 뻔했나봐. 근데 그 기둥서방이 나타나가지고는 양아치들을 다 때려눕히고는 여자애를 끌고 갔더라구."
"동정심에 데리고 살거나.. 아니면 우연히 싸움 잘하는 남자친구였을 지도 모르죠."
"그것도 아닌게 그놈이 안산 돔 나이트의 기도라는구만?"
"돔 나이트라..."

건물 천장이 열려 별이 뜬 밤하늘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구조로 유명한 돔 나이트는 좀비사태 이전이나 이후나 안산시 유흥가를 책임지는 상징물 수준으로, 지금도 거기서 나오는 이권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치안력이 약화된 지금 유흥가의 이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과거 이상으로 기도들의 실력이 매우 중요했다. 신시가지 제일의 이권을 가진 돔 나이트에서 기도 일을 한다면 싸움 실력은 이미 검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치동 김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내가 보기에도 뭐... 그 여자애가 뭐 조건만남 같은 데 종사하는 것 같진 않긴 하더군. 박씨도 그러는데 동선이 일정하다는구만, 학교 집 학교 집 슈퍼 뭐 이런 식이고 말이야. 단..."
"뭔가 따로 있는 건가요?"
"박씨네 팀이 한 2주일 정도 정탐을 했는데, 머리채를 끌리거나 알몸으로 집 밖으로 내쫓긴게 다섯번이고, 안에서 쳐맞는거 같은 소리가 난것도 다섯번, 그러니까 다 같은 날에 맞고 쫓겨난게 5일 정도라더군."
"기둥서방에게 매맞고 사는 거군요.. 그러니까 14일 기간 중에 매맞고 쫓겨난게 5일이라.."
"그렇다고 봐야지. 그나저나 이친구는 어찌할거야?"
"따로 뭐 필요나 하겠습니까? 기둥서방은 적당히 협박해서 못하게 하고, 여자애는 빼내서 다른데 살게 하면 되겠죠."

대치동 김씨의 눈썹이 슬쩍 움직였다.

"어디서 살게 할건데?"
"...제 집?"
"넌 니미 기집애 수집하는 취미가 들렸냐? 남자 하나에 여자애 셋을 들이게?"
"이것이 바로 인덕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저만큼 안전한 사람이 또 어딨겠습니까?"
"에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김씨의 모습에서는 이놈 답이 없다는 듯한 제스츄어가 느껴졌다.

"그나저나 왜 맞을까요?"
"기둥서방이 계집 그것도 땡전 한푼 없는 년 데리고 살면 할게 따로 있겠냐? 근데 낙태가 두번이면 허벌도 보통 허벌이 아닌데, 하다가 승질나서 패겠지."

이틀 후, 모 커피숍

김 아무개가 끌고 오다시피 해서 만난 신서현이는 생각보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머리는 포니 테일이었으나 머릿결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키 155cm면 큰 키는 아니다. 이럴 경우 비율이 안 맞거나 옆으로 퍼진 몸매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애는 그냥 적절했다.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예쁜 축에는 속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사내놈들이 흑심을 가질 법 하다. 다만 고개를 숙이고 시선은 테이블에 고정한데다 좀 위축된 듯한 오오라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우리 아저씨야. 전습대라고 들어봤지? 거기 봉행이셔."

봉행이 뭔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고개를 들어 김 아무개를 바라보자 김 아무개가 일종의 사장 같은 거라고 하면서 얼버무리자 나를 슬쩍 올려본다. 열어젖힌 프록코트 안에는 차이나 칼라의 10개의 금단추가 달린 조끼, 그리고 벌린 다리 사이로는 황동 도장구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해군 타치(太刀)가 있다. 칼이 있는 것까지 보더니 황급히 다시 시선을 내리고, 어깨는 움츠러들어 긴장한 상태이다.

허나 전습대의 이름을 모르지는 않을 터, 현재 안산시에서 전습대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했다. 특히 어떤 범죄자나 조직이라도 전습대의 검술 실력과 총기 무장 앞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소문 탓에 전습대는 존경과 두려움을 한몸에 받고 있었으며, 전습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정작 총은 단 한발도 발사해본 적이 없었다만..

"우리 아가씨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과연 들은 대로군. 그런데 요즘 못된 놈이 괴롭힌다고 들었는데..."
"아니에요! 괴롭히는 거 아니에요!"

아까의 위축된 태도는 어디가고 얼굴을 들고는 시선을 맞추며 마치 친구나 친척을 변호하는 듯한 태도이다. 보복을 두려워하여 얼버무리는 것인가?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보복이 무서운가? 그점은 걱정할 필요 자체가 없어요. 우리 전습대는 관련 문제에 대해서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걱정 말고 친구의 호의를 받아들이도록 해요. 사실 이건 우리 아가씨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남이 설사 끓는 물에 머리를 담그며 부탁해도 안 들어주는 거요."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자리까지 만들어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너한테도 미안해.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황급히 일어나서 자리를 뜨는 걸 보자니 영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하기야 보복을 두려워하여 외부의 도움을 거절하는 경우야 많이 있는 일이다. 그러나 어중간하게 끝나고 마는 교사나 시민단체의 도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 전습대는 초법적인 암흑 수단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는 그런 단체란 말이지.. 아니면 이미 골수 레벨에서 공포가 심어져버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굳이 동의 없이 우리 전습대가 강제적 구제를 즉각 실행하지 않을 수 없지...

그날 밤, 3소대장인 덴슈사부로 이상평이와 차출된 인력 3명, 그리고 나와 김 아무개를 포함한 총 6명이 80년대에 지어진 허름한 성포중학교 근처의 단독주택 근처에 잠복하고 있엇다. 김 아무개는 내가 집에 있으라고 누누히 말했건만 고집을 피워 기어이 따라왔다. 허리춤에는 내가 사줬던 콜드스틸 m1902세이버를 차고 있다.

밤 12시가 되었을 즈음, 갑자기 집 안에서 고성과 함께 물건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나더니만 둔탁한 소리가 몇번 나더니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샷시로 만들어진 현관문이 벌컥 열리면서 속옷만 걸치고 셔츠를 손에 들어 몸을 가린 여자아이가 사내놈의 발길질에 맞으며 쫓겨나왔다.

"이 씨발 허벌보지년아, 맥여주고 지켜주면 감사해야 될 거 아니야!"

희미하게 반사되는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진 여자애의 얼굴은 낮에 만났던 바로 그 신서현이다. 그녀는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한 듯 잘못했다고도 잘했다고도 말하지 않고 그저 움츠러든 상태로 남자의 발길질이 있을 때마다 밀려나고 있다. 이런 폭력이 있을 경우 대항할 능력이 못된다면 상대가 하는 대로 그냥 밀면 밀려나고 때리면 적당히 아픈 척 하면 된다. 말을 굳이 하면 오히려 화만 돋구기 때문이다. 괜시리 여자들이 남자들 성질내는 것에 멋모르고 덤비다가 유리병으로 대갈통 맞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다 요령이 없어서다. 신서현이는 몸으로 그 요령을 이미 알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16살 여자아이가 당할 대접은 아니지 않은가? 중3짜리 여자아이가 알아야 할 요령이 아니지 않은가?

곧 현관문이 쾅 닫히고 흐느끼듯이 눈을 가린 채로 어깨를 들썩이며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신서현에게 달려가 끌어안은 김 아무개가 그녀의 어깨를 붙들고 세차게 흔들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야 이년아! 이 미친년아! 너 왜 이러고 살어?! 너 왜 이러고 사냐고!! 으흑..."

신서현이를 끌어안고 울먹이자 바깥에서 난 소리를 눈치챈 그 기둥서방이 욕설과 함께 성큼성큼 내려오기 시작하자 김 아무개가 신서현이를 자기 등뒤로 숨기면서 허리춤에 찬 m1902세이버에 오른손을 갖다댔다.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표독스런 눈으로 기둥서방을 노려보던 김 아무개는 그러나 칼이 뽑히지 않자 자기 손을 보았고 거기에는 내가 지팡이로 김 아무개의 손을 누르는 상황이 있었다. 김 아무개에게 칼싸움 시킬려고 데려온 거 아니다. 김 아무개를 가리고 서면서 지팡이로 땅을 짚고는 도발을 시전했다.

"좇밥이 여기 산다며?"
"이 씹쌔끼가 뒤질라고?!"

기둥서방이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야구빳다와 부엌칼을 들고 튀어나왔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내가 대단치 않게 보였는지 왼손에 야구빳다를 들고 식칼을 든 오른손을 길게 뻗으며 달려들었으나, 검술에서 비롯된 19세기의 신사들의 호신술, 지팡이술(il baston)은 배워먹지도 못한 아랫것의 폭력 따위에 비견할 바가 아니다. 뒤로 빠지며 오른손등을 후려치자 식칼을 떨어트렸다. 하지만 이 기둥서방놈 과연 돔 나이트의 기도로 활약할 만한 놈이다. 전혀 굴하지 않고 길게 뛰어들며 야구빳다를 양손으로 잡고 휘두르자 나는 당황했고 급히 지팡이를 들어올려 막았는데 힘이 너무나도 강해 지팡이가 홱 밀려버렸다. 급하게 두걸음 뒤로 빠지지 않았더라면 턱주가리가 박살났을 것이다.

기세를 그대로 살리면서 좌우로 야구빳다를 후려치며 달려드는 기둥서방. 그러나 충분히 거리를 벌리고 또 유지하면서 상대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지금 시점이라면 나는 기둥서방의 모든 의도를 파악하고 제압할 수 있다. 오른쪽 위에서 후려치려 드는 기둥서방의 양팔을 지팡이로 쓸듯이 후려친다. 그러나 말라 보이는 몸과는 달리 분명 이놈, 운동으로 단련된 놈이다. 콜드스틸의 시티 스틱의 강화 11겹 화이버 봉은 강화 콘크리트 벽돌도 단숨에 깨부수는데, 그걸 맞고도 기세가 줄어들지 않는다.

다시 뒤로 빠지면서 지팡이의 앞뒤를 바꿔 잡는다. 이번에는 놈을 향해 시티 스틱의 자랑, 스테인리스 스틸 무게추가 날아든다. 그러나 야구빳다와의 질량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듯 놈이 지팡이를 후려쳐내자 지팡이 끝이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다행히 놓치지는 않았으나 놈은 점점 본능적으로 이 싸움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가를 점점 깨닫기 시작하고 있었다. 처음과는 싸움의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었다. 지팡이가 근본적으로 야구빳다보다 가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강한 기세로 후려쳐내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하지만 단지 힘세고 기세 좋은 사람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기예로써의 가치는 전혀 없다. 그런 본질적인 격차를 오히려 나의 장점으로 바꿔내는 것이 바로 방어의 예술인 것이다. 서너 번의 타격 시도가 좌절되자 나는 아예 지팡이를 아래로 내리고 머리를 노출시켰다. 이를 놓치지 않고 놈이 야구빳다를 내 머리 위로 수직으로 가격한다. 그러나 머리를 노출시킨 것은 당연히 미끼일 뿐이다. 놈이 야구빳다에 최고의 속도를 붙이는 그 순간 나는 오히려 놈의 몸으로 달려들어 지팡이 양 끝을 손으로 잡고 지팡이 중간으로 놈의 팔목을 눌러올리면서 달려든다.

기둥서방 그놈은 갑자기 인대를 강하게 눌리는 통해 야구빳다를 그대로 놓쳐버렸고,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비어버린 아래쪽의 고간을 향해 급소를 노리는 킥이 가해진다. 그러나 이놈... 그걸 팔을 휘둘러 내 정강이를 때리면서 막아버렸고, 시도가 좌절되자 나는 아픈 정강이를 참으면서 뒤로 몸을 기울이면서 강한 일격을 먹일 작정으로 지팡이를 뒤로 크게 넘겼다. 그러나 그 틈을 빠르게 포착한 기둥서방이 달려들어 내 손을 잡아버렸고 나는 지팡이를 휘두르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석적인 어퍼컷이 나의 턱을 향해 날아드는 그 순간, 기둥서방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싸쥐고 쓰러졌다.

"형님! 제발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마십쇼!"

덴슈사부로 이상평이었다. 싸움을 보고 있다가 내가 위기에 빠지는 것 같자 지팡이로 놈의 면상을 수평으로 쎄게 후려쳐버린 것이었다. 나는 꼼짝없이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겨우 살아난 것이다. 만일 지금 이 기둥서방과 1:1상황이고, 내가 어퍼컷을 맞았다면 나는 정신을 잃고 무차별적인 타격에 노출되어 심하면 죽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맙다..."

기둥서방 놈은 여전히 일어나 반항하려고 했으나 전습대원 3명이 지팡이로 무차별 구타하는 데에는 장사가 없었다.

"사부로! 엄한 매로 다스려라. 단 죽게 해서는 안된다."

김 아무개 쪽을 보니 벌써 김 아무개는 신서현을 끌고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신서현이는 기분 탓인지 자꾸 아둥바둥거리는 듯 보였다. 기둥서방은 일어서기도 힘들 만큼 두들겨 맞고는, 두번 다시 신서현이 근처에도 얼씬도 하지 말 것이며, 만일 그랬다간 매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고는 집앞 계단에 방치해 두었다.

이번 일에 참여한 대원들에게 수고비조로 금일봉을 나누어주고 집에 돌아와보니 김 아무개가 반창고와 맨소래담, 옥도정기와 마데카솔을 늘어놓고는 눈물 그렁그렁한 상태로 신서현의 몸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김추자는 자기 옷을 내어주고 있는 판이다. 밝은 조명 아래서 보니 생각보다 타박상이 심각했고, 특히 잘 보이지 않는 등짝에는 매, 주먹 같은 다양한 걸로 맞은 흔적이 역력했다. 그녀는 늦게야 들어온 날 보더니 바로 시선을 피했다.

"이곳도 이래저래 난국이군요...."

안쓰러운 눈으로 신서현을 바라보던 김추자가 한마디 했다.

"무슨 일인지는 늦었으니 내일 들을게요. 하지만..."
"하지만?"
"여기에 온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상한 게 분명히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우리의 개입을 거부하더군요."
"그래서 강제 개입?"
"그리 되었죠. 뭐 자세한 건 내일 말해주도록 하지요."

신서현이는 김 아무개의 방에서 함께 자게 되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저씨야! 서현이가 없어졌어! 좀 일어나라고 이 개돼지야!"
"크헉!!"

명치를 밟은 김 아무개의 지옥 모닝콜에 의해 눈을 뜬 내 눈앞에는 울상이 된 김 아무개와 마루 쪽을 보면서 허리춤에 손을 얹고 곤란하다는 포스를 내뿜는 김추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신서현이라고 했나, 정말 여러가지로 신경쓰게 만드는 꼬마 계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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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22화 기둥서방 잔혹동화 (2)
언젠가 씁니다.

덧글

  • 동아 2013/12/12 00:44 # 답글

    16세 여중생이 허벌창임이 일단 기정 사실인 걸로 만들다니...;;
    진짜 내용 다크하네요ㅋㅋ
  • 2013/12/12 04: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ㅇㅅㅇ 2013/12/12 05:54 # 삭제 답글

    여성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전개!
  • 위장효과 2013/12/12 06:33 # 답글

    사실 저런 시국에서 보호막 없는 여자들의 운명이란 게 다크를 넘어서 그야말로 암흑천지이니...
  • 요월 2013/12/12 09:19 # 답글

    도전 과제 달성!
    여자 수집가
    집에 세 명 이상의 외간여자를 들이세요.
  • Zimen 2013/12/12 17:04 # 답글

    빨리 다음편점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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