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습대도 120명 1개 중대를 구성했는데 말이야."
"예 형님."
"너 장교 해봤어?"
"형님도 참 저 공익 나온 거 다 아시잖습니까?"
팔뚝이 심상찮은 지도역상당 이상평은 비록 지방이 아닌 근육량 탓이긴 했지만 체중과다로 공익으로 배정된 전력이 있다.
"김책 동지는 어떠하오?"
"육군보병으로 제대하지 않았겠습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전습대라는 간판을 내걸고 반쯤 군대 흉내를 내고는 있지만 무술 배운 순찰대의 집합체라고 봐도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메이지 정부 초기에 사무라이들 반란 진압하던 경찰 발도대가 가장 비슷한 조직일 것이다. 총기는 반쯤 장식일 뿐 도검류 활용이 주특기라는 점도 마찬가지고, 치안유지업무를 중심으로 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조직 자체가 군대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참여자들 중에 장교 출신자는 단 하나도 없다. 즉 비상시에 전습대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이미 중대급으로 격상된 전습대였지만 혹시나 소요사태가 일어날 경우, 혹은 소요사태를 빙자한 4대조직의 협공이 일어난다면 과연 병력을 어떻게 출병해서 어떤 구역을 방어하고, 구역별 관리와 병참 유지, 야전축성이나 방어 계획은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노력은 한다. 그 노력 중 하나는 19세기 프랑스나 미국, 독일 군대 교범들을 번역 외주를 줘서 한국말로 해석한 책들을 보면서 기본적인 보병 전술에 대한 소양을 싾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하나같이 우리 실정과는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 교범들은 기본적으로 평평한 들판에서 벌어지는 야전을 위한 교범이기 때문이다. 아니 일단 120명밖에 안되는 전습대가 종대를 형성해서 총검돌격을 어디로 할 것이며, 그랬다가 폭도들에게 포위라도 되면 방진이라도 형성하란 말인가. 전체적으로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내용들 뿐이었다. 그리고 지휘통신정보체계도 교범은 카톡도 스마트폰도 없던 백몇십년전의 기술을 기준으로 하여, 그 내용을 충실히 따라한다면 비효율이 너무 극심했다.
개인무술이나 계급체계는 우리 독자적인 것을 사용하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이 점은 슬쩍 돌아보면 별거 아닌 듯 하지만 들어가면 복잡하고 어렵기 짝이 없었다. 이에 대한 자문을 받아볼까도 생각했지만 딱히 부탁할 사람도 없거니와 항시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우리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확한 처방을 내릴 사람이 아니고서야 별로 의미는 없을 것이다.
"봉행씨, 이게 오늘의 악성 채무자들이에요."
김추자가 내민 서류철에는 다양한 국가의 악성 채무자들의 리스트가 실려 있었다. 그중에서 김추자가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강조하는 이름이 있다. 여원홍(黎元洪)이라... 특이하게 대만 국적이었다.
"그 대치동들이 기세 좋게 돈을 깔아놨지만 벌써부터 불량 채무가 속출하는군요. 요시노부 공은 천하가 태평하니 답답하고 결국 중간에 낀 나만 걱정하니 신세가 뭔지, 아무튼 이 사람 좀 봐요. 봉행씨가 인망이 두텁다고 해서 2천만원이나 빌려줬다구요. 이자율도 싸게 했는데 이 사람이 이러고 있으니 봉행씨는 뭔가 책임감 느끼는 거 없어요?"
아.. 이년이 혓바닥에 에뻬를 달아놨나... 여원홍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튼 후덕한데다 콧수염까지 기른 대만인 중년 아저씨로, 인격자라서 인망이 두텁고 한국에서 천진기업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중국 본토인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고 있고 나름 사는 집이라 사채를 끌어쓸 사람이 아니었는데 급하다고 김씨를 통해 사채를 끌어간 것이다. 물론 그 양반은 그 돈이 전습대 자금인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갚겠지..."
"갚겠지 말만 하지 말고 뭔가 성의를 보여봐요. 이번 2천만원도 악성 채무가 되면 제 직권으로 사채 장사는 관둘 줄만 아세요."
"이양반 인적 사항은 있어요?"
"인적 사항은 서류철에 있으니 보시든지.."
인적 사항은 대치동 김씨가 단골 거래처인 흥신소 박에게 받은 내용이라 간단하지만 경력사항은 대부분 기재되어 있었다. 호오 그런데 중화민국군 대령 제대라?
"어쩔 거에요?"
"생각 좀 해봅시다."
일주일 후....
다짜고자 쳐들어온 전습대 3명을 앞에 두고 앉은 여원홍의 얼굴은 다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산시 중국인들에게는 그 악명이 자자한, 변명도 사정도 안 봐주는 <직빵 살인마>들이 갑자기 오후의 스위트 홈을 습격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벌벌 떨던 가정부가 내놓았던 찻잔에서는 이제 김이 거의 나지 않게 되었지만 이때까지 여원홍은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그 돈의 배후는 우리들입니다."
"...자네들 돈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썼을 걸세..."
"그런데 돈도 많으신 여대인께서 사채로 2천만원을 융통하시더니, 대체 무슨 바람이 부신 겁니까?"
"자네들은 알 거 없네."
"강원랜드에서..."
"그만! 알겠네, 내가 잘못했고 빠른 시일 내에 갚을 테니 그만 돌아..."
"비자금도 거의 다 쓰셨으면서 뭘 어떻게 갚습니까? 회계에서 무리하면 세무서에서 피똥 싸십니다."
여원홍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과연 유능하기 짝이 없는 흥신소 박... 여원홍의 휴지에 묻은 콧물의 성분까지 분석해내는 이 업계의 프리미어다운 능력이다. 여원홍은 점점 울상이 되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품있고 다정한 신사로써의 평소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보면 죄다 뒷목잡고 쓰러질 표정이다.
"자네들 도대체 날 어찌할 작정인가? 아니 내가 자네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핍박..."
"참고로 이자를 안 내신지도 벌써 3회차째라 이자에 이자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보게, 나의 사정을 좀 봐줄 수는 없겠나?"
"물론 봐드릴 수 있습니다. 원금도 모두 탕감하고 이자는 매달 소액으로 갚게 해드리겠습니다. 한가지만 들어주신다면요."
"오오 그런가! 대체 뭔가?"
"전습대에서 일하시죠."
아까부터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던 여원홍의 얼굴의 현 상황은 다시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고 있다.
"...난 사업이 있어서..."
"실무 아들이 거의 인수한거 다 압니다."
"아무튼 난 못하겠네! 중국인으로써 어찌 그런 데서 일을 하란 말인가? 그런 데서 일했다간 중국인들 사이에서 난 사회적으로 생매장이야. 자네들 돈을 원한다면 아무튼 무슨 수를 써서든 줄테니 그냥 돌아가주게, 제발 부탁이야!"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자네들 조직이 듣자하니 이 한국 정부에서 외국인들 핍박할려고 만든 단체란 말이 있더군!"
"그건 헛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자네들에게 칼을 맞아서 오나?"
"하필 난동 부린게 중국인들이었을 뿐이죠."
"그게 그거 아닌가! 아무튼 칼로 후려쳐서 점점 쫓아내고 몰아내려는 거 아닌가?!"
여원홍은 참고로 네이티브 수준의 한국어가 가능하다. 듣기론 영어와 러시아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거기에다 자네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말도 있더군!"
"시청에서 지원을 받긴 하죠."
"맞네!!"
"그런데 그건 그냥 자율방범대로써의 지원일 뿐입니다. 외국인 핍박 단체는 아니라는 말이죠."
"아니 그래, 그래서 굳이 나를 영입하려는 이유가 뭔가?"
"일단 들어오시면 압니다."
"인종차별 단체엔 가기 싫네."
"그런 헛소문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여대인이 필요한거죠."
"아무튼 못가네. 그런 줄 알게."
"안됩니까?"
"안돼."
"....................................."
"..........................................."
"끌어내!"
20분 후.
"충-성!"
포드 토러스 뒷좌석에 태워진 채로 원곡고 정문을 통과하는 여원홍은 검은 가죽, 황금버클의 의장대 탄띠를 차고 경례하는 게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체통도 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방금전까지는 자기가 아는 21세기 초의 평범한 세상이었는데, 교문을 통과하자마자 말도 안되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아니 방금 통과한게 교문이 맞긴 한가? 위병소가 아니고?
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급이 있었는데, 체육선생은 딱 봐도 호구였고 전습대원 한명이 감독하는 가운데 학생 둘이 다크 그레이의 차이나칼라 교복에 갈색 가죽, 황금버클의 탄띠를 차고 분주히 움직이며 학생들을 감독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체육복을 입고 90cm정도 되는 나무 단봉을 계속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운동장 다른 한편에는 40여명의 학생이 두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가며 단봉을 휘두르면 한명은 막고 반격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한때 눈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타이트한 미니스커트로 개조한 여학생들이 넘쳐나던 학교에 이미 그런 여학생들은 없었다. 물론 평범한 교복과는 달랐다. 오히려 오피스걸 정장과 더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이윽고 문 앞에서 정차한 포드 토러스에서 끌려 내린 여원홍은 출장본영 사무실로 끌려가면서도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의 시선 끝에는 길이 170cm에 달하는 펜싱 바요넷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여원홍은 출장본영 사무실 옆에 위치한, 징발당해 응접실로 쓰이고 있는 교실로 끌려들어와서는 푹신한 소파에 앉혀졌다. 정체불명의 커피를 내놓은 전습대원이 경례하고 나가자 그의 몸이 가리고 있던 벽에 걸린 문장이 드러났는데, 검은 바탕에 금색으로 이루어진 세 잎 접시꽃 문양이 희한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隊習傳 라는 한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여원홍은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끝내 손대려고는 안하고 앞에 앉은 나를 향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방금 본 게 대체 뭔가?"
"여기는 제 세상입니다. 여대인, 제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그래서 지금 애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고 있는 건가? 지금 저게 뭔가?"
"근대 교육이죠."
커피를 후루룩거리며 대답하는 나를 보는 여원홍은 어이가 없는 듯 입을 슬쩍 벌리는 듯 하더니 다시 다물고는 맥이 빠진 듯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나를 보면서 말한다.
"자네는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제복을 입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군."
"현대 교육의 근본은 근대 교육입니다. 지금의 교육은 지나치게 체육을 경시하고 있으며 신체의 단련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과 진취적인 기상은 튼튼한 몸에서 나옵니다. 오히려 현대 교육은 집단체육을 경시하여 세상에 불만만 가지고 도전정신을 상실한 자들만 만들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맞는 것 같네만, 그 몸을 만드는 데 총검과 봉술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네."
"저의 이상은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의 양성에 있으며 그 수단 중 하나는 문무겸전입니다. 진취적인 자세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인데 자신감이란 육신과 정신이 조화될 때 나오는 것입니다. 단련된 육신은 튼튼한 방패이며 연마된 기예는 마음의 창입니다. 육체로 방패를 삼고 마음으로 검을 갖지 못하고서야 어찌 세상을 싸워 나갈 수 있겠습니까? 육군무술은 그렇게 만들기 위한 저의 최선의 방책입니다."
여원홍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 안심했는지 눈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는 조금 마시고, 맛을 확인하더니 한잔 쭉 들이키고는 일어섰다. 나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는데 이미 문은 잠겨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도망은 못간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다리 골절일테니 여원홍이 엉뚱한 생각을 품지 않는 이상 창문으로 튈 염려는 없다. 골절된 다리로 도망은 못갈테니 도로 잡아오면 그만이고.
"흠...."
여원홍은 창밖을 보면서 나즈막히 한숨 비슷하게 쉬더니 눈을 감고 고개를 약간 숙였다가 들면서 다시 눈을 뜨고는 운동장을 응시했다.
"자네들은 대체 목적이 뭔가?"
한참동안 운동장만 보던 여원홍이 약 9분 54초 지나서 한 말은 그것이었다. 목적이라.. 사실 질문하면 제일 대답하기 힘든 것이 목적이다. 한때는 먹고 살 방책을 찾아서였지만
"처음에는 먹고 살 생각이었죠. 요즘 일도 별로 없고 그렇지 않습니까. 처음엔 그 잘나가는 도장이 마음에 안들어서 뒤집어 엎고 제가 도장을 차려서 회비를 받아 직업 검객으로 나설 생각이었지만..."
"...."
"처음부터 그러고 살았으면 모를까 제 무술로 돈받고 장사하려니 영 남사스럽더군요. 그래서 무료 봉사하듯이 사람들에게 군병법을 가르치다가 기묘한 인연 탓에 자율방범대 일을 맡게 된거고,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죠. 그리고 이러저러하다보니 중대급으로 확장까지 된 겁니다. 여대인께서는 우리가 정부의 그나풀인 양 생각하십니다만 사실 반은 맞습니다. 경찰은 부족한 인력으로 역부족인 구시가지의 치안을 우리에게 선봉으로 나설 것을 암암리에 권유하고 있죠. 하지만 저들에게 우리 또한 눈엣가시일 뿐입니다. 사냥이 끝나면 삷아먹힐 개란 말이죠. 그 증거로 문제가 사라진 신시가지에서의 활동은 그만두도록 요구받았습니다. 구시가지도 일이 정리되면 그러겠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먹고살 길을 찾는 수밖에요. 모든것이 나쁘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노후를 대비할 시기입니다."
여원홍은 다시 5분여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학교는 대체 뭐가 어찌된 건가?"
"여기 교장이 애들을 통제할 수 없어서 우릴 불러들였습니다. 이후 이런저런 일로 학교는 사실상 우리 본영입니다."
"저 애들은 전습대의 예비군이라도 되는가?"
"아닙니다. 그냥 근대 교육의 일환일 뿐이죠."
"구태여 저런 걸 교육까지 시킬 건 없지 않은가?"
"이건 하나의 실험입니다. 전 근대 교육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믿음은 종교의 영역이고 그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실험을 해서 증명해야 합니다. 이건 제 나름대로의 구상의 기반입니다. 이 또한 나름 노후 대비라고 하라면 하겠습니다만, 만일 성공하면 천하가 관군이 될 것이고 지면 뭐 죽어가는 행려병자겠죠."
"그건 대체 무슨 소린가? 의미를 모르겠군."
"제 방식이 성공을 거두면 다시 젋은 혈기가 넘쳐흐르는 진취적인 젋은 사회가 될거고, 실패하면 그냥 장기적으로 늙고 의욕없는 몰락의 나날을 걸을 거라는 말입니다."
"그건 오만이야."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니 실험을 하려는 것이죠."
여원홍은 여전히 창밖만 볼 뿐 이쪽을 보려고는 안한다.
"그럼 당면한 전습대의 목적은 뭔가?"
"이 구시가지의 통제권과 경제력을 우리 손안에 넣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문무백관의 권위가 여기에 구석구석 미칠 지 아닐지는 이것에 달려 있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4대 조직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질서를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네들은 어찌 싸울 생각만 하는가? 왜 친구를 만들려고는 안 하는거야?"
"입장 차이가 있는 법이죠. 아시다시피 구시가지는 중국 4대조직의 지배하에 있고 그들은 가끔 있던 한국경찰의 멀티 시도를 좌절시키지 않았습니까? 파출소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살해했죠."
"자네들이 나에게 전습대가 인종차별단체라는 것은 오해라 하지 않았나? 자네들도 우리들을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건 알겠군."
여원홍은 창밖으로 시선을 두면서 팔짱을 꼈다.
"사람은 누구나 질서를 찾기 마련인데 중국인들이라고 혼돈을 원한다고 본다면 어불성설이야.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질서를 찾고 있는 것일 뿐이야."
"대한민국 땅에서는 대한민국의 방식만이 합법적인 질서입니다."
"내 보기엔 자네들은 옷차림 빼곤 그친구들이랑 다를 거 없네."
"다를 게 없을지 아닐지는 앞으로 하기 나름입니다. 여대인도 말이죠."
여원홍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팔짱을 낀 그대로였으며 표정도 굳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낯빛은 점점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 긴장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여원홍은 겨우 입을 열었다.
"알겠네. 전습대 일을 수락하도록 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다만, 내가 이곳에서 일정한 권위를 가질 수는 있어야 하네."
"이미 하실 업무는 정해뒀습니다. 직함은 작전지도역입니다."
"음.. 그리고 한가지만 더 조건을 둬도 되겠는가?"
"무엇입니까?"
여원홍이 팔짱을 풀고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면서 말했다.
"우리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네가 명심해야 한다는 거야. 이건 반드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친구의 기준은 뭐가 되겠습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네."
창밖으로 운동장에서 펜싱 바요넷으로 대련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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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20화 시대를 역행해라 마이 월드야~
언젠가 씁니다.
* 영원히 고통받는 여원홍
보통화 발음으로 리위안훙. 청나라 신건육군의 사단장이었으나 휘하 부대에서 1911년 10월 10일 신해혁명이 터졌고 친구집에 숨었지만 고등군사교육을 받은 고위지휘관급을 찾던 휘하 장병들에게 끌려가 <억지로> 총사령관이 됩니다. 이후 중화민국 총리까지 되었지만 원새개의 중화제국 설립, 공화정 회복 이후에는 북양군벌 단기서 등의 권력투쟁을 제어하지 못하고 낙향, 훗날 사업가가 되어 많은 돈을 벌게 된 사람입니다. 능력도 있고 시키면 잘 하는데다 하기 싫어해도 억지로 밀어넣으면 적응하고 결국 하는 스타일이지만 시키기 전에는 절대 안하려는 타입입니다. 102년후 전습대에서 또다시 고통받게 됩니다.
"예 형님."
"너 장교 해봤어?"
"형님도 참 저 공익 나온 거 다 아시잖습니까?"
팔뚝이 심상찮은 지도역상당 이상평은 비록 지방이 아닌 근육량 탓이긴 했지만 체중과다로 공익으로 배정된 전력이 있다.
"김책 동지는 어떠하오?"
"육군보병으로 제대하지 않았겠습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전습대라는 간판을 내걸고 반쯤 군대 흉내를 내고는 있지만 무술 배운 순찰대의 집합체라고 봐도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메이지 정부 초기에 사무라이들 반란 진압하던 경찰 발도대가 가장 비슷한 조직일 것이다. 총기는 반쯤 장식일 뿐 도검류 활용이 주특기라는 점도 마찬가지고, 치안유지업무를 중심으로 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조직 자체가 군대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참여자들 중에 장교 출신자는 단 하나도 없다. 즉 비상시에 전습대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이미 중대급으로 격상된 전습대였지만 혹시나 소요사태가 일어날 경우, 혹은 소요사태를 빙자한 4대조직의 협공이 일어난다면 과연 병력을 어떻게 출병해서 어떤 구역을 방어하고, 구역별 관리와 병참 유지, 야전축성이나 방어 계획은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노력은 한다. 그 노력 중 하나는 19세기 프랑스나 미국, 독일 군대 교범들을 번역 외주를 줘서 한국말로 해석한 책들을 보면서 기본적인 보병 전술에 대한 소양을 싾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하나같이 우리 실정과는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 교범들은 기본적으로 평평한 들판에서 벌어지는 야전을 위한 교범이기 때문이다. 아니 일단 120명밖에 안되는 전습대가 종대를 형성해서 총검돌격을 어디로 할 것이며, 그랬다가 폭도들에게 포위라도 되면 방진이라도 형성하란 말인가. 전체적으로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내용들 뿐이었다. 그리고 지휘통신정보체계도 교범은 카톡도 스마트폰도 없던 백몇십년전의 기술을 기준으로 하여, 그 내용을 충실히 따라한다면 비효율이 너무 극심했다.
개인무술이나 계급체계는 우리 독자적인 것을 사용하고 있으니 상관없지만,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이 점은 슬쩍 돌아보면 별거 아닌 듯 하지만 들어가면 복잡하고 어렵기 짝이 없었다. 이에 대한 자문을 받아볼까도 생각했지만 딱히 부탁할 사람도 없거니와 항시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우리의 실태를 파악하고 정확한 처방을 내릴 사람이 아니고서야 별로 의미는 없을 것이다.
"봉행씨, 이게 오늘의 악성 채무자들이에요."
김추자가 내민 서류철에는 다양한 국가의 악성 채무자들의 리스트가 실려 있었다. 그중에서 김추자가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강조하는 이름이 있다. 여원홍(黎元洪)이라... 특이하게 대만 국적이었다.
"그 대치동들이 기세 좋게 돈을 깔아놨지만 벌써부터 불량 채무가 속출하는군요. 요시노부 공은 천하가 태평하니 답답하고 결국 중간에 낀 나만 걱정하니 신세가 뭔지, 아무튼 이 사람 좀 봐요. 봉행씨가 인망이 두텁다고 해서 2천만원이나 빌려줬다구요. 이자율도 싸게 했는데 이 사람이 이러고 있으니 봉행씨는 뭔가 책임감 느끼는 거 없어요?"
아.. 이년이 혓바닥에 에뻬를 달아놨나... 여원홍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튼 후덕한데다 콧수염까지 기른 대만인 중년 아저씨로, 인격자라서 인망이 두텁고 한국에서 천진기업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중국 본토인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고 있고 나름 사는 집이라 사채를 끌어쓸 사람이 아니었는데 급하다고 김씨를 통해 사채를 끌어간 것이다. 물론 그 양반은 그 돈이 전습대 자금인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갚겠지..."
"갚겠지 말만 하지 말고 뭔가 성의를 보여봐요. 이번 2천만원도 악성 채무가 되면 제 직권으로 사채 장사는 관둘 줄만 아세요."
"이양반 인적 사항은 있어요?"
"인적 사항은 서류철에 있으니 보시든지.."
인적 사항은 대치동 김씨가 단골 거래처인 흥신소 박에게 받은 내용이라 간단하지만 경력사항은 대부분 기재되어 있었다. 호오 그런데 중화민국군 대령 제대라?
"어쩔 거에요?"
"생각 좀 해봅시다."
일주일 후....
다짜고자 쳐들어온 전습대 3명을 앞에 두고 앉은 여원홍의 얼굴은 다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산시 중국인들에게는 그 악명이 자자한, 변명도 사정도 안 봐주는 <직빵 살인마>들이 갑자기 오후의 스위트 홈을 습격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벌벌 떨던 가정부가 내놓았던 찻잔에서는 이제 김이 거의 나지 않게 되었지만 이때까지 여원홍은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아무튼 그 돈의 배후는 우리들입니다."
"...자네들 돈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썼을 걸세..."
"그런데 돈도 많으신 여대인께서 사채로 2천만원을 융통하시더니, 대체 무슨 바람이 부신 겁니까?"
"자네들은 알 거 없네."
"강원랜드에서..."
"그만! 알겠네, 내가 잘못했고 빠른 시일 내에 갚을 테니 그만 돌아..."
"비자금도 거의 다 쓰셨으면서 뭘 어떻게 갚습니까? 회계에서 무리하면 세무서에서 피똥 싸십니다."
여원홍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과연 유능하기 짝이 없는 흥신소 박... 여원홍의 휴지에 묻은 콧물의 성분까지 분석해내는 이 업계의 프리미어다운 능력이다. 여원홍은 점점 울상이 되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품있고 다정한 신사로써의 평소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보면 죄다 뒷목잡고 쓰러질 표정이다.
"자네들 도대체 날 어찌할 작정인가? 아니 내가 자네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핍박..."
"참고로 이자를 안 내신지도 벌써 3회차째라 이자에 이자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이보게, 나의 사정을 좀 봐줄 수는 없겠나?"
"물론 봐드릴 수 있습니다. 원금도 모두 탕감하고 이자는 매달 소액으로 갚게 해드리겠습니다. 한가지만 들어주신다면요."
"오오 그런가! 대체 뭔가?"
"전습대에서 일하시죠."
아까부터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던 여원홍의 얼굴의 현 상황은 다시 어둠의 다크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고 있다.
"...난 사업이 있어서..."
"실무 아들이 거의 인수한거 다 압니다."
"아무튼 난 못하겠네! 중국인으로써 어찌 그런 데서 일을 하란 말인가? 그런 데서 일했다간 중국인들 사이에서 난 사회적으로 생매장이야. 자네들 돈을 원한다면 아무튼 무슨 수를 써서든 줄테니 그냥 돌아가주게, 제발 부탁이야!"
"아니 도대체 뭐가 문젭니까?"
"자네들 조직이 듣자하니 이 한국 정부에서 외국인들 핍박할려고 만든 단체란 말이 있더군!"
"그건 헛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자네들에게 칼을 맞아서 오나?"
"하필 난동 부린게 중국인들이었을 뿐이죠."
"그게 그거 아닌가! 아무튼 칼로 후려쳐서 점점 쫓아내고 몰아내려는 거 아닌가?!"
여원홍은 참고로 네이티브 수준의 한국어가 가능하다. 듣기론 영어와 러시아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거기에다 자네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말도 있더군!"
"시청에서 지원을 받긴 하죠."
"맞네!!"
"그런데 그건 그냥 자율방범대로써의 지원일 뿐입니다. 외국인 핍박 단체는 아니라는 말이죠."
"아니 그래, 그래서 굳이 나를 영입하려는 이유가 뭔가?"
"일단 들어오시면 압니다."
"인종차별 단체엔 가기 싫네."
"그런 헛소문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여대인이 필요한거죠."
"아무튼 못가네. 그런 줄 알게."
"안됩니까?"
"안돼."
"....................................."
"..........................................."
"끌어내!"
20분 후.
"충-성!"
포드 토러스 뒷좌석에 태워진 채로 원곡고 정문을 통과하는 여원홍은 검은 가죽, 황금버클의 의장대 탄띠를 차고 경례하는 게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체통도 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히 방금전까지는 자기가 아는 21세기 초의 평범한 세상이었는데, 교문을 통과하자마자 말도 안되는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아니 방금 통과한게 교문이 맞긴 한가? 위병소가 아니고?
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급이 있었는데, 체육선생은 딱 봐도 호구였고 전습대원 한명이 감독하는 가운데 학생 둘이 다크 그레이의 차이나칼라 교복에 갈색 가죽, 황금버클의 탄띠를 차고 분주히 움직이며 학생들을 감독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체육복을 입고 90cm정도 되는 나무 단봉을 계속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운동장 다른 한편에는 40여명의 학생이 두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가며 단봉을 휘두르면 한명은 막고 반격하는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한때 눈을 둘 곳이 없을 정도로 타이트한 미니스커트로 개조한 여학생들이 넘쳐나던 학교에 이미 그런 여학생들은 없었다. 물론 평범한 교복과는 달랐다. 오히려 오피스걸 정장과 더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이윽고 문 앞에서 정차한 포드 토러스에서 끌려 내린 여원홍은 출장본영 사무실로 끌려가면서도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의 시선 끝에는 길이 170cm에 달하는 펜싱 바요넷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있었다.
여원홍은 출장본영 사무실 옆에 위치한, 징발당해 응접실로 쓰이고 있는 교실로 끌려들어와서는 푹신한 소파에 앉혀졌다. 정체불명의 커피를 내놓은 전습대원이 경례하고 나가자 그의 몸이 가리고 있던 벽에 걸린 문장이 드러났는데, 검은 바탕에 금색으로 이루어진 세 잎 접시꽃 문양이 희한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隊習傳 라는 한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여원홍은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끝내 손대려고는 안하고 앞에 앉은 나를 향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방금 본 게 대체 뭔가?"
"여기는 제 세상입니다. 여대인, 제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그래서 지금 애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고 있는 건가? 지금 저게 뭔가?"
"근대 교육이죠."
커피를 후루룩거리며 대답하는 나를 보는 여원홍은 어이가 없는 듯 입을 슬쩍 벌리는 듯 하더니 다시 다물고는 맥이 빠진 듯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나를 보면서 말한다.
"자네는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제복을 입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군."
"현대 교육의 근본은 근대 교육입니다. 지금의 교육은 지나치게 체육을 경시하고 있으며 신체의 단련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신과 진취적인 기상은 튼튼한 몸에서 나옵니다. 오히려 현대 교육은 집단체육을 경시하여 세상에 불만만 가지고 도전정신을 상실한 자들만 만들지 않겠습니까?"
"그 말은 맞는 것 같네만, 그 몸을 만드는 데 총검과 봉술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네."
"저의 이상은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의 양성에 있으며 그 수단 중 하나는 문무겸전입니다. 진취적인 자세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인데 자신감이란 육신과 정신이 조화될 때 나오는 것입니다. 단련된 육신은 튼튼한 방패이며 연마된 기예는 마음의 창입니다. 육체로 방패를 삼고 마음으로 검을 갖지 못하고서야 어찌 세상을 싸워 나갈 수 있겠습니까? 육군무술은 그렇게 만들기 위한 저의 최선의 방책입니다."
여원홍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걸 보고 안심했는지 눈앞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는 조금 마시고, 맛을 확인하더니 한잔 쭉 들이키고는 일어섰다. 나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는데 이미 문은 잠겨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도망은 못간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다리 골절일테니 여원홍이 엉뚱한 생각을 품지 않는 이상 창문으로 튈 염려는 없다. 골절된 다리로 도망은 못갈테니 도로 잡아오면 그만이고.
"흠...."
여원홍은 창밖을 보면서 나즈막히 한숨 비슷하게 쉬더니 눈을 감고 고개를 약간 숙였다가 들면서 다시 눈을 뜨고는 운동장을 응시했다.
"자네들은 대체 목적이 뭔가?"
한참동안 운동장만 보던 여원홍이 약 9분 54초 지나서 한 말은 그것이었다. 목적이라.. 사실 질문하면 제일 대답하기 힘든 것이 목적이다. 한때는 먹고 살 방책을 찾아서였지만
"처음에는 먹고 살 생각이었죠. 요즘 일도 별로 없고 그렇지 않습니까. 처음엔 그 잘나가는 도장이 마음에 안들어서 뒤집어 엎고 제가 도장을 차려서 회비를 받아 직업 검객으로 나설 생각이었지만..."
"...."
"처음부터 그러고 살았으면 모를까 제 무술로 돈받고 장사하려니 영 남사스럽더군요. 그래서 무료 봉사하듯이 사람들에게 군병법을 가르치다가 기묘한 인연 탓에 자율방범대 일을 맡게 된거고, 그게 아주 마음에 들었죠. 그리고 이러저러하다보니 중대급으로 확장까지 된 겁니다. 여대인께서는 우리가 정부의 그나풀인 양 생각하십니다만 사실 반은 맞습니다. 경찰은 부족한 인력으로 역부족인 구시가지의 치안을 우리에게 선봉으로 나설 것을 암암리에 권유하고 있죠. 하지만 저들에게 우리 또한 눈엣가시일 뿐입니다. 사냥이 끝나면 삷아먹힐 개란 말이죠. 그 증거로 문제가 사라진 신시가지에서의 활동은 그만두도록 요구받았습니다. 구시가지도 일이 정리되면 그러겠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먹고살 길을 찾는 수밖에요. 모든것이 나쁘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노후를 대비할 시기입니다."
여원홍은 다시 5분여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학교는 대체 뭐가 어찌된 건가?"
"여기 교장이 애들을 통제할 수 없어서 우릴 불러들였습니다. 이후 이런저런 일로 학교는 사실상 우리 본영입니다."
"저 애들은 전습대의 예비군이라도 되는가?"
"아닙니다. 그냥 근대 교육의 일환일 뿐이죠."
"구태여 저런 걸 교육까지 시킬 건 없지 않은가?"
"이건 하나의 실험입니다. 전 근대 교육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믿음은 종교의 영역이고 그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실험을 해서 증명해야 합니다. 이건 제 나름대로의 구상의 기반입니다. 이 또한 나름 노후 대비라고 하라면 하겠습니다만, 만일 성공하면 천하가 관군이 될 것이고 지면 뭐 죽어가는 행려병자겠죠."
"그건 대체 무슨 소린가? 의미를 모르겠군."
"제 방식이 성공을 거두면 다시 젋은 혈기가 넘쳐흐르는 진취적인 젋은 사회가 될거고, 실패하면 그냥 장기적으로 늙고 의욕없는 몰락의 나날을 걸을 거라는 말입니다."
"그건 오만이야."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니 실험을 하려는 것이죠."
여원홍은 여전히 창밖만 볼 뿐 이쪽을 보려고는 안한다.
"그럼 당면한 전습대의 목적은 뭔가?"
"이 구시가지의 통제권과 경제력을 우리 손안에 넣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문무백관의 권위가 여기에 구석구석 미칠 지 아닐지는 이것에 달려 있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4대 조직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질서를 회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네들은 어찌 싸울 생각만 하는가? 왜 친구를 만들려고는 안 하는거야?"
"입장 차이가 있는 법이죠. 아시다시피 구시가지는 중국 4대조직의 지배하에 있고 그들은 가끔 있던 한국경찰의 멀티 시도를 좌절시키지 않았습니까? 파출소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살해했죠."
"자네들이 나에게 전습대가 인종차별단체라는 것은 오해라 하지 않았나? 자네들도 우리들을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건 알겠군."
여원홍은 창밖으로 시선을 두면서 팔짱을 꼈다.
"사람은 누구나 질서를 찾기 마련인데 중국인들이라고 혼돈을 원한다고 본다면 어불성설이야.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질서를 찾고 있는 것일 뿐이야."
"대한민국 땅에서는 대한민국의 방식만이 합법적인 질서입니다."
"내 보기엔 자네들은 옷차림 빼곤 그친구들이랑 다를 거 없네."
"다를 게 없을지 아닐지는 앞으로 하기 나름입니다. 여대인도 말이죠."
여원홍은 여전히 창밖을 보고 팔짱을 낀 그대로였으며 표정도 굳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낯빛은 점점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 긴장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여원홍은 겨우 입을 열었다.
"알겠네. 전습대 일을 수락하도록 하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다만, 내가 이곳에서 일정한 권위를 가질 수는 있어야 하네."
"이미 하실 업무는 정해뒀습니다. 직함은 작전지도역입니다."
"음.. 그리고 한가지만 더 조건을 둬도 되겠는가?"
"무엇입니까?"
여원홍이 팔짱을 풀고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면서 말했다.
"우리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네가 명심해야 한다는 거야. 이건 반드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친구의 기준은 뭐가 되겠습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네."
창밖으로 운동장에서 펜싱 바요넷으로 대련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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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20화 시대를 역행해라 마이 월드야~
언젠가 씁니다.
* 영원히 고통받는 여원홍
보통화 발음으로 리위안훙. 청나라 신건육군의 사단장이었으나 휘하 부대에서 1911년 10월 10일 신해혁명이 터졌고 친구집에 숨었지만 고등군사교육을 받은 고위지휘관급을 찾던 휘하 장병들에게 끌려가 <억지로> 총사령관이 됩니다. 이후 중화민국 총리까지 되었지만 원새개의 중화제국 설립, 공화정 회복 이후에는 북양군벌 단기서 등의 권력투쟁을 제어하지 못하고 낙향, 훗날 사업가가 되어 많은 돈을 벌게 된 사람입니다. 능력도 있고 시키면 잘 하는데다 하기 싫어해도 억지로 밀어넣으면 적응하고 결국 하는 스타일이지만 시키기 전에는 절대 안하려는 타입입니다. 102년후 전습대에서 또다시 고통받게 됩니다.




덧글
좀비사태로 사회 대강 좆망->칼 쥔 자는 칼로써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