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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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16화 시체는 없다 팬픽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사정할테니 좀 재고해 줄 수 없겠소?"
"무슨 물건 물르는 것도 아니고 교장 선생님께서 불러들여 놓으시고는..."
"내가 잘못했소. 인테리어 비용도 들고 그랬던 거 알아요. 내 보병지도역께 큰 실례를 저질렀소. 내가 생각을 잘못했소. 다 내 실수요.."

문제의 연설 이후 선생들은 상당히 수군거리는 듯 했다. 여우가 사라지니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으로, 즉 그 연설로 말하자면 아예 학생 교육 전반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말에 다름아닌 것이었기 때문에 선생들 입장에서는 월권행위도 이만저만한 월권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내 말을 그들은 디스토피아 독재국가의 정권 충성동이 양성소의 이미지로 받아들인 듯 했다. 결국 교장도 이런 선생들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연설이 끝나고 4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를 불러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다 원상복귀시키고 나가달라는 말이지... 왜 선생들이 직접 따지지 못했냐면, 칼 차고 다니는 그것도 좀 과장된 소문 속에서는 말도 없이 넣어버린다는 직빵 살인마들인데 죽고 싶겠는가.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 몇번의 무력 진압 사태가 야간 유흥가 순찰 속에서 있긴 했지만, 사실 한번도 죽인 적은 없다. 어디까지나 즉석에서는. 아무튼 우리는 그런 소문을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야 당연히 그 이미지의 덕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를 불러들인 교장이 총대를 메고 우리를 내보내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그때 그 연설은 말이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우리도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 살아 왔는데 이제와서 단체복 좀 입고 칼 차고 다닌다고 그런 시대착오적 행동을 하겠습니까? 그냥 학생들에게 쇼크 좀 주려고 그런 겁니다."
"아니요, 아니오 하지만 선생들이 벌써 수군거리고 있어요. 그래 보병지도역 말씀이 그렇다 칩시다. 그런데 게시판에 붙여 놓은 그 규칙은 대체 뭐요?!"

대자보로 붙은 규칙이란 이것이다.
1.수업을 방해한 자는 기합에 처한다.
2.선생과 전습대원의 권위에 도전한 자는 채찍형에 처한다.
3.벌의 경중은 죄의 경중에 비례한다.

특히 2번 항목이 엄청난 문제가 되었는데, 학생들이 파랗게 질린 것은 물론이요 선생들 사이에서 제대로 미친놈을 들여놓았다는 뒷담화가 돌고 있다는 것이다.

"채찍이 문제가 되는 모양입니다만 그건 겉보기에만 그래 보이는 것뿐입니다. 몽둥이로 체벌하면 근육이 뭉개지고 뼈가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채찍질 잘만 하면 피부만 좀 터지지 크게 문제 없습니다. 싱가포르가 태형을 하는데 그런다고 야만국가 취급 받지는 않잖습니까?"
"싱가포르 말고 태형은 다 야만적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애들한테 채찍질을 하겠습니까!"
"고정관념을 깨십쇼! 다 애들 생각해서 하는 거고 우리가 애들 패고 싶어 안달난 자들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몸 안 다치고 교육 효과만 크도록 생각해서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아무튼 됐소. 나가주시오. 인테리어 비용까지 다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돌려드릴 테니, 내가 교육자로써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묵과할 수는 없소."
"................................."

3초간 침묵이 흘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책상만 보며 깍지를 끼고 엄지손가락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곧 교장과 대화하던 탁상이 뒤집혔다.

"이게 장난인 줄 알아?!"

큰 소리에 놀란 교장이 눈을 크게 뜨고 일어선 나를 올려다 보았는데 그 눈에는 당황이 가득했다. 당황이 공포로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지금 이게 장난으로 보이냐구! 나잇살 처먹고 세상 일이 장난으로밖에 안 보이나!"

교장의 모가지에는 이미 타치의 칼끝이 2mm정도 들어가고 있었고 생명의 위협에서 본능적으로 지옥의 공포를 느낀 교장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머리끄덩이를 뒤로 잽힌 교장의 턱은 들려 있었고 자기 목을 볼 수 없는 상황인데다 코앞에는 내 분노한 면상과 부릅뜬 눈만 있으니 제정신이 있긴 하겠나?

"손녀딸이 삼일초등학교에 다니는 모양이야, 그렇지?"
"으허허헝.... 으아앙...."

교장이 어린애처럼 통곡하기 시작했다. 나이먹은 사람이 우는 것을 보니 아차 싶었다. 내가 이럴려는 게 아니었는데.. 머리통을 쥔 손을 풀고 타치를 납도하자 교장이 내 허벅다리를 끌어안고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무릎을 꿇었다.

"제발, 제발 내가 잘못했소. 손녀딸에게 손대지 마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콧물과 침을 흘려가며 나에게 필사적으로 엉기는 교장을 뿌리치고 돌아서자 교장이 무릎 걸음으로 쫓아오며 내 구두라도 붙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분노에 정신을 잃고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에 약간의 후회가 스쳤지만 나를 가지고 논다는 분노와 이제 원곡동 진출의 교두보를 얻었다 생각했는데 도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짜증이 곧 후회를 메워버렸다. 다시 홱 돌아서는 소파 의자에 앉고는 눈을 부릅뜨고 교장을 내려다보았다. 손은 주먹을 쥐어 무릎에 두고 허리는 세우고. 하지만 머리와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은 정녕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교장 선생님. 이게 교장님의 뜻이 아니라는 건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쇼."

하지만 부릅뜬 눈과 떨리는 손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 총대를 떠넘기고 저를 쫓아내려고 드는 선생놈들이 누군지는 알아야겠습니다. 다들 불러서 조용하게 대화를 하고 싶군요. 누굽니까? 어서 말씀을 하세요."
"잘못했소... 내가 다 잘못했어요..."
"어서 말하라니까! 질질 짜는 거밖에 할줄 아는게 없나!"

그대로 있다간 사단이 날 것 같아 자리를 박차며 일어섰다. 교장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로 바닥에서 일어날 줄 모르며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통곡소리를 들을 때마다 짜증도 싾여간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전습대고 나발이고 다 끝장내버릴 것 같아서 더이상 악화되기 싫어 튀어나간 것이다. 문을 확 열어버리니 복도 저편에서 몰래 상황을 관찰하고 있던 선생들이 보였다. 나를 보니 급히 숨는다. 그렇다고 선생들을 다 죽여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면하고 돌아 사무실로 향하는데, 지나던 교실이 소란스러웠다. 문을 쾅 열고 들어가보니 우리 대원이 지팡이를 양손으로 쥐고 학생과 대치하고 있고, 셔츠를 반쯤 벗다시피한 일련의 학생 패거리가 사시미를 손에 들고 대원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놈이 바로 이 학교의 중국인 갱의 서열 1위쯤 되는 친다오밍이라는 놈이렷다.

하필 분노로 뭐라도 때려부셔야 직성이 풀릴 상황이었던 나를 만난 게 불운이다. 전습대원의 지팡이를 빼앗아 들었다. 칼을 든 상대는 어떻게 처리하면 되느냐고? 그냥 후려패면 그만이지. 그리고 그 결과물은 턱이 돌아간 상태로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는 것이었다. 친다오밍이 쓰러지자 뒤에서 후까시 잡던 놈들은 크게 당황했고 곧 지팡이의 스텐레스 중량 헤드로 두들겨맞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으로 죽음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지경이 되자 친다오밍 패거리들은 팔로 얼굴을 가리고 다리는 웅크리고는 구석으로 몰려 모두 눈물을 뿌리며 중국어와 조선말로 살려달라고 절규하기 시작했다. 곧 전습대원 서너명이 급히 들어오자 나는 지팡이를 던져버리고는 돌아섰다. 때리면 때릴수록 분노는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몇배로 커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대론 나를 제어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이자들은 전습대원의 권위에 도전했다. 따라서 규칙대로 채찍형에 처한다. 전교생들 다 나오라고 해!"

교실의 학생들과 선생들은 완전히 얼어있었다.

10분 후,

전교생들이 운동장에 운집한 가운데 친다오밍이 손이 밧줄로 묶여 조회대 양쪽 기둥에 고정되어 있었다. 원곡고의 공포의 대상, 덤볐다가는 뒷빽 조직에게 가족까지 살해당한다는 소문에 그 누구도 덤빌 수 없었던 공포의 친다오밍이 멍투성이의 상체를 전교생 앞에 드러낸 채로 무력하게 묶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친다오밍을 무참하게 패놓은 자들이 바로 전습대원이다. 그리고 그 수장인 보병지도역이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시커먼 채찍을 손에 들고 그 친다오밍을 지금 규칙에 따라 체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친다오밍은!"

그 누구 하나 기침 소리조차 내는 이가 없었다.

"칼을 가지고 전습대원을 살해하려 시도했다!"

학생들의 긴장이 한층 더해진 듯 했다.

"그러나 이런 자들은 절대 전습대원을 이길 수 없다. 그 행동만 보면 이 자리에서 참수를 해야 마땅하지만..."

운동장의 종잇장 휘날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규율은 그 누구에게도 공평하고 또 엄해야 한다! 따라서 친다오밍에게 규율 2조에 의거하여 채찍형에 처하며, 전습대원을 살해하려 한 행동을 감안하여 채찍 10대에 처한다! 이것은 학생에게 가해지는 최고형량이다!"

학생들의 얼굴에 의외라는 표정이 스쳤다. 겨우 10대? 그정도면 별거 아닌거 아닌가? 하는 반응들이다. 물론 감히 입을 여는 자는 없었지만, 허나 이 공포의 채찍, 섐복에게 단 한대만 맞아도 피눈물을 쏟으며 그 어떤 불효자라도 어머니를 찾으며 땅바닥을 뒹굴 것을 알게 된다면 10대가 얼마나 잔혹하고 무서운 형벌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오늘은 바로 좀 어영부영했던 학내 규율이 철저하게 강해지는 날이다. 손자가 궁녀 둘의 목을 잘라 아녀자를 정예병으로 만든 고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숫자를 셀 전습대원이 옆에 서고 내가 섐복을 든 손을 높이 들자 운동장 전체가 다시 얼어붙었다. 뒤이어 서너 걸은 달려가며 허리를 돌려 친다오밍의 등을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우누스!"

채찍에 맞은 부분이 시뻘겋게 부풀어오른다.

"두!"

다른 부분도 똑같다.

"트리!"

같은 곳에 두번 맞으니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쿠왓투르!"

"으아악!! 으아아아...."
무릎을 부들부들 떨고 땅을 치며 몸을 벌벌 떨고 시뻘개진 얼굴을 찡그리고 울부짖기 시작한다.

"퀸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으아아악!!!"
몸을 비틀며 발악하고 절규하는 가운데 채찍이 허리를 휘감았고, 떼어내니 몸을 마찰하며 떨어져 나갔고 피가 와이셔츠에 튀었다.

"식스!"
"잘못! 잘못했어요! 끼에에엑"

친다오밍은 반쯤 눈을 까뒤집었고 목소리도 나오다 말기 시작했다. 숫자를 세던 전습대원도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자비를 구걸하는 눈빛을 나에게 보내고 있었지만, 허나 다른 날 백명은 용서해도 본보기를 보이는 날의 한명은 절대 봐줄 수가 없다. 법이 고무줄이 되면 존경도 없다. 무시하고 계속하려는 뜻을 보이자 전습대원도 결국 고개를 돌리고 다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셉팀!!"
"......"
입에는 거품을 물었고 바지 중간이 불룩해진데다 젖은 티가 나는 걸로 보아 똥을 싼 모양이었다.

"옥토!!"
"!!"
채찍이 후려쳐지는 순간 달려든 것은 다름아닌 교장으로, 친다오밍의 등을 감싸는 바람에 교장의 왼쪽 얼굴에 섐복의 직격타가 들어갔다. 눈은 다행히도 안경 탓에 직격은 면했다. 눈에 후려칠 경우 실명도 어렵지 않은 것이 바로 섐복이다. 교장이 맞은 것을 보자마자 뒤통수에 크게 한방 맞은 듯 했다. 바로 채찍을 던져버리고 달려들어 교장의 용태를 살폈다. 운동장의 학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내 학생이니 내 잘못일세, 나머진 내가 맞을 테니....용서를..."

그리고 교장은 혼절해 쓰러졌다. 숫자를 세던 전습대원을 보자 고개를 흔들며 더이상 안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일어서서 마이크를 들고 학생들을 향해

"교장 선생님께서 친히 친다오밍을 용서해줄 것을 부탁하셨다. 또 친다오밍은 지금 기절했으며 처벌을 속행할 상태가 아니므로, 오늘 처벌은 이것으로 종료한다. 전원 교실로 돌아가도록!"

친다오밍과 교장은 급히 의무실로 옯겨졌고, 학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오와 열을 유지하며 교실로 들어갔다. 텅 빈 운동장을 보며 교장에게 섐복을 날린 것이 못내 기분 나빴다. 찝찝하기도 했고 기분도 더러웠고, 천하의 후레 개자식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듣는 사람도 없겠다, 가슴 속에서 북받쳐오르는 짜증을 한마디로 조용히 토해냈다.

"씨발...."

조회대의 계단을 내려가 운동장 모래먼지에 휩쓸린 섐복을 주워들었다. 왠지 그냥 거지같다는 느낌 뿐이었다.

병실에서 교장을 면회하고 있다. 다행히도 교장은 섐복의 강타 때문에 혼절한 것은 아니고 그 전에 너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바람에 체력을 소모해서 쓰러진 것이고, 얼굴에 난 자국도 경미한 수준이라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는 흔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연로한 몸에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기는 어려워했고, 교장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용서를 청했다.

"보병지도역께서 왜 이러십니까? 노인네 곤란하게 이러지 마세요.."
"아닙니다.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 주십쇼.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러지 마세요..."
"그리고 이제 편하게 말씀하십쇼. 저처럼 젋은 놈에게 어찌 그런..."

장시간의 대화가 이어졌다. 교장은 친다오밍이 사시미를 목에 들이대는 경험을 한 적도 있었고 미워하고 있었지만 그토록 두들겨맞고 똥까지 싼 것을 보니 교육자로써의 본능이 그렇게 미워하던 친다오밍조차 감싸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화 끝에 결국 전습대 출장본영의 방침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결국 선생들의 교육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사소한 것으로, 내 구상을 크게 침범하지는 않는 수준이다.

이후 학내 갱단이라는 것은 완전히 소멸했다. 철저한 소지품 검사와 비밀 보장이 확립된 신고제, 주변부 순찰 덕택에 담배와 주머니칼, 사시미는 학교 200m범위 안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었고 학생들 간의 사투는 절대로 불허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싸움 자체를 못하게 한 것은 아니고 전습대의 감독 아래 정해진 룰 안에서 붙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바로 멘수르(Mensur)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는 다음에 해설하도록 하자.

선생들에게는 따로 엄중히 경고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날 교장실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몇명은 다 듣고 있었고 그 내용이 선생들 사이에서 다 퍼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에게는 선생들끼리의 야유회 때 두둑한 금일봉 선물을 하사했고, 그들의 경조사에는 전습대 명의로 두둑한 축의금과 부조금이 주어졌기 때문에 아마 그들 사이에서 우리 전습대의 평가가 박하지만은 않으리라 본다. 무엇보다 학내의 평화를 가져다 주었으니까...

그리고 교장은 학생들의 진심어린 존경을 받게 되었다. 교장에게 늙은 병신 운운하며 행패를 부리던 친다오밍을, 그 공포의 채찍 처벌 속에서 자기 제자라고 채찍을 맞아가면서까지 보호한 것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아이들의 진심어린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교장의 얼굴에는 교직원으로써의 보람이 흘러넘치는 듯 하였다. 다들 잘된 일이지.

그렇다면 이 한가지 계기를 마련하게 된 친다오밍은 어떻게 되었을까?

친다오밍 사건 이후 3일이 지나 새벽 2시에 학교 주변을 순찰하다 학교 건물 뒷편으로 진입했을 즈음, 왠 사람 실루엣이 보이길래 LED랜턴을 비추니 왠 남자 둘과 아줌마 한명이 서있었다.

"누구시오?"

얼굴 쪽을 비추니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이쪽 주민인가? 학교에 물건을 훔치러 온 도둑일 수도 있어 경계하면서 말했다.

"야간에 이곳은 통행 금지로 되어 있습니다. 나가주시죠."
"당신이 보병지도역인지 뭔지 하는 자인가?"

예감이 심상치 않았다. 원한을 살 만한 일이야 좀 있긴 했지만...

"나는 친다오밍의 삼촌이야. 네놈이 우리 다오밍이를 개처럼 패는 바람에 그 애는 이제 밖에도 못 나가고 검은 옷만 봐도 똥오줌을 싸면서 울부짖는다고, 너같은 미친놈이 착한 다오밍이를 그 꼴로 만들었어. 인면수심의 히틀러 놈... 오늘 죄값을 치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접근한다. 그가 접근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바닥과 창문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항상 가로등은 내 등에 있게 선다. 그래야 뒤에서 누가 다가오면 그림자가 알려주기 때문이다. 창문을 통해서 반사된 모습에서도 어렴풋이 문제를 눈치챌 수 있다. 과연 내 뒤에서 길게 뻗어오는 희미한 그림자가 보인다. 희미한 그림자가 다시 줄어들면서 짙고 짧은 그림자가 새로 나타난다. 그가 두번째 가로등에 비추어질 만큼 가까워졌다는 증거이다. 곧이어 달음박질치는 발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앞뒤에서 나를 협공해서 죽일 셈이다.

즉시 발도하면서 뒤로 돌면서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대각선으로 타치를 내려친다. 타치에 묵직한 브레이크가 걸린다. 다행히도 상대의 몸을 베고 지나간다는 증명이다. 허공을 갈랐더라도 상대는 멈칫할 테니 잘 안되었다면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면 그만이었겠지만 기왕이면 성공하는 것이 좋다. 보니 뒤에서 나를 습격한 놈은 쇄골이 반쯤 잘리고 나머지는 살이 갈라진 채로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즉시 다시 돌아 나에게 사시미를 내밀고 달려드는 친다오밍의 삼촌의 손을 향해 수직 내려베기를 가하면서 무릎을 꿇고 앉아버리자 사시미가 내 머리 있던 곳을 통과하면서 내 머리 위로 뭐가 후두둑 떨어진다. 뒤이어 친다오밍 삼촌의 비명 소리가 이어졌고 몸뚱이가 나를 향해 무너졌는데, 그걸 일어서면서 허리를 어깨로 들어 올리면서 뒤로 떨궈버렸다. 그 광경을 본 나머지 남자 한명은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아줌마는 뚱뚱한 몸을 이끌고 뒤뚱거리면서 부엌칼을 들고 나에게 달려온다. 그 얼굴에는 나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다.

아무리 나라도 여자에게 칼을 휘두른다는 것은 망설여질 뿐이었다. 그녀가 느려터진 몸으로 나를 찌르려고 허둥대지만 나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면서 피하고 있었다.

"우와악!!"

아까 도망갔던 남자놈이 다시 이쪽으로 도망오고 있었는데, 뒤이어 따라붙은 그림자가 가까워진 순간 몸을 경직시키더니 곧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쓰러진 남자 뒤에 서 있는 것은 다크 블루 원단에 금단추 옷을 입은 걸로 보아 우리 대원이다. 아마 자다가 소리를 듣고 나와 본 대원에게 추격당하다가 당한 것인 듯 하다. 그 대원은 나에게 칼을 휘두르는 덩치 큰 자(그에게는 이렇게밖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를 보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어서는 그 아줌마의 가슴에 군도를 찔러넣었다. 칼을 돌리고 뽑자 그 아줌마는 쓰러졌는데, 대원은 가로등에 비친 그 괴한의 얼굴과 옷차림이 아줌마라는 것을 깨닫고 적잖이 당황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나와 아줌마를 번갈아 보더니 말하기를

"왜...왜 여자가 이런 시간에 이런 짓을?"
"글쎄, 설마 벌써 중국인 조직에서 암살단을 보낸 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해도 이런 아줌마에게 암살 임무를 시키다니, 인면수심의 조직 놈들..."

차마 대원에게 친다오밍이 정신이 붕괴되었고 그것을 복수하러 온 친지들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악인은 천만명을 죽여도 정의이지만 의인이나 백성은 단 한 상처만 내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받는 법이다. 그들이 나에게 보복하러 온 것은 나의 업일 뿐 대원이 양심으로 괴로워해서는 안된다.

"...이걸 어떻게 할까요?"
"시체는 위험하다. 함부로 내보였다가 저놈들이 폭동의 구실로 써먹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잘 처리해야지. 저쪽에 쓰레기 소각로가 있었지?"
"예... 요즘은 많이 쓰고 있죠."
"대원들 좀 깨워주게."

다음날 소각로의 연기 냄새는 참으로 독특했다. 그리고 며칠 후 학교 앞에서 교통 사고가 났는데, 친다오밍이 오줌을 싼 츄리닝을 입고 도로를 맨발로 뛰어다니다 트레일러에 받혀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 친다오밍의 삼촌과 어머니가 행방불명되었다는데, 친다오밍이 조직의 마약을 빼돌리는 바람에 복수를 당했고 친다오밍은 그것 때문에 정신이 돌아서 그리 된 것이라는 말이다. 뭐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시체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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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17화 전습대 시큐리티&프로텍트 서비스에 가입 하시라
언젠가 씁니다.


*섐복 -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채찍의 일종. 유연한 회초리에 더 가까우나 파괴력은 차원이 다릅니다.


*전습대 지팡이 - 콜드스틸사의 시티 스틱. 지금은 단종된 스테인리스 스틸 헤드 버젼입니다. 봉은 11겹 적층 화이바 글라스.

덧글

  • 암호 2013/11/21 02:21 # 답글

    이러한 사건이 서막이 열린다는 것을 알릴 서곡이네요.
  • 레드불중독자 2013/11/21 02:44 # 답글

    이제 막 나가는겁니다. 북두의 권이 따로 없....
  • Atomic_Learner 2013/11/21 02:48 # 답글

    ............!!
    진짜 다크 판타지네요. 우-와.
  • γοργεους 2013/11/21 03:06 # 삭제 답글

    으악 다크하다! 잘 보고 있습니다!
  • heilel 2013/11/21 04:07 # 삭제 답글

    어둠의 다크에서 검의 소드를 휘두르며....
  • 레드불중독자 2013/11/21 04:13 #

    나의 마이 멘탈의 정신이 붕괴된다! 디스터럭션!
  • 위장효과 2013/11/21 06:51 # 답글

    구승편쓰실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으어...이건 뭐야!!!!!
  • Zimen 2013/11/21 08:11 # 삭제 답글

    헐 하드하네여;
  • 네비아찌 2013/11/21 08:55 # 답글

    아프리카 채찍이라면 하마 가죽으로 만든다는 그것인가요. 후덜덜하네요.
  • 지나가는 저격수 2013/11/21 09:06 # 답글

    막장으로 치닫는 전습대... 과연 레알 안산드레아스를 만들것인가?
  • 2013/11/21 11: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자성 2013/11/21 13:10 # 삭제 답글

    학교 소각로에서 시체 다수를 완전 소각 시킬정도의 화력이 가능한 건가요.

    뭔가 좀비 사태가 사회의 여러 부분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 암굴왕 2013/11/21 16:29 # 삭제 답글

    다크 판타지를 표방하는 것 답게 역시 현실적인(그것도 부정적인 쪽) 면이 굉장히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아 다오밍이는 스스로를 구원하질 못했구나!
  • 체리쥬빌레 2013/11/23 15:26 # 삭제 답글

    속이 다 시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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