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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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습대 15화 근대화의 기수 팬픽

"제군들! 학교에 다니는 이유가 뭐야?!"

난데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당황스러워한다. 월요일 오전부터 귀찮게 운동장 조회를 하는가 싶더니 소문도 자자한 직빵 살인마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이랍시고 나타난 가운데 생각도 못한 질문이 떨어지니 이미 사고는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 교복은 왜 입나!?"

점점 더 아리송한 질문 속에 학생들은 당황함을 지나 점차 짜증의 빛을 얼굴에 슬슬 나타내기 시작했다.

"반과 학년이 있는 이유가 뭐야?!"

세번째 질문에 결국 참지 못했는지 대열 중간쯤에서 퉁명스런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 있으니까 있죠!"

"뭐야?! 지금 지껄인 놈 당장 나와!!"


큰 소리와 함께 학생들 앞에 선 대원들이 지팡이를 당장이라도 후려칠 듯이 들어올리자 학생들이 단체로 얼어붙어서는 감히 고개를 들 생각을 못했다. 당연히 퉁명스럽게 대답한 방향에서는 아마 그 말을 했을 학생을 책망하듯이 눈동자를 굴리며 왜 미쳤다고 나대냐는 식의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 느껴졌다.

"부국강병이라는 말을 알아라, 부국강병! 본디 지배층들은 백성들이 무식해야 지배하기 쉬웠다. 무식하면 무능하며 무능한 자들은 쌍것이기 때문이야. 그러나 문명이 발전하면서 더이상 그딴 안일한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거야!! 그렇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가 필요해졌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이지! 그래서 백성에게 어쩔 수 없이 교육을 시키고 깨어있는 인재를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국방의 씨앗으로 삼기 위하여 집단생활과 군복을 준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반은 소대! 교복은 군복! 학년은 대대이며 너희들은 머리로 싸우고 체력으로 싸우며 젋음으로 싸우는 병사인 것이다!! 어떤가! 위정자들의 기득권을 위해 노예생활을 하는 기분이 드는가!?"

학생들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 조용함의 단초는 분명 전습대원들의 위협이었겠지만 지금은 생전 처음 듣는, 자신들을 옭아매고 있는 교육 제도의 기원이 실은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유산이었다는 점이 그들의 뇌리에 충격을 주고 있기에 조용한 것이리라. 지적 충격! 이 지적 충격만큼 인간의 사고를 뒤집는 데 좋은 방법이 없다. 자 충격을 계속하지...

"노예생활이라 생각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다! 어리석은 놈이란 말이다! 과거의 기사! 기사를 생각해보라! 사무라이!! 사무라이를 아는가?! 그들은 무술과 지식을 독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배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사람 하나만 놓고 보면 무사의 자식보다 농민의 자식이 훨씬 싸움을 잘할지 몰라도 무기와 갑옷과 지식과 무술을 독점했기 때문에 지배할 수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너희들에게는 그 지식과 무술이 나라에 의해 제공된다, 과거의 천민들이, 농민들이 피를 토해가며, 눈물을 뿌려가며 그토록 갈구하고 원했던 것을 네놈들에게는 공짜로 주어지고 있단 말이지, 한마디로 네놈들 노력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노무현! 노무현을 생각해보라, 이명박! 이명박을 아는가? 이 집도 절도 없는 거지새끼들이 무슨 수로 일국의 수장까지 오를 수 있었나!? 바로 지식이고 무력이고 다 가르쳐주는 근대 교육 체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책을 펴도 쌍놈은 과거에 응할 수 없는 나라라면 이런 자들은 영원히 시골 똥밭에서 처박혀 죽어갈 수밖에 없었단 말이다!!

근대 교육은 부국강병의 목적 아래 너희들을 인재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꼬락서니를 잘 보라! 교육의 선봉에 서야 할 교육자들은 젋은 패기에 맞아죽을까봐 벌벌 떨고 너희들은 잠재적인 공포의 대상이자 방치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지! 이것은 누구의 탓인가, 내가 알려주마. 바로 선진교육의 핑계하에 책임을 방기하고 신시대의 선두라는 환상이라는 마약을 온몸에 쑤셔박아가며 똥오줌 못가리는 위정자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면서 근대교육의 대들보를 하나씩 뽑아나갔고 대들보가 뽑혔으니 건물이 가벼워졌다는 망상 속에 사는 자들이다. 집의 기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대들보를 싹 다 뽑아버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자들이다!

우리는 그런 자들을 단호히 거부하고 근대 교육의 정수를 네놈들에게 때려박으러 왔다. 이제 너희들은 죽었다고 복창해라. 너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선택권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네놈들에게 규율을 때려박고 머리속에 지식을 쑤셔박고 몸에는 힘을 쳐박아줄 것이다. 규칙 속에서 투쟁하고 투쟁 속에서 관용하라! 지식은 네놈들 하나 하나를 헤겔로 만들기 위해 있으며 무력은 네놈들 하나 하나를 항우로 만들기 위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등병은 필요없다, 노예새끼는 필요없다! 네놈들을 모두 장교로 만들어주겠다! 이것이 끝났을 때 네놈들은 근대화의 기수로 세상에 출병하게 된다. 근대화의 기수가 여단을 이루고 군단을 이룰 때 비로소 무너진 세상은 바로 설 것이며 네놈들 하나 하나에게는 입신양명의 후광이 비출 것이고 우리 일국에 부국강병의 태양을 띄울 것이다! 이해가 됐나!"

"예!"


어라, 생각외로 대답이 우렁찬데.. 말하다 보니 반쯤 폭주해서 연설이 좀 막나간 터라 애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몰랐던데다 내가 이해가 되었느냐고 말한다고 대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답한 것은 대략 학생의 절반 정도인 것 같다. 학생들은 모두들 나를 쳐다보고 있고, 의외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생각보다 시작이 좋다.

"그럼 교육을 시작하지. 줄이 그게 뭐야! 전 대원은 기준을 정하라! 기준! 앞으로 나란히!"

학생들이 주섬주섬 움직이며 줄을 맞춰나간다. 느려터진데다 아직 짜증 가득한 얼굴이 곳곳에 산재해 있었지만 이 혼돈의 카오스들이 명령에 따라 줄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단 20분 사이에 천지개벽이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선생들의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이 5:5로 함유된 얼굴들이 있었다. 특히 교장은 상상도 못한 사태(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에 어찌해야할지 감조차 못잡는 얼굴이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을 보며 나는 씨익 웃으며 한마디 했다.

"아무튼 그런 줄만 아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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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16화 시체는 없다
언젠가 씁니다.

덧글

  • 위장효과 2013/11/19 21:03 # 답글

    이제 다음번 도입 무장은 암스트롱 포와 개틀링 건...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3/11/19 21:23 #

    아무리 이 세계관이라도 그런 걸 좌시할 행정부는 없습니다. 이건 별 수 없죠. 구닥다리 전장식 소총 사는데도 얼마나 고생했는지..
  • 지나가던과객 2013/11/19 21:40 # 삭제 답글

    작가님이 폭주해버리면 주인공이 조직을 확대해나가다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는다로 발전해 버릴 것 같습니다.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3/11/19 22:00 #

    정작 쓰다 보면 등장인물의 성격에 휘둘리기도 하고 의외로 휘둘리는 게 많다 보니, 폭주해도 찬바라 1:40 무쌍 정도도 힘들 것 같습니다. 모르면 쓰겠는데, 아니까 도저히 못 쓰겠더군요. 포크레인 운전사가 포크레인에 빔사벨 달고 칼싸움 된다는 글을 보면 일으킬 경기와 비슷합니다.
  • Atomic_Learner 2013/11/19 22:48 # 답글

    아, 다크 판타지.
    다크 판타지에 취한다!

    오늘에야 전습대 정주행을 해 봤네요.
    간만에 물건 발견한 기분입니다.
  • 오군 2013/11/20 11:05 # 삭제 답글

    이제 본격적인 군벌의 길로 들어섰군요.
  • Zimen 2013/11/20 14:01 # 삭제 답글

    다음편 주세요 현기증난단말이예요;ㅅ;
  • 암굴왕 2013/11/20 22:28 # 삭제 답글

    아 근대화의 기수!
    나중에 인생은 한방 나오겠군요 ㄲㄲ
    학생때는 저런거 가르쳐줄 양반도 없고 가르치지도 않고 하니
    애들이 스스로 깨달은게 아니면 다 할거를 안하드래요
    굳이 공부만이 아니더라도 자기네 하고픈거 할거 구분도 생각도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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