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 더이상 늘릴 수는 없어."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제 우리가 통괄하는 지역이 워낙 넓어진지라.. 200명이 되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그건 아는데, 한사람당 140만원이 100명이면 한달 1억 4천이야. 1년이면 16억 8천이라고. 반쯤 거지신세가 된 안산시가 부담할 수 있는 돈이 아니야. 예산집행을 하고 자시고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흐...."
"그리고 경찰도 더이상 신시가지에서 자율방범대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굳이 100명을 넘기겠다고 해도 곧 정리해고는 하지 않을 수 없을거야. 그러니 지금 수준에서 넘어가지 않도록 해. 아니 오히려 좀 줄였으면 하는데..."
시청의 우리편 박계장님도 점점 늘어나는 전습대원의 숫자와 그에 따른 예산 폭증에는 더이상 쉴드를 칠수 없었던지 나를 불러 규모 증가에 대한 뻰찌를 먹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신/구시가지의 자율방범대를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전담 대원만 120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구 막부전습대의 편제를 따른 것이기도 한데, 간부 제외한 40명이 1개 소대, 그리고 3개 소대 120명을 1개 중대로 편성하는 것에 따른 것이었다. 이정도는 되어야 구시가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이 최소한 확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원을 확장하려던 것이었다.
이것을 위한 인재 풀은 완비되어 있었다. 치안불안을 구실로 출범시킨 대시민 무술훈련조직인 국방무도협회에서 전술을 배우는 사람 중 열성적이고 인성이 되어보인다고 판단하는 사람들 중에서 추천을 받아 꾸준히 인재를 늘려나가고 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간부 포함 74명에 육박하자 박계장님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부른 것이다.
여기에는 안산시경측의 입장도 포함되어 있다. 당장 도장깨기가 공개로 벌어지는 탓에 그 도장 소속으로 활동하던 자율방범대를 비롯하여 외국인들이 신시가지로 못 들어오던 이유가 사라져버린 시점에서 치안 불안을 메워줄 당장의 땜빵이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를 대타로 세운 것이지, 우리가 경찰을 대신하는 군벌로 성장시켜주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시 신시가지의 치안이 확립되었다 싶으니 이제 통제할 때가 되었다고 본 것이다.
김추자에게 상담해 보았지만, 다른 용도라면 모를까 단순히 돈이나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다름아닌 인건비에 예산을 쓰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요시노부의 훈령이 있었다고 말하며 인건비 관련 지출을 거부했다.
확실히 이런 문제가 언젠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고, 이에 대해 예전부터 해둔 구상은 젖과 꿀이 흐르는 나의 엘도라도, 구시가지에서 예산 확충을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것이 아니고 아직까지 잔류하는 한국인 상인들에게 보안을 제공하고 보호비 받기, 지역 이권 사업의 잠식, 사채업 개시 등등 온갖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풍부한 이자율의 스카페이스> 대치동 김씨가 사채업에 대해서 온갖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으니, 문제는 구시가지에 어떻게 큰 인상을 주고 진입할 수 있느냐다.
다짜고짜 나타나서 수금을 한다고 하면 원곡동을 휘어잡은 중국인 4대조직에서 암살과 린치를 포함한 적극적인 반발이 있을 것이고, 여기서 당해가지고 아침나절에 전습대 제복을 입은 사람이 피떡갈비가 되어서 인력업체 근처에 널부러지기라도 하면 그동안 싾아온 명성은 싸그리 무너지고 바로 얕보일 수 있을 것이다. 복수를 하면 되겠지만 이른바 4대조직이란 것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 게릴라처럼 모이면 조직이지만 흩어지면 시민이니 거기 사정도 생판 모르는데 아무나 붙잡고 복수랍시고 린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면 민간인 학살이고 모든 민간인들이 죄다 적으로 변하면 P53엔필드 전장식 소총 수십정으로는 십몇만은 넘을 안산시 중국인들을 절대 당할 수 없다.
시간이 별로 없다. 안산시는 더이상 자율방범대를 빙자한 우리들에 돌릴 예산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언제 인건비를 끊어버릴지 모르는 만큼, 한시바삐 좋은 구실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와중, 인터넷을 보다가 본 것이 바로 <오가사와라 유곽 습격사건>이다. 구 막부육군 대원이 에도 유곽에서 깽판치다가 거기 기도들에게 떡지게 맞았더니, 분개한 육군대대 전체가 거총하고 대포까지 끌고 대열을 갖추어 질서정연하게 출병해서는 유곽 건물을 초토화시켜버리고 다시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추어 철수했다는 해프닝이다. 이거구만!
다음날 후배이자 전습대 육군지도역상당인 이상평이를 불렀다.
"내가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지금 또 존폐 위기에 놓였잖아?"
"예... 정말 세상 일 마음대로 안 되네요.."
"그런데 너는 힘도 세고 덩치도 장난이 아니잖아?"
"아유 형님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뭐 맘에 안드는 사람 있으시면 말씀만 해 주십쇼. 언제든지 병신 만들어놓겠습니다."
"흐흐흐 뭐 그런 일은 아니고...."
온몸에서 다크한 오오라를 뿜으며 일어서는 상평이의 뒷모습을 보니 죄책감이 폭풍 휘몰아쳤다. 허나 인류의 역사는 희생 운운..
다음날 오후 4시쯤.
"얼마나 모였어?"
"의외인데요. 64명 가능한 인원들은 다 왔습니다."
책에서 본 막부전습대의 소대정원규정은 40명이지만 그건 규정이 그렇다는 거고 사람이 없으면 그에 맞춰야 한다. 따라서 32명씩 2개로 나누었는데, 이는 순수 병력으로 간부는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원래 비번인데다 지금 멀리 있어서 못 오는 사람과, 이상평이를 따라 특수 임무에 투입된 2명을 제외한 가능인원 전원이 소집되었다. 나까지 포함하면 총 65명이다.
지금 보고하는 친구는 뇌격대장 김진철이다. 삼일국민학교에서 모였던 국방무도협회 초기 인원 중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친구로 32살이다. 몸집은 호리호리하고 얼른 보기에 힘은 없어 보이지만 극진과 삼보를 비롯한 여러 무술을 했기 때문에 반사신경과 몸 움직임은 매우 탁월했다. 뇌격대라는 이름은 원래 1소대 2소대 하는 식으로 구분해야 하지만, 겨우2개 소대 정원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대규모 부대라도 되는 양 숫자로 구분하기도 남사스럽고, 기왕 부를 거면 선전선동 차원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이름으로 붙이자는 생각에서 채택한 이름이었다. 1소대는 뇌격대(雷擊隊), 2소대는 뇌전대(雷電隊)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시계바늘이 4시 5분을 가리키자 손목시계의 초침을 맞추었다. 지금이 바로 작전개시 시간이다. 바로 지금부터 이제 이상평이가 원곡동 중국인 식당에서 미리 준비해둔 바퀴벌레를 들이대며 깽판을 치기 시작했을 것이다. 기본 첫타로 기물 파손부터 시작해서 구경꾼이 몰려들고 조직원들이 나서서 난장판이 벌어질 때까지 대략 10분 정도를 예상한다. 이상평이는 당연히 군도를 차고 있는 만큼 쉽게 당하진 않을 거고, 조직원이나 성질 더러운 짱개 몇놈이 나뒹굴고 대치 상황이 벌어지는 데에는 약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한다. 상황이 심각해져서 제대로 꺼리가 되겠다 싶으면 상평이가 나에게 카톡으로 <형님 살려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것이 바로 출병의 신호탄이 된다.
아직 메시지가 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동료가 피떡이 되어가고 있었다고 말해놨기 때문에 이미 병력은 출발 준비로 부산하여, 당장이라도 미니버스 2대에 분승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것을 붙잡아두고 장황하게 연설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므로, 대충 확성기를 가지고 적당히 도열한 대원들 앞에서 소리쳤다.
"각원들도 금일 들은 바, 우리의 대원들이 우리의 땅인 원곡동에서 말도 안되는 린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동료를 구출하고 그들에게 안산시 땅의 주인이 어디 사람인가를 단단히 보여주어야 하므로, 우리는 최대한의 위세와 규율로 그들을 압도한다. 알겠습니까?"
뒤이어 뇌격대장 김진철이 소리친다.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대원들의 호성이 이어진다.
"불퇴전(不退戰)!!"
다시 뇌신대장 김책이 뒤를 잇는다.
"우리의 임무는 무엇인가!"
"육탄행(肉彈行)!! 우와아아아!!!"
대원들이 지르는 호성에는 기쁨까지 담겨 있다. 그동안 배운 전술과 구입한 장비들을 실제로 사용한다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어지간하면 교전은 피할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힘만 과시하는 걸로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기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다.
<형님 살려주세요> 의 메시지가 왔다. 좀 빨리 보낼 것이지...
10분 정도 지나 일사불란하게 하차한 대원들이 빠르게 4열 종대 돌격대형으로 배치되고 김책-김진철을 선두에 두고, 제일 앞에는 내가 서서 발을 맞추어 문제의 식당으로 향했다. 이걸 여러 사람들의 증언으로 재구성해보면 대충 이러했다.
중국인들은 문제의 괴신사, 즉 전습대원이 칼을 들고 깽판을 친다니 떼로 몰려들어서 구경하고 식당 안에서 피를 흘리며 어깨를 움켜쥐고 나오는 조직원 한명에게 시선이 집중되다가, 어디서 지축을 울리는 구둣발 소리에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구 원곡파출소 건물이 있던 쪽을 보니, 다크 블루 원단에 금단추가 달린 제복에 케피 모자를 착용한, 허리에는 가죽제 개인장구류와 오른쪽에는 134cm의 엄청나게 긴 소총을 들고, 왼쪽에는 가죽제 검대에 매달린 군도를 차고, 또 그 소총 위에는 서슬 퍼런 총검이 착검된 채로 질서 정연하게 나타난 군대 같은 집단이 골목을 돌아 이쪽으로 오는데, 앞에는 커다란 칼을 든 장교처럼 보이는 자들이 있어 그야말로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상평이는 한참 사시미를 들고 달려들려는 조직원들을 상대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에 정말 저승사자에게 뇌물 바치고 겨우 돌려보낸 느낌이었다고 한다.
"En Guard!!"
호령을 내리자 즉시 전 병력들이 착검한 총을 전방으로 내밀었고 이 행동에 구경하던 외국인들이 전부 움찔하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군중들과 10m간격 정도를 두고 멈추어 서고는 나는 권총을 뽑아들고 즉시 문제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물론 병사 둘을 대동하고서였다. 한손에 들린 지휘권의 상징 해군도와 왼손에 들린 콜트 네이비 리볼버 권총을 본 조직원들은 완전히 혼이 나가서 달려들 생각을 못하고 있었고, 그 틈을 타서 이상평과 대원 둘을 끌고 나왔다. 이상평이의 표정은 아주 천사를 영접한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죽다 살아난 기분일테니..
이상평과 대원들을 회수한 것을 확인하자 다시 김책-김진철의 호령에 의해 전 병력이 다시 어깨 총으로 복귀하고 뒤로 돌아서 다시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추어 철수했다. 중국인들 눈으로는 보무도 당당하게 다시 골목으로 꺾어서 사라져가는 병대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 자체가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무슨 4차원 세계에 빠지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등을 보이고 사라지는 순간에도 저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난동꾼을 반드시 때려잡아 체면을 지켜야 하는 조직원들이 특히나 그랬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저들도 이후로도 우리를 함부로 어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로써 구시가지의 중심인 원곡동에서 전습대는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룬 셈이다. 만일 총이라도 쐈어 봐라. 우리가 사격하여 폭동이 발발한다면 경찰의 관할을 떠나 계엄군이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돈은 커녕 해산과 징역의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 없이 성공적으로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이지..
이 날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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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14화 출장본영
언젠가 씁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제 우리가 통괄하는 지역이 워낙 넓어진지라.. 200명이 되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그건 아는데, 한사람당 140만원이 100명이면 한달 1억 4천이야. 1년이면 16억 8천이라고. 반쯤 거지신세가 된 안산시가 부담할 수 있는 돈이 아니야. 예산집행을 하고 자시고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흐...."
"그리고 경찰도 더이상 신시가지에서 자율방범대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굳이 100명을 넘기겠다고 해도 곧 정리해고는 하지 않을 수 없을거야. 그러니 지금 수준에서 넘어가지 않도록 해. 아니 오히려 좀 줄였으면 하는데..."
시청의 우리편 박계장님도 점점 늘어나는 전습대원의 숫자와 그에 따른 예산 폭증에는 더이상 쉴드를 칠수 없었던지 나를 불러 규모 증가에 대한 뻰찌를 먹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신/구시가지의 자율방범대를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전담 대원만 120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구 막부전습대의 편제를 따른 것이기도 한데, 간부 제외한 40명이 1개 소대, 그리고 3개 소대 120명을 1개 중대로 편성하는 것에 따른 것이었다. 이정도는 되어야 구시가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원이 최소한 확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원을 확장하려던 것이었다.
이것을 위한 인재 풀은 완비되어 있었다. 치안불안을 구실로 출범시킨 대시민 무술훈련조직인 국방무도협회에서 전술을 배우는 사람 중 열성적이고 인성이 되어보인다고 판단하는 사람들 중에서 추천을 받아 꾸준히 인재를 늘려나가고 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이 간부 포함 74명에 육박하자 박계장님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부른 것이다.
여기에는 안산시경측의 입장도 포함되어 있다. 당장 도장깨기가 공개로 벌어지는 탓에 그 도장 소속으로 활동하던 자율방범대를 비롯하여 외국인들이 신시가지로 못 들어오던 이유가 사라져버린 시점에서 치안 불안을 메워줄 당장의 땜빵이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를 대타로 세운 것이지, 우리가 경찰을 대신하는 군벌로 성장시켜주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시 신시가지의 치안이 확립되었다 싶으니 이제 통제할 때가 되었다고 본 것이다.
김추자에게 상담해 보았지만, 다른 용도라면 모를까 단순히 돈이나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다름아닌 인건비에 예산을 쓰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요시노부의 훈령이 있었다고 말하며 인건비 관련 지출을 거부했다.
확실히 이런 문제가 언젠가 올 거라고는 생각했고, 이에 대해 예전부터 해둔 구상은 젖과 꿀이 흐르는 나의 엘도라도, 구시가지에서 예산 확충을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것이 아니고 아직까지 잔류하는 한국인 상인들에게 보안을 제공하고 보호비 받기, 지역 이권 사업의 잠식, 사채업 개시 등등 온갖 비합법적인 방식으로 큰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풍부한 이자율의 스카페이스> 대치동 김씨가 사채업에 대해서 온갖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으니, 문제는 구시가지에 어떻게 큰 인상을 주고 진입할 수 있느냐다.
다짜고짜 나타나서 수금을 한다고 하면 원곡동을 휘어잡은 중국인 4대조직에서 암살과 린치를 포함한 적극적인 반발이 있을 것이고, 여기서 당해가지고 아침나절에 전습대 제복을 입은 사람이 피떡갈비가 되어서 인력업체 근처에 널부러지기라도 하면 그동안 싾아온 명성은 싸그리 무너지고 바로 얕보일 수 있을 것이다. 복수를 하면 되겠지만 이른바 4대조직이란 것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 게릴라처럼 모이면 조직이지만 흩어지면 시민이니 거기 사정도 생판 모르는데 아무나 붙잡고 복수랍시고 린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면 민간인 학살이고 모든 민간인들이 죄다 적으로 변하면 P53엔필드 전장식 소총 수십정으로는 십몇만은 넘을 안산시 중국인들을 절대 당할 수 없다.
시간이 별로 없다. 안산시는 더이상 자율방범대를 빙자한 우리들에 돌릴 예산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언제 인건비를 끊어버릴지 모르는 만큼, 한시바삐 좋은 구실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와중, 인터넷을 보다가 본 것이 바로 <오가사와라 유곽 습격사건>이다. 구 막부육군 대원이 에도 유곽에서 깽판치다가 거기 기도들에게 떡지게 맞았더니, 분개한 육군대대 전체가 거총하고 대포까지 끌고 대열을 갖추어 질서정연하게 출병해서는 유곽 건물을 초토화시켜버리고 다시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추어 철수했다는 해프닝이다. 이거구만!
다음날 후배이자 전습대 육군지도역상당인 이상평이를 불렀다.
"내가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지금 또 존폐 위기에 놓였잖아?"
"예... 정말 세상 일 마음대로 안 되네요.."
"그런데 너는 힘도 세고 덩치도 장난이 아니잖아?"
"아유 형님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뭐 맘에 안드는 사람 있으시면 말씀만 해 주십쇼. 언제든지 병신 만들어놓겠습니다."
"흐흐흐 뭐 그런 일은 아니고...."
온몸에서 다크한 오오라를 뿜으며 일어서는 상평이의 뒷모습을 보니 죄책감이 폭풍 휘몰아쳤다. 허나 인류의 역사는 희생 운운..
다음날 오후 4시쯤.
"얼마나 모였어?"
"의외인데요. 64명 가능한 인원들은 다 왔습니다."
책에서 본 막부전습대의 소대정원규정은 40명이지만 그건 규정이 그렇다는 거고 사람이 없으면 그에 맞춰야 한다. 따라서 32명씩 2개로 나누었는데, 이는 순수 병력으로 간부는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원래 비번인데다 지금 멀리 있어서 못 오는 사람과, 이상평이를 따라 특수 임무에 투입된 2명을 제외한 가능인원 전원이 소집되었다. 나까지 포함하면 총 65명이다.
지금 보고하는 친구는 뇌격대장 김진철이다. 삼일국민학교에서 모였던 국방무도협회 초기 인원 중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친구로 32살이다. 몸집은 호리호리하고 얼른 보기에 힘은 없어 보이지만 극진과 삼보를 비롯한 여러 무술을 했기 때문에 반사신경과 몸 움직임은 매우 탁월했다. 뇌격대라는 이름은 원래 1소대 2소대 하는 식으로 구분해야 하지만, 겨우2개 소대 정원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대규모 부대라도 되는 양 숫자로 구분하기도 남사스럽고, 기왕 부를 거면 선전선동 차원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이름으로 붙이자는 생각에서 채택한 이름이었다. 1소대는 뇌격대(雷擊隊), 2소대는 뇌전대(雷電隊)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시계바늘이 4시 5분을 가리키자 손목시계의 초침을 맞추었다. 지금이 바로 작전개시 시간이다. 바로 지금부터 이제 이상평이가 원곡동 중국인 식당에서 미리 준비해둔 바퀴벌레를 들이대며 깽판을 치기 시작했을 것이다. 기본 첫타로 기물 파손부터 시작해서 구경꾼이 몰려들고 조직원들이 나서서 난장판이 벌어질 때까지 대략 10분 정도를 예상한다. 이상평이는 당연히 군도를 차고 있는 만큼 쉽게 당하진 않을 거고, 조직원이나 성질 더러운 짱개 몇놈이 나뒹굴고 대치 상황이 벌어지는 데에는 약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한다. 상황이 심각해져서 제대로 꺼리가 되겠다 싶으면 상평이가 나에게 카톡으로 <형님 살려주세요> 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것이 바로 출병의 신호탄이 된다.
아직 메시지가 오지는 않았지만 이미 동료가 피떡이 되어가고 있었다고 말해놨기 때문에 이미 병력은 출발 준비로 부산하여, 당장이라도 미니버스 2대에 분승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이것을 붙잡아두고 장황하게 연설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므로, 대충 확성기를 가지고 적당히 도열한 대원들 앞에서 소리쳤다.
"각원들도 금일 들은 바, 우리의 대원들이 우리의 땅인 원곡동에서 말도 안되는 린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동료를 구출하고 그들에게 안산시 땅의 주인이 어디 사람인가를 단단히 보여주어야 하므로, 우리는 최대한의 위세와 규율로 그들을 압도한다. 알겠습니까?"
뒤이어 뇌격대장 김진철이 소리친다.
"우리의 사명은 무엇인가!"
대원들의 호성이 이어진다.
"불퇴전(不退戰)!!"
다시 뇌신대장 김책이 뒤를 잇는다.
"우리의 임무는 무엇인가!"
"육탄행(肉彈行)!! 우와아아아!!!"
대원들이 지르는 호성에는 기쁨까지 담겨 있다. 그동안 배운 전술과 구입한 장비들을 실제로 사용한다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어지간하면 교전은 피할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힘만 과시하는 걸로 끝나는 것이 가장 좋은 법이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기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다.
<형님 살려주세요> 의 메시지가 왔다. 좀 빨리 보낼 것이지...
10분 정도 지나 일사불란하게 하차한 대원들이 빠르게 4열 종대 돌격대형으로 배치되고 김책-김진철을 선두에 두고, 제일 앞에는 내가 서서 발을 맞추어 문제의 식당으로 향했다. 이걸 여러 사람들의 증언으로 재구성해보면 대충 이러했다.
중국인들은 문제의 괴신사, 즉 전습대원이 칼을 들고 깽판을 친다니 떼로 몰려들어서 구경하고 식당 안에서 피를 흘리며 어깨를 움켜쥐고 나오는 조직원 한명에게 시선이 집중되다가, 어디서 지축을 울리는 구둣발 소리에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구 원곡파출소 건물이 있던 쪽을 보니, 다크 블루 원단에 금단추가 달린 제복에 케피 모자를 착용한, 허리에는 가죽제 개인장구류와 오른쪽에는 134cm의 엄청나게 긴 소총을 들고, 왼쪽에는 가죽제 검대에 매달린 군도를 차고, 또 그 소총 위에는 서슬 퍼런 총검이 착검된 채로 질서 정연하게 나타난 군대 같은 집단이 골목을 돌아 이쪽으로 오는데, 앞에는 커다란 칼을 든 장교처럼 보이는 자들이 있어 그야말로 기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상평이는 한참 사시미를 들고 달려들려는 조직원들을 상대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갑자기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에 정말 저승사자에게 뇌물 바치고 겨우 돌려보낸 느낌이었다고 한다.
"En Guard!!"
호령을 내리자 즉시 전 병력들이 착검한 총을 전방으로 내밀었고 이 행동에 구경하던 외국인들이 전부 움찔하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군중들과 10m간격 정도를 두고 멈추어 서고는 나는 권총을 뽑아들고 즉시 문제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물론 병사 둘을 대동하고서였다. 한손에 들린 지휘권의 상징 해군도와 왼손에 들린 콜트 네이비 리볼버 권총을 본 조직원들은 완전히 혼이 나가서 달려들 생각을 못하고 있었고, 그 틈을 타서 이상평과 대원 둘을 끌고 나왔다. 이상평이의 표정은 아주 천사를 영접한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죽다 살아난 기분일테니..
이상평과 대원들을 회수한 것을 확인하자 다시 김책-김진철의 호령에 의해 전 병력이 다시 어깨 총으로 복귀하고 뒤로 돌아서 다시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추어 철수했다. 중국인들 눈으로는 보무도 당당하게 다시 골목으로 꺾어서 사라져가는 병대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 자체가 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무슨 4차원 세계에 빠지기라도 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등을 보이고 사라지는 순간에도 저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고 난동꾼을 반드시 때려잡아 체면을 지켜야 하는 조직원들이 특히나 그랬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저들도 이후로도 우리를 함부로 어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로써 구시가지의 중심인 원곡동에서 전습대는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룬 셈이다. 만일 총이라도 쐈어 봐라. 우리가 사격하여 폭동이 발발한다면 경찰의 관할을 떠나 계엄군이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돈은 커녕 해산과 징역의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 없이 성공적으로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이지..
이 날의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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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 3부 신세기 괴신사집단 전습대 14화 출장본영
언젠가 씁니다.




덧글
아무래도 구시가지에서 실시간 정찰은 더더욱 중요할테니....
협력 세력 지원이나 배신에도 대응수단으로 갖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