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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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온 링겍의 칼날 폭과 진검 선택의 번뇌 무장의 세계

ARMA팀에서 진행하는 연말 알비온 진검 프로젝트에서 처음에는 알비온사의 링겍을 생각했습니다. 
가격도 880달러로 롱소드 중에서는 가장 싼 편이고, 무엇보다 알비온사의 탈호퍼,링겍, 피오레 3종의 롱소드는 각 매뉴얼에서 등장하는 롱소드의 형태를 도검학자 어워트 오크셧이 정립한 분류법에 의거한 고증으로 만들어 조작성과 컨트롤이 뛰어난 제품입니다.

또 롱소드 검술을 배우는데 있어서도 가장 적합한 디자인이라 여겼었죠. 물론 시조인 요하네스 리히테나워는 14세기 사람이고 그가 살았던 시절에는 보다 날이 넓은 베기형 롱소드가 사용되었지만, 그의 검술을 이은 한스 탈호퍼, 지그문드 링겍, 피오레 디 리베리 같은 중흥조들은 15세기 사람이고 리히테나워 현역 시절보다는 많이 날렵해진 디자인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특히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문제가 나오더군요. 알비온사의 링겍은 오크셧 칼날 분류 15a제품입니다. 이 칼날은 14세기 후기부터 15세기 말까지 사용된 것으로 갑옷에 대항하여 찌르기 능력을 강화시킨 종류로, 그만큼 베기 성능은 떨어지죠. 소드포럼 인터네셔널이나 HEMA얼라이언스 포럼 등에서 보면 알비온의 15a제품군의 베기 성능에 크게 실망했다는 언급이 심심찮게 튀어나오고, 기껏해야 뉴욕의 검술단체 NYHFA의 수장인 미첄 엘더슨이 다다미가 생각외로 잘 베인다고 리뷰한 것 말고는 베기가 잘 된다는 소리는 없었거든요. ARMA의 존 클레멘츠의 베기영상도 있습니다만 한 3cm나 될까 싶은 잡나무나 베는 것(그것도 껍질 탓에 완전히 베이지도 않음) 뿐이었죠. 

(링겍과 같은 칼날을 사용하는 알비온 탈호퍼. 서양검술 3종세트 중에서 제일 잘 팔리는 듯 리뷰도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상당한 번뇌가 생기더군요. 아무리 진검은 상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지만 그래도 롱소드 검술에서 베기의 비중이 만만치 않은데 베기성능이 나쁜 롱소드를 880달러나 주고 사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그 대항마로 너무 크지도 않으면서 베기 찌르기 다 잘하는 알비온 크레시를 생각해 봤죠.


(알비온 크레시)



이 영상에서 카타나 못잖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알비온 크레시로, 베기에 올인한 13a와 찌르기를 중시한 15a사이, 14세기 중반쯤에 쓰인 16a디자인으로 둘다 추구한 과도기적 디자인이죠. 다 좋은데 문제는 16a디자인들이 죄다 길이가 좀 작다는 겁니다. 유물들은 칼날길이 90cm미만에 머무르는 것들이 많고 이 크레시가 그나마 90cm로 턱걸이하는 편이죠. 그런데 문제라면...

롱소드치곤 짧다는 것 탓입니다. 이탈리아계 마스터인 필리포 바디의 조언에 따르면 적당한 롱소드의 길이는 땅에 칼을 대고 세웠을 때 자기 겨드랑이 높이까지 오는 길이가 적절하다고 하는데, 이 조언을 따르자면 날길이가 95~98cm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제가 보유한 블런트 중 폴첸 프랙티컬 바스타드가 날길이 95cm인데 딱 그정도이죠. 그런데 지금껏 써오던 것보다도 짧은 90cm라니 뭔가 좀 아니다 싶더군요.

(알비온 얼(Earl)

95cm의 날길이, 긴 손잡이에 베기 찌르기 다 되는 제품으로 알비온 얼(Earl)이 있긴 한데, 하필 할로우 그라인드입니다. 할로우 그라인드란 공장제 나이프들처럼 날 면이 전체적으로 오목하게 파인 것으로 혈조처럼 티는 안나지만 혈조 역할을 하도록 된 것이죠. 사진을 유심히 보시면 대충 감이 잡히실 겁니다. 나이프에서는 공정의 편의성(거대 원형숫돌로 갈아버림) 탓에 그냥 그리 하지만 롱소드에서는 경량화를 위한 구조입니다. 덕분에 95cm날길이에 전체중량 1.5kg라는 경량화를 실현했죠. 문제는 그 탓에 칼날 끝쪽은 두꺼워지는데, 덕분에 베기성능은 물론이요 베기시 칼에 충격과 걸림이 느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여기에 존 클레멘츠가 알비온에서 제공받은 리젠트(얼과 같은 칼날)로 돼지 다리뼈를 쳤다가 우그러들었다는 내용을 보곤 신뢰를 잃어버렸죠.

이처럼 알비온 진검들은 제각각 특성이 극명히 나뉩니다. 알비온 진검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원본이 된 오크셧 분류 도검들 즉 원래 롱소드들이 갑옷의 발전이나 평복, 전쟁 등에 따라 디자인이 상당히 왔다갔다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죠. 아무튼 그래서 내키지는 않지만 베기와 찌르기 모두 균형을 이룬 알비온 크레시를 택해볼까 했는데...



이 영상을 보니 마음이 다시 흔들리네요. 영상의 검이 바로 알비온 링겍인데 생각외로 끝부분 날도 넓은 편입니다. 저정도면 한때 보유했던 콜드스틸 이탈리안 롱소드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ITS도 베기성능은 그저 그랬지만 의외로 다다미는 잘 자르고 위력도 나쁘지 않아 처음에 알비온 진검을 물색할 때에도 대단한 베기능력은 필요없고 ITS수준만 되면 된다고 생각했었기에 더욱 그렇죠. 이래저래 알비온 진검 선택은 최종 선택의 순간까지 108번뇌의 연속입니다.

덧글

  • 박제후 2013/11/08 21:04 # 답글

    괜히 제가 영상을 올려서 다시 번뇌의 포풍속으로 밀어 넣은 것 같군요. 그냥 오크셧 17로 하시죠. 란트크아프를 보면, 포인트가 이탈리안 롱소드와 비슷한 데다가 베기에 더 강한 육각 구조입니다.(뭐 이미 고민하셨던 부분이고 잘 아시겠지만.)

    게다가 결정적으로 롱소드 평균이라 할 수 있는 92cm 날길이를 가지고 있으니 딱히 부족함이 없습니다. 또한 트렌지셔널 시대에 활약했던 도검답게 대갑주 전투 능력도 확실하고, 롱소드 중 상위권 공속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복 전투에서도 활약할 수 있겠죠. (실제로 17과 똑같은 날을 가진 사이드소드들이 르네상스 시대에 대활약한 것도 생각해 볼 점일 겁니다.)

    보면 고민이란 게 결국 돌고 돌아 처음 자리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햏께서 최초에 고려했던 물건 중 하나인 란트크아프가 탁월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검술적 요소도 충족하고, 17도 찌르기에 집중하면서도 나름대로 베기까지 신경쓴 형태니, 링겍보다야 확실히 베기력에 신뢰가 있겠죠.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3/11/09 03:19 #

    요즘은 오히려 17계열에 대한 관심이 추락하고 차라리 15a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란트그라프가 1.36kg인데 링겍은 1.5kg이니 무려 140g차이인데 그 질량만큼의 쇠가 어디 가는 게 아닌지라, 물론 란트그라프/젬파흐의 혈조 탓이긴 합니다만 이런 부분도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링겍의 날폭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특히 더 그렇구요.
  • 檀下 2013/11/08 22:06 # 답글

    길이에 대해서 조지 실버는 양손검과 한손검의 길이차이는 단순이 손잡이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죠. 롱소드의 형태가 천차만별이라는 말은 결국 사람들이 원했던 롱소드의 취향도 천차만별이라는 뜻이고 역사적 스펙이 요구했던 그 환경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결국 자기 검술 스타일에 가장 어울리는 칼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롱소드가 베기 성능이 좋아봤자 사이드소드나 레이피어에 비해서 하는 말이고 카타나와 항일대도만 하겠습니까? 일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베기장의 퍼포먼스를 고려하는 것보다는 혼자 야밤에 휘두를 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썩소를 짓게 해주는 칼이 정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Entreri 2013/11/08 22:34 # 답글

    리전트 돼지뼈 닉 사건은 제가 설명드린걸로 아는데;
    존이 저에게 말해준건데 알비온이 가끔 열처리 망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존이 소유한 리전트의 경우 제대로 잘뽑아서 베기를 많이했지만 날이 무뎌지는 것 말고 닉이 가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는데 그때 바이킹 다큐를 찍으며 알비온이 대여한 리전트로 돼지뼈를 치니 심각하게 날이 접혔다죠. 본인 소유 리전트는 절대 그런일이 없다고 합니다. 즉 해당 도검은 알비온 퀄러티 컨트롤에서 실패한 사례였던거죠.
    할로우그라운드인거랑 고작 돼지뼈에 날이 우그러든거랑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리젼트나 얼이 열처리 실패로저런 결과를 가져온다면 탈호퍼, 링겍, 바이스로이, 배런 등 검 종류에 관계없이 열처리 실패 시 같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제 첫 리히테나워와 기타 다른 리히테나워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안타깝게도 알비온 열처리 담당자가 열처리를 할땐 피터존슨이 한땀한땀 작업하듯 하는게 아닌 관계로 이런 경우가 간혹 있는듯 하네요.
  • 앤드류 체이스 커닝햄 2013/11/09 03:17 #

    그때 말씀해주셨었죠. 말씀대로라고 봅니다. 사실 베기의 신인 16a 브레시아 스파도나도 우그러든 전례가 있으니까요. 다만 역시 그래도 구조적인 부분이 좀 걸리긴 하더군요. 길이와 스타일로 보면 제일 이상적인 도검이 얼인데.. 사실 나이프류야 원체 받는 힘이 크질 않으니 할로우 그라인드라고 문제생긴 적은 없지만 도검류는 아무래도 두꺼운 지점 바로 뒤에 얇은 부분이 있으면 구조적으로 취약하는 생각을 아무래도 버릴 수가 없더군요.
  • ㅇㅇ 2019/04/18 01:46 # 삭제 답글

    키가 170대 초중반인 사람에게도 크레시는 비추신가요? 아무래도 실물을 만져보질 못했으니 실감이 안나네요.
  • abu Saif al-Assad 2019/04/18 01:48 #

    원하는 대로 쓰시면 된다고 봅니다. 적당한 날길이란건 필리포 바디 개인 의견이고 실제 15a유물들은 날길이 90cm안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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