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에서 시흥시로 가는 루트는 대충 3개가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진입하기.
중앙-고잔-반월-안산역으로 이어지는 선로 앞의 8차선 도로를 통해서 진입하기.
안산시 북쪽 외곽도로를 이용하여 시흥시 거모동으로 진입하기.
이중에서 마지막을 선택한 이유라면 앞의 2개는 이미 좀비 투성이가 된 시가지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거모동 쪽은 이전에 자주 다녀보던 루트라 익숙한 것도 이유가 됐는데, 사실 가면서 딴생각을 품고 있기도 했다. 거모동은 아직 개발이 덜된 농촌지대가 많았는데, 그런 농민들에게 농기구나 기타등등을 공급하기 위한 철공소가 있었던 것이다. 외곽 도로에서 거모동으로 진입하면 Y자 교차로가 나오는데, 거기서 안산역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시장이 있고 거기에 철공소가 있다. 도로변에 있으니만큼 쓸만한 물건 챙기기에는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셈이다.
"잠깐 여기서 멈추세요. 앞의 상태 보고 올께요."
가족들과 잡기를 실은 봉고 프론티어를 일단 거모동 외곽에서 멈추게 하고 액티온 스포츠 화물칸에 김형과 앉아서 거모동으로 진입했다. 운전은 대치동 누님이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자이니만큼 일선에 내보내기는 뭐했을 뿐더러, 행여나 좀비가 달려들기라도 하면 우리가 싸우면서 활로를 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가지 정찰에서 본 사항이지만, 좀비를 치고 깔아뭉개며 탈출하려 한 차들은 제법 있었다. 그렇지만 좀비가 앞에 싾이고 몸이 휠케이스에 끼면서 멈춰버리고는 패닉 상태에 빠져 당한 차들이 많았다. SUV들도 좀 낫긴 했지만 결국 같은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차량만으로는 탈출할 수 없고, 좀비들을 죽이거나 걷어내며 활로를 열어야만 탈출이 가능했다. 또한 마치 고대 전차처럼 기동력을 살려 싸울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 별일 없는거 아냐? 사람 사는데가 맞긴 맞어?"
아니나 다를까 평소와는 달리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죽었는지 널부러진 사람은 한 10여명 정도 있긴 했지만, 그렇지 않다면 좀비들이라도 서성거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었다. 마치 유령 도시랄지. 이렇다 할 소음도 하나 없었다.
"뭔 일이 있었던 거 같긴 하지만 일단 안심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보다 제가 말씀드린데 가서 좀 챙기셔야죠?"
"하루만 묵혀도 녹 팍쓰는 것들이긴 하지만... 뭐 하나가 아쉬운 판이니까."
이미 철공소에 대해서는 다 합의를 해둔 판이다. 이런 판에선 녹 잘스는 대장간 무기라고 해도 하나가 아쉬운 판이다. 특히 모두들 미라클 컷팅파워를 자랑하는 조선낫을 챙겨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앞날이 불투명한데 무기로 개조할 철판이나 하다못해 날가는 그라인더나 숫돌이라도 좀 챙겨가야 하지 않는가. 사소한 거 하나라도 하찮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Y자 교차로를 거쳐 저속으로 시장 쪽으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좀비는 물론 산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탈출했거나 행여나 군대가 데리고 사라진 것은 아닐까. 가게들이 대부분 셔터를 내리고 폐점한 상태라 그런 심증을 굳히게 하고 있었다.
"저깁니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정말로 그랬다. 평소에도 낫이나 가위, 칼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지만 소요사태에 대비하려고 했는지 평소보다 긴 한 날길이 50~70cm에 달하는 큰 칼들이 대장간 부엌칼 특유의 나무자루에 쇠테 감은 손잡이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챙겨갔는지 사갔는지 드문드문 남아있긴 했지만 상상 외의 수확이었다. 곧바로 차에 싣기 시작했는데, 역시 대장간제라 그런지 조선낫이나 칼도 공장에서 만들어파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날이 두껍고 묵직했다.
"이정도면 군대 만들어도 되겠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무기를 손에 넣으니 그냥 살맛이 났다. 남자는 원래 무기를 좋아하지만 상황마저 이 모양이면 살맛이 두배가 되는 법이다. 특히 손도끼와 조선낫을 닥치는 대로 화물칸에 들이붓고 있는데
빵-빵-
뒤이어 차문을 탕탕 치는 소리가 났다. 대치동 누님이다.
"뭐해 좀비야 빨리 타!"
주변을 둘러보니 Y자 교차로 쪽에서 좀비들이 전력질주로 뛰어오고 있었다. 이 개놈들 이제 매복까지?!
"와 이 쌍놈들이 사람 잘되는 꼴을 못보네?!"
대치동 김형의 트레이드마크인 쌍욕과 함께 둘다 급히 화물칸에 올라타고서는 싸울 준비를 했다. 대치동 김씨는 이번에도 대치도를 꺼내들었지만 내 무기는 이전과는 좀 달랐다. 찌르는 날 뿐만 아니라 찍는 날까지 있는 극(戟)이었던 게다. 사실 거창해서 극이지 근본은 부러진 창날 용접해서 갈아 만든 폐물합체다. 그래도 열처리가 단단하게 된 지라 실성능에서는 문제가 없...기를 바랬다. 용접부가 떨어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허리에 산업용 추락방지 안전벨트를 맸다. 출렁이는 SUV화물칸에서 촐싹대다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도둑놈이지. 다행히도 이미 그걸 막기 위해 차량에 추락방지 안전벨트의 연결부를 박아놓고 있었던지라, 그 카라비나를 안전벨트에 연결하기만 하면 화물칸에서 진삼국무쌍을 찍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앞을 보니 좀비들은 뭉쳐서 오는 게 아니라 흩어져서 오고 있었고 숫자도 20마리 좀 못될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약간 안심했지만 뒤를 보고 좌절했다. 이제보니 시장 구석탱이에서 좀비들이 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던 것이다.
FUCK↗ YOU↘
이대로라면 포위되어 둘러싸일 게 명백했다. 그 순간 갑자기 배가 땡겨지고 머리에 바람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엄청난 충격에 이불 털때마냥 상하체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 되었다.
"우어억....."
대충 시야에 사물이 뜨는 가 싶더니 웬일로 Y자 교차로까지 와 있다. 앞(그러니까 차량 입장에서는 후방)을 보니 나뒹군 좀비가 두놈인가 보였다. 좀더 멀리서는 한 100마리 가까이 되보이는 좀비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니미 베르세르크도 아니고 왜 뜰때마다 백단위로 오는건데? 앞에서는 대치동 누님이 창밖으로 뒤를 보면서 다급하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아저씨, 저에요! 지금 좀비들이 길을 막으려고 해요. 우리들이 막을 테니까 빨리 최고 속도로 여기를 통과하셔야 되요! 우리도 오래 못버티니 빨리요!"
요컨데 누님은 포위당하기보다는 아직 밀도가 덜한 전방을 강행 돌파하고서는 이 길이 막히기 전에 우리 가족을 통과시키고 그때까지 여기서 좀비들을 저지할 생각이었던 게다. 영화에서만 보던 우리가 희생하고 동료를 살리는 시츄에이션을 강요당한다니 이게 무슨소리야!!
그나저나 이번에는 정말로 불리했다. 움직여야 하는데 화물칸에 꼼짝없이 묶여있고, 그렇다고 내리자니 완전 개활지다. 전에는 좁은 통로라는 이점을 살려서 좀비 숫자를 좀 상쇄했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다. 완전히 좀비의 바다에 둘러싸여서 죽는 것 이외에는 방도가 없는 것이다. 대체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야! 던져!"
그말에 두말할 것 없이 잡히는 대로 던지기 시작했다. 명중을 위해 가까이까지 유인한다던가 그딴거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당장 한놈이라도 더 죽여야 조금이라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단 도끼부터 던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인디언 토마호크마냥 깔쌈하게 날아가 박히느냐, 그런거 절대 없고 그냥 던지면 아무데나 맞는 식이었다. 제대로 맞지를 않다 보니 머리에 맞아도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달려오는 꼴이 여기서도 똑똑히 보였다. 좋다고 실었더니 이젠 내다 버려야 한다니!
얼마 던지지도 못했는데 좀비들이 그새 코앞까지 달려와서 차량에 달라붙으려 하기 시작했다. 대치도를 휘두르고 극으로 찍어대고 찔러도 앞뿐만 아니라 옆까지 붙들고 올라오려는 좀비들에게는 코끼리 비스켓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갑자기 차가 움직이더니 앞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후륜에서 타이어 타는 냄새와 엄청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 풍경이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좀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일단 뵈는 대로 찌르고 베며 찔러댔는데, 좀비들이 차에 달라붙으려고 해도 차가 스키드를 일으키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도는 터라 차에 오를래야 오를 수가 없었다. 거기에 타이어 연기와 냄새가 당황스러운지 손을 내밀며 고개를 숙이고 피하려 드는 행동도 보이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이걸 파워슬라이드라고 하던가? 좀비들은 차를 잡지 못하고 차 후방이 뱅뱅 돌며 좀비를 향할 때마다 우리가 좀비를 박살내는 것이 여러번 반복되었다.
뭔가 드립을 쳐야 할 것 같은데 정신이 없어 드립의 본능도 발휘되지 않는다. 묘사만 보면 모든게 잘 되고 있는거 같지만 실제론 좀비는 많이 죽이지도 못하면서 고무 타는 냄새만 신나게 맡고, 거기에 좀비들은 조금씩이긴 하지만 꾸준히 Y자 교차로를 향해 진출하고 있었다. 차는 뱅뱅 돌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Y자 교차로에 중심부까지 도달했을 때, 대치동 누님이 갑자기 돌기를 멈추고 옆에 있는 주유소로 돌입하더라.
"기름 뿌려요, 빨리!"
그저 일순간에 이미 대치동 김씨는 주유기의 노즐을 붙들고 있었다. 기름이 콸콸 뿜어지기 시작했는데 물론 고압 호스마냥 쭉쭉 나가는건 절대 아니고 뭐랄까 조루의 오줌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달려들던 좀비는 갑작스런 물에 당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고 좀비가 주춤하는 틈에 김형은 벌써 기름통을 하나 들고 오더니 차에 올라탔다.
"고유가 시대의 소중한 선물이다."
기름통을 좀비들 사이에 던지더니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더니만 주유소로 던졌다.
"기름값은 안 받을테니까 목숨만 선이자로 내. 이 개새끼들"
급히 탈출하는 액티온 스포츠 뒤로 가솔린이 폭발하듯 불이 붙더니만 곧이어 좀비들 사이로 던져진 기름통으로 불똥이 튀더니 마치 물병이 깨져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불이 푸확 하는 소리를 내며 좀비들 사이로 순식간에 번지고 있는 판이다.
"끼에에에엑"
"으아아아"
좀비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시흥시 방향으로 달리는 액티온 스포츠 옆으로 우리의 봉고 프론티어가 지나간다. 봉고 프론티어를 확인하자마자 대치동 누님은 악셀을 밟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거모동에서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더니 쾅 소리를 내며 뭐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주유소 기름 탱크에라도 옯겨붙은 모양이지.
이날의 수확은 조선낫 12자루에 정글도 같이 생긴 칼 10자루, 도끼는 던지는 통에 손도끼 1개밖에 안남았다.
이날의 난장판이 액땜이었는지, 아파트형 공장에 도착할 때까지 다음엔 아무 일도 없었고, 다행히도 아파트형 공장에서 수색할때도 좀비는 없었다. 관리 소장님이 유일한 그 공장 내의 사람이었는데,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받았고, 건물 내부 제어 키도 하나 받았다.
옥상에서 둘러보니 모든 것이 다 평소 그대로였는데, 다만 병원 쪽만 좀 아수라장이었다. 시내가 무슨 처지인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일단 짐을 풀고, 1층의 편의점에서 대충 식사를 끝낸 후, 이후 어떻게 할지를 논의했다. 나온 결론은 전투원을 늘리는 것과, 이 아파트형 공장이 설계가 개방적이니 그냥 이 안에서 있는 것에 의지하지 말고, 차량을 통한 기동 정찰/방어를 하자는 것이었다.
앞으로 3주간. 좀비 사태가 결정적인 국면을 맞을 때까지 이곳은 좋은 성채가 된다.
--------------------------------
<중간관찰 : 좀비사태를 돌아보며> 언젠가 씁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진입하기.
중앙-고잔-반월-안산역으로 이어지는 선로 앞의 8차선 도로를 통해서 진입하기.
안산시 북쪽 외곽도로를 이용하여 시흥시 거모동으로 진입하기.
이중에서 마지막을 선택한 이유라면 앞의 2개는 이미 좀비 투성이가 된 시가지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거모동 쪽은 이전에 자주 다녀보던 루트라 익숙한 것도 이유가 됐는데, 사실 가면서 딴생각을 품고 있기도 했다. 거모동은 아직 개발이 덜된 농촌지대가 많았는데, 그런 농민들에게 농기구나 기타등등을 공급하기 위한 철공소가 있었던 것이다. 외곽 도로에서 거모동으로 진입하면 Y자 교차로가 나오는데, 거기서 안산역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시장이 있고 거기에 철공소가 있다. 도로변에 있으니만큼 쓸만한 물건 챙기기에는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셈이다.
"잠깐 여기서 멈추세요. 앞의 상태 보고 올께요."
가족들과 잡기를 실은 봉고 프론티어를 일단 거모동 외곽에서 멈추게 하고 액티온 스포츠 화물칸에 김형과 앉아서 거모동으로 진입했다. 운전은 대치동 누님이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자이니만큼 일선에 내보내기는 뭐했을 뿐더러, 행여나 좀비가 달려들기라도 하면 우리가 싸우면서 활로를 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가지 정찰에서 본 사항이지만, 좀비를 치고 깔아뭉개며 탈출하려 한 차들은 제법 있었다. 그렇지만 좀비가 앞에 싾이고 몸이 휠케이스에 끼면서 멈춰버리고는 패닉 상태에 빠져 당한 차들이 많았다. SUV들도 좀 낫긴 했지만 결국 같은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차량만으로는 탈출할 수 없고, 좀비들을 죽이거나 걷어내며 활로를 열어야만 탈출이 가능했다. 또한 마치 고대 전차처럼 기동력을 살려 싸울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 별일 없는거 아냐? 사람 사는데가 맞긴 맞어?"
아니나 다를까 평소와는 달리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죽었는지 널부러진 사람은 한 10여명 정도 있긴 했지만, 그렇지 않다면 좀비들이라도 서성거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었다. 마치 유령 도시랄지. 이렇다 할 소음도 하나 없었다.
"뭔 일이 있었던 거 같긴 하지만 일단 안심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보다 제가 말씀드린데 가서 좀 챙기셔야죠?"
"하루만 묵혀도 녹 팍쓰는 것들이긴 하지만... 뭐 하나가 아쉬운 판이니까."
이미 철공소에 대해서는 다 합의를 해둔 판이다. 이런 판에선 녹 잘스는 대장간 무기라고 해도 하나가 아쉬운 판이다. 특히 모두들 미라클 컷팅파워를 자랑하는 조선낫을 챙겨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앞날이 불투명한데 무기로 개조할 철판이나 하다못해 날가는 그라인더나 숫돌이라도 좀 챙겨가야 하지 않는가. 사소한 거 하나라도 하찮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Y자 교차로를 거쳐 저속으로 시장 쪽으로 진입했지만 여전히 좀비는 물론 산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탈출했거나 행여나 군대가 데리고 사라진 것은 아닐까. 가게들이 대부분 셔터를 내리고 폐점한 상태라 그런 심증을 굳히게 하고 있었다.
"저깁니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정말로 그랬다. 평소에도 낫이나 가위, 칼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곳이었지만 소요사태에 대비하려고 했는지 평소보다 긴 한 날길이 50~70cm에 달하는 큰 칼들이 대장간 부엌칼 특유의 나무자루에 쇠테 감은 손잡이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챙겨갔는지 사갔는지 드문드문 남아있긴 했지만 상상 외의 수확이었다. 곧바로 차에 싣기 시작했는데, 역시 대장간제라 그런지 조선낫이나 칼도 공장에서 만들어파는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날이 두껍고 묵직했다.
"이정도면 군대 만들어도 되겠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무기를 손에 넣으니 그냥 살맛이 났다. 남자는 원래 무기를 좋아하지만 상황마저 이 모양이면 살맛이 두배가 되는 법이다. 특히 손도끼와 조선낫을 닥치는 대로 화물칸에 들이붓고 있는데
빵-빵-
뒤이어 차문을 탕탕 치는 소리가 났다. 대치동 누님이다.
"뭐해 좀비야 빨리 타!"
주변을 둘러보니 Y자 교차로 쪽에서 좀비들이 전력질주로 뛰어오고 있었다. 이 개놈들 이제 매복까지?!
"와 이 쌍놈들이 사람 잘되는 꼴을 못보네?!"
대치동 김형의 트레이드마크인 쌍욕과 함께 둘다 급히 화물칸에 올라타고서는 싸울 준비를 했다. 대치동 김씨는 이번에도 대치도를 꺼내들었지만 내 무기는 이전과는 좀 달랐다. 찌르는 날 뿐만 아니라 찍는 날까지 있는 극(戟)이었던 게다. 사실 거창해서 극이지 근본은 부러진 창날 용접해서 갈아 만든 폐물합체다. 그래도 열처리가 단단하게 된 지라 실성능에서는 문제가 없...기를 바랬다. 용접부가 떨어질까봐 두려운 것이다!
허리에 산업용 추락방지 안전벨트를 맸다. 출렁이는 SUV화물칸에서 촐싹대다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도둑놈이지. 다행히도 이미 그걸 막기 위해 차량에 추락방지 안전벨트의 연결부를 박아놓고 있었던지라, 그 카라비나를 안전벨트에 연결하기만 하면 화물칸에서 진삼국무쌍을 찍어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앞을 보니 좀비들은 뭉쳐서 오는 게 아니라 흩어져서 오고 있었고 숫자도 20마리 좀 못될 정도로 적은 편이었다. 약간 안심했지만 뒤를 보고 좌절했다. 이제보니 시장 구석탱이에서 좀비들이 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던 것이다.
FUCK↗ YOU↘
이대로라면 포위되어 둘러싸일 게 명백했다. 그 순간 갑자기 배가 땡겨지고 머리에 바람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엄청난 충격에 이불 털때마냥 상하체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 되었다.
"우어억....."
대충 시야에 사물이 뜨는 가 싶더니 웬일로 Y자 교차로까지 와 있다. 앞(그러니까 차량 입장에서는 후방)을 보니 나뒹군 좀비가 두놈인가 보였다. 좀더 멀리서는 한 100마리 가까이 되보이는 좀비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니미 베르세르크도 아니고 왜 뜰때마다 백단위로 오는건데? 앞에서는 대치동 누님이 창밖으로 뒤를 보면서 다급하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다.
"아저씨, 저에요! 지금 좀비들이 길을 막으려고 해요. 우리들이 막을 테니까 빨리 최고 속도로 여기를 통과하셔야 되요! 우리도 오래 못버티니 빨리요!"
요컨데 누님은 포위당하기보다는 아직 밀도가 덜한 전방을 강행 돌파하고서는 이 길이 막히기 전에 우리 가족을 통과시키고 그때까지 여기서 좀비들을 저지할 생각이었던 게다. 영화에서만 보던 우리가 희생하고 동료를 살리는 시츄에이션을 강요당한다니 이게 무슨소리야!!
그나저나 이번에는 정말로 불리했다. 움직여야 하는데 화물칸에 꼼짝없이 묶여있고, 그렇다고 내리자니 완전 개활지다. 전에는 좁은 통로라는 이점을 살려서 좀비 숫자를 좀 상쇄했지만, 이젠 그런 것도 없다. 완전히 좀비의 바다에 둘러싸여서 죽는 것 이외에는 방도가 없는 것이다. 대체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야! 던져!"
그말에 두말할 것 없이 잡히는 대로 던지기 시작했다. 명중을 위해 가까이까지 유인한다던가 그딴거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당장 한놈이라도 더 죽여야 조금이라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단 도끼부터 던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인디언 토마호크마냥 깔쌈하게 날아가 박히느냐, 그런거 절대 없고 그냥 던지면 아무데나 맞는 식이었다. 제대로 맞지를 않다 보니 머리에 맞아도 엎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달려오는 꼴이 여기서도 똑똑히 보였다. 좋다고 실었더니 이젠 내다 버려야 한다니!
얼마 던지지도 못했는데 좀비들이 그새 코앞까지 달려와서 차량에 달라붙으려 하기 시작했다. 대치도를 휘두르고 극으로 찍어대고 찔러도 앞뿐만 아니라 옆까지 붙들고 올라오려는 좀비들에게는 코끼리 비스켓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갑자기 차가 움직이더니 앞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후륜에서 타이어 타는 냄새와 엄청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 풍경이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좀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일단 뵈는 대로 찌르고 베며 찔러댔는데, 좀비들이 차에 달라붙으려고 해도 차가 스키드를 일으키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도는 터라 차에 오를래야 오를 수가 없었다. 거기에 타이어 연기와 냄새가 당황스러운지 손을 내밀며 고개를 숙이고 피하려 드는 행동도 보이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이걸 파워슬라이드라고 하던가? 좀비들은 차를 잡지 못하고 차 후방이 뱅뱅 돌며 좀비를 향할 때마다 우리가 좀비를 박살내는 것이 여러번 반복되었다.
뭔가 드립을 쳐야 할 것 같은데 정신이 없어 드립의 본능도 발휘되지 않는다. 묘사만 보면 모든게 잘 되고 있는거 같지만 실제론 좀비는 많이 죽이지도 못하면서 고무 타는 냄새만 신나게 맡고, 거기에 좀비들은 조금씩이긴 하지만 꾸준히 Y자 교차로를 향해 진출하고 있었다. 차는 뱅뱅 돌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윽고 Y자 교차로에 중심부까지 도달했을 때, 대치동 누님이 갑자기 돌기를 멈추고 옆에 있는 주유소로 돌입하더라.
"기름 뿌려요, 빨리!"
그저 일순간에 이미 대치동 김씨는 주유기의 노즐을 붙들고 있었다. 기름이 콸콸 뿜어지기 시작했는데 물론 고압 호스마냥 쭉쭉 나가는건 절대 아니고 뭐랄까 조루의 오줌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달려들던 좀비는 갑작스런 물에 당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고 좀비가 주춤하는 틈에 김형은 벌써 기름통을 하나 들고 오더니 차에 올라탔다.
"고유가 시대의 소중한 선물이다."
기름통을 좀비들 사이에 던지더니 지포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더니만 주유소로 던졌다.
"기름값은 안 받을테니까 목숨만 선이자로 내. 이 개새끼들"
급히 탈출하는 액티온 스포츠 뒤로 가솔린이 폭발하듯 불이 붙더니만 곧이어 좀비들 사이로 던져진 기름통으로 불똥이 튀더니 마치 물병이 깨져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 불이 푸확 하는 소리를 내며 좀비들 사이로 순식간에 번지고 있는 판이다.
"끼에에에엑"
"으아아아"
좀비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시흥시 방향으로 달리는 액티온 스포츠 옆으로 우리의 봉고 프론티어가 지나간다. 봉고 프론티어를 확인하자마자 대치동 누님은 악셀을 밟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거모동에서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더니 쾅 소리를 내며 뭐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주유소 기름 탱크에라도 옯겨붙은 모양이지.
이날의 수확은 조선낫 12자루에 정글도 같이 생긴 칼 10자루, 도끼는 던지는 통에 손도끼 1개밖에 안남았다.
이날의 난장판이 액땜이었는지, 아파트형 공장에 도착할 때까지 다음엔 아무 일도 없었고, 다행히도 아파트형 공장에서 수색할때도 좀비는 없었다. 관리 소장님이 유일한 그 공장 내의 사람이었는데,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받았고, 건물 내부 제어 키도 하나 받았다.
옥상에서 둘러보니 모든 것이 다 평소 그대로였는데, 다만 병원 쪽만 좀 아수라장이었다. 시내가 무슨 처지인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일단 짐을 풀고, 1층의 편의점에서 대충 식사를 끝낸 후, 이후 어떻게 할지를 논의했다. 나온 결론은 전투원을 늘리는 것과, 이 아파트형 공장이 설계가 개방적이니 그냥 이 안에서 있는 것에 의지하지 말고, 차량을 통한 기동 정찰/방어를 하자는 것이었다.
앞으로 3주간. 좀비 사태가 결정적인 국면을 맞을 때까지 이곳은 좋은 성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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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찰 : 좀비사태를 돌아보며> 언젠가 씁니다.




덧글
이거 동인화의 욕구가 솟아나지만 난 그림 잘 못그리잖아
난안될거야 아마. 아마 이 팬픽 끝날때쯤 되면 진짜 베르세르크 찍어도 될듯.
레알한 묘사가 일품이군요.
그나저나 선이자 비싸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체썩는거랑 개활지에서 무쌍난무 안하시는거 보고 종반가더라도 힘빠지는 일 없을거라고 믿숩니다...
백 데 코방같은걸로 상큼하게 뿌셔뿌셔하는 캐릭은 안나오려나...
그런거 없으면 대형 스페너라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