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드립을 쳐도 현실은 막장, 이미 우리들을 인식한 좀비들은 무려 200~300명이나 되보이는 숫자가 오직 한길 이 아파트 현관으로 쳐들어오고 있었다. 옆에서 보면 짧은 순간이겠지만 당사자인 나에게는 거의 슬로우 모션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아무리 길이 좁아 들어오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대도 저 질량을 한꺼번에 받아낼 수는 없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면 떼로 밀쳐오는 고기 롤러에 밀려나 넘어질 테고, 그럼 뒷일은 볼것도 없다. 나는 죽고, 대치동 김형은 이 좁은 통로에서 창 이상으론 쓸 수 없는 대치도로 한놈은 찔러죽인다 쳐도 곧 밀쳐져 죽게 될 것이다.
2미터 앞까지 접근했을 때, 한가지 생각이 스치는 것이 있었다. 나중에 듣기로 대치동 김씨는 내가 자포자기해서 자살하려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놀게 싾인 내 인생 죽을 생각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추호도 없었다. 방패를 치우며, 뒤에 있던 오른발이 왼발을 지나 앞을 디디며 몸은 앞으로 나아가고 무릎이 굽혀짐과 동시에 몸이 아래로 낮추어지며 그와 동시에 쭉 뻗은 오른손의 커틀러스가 가장 앞의 좀비의 가슴에 작렬했다.
펜싱에서의 필살의 기술, 먼 거리에서 단숨에 찔러 들어가는 런지 기법이었다.
그러나 이론은 정우성인데 현실은 옥동자. 앞으로 약간 경사진데다 항상 미관을 위해 빤짝빤짝 딲아놓는 이 빌어먹을 복도 덕택에 앞발이 앞으로 미끄러지며 다리찢기 하는 식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거기에 좀비의 가슴에 커틀러스를 명중시킨 건 좋았는데 손에 전해지는 충격이 상상 이상이었다. 커틀러스를 놓쳐버린 것도 문제지만 달려오던 좀비가 앞으로 꺼꾸라지며 내 다리를 깔아뭉갰다. 급히 대치동 김씨의 대치도의 칼날이 바로 뒤이어 오는 좀비의 면상을 찔러 부수면서 순식간에 좀비 두마리가 복도에 나뒹굴었다. 문제는 내 오른다리가 그 두놈에게 깔렸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대치동 김씨의 대치도가 바로 뒷놈을 날려준 덕택에 그놈 이빨이 내 몸에 날아오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번 시간, 비록 찰나였지만 정신만 차리면 10원도 장사 밑천이 되는 법. 급히 오른손으로 옆의 난간을 잡으면서 몸을 뒤로 빼면서 오른다리를 회수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바로 뒤이어 세번째 놈이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안때렸는데 지 혼자 나뒹굴었다. 비록 죽을 뻔했지만 내 생각이 맞아들어간다는데 얼마나 안도를 했는지 모른다.
요컨데 생각은 이랬다. 어차피 내가 막아봐야 서로 달라붙어서 내가 밀려날께 뻔했으므로, 먼저 선빵을 가해서 한놈이 쓰러지면 그거에 좀비들이 걸려 넘어질 테니 충격을 바로 받아내지 않고 난리가 난 좀비들을 보다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비록 뒷일이 골치아팠지만 대치동 김씨가 잘 해준 덕택에 바리케이트는 두마리로 만들어졌고 그만큼 효과도 좋았다. 세번째 놈이 넘어지자 연달아 난리가 나기 시작했고 대치동 김씨가 넘어진 놈들을 찔러 죽이는 동안 제정신 차리고 일어날 수 있었다.
"주둥이만 또라이가 아니라 하는짓도 또라이구만?"
"제가 제정신이었으면 다 죽었을걸요!"
말은 그렇게 해도 둘의 면상에는 비난이나 짜증 없는 썩소만이 가득했다. 결국 잘 되어간다는걸 둘다 다 알고 있는 거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커틀러스는 벌써 처음 죽인 좀비놈 가슴에 박혀서 깔려있고 당장 킨잘을 꺼내들었다. 작년에 미국에서 수입한 전체길이 61cm정도의 휘어진 양날검이다. 내구성에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인도 윈들래스 스틸크래프트 제품이지만 옛날에는 다 그런거 가지고 싸웠다. 이렇고 저렇고간에 당장 가진게 그거 뿐이었다. 곧 시체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고 뒤에서는 밀어대고 앞에서는 못가는 상황에 처한 좀비들을 방패로 밀어내고 킨잘로 복부, 다리, 가슴을 찔러대며 계속해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미 처음의 그 달려드는 충격력은 사라졌다. 좁은 복도의 틈을 이용해서 좀비가 옆이나 뒤로 달려들 염려 없이 방패에 몸을 숨긴 채 옆구리로 킨잘을 쑥 집어넣으면 가끔씩 갈비뼈에 부딪치기는 했지만 폐와 심장을 동시에 관통하고 좀비는 거의 100% 쓰러졌다. 간혹 좀비가 내 방패에 달라붙어서 밀어붙이며 내 몸에 손이라도 대보려고 발광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럴 때에는 무릎 뒤쪽이나 아킬레스 건에 대고 킨잘을 비벼주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폭파철거되는 건물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자기가 왜 쓰러진지 모르는 듯 고통이 나타나지 않는 표정과 까뒤집은 눈을 보며 심장 부위나 입 안에 킨잘을 넣었다 빼주기만 하면 그자리에서 완전한 시체가 되었다.
좀비들은 처음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는데다 난생 이런 상황을 처음 경험하는듯 어찌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떼로 달려들어서 밀어붙이면 나라도 밀렸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는 않고 개별적으로 달려들거나 목석처럼 어리벙벙하게 서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달려드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방패를 가지고 있는 이상 실수만 안하면 달라붙어도 물릴 일은 없다. 간혹 어리벙벙하게 서있는 좀비에 대해서는 방패를 몸에 붙이고 온몸으로 달려들어 몸통 박치기를 하면 앞놈은 넘어지고 뒷놈은 같이 넘어지던지 아니면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이때 뒷놈의 가슴에 킨잘을 찔러넣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뒷놈은 쓰러지고, 그 옆에 있는 놈들이 급히 달려들지만 앞서 넘어진 좀비 때문에 넘어지던지 또 비틀거린다. 그럼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가서 한놈씩 찌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한두놈 순조롭게 죽인다고 좋다고 나아가다 보면 자기 옆과 뒤가 훤히 노출되므로, 죽음을 자초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비록 아쉬운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든 아니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대치동 김씨의 대치도가 간간히 긴 리치를 이용해 옆에서 알짱대는 좀비를 죽이며 돕고 있었다. 처음 아파트 현관 복도 중간까지 밀려났던 우리는 벌써 현관 유리문까지 좀비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점차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이상 좁은 통로의 이점을 살리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었다. 좀비들은 꾸역꾸역 몰려들기는 하고 있었지만 점점 아파트 좁은 통로 때문에 자기들이 어떻게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통로고 나발이고 몰려들어와만 오려고 했는데, 이제 점점 안 그려러고 하고 있다. 이대로 같은 전투방식으로 놈들을 다 죽일 수는 없었다. 이제 통로로 들어오려는 놈들이 점점 줄어드는데, 이대로라면 고루한 대치 상황으로 가게 될지도 몰랐다. 하기야 문이 안열리면 배관을 타는 놈들이니 그정도 지능이 없으리라고는. 그러나 우리에게 이럴 때 쓰라고 대치도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
"김형! 내가 김형 보호할 테니 좀 나서서 저놈들좀 찔러 죽이쇼!"
"조까! 계집애도 아니고 찌르는 것도 지겹다!"
말은 그러면서 열심히 찌르고 있었다. 좀비들은 내 짧은 킨잘에 익숙했다가 갑자기 대치도가 훨씬 긴 거리에서 찔러 들어오자 몇놈은 당했지만, 점차 요령을 알기 시작한 듯 한놈이 찔려 죽으면 그 틈을 타서 한놈이 달려드는 식으로 점점 행동이 정교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달려드는 놈은 내가 처리했고, 이러기를 몇번 반복하자 앞에는 시체가 널부러진 광장이 생기고 그 주위에 좀비들이 서 있는 꼴이 되었다. 오 예쓰 마더뻑커!!!
"김형 조져부립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김형은 내 앞에서 길이는 3미터요 날길이는 150cm에 자루가 150cm인 대치도를 오른쪽 뒤로 돌려놓고 한판 거하게 썰어버릴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오오-롸아아아아!!!"
대충 몇킬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대충 10킬은 한 거 같다. 확실한 건 대치도가 한번 지나가고 나니 두놈은 허벅지가 거의 잘려있고 한 일곱놈인가 아홉놈인가는 복장이 갈라져 순대를 쏟으며 쓰러졌다는 것이다. 좁은 통로나 집단전에서는 창이나 검이지만, 역시 넓은 개활지에서의 개인 전투에서는 나기나타나 글레이브 같은 폴암을 따를 무기가 없다. 그짓을 두세번 반복하자 끝이 없어 보였던 좀비들이 이제 좀 끝이 조금 보이는 거 같았다. 좀비들은 계속해서 달려들었지만 초반의 그 기세는 온데간데 없고 개별적으로 달려드는 통에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어느정도 정리가 된 지라 던졌던 창을 뽑아서 들고 킨잘은 좀비들 옷으로 대충 닦은 뒤 칼집에 집어넣었다. 커틀러스는 시체에 깔려 상황이 완전 정리되기전까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눈대중으로 대충 보니 좀비들은 대략 한 100여마리 정도 남은 것 같았는데, 방금 전의 습격을 완전히 까먹은 것마냥 그냥 서성거리고 있었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리자 손아귀 힘이 거의 남지 않은 것과 더불어 아까 넘어진 다리와 어깨도 슬슬 시큰거리는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더 싸우기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이게 옛날 전쟁이었으면 벌써 2번은 전열 교대했을 정도다. 둘이서 이렇게까지 싸운 것도 대단한거지.
"김형!"
"왜?"
"김형 이제 더 싸우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들어가는게 낫겠습니다."
"그래, 저것들도 머리가 나쁜지 왜 여기 왔는지 까먹었는갑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처리하던지 하자."
나와는 달리 김형은 아직 멀쩡해 보였지만 한명만으로는 좀비들의 숫자를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의외로 순순히 들어가자는데 동의했다. 다만 역시 대치도를 밑에 놔두고 갈 수는 없었는지 1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오는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들고 올라오고 말았다는 것이다. 들어오고 나서는 하도 많이 싸워서 그런가, 대치도 날이 자루 속에서 덜그럭거린다며 좀비 놈들에 대한 불만이 대단했다. 내 커틀러스나 킨잘은 다행히도 멀쩡했지만, 창은 던졌을때 좀비를 관통하면서 콘크리트 바닥에 좀 쓸렸는지 창날 끝이 갈려버리고 주변 부분에도 기스가 심했다.
몸이 제일 문제였는데 결국 팔자에도 없는 파스를 붙여보게 됐다. 이불 깔고 누우니 마치 낮의 일이 거짓말만 같더라. 며칠만이라도 좋으니 몸이 좀 나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좀비놈들과 휴전이란게 가능하다면 좀 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TV에서는 수방사를 비롯한 군부대들이 좀비의 습격을 이겨내고 주변 지역의 치안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잘된 일이다. 가족들도 상황이 상황인데다 이미 나에게서 충분한 부연 설명을 들었던 만큼 대치동 김씨 일가의 출현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원의 증가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새 김형의 아내는 어무이와 말을 트고 수다를 떨고 있다. 바깥 야경은 어제보다 한층 더 아파트의 불빛이 줄어들어 있었다. 이곳의 사태가 더 악화되었다는 말일 테고, 좀비들이 산사람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이후 피해자가 더 늘었단 뜻이리라. 여하튼 몸이 피곤하고 시큰거리는 지금은 당장 오늘 밤만이라도 쉬고 싶었다. 특히 어깨가 영 상황이 안좋아서 이대로라면 싸우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결과만 말하자면 이날 밤도 쉬기는 완벽하게 글러먹게 되었다.
--------------------------------------------------------------------
6편 무 자비(No Mercy) 언젠가 씁니다.
P.S.

(이날 활약한 무기. 위로부터 창, 1917 커틀러스, 킨잘. 방패.)
2미터 앞까지 접근했을 때, 한가지 생각이 스치는 것이 있었다. 나중에 듣기로 대치동 김씨는 내가 자포자기해서 자살하려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놀게 싾인 내 인생 죽을 생각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추호도 없었다. 방패를 치우며, 뒤에 있던 오른발이 왼발을 지나 앞을 디디며 몸은 앞으로 나아가고 무릎이 굽혀짐과 동시에 몸이 아래로 낮추어지며 그와 동시에 쭉 뻗은 오른손의 커틀러스가 가장 앞의 좀비의 가슴에 작렬했다.
펜싱에서의 필살의 기술, 먼 거리에서 단숨에 찔러 들어가는 런지 기법이었다.
그러나 이론은 정우성인데 현실은 옥동자. 앞으로 약간 경사진데다 항상 미관을 위해 빤짝빤짝 딲아놓는 이 빌어먹을 복도 덕택에 앞발이 앞으로 미끄러지며 다리찢기 하는 식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거기에 좀비의 가슴에 커틀러스를 명중시킨 건 좋았는데 손에 전해지는 충격이 상상 이상이었다. 커틀러스를 놓쳐버린 것도 문제지만 달려오던 좀비가 앞으로 꺼꾸라지며 내 다리를 깔아뭉갰다. 급히 대치동 김씨의 대치도의 칼날이 바로 뒤이어 오는 좀비의 면상을 찔러 부수면서 순식간에 좀비 두마리가 복도에 나뒹굴었다. 문제는 내 오른다리가 그 두놈에게 깔렸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대치동 김씨의 대치도가 바로 뒷놈을 날려준 덕택에 그놈 이빨이 내 몸에 날아오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번 시간, 비록 찰나였지만 정신만 차리면 10원도 장사 밑천이 되는 법. 급히 오른손으로 옆의 난간을 잡으면서 몸을 뒤로 빼면서 오른다리를 회수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바로 뒤이어 세번째 놈이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안때렸는데 지 혼자 나뒹굴었다. 비록 죽을 뻔했지만 내 생각이 맞아들어간다는데 얼마나 안도를 했는지 모른다.
요컨데 생각은 이랬다. 어차피 내가 막아봐야 서로 달라붙어서 내가 밀려날께 뻔했으므로, 먼저 선빵을 가해서 한놈이 쓰러지면 그거에 좀비들이 걸려 넘어질 테니 충격을 바로 받아내지 않고 난리가 난 좀비들을 보다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비록 뒷일이 골치아팠지만 대치동 김씨가 잘 해준 덕택에 바리케이트는 두마리로 만들어졌고 그만큼 효과도 좋았다. 세번째 놈이 넘어지자 연달아 난리가 나기 시작했고 대치동 김씨가 넘어진 놈들을 찔러 죽이는 동안 제정신 차리고 일어날 수 있었다.
"주둥이만 또라이가 아니라 하는짓도 또라이구만?"
"제가 제정신이었으면 다 죽었을걸요!"
말은 그렇게 해도 둘의 면상에는 비난이나 짜증 없는 썩소만이 가득했다. 결국 잘 되어간다는걸 둘다 다 알고 있는 거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커틀러스는 벌써 처음 죽인 좀비놈 가슴에 박혀서 깔려있고 당장 킨잘을 꺼내들었다. 작년에 미국에서 수입한 전체길이 61cm정도의 휘어진 양날검이다. 내구성에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인도 윈들래스 스틸크래프트 제품이지만 옛날에는 다 그런거 가지고 싸웠다. 이렇고 저렇고간에 당장 가진게 그거 뿐이었다. 곧 시체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고 뒤에서는 밀어대고 앞에서는 못가는 상황에 처한 좀비들을 방패로 밀어내고 킨잘로 복부, 다리, 가슴을 찔러대며 계속해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미 처음의 그 달려드는 충격력은 사라졌다. 좁은 복도의 틈을 이용해서 좀비가 옆이나 뒤로 달려들 염려 없이 방패에 몸을 숨긴 채 옆구리로 킨잘을 쑥 집어넣으면 가끔씩 갈비뼈에 부딪치기는 했지만 폐와 심장을 동시에 관통하고 좀비는 거의 100% 쓰러졌다. 간혹 좀비가 내 방패에 달라붙어서 밀어붙이며 내 몸에 손이라도 대보려고 발광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럴 때에는 무릎 뒤쪽이나 아킬레스 건에 대고 킨잘을 비벼주기만 하면 신기하게도 폭파철거되는 건물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자기가 왜 쓰러진지 모르는 듯 고통이 나타나지 않는 표정과 까뒤집은 눈을 보며 심장 부위나 입 안에 킨잘을 넣었다 빼주기만 하면 그자리에서 완전한 시체가 되었다.
좀비들은 처음 생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는데다 난생 이런 상황을 처음 경험하는듯 어찌해야 할 지 모르고 있었다. 떼로 달려들어서 밀어붙이면 나라도 밀렸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는 않고 개별적으로 달려들거나 목석처럼 어리벙벙하게 서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달려드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방패를 가지고 있는 이상 실수만 안하면 달라붙어도 물릴 일은 없다. 간혹 어리벙벙하게 서있는 좀비에 대해서는 방패를 몸에 붙이고 온몸으로 달려들어 몸통 박치기를 하면 앞놈은 넘어지고 뒷놈은 같이 넘어지던지 아니면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이때 뒷놈의 가슴에 킨잘을 찔러넣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뒷놈은 쓰러지고, 그 옆에 있는 놈들이 급히 달려들지만 앞서 넘어진 좀비 때문에 넘어지던지 또 비틀거린다. 그럼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가서 한놈씩 찌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한두놈 순조롭게 죽인다고 좋다고 나아가다 보면 자기 옆과 뒤가 훤히 노출되므로, 죽음을 자초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비록 아쉬운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든 아니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대치동 김씨의 대치도가 간간히 긴 리치를 이용해 옆에서 알짱대는 좀비를 죽이며 돕고 있었다. 처음 아파트 현관 복도 중간까지 밀려났던 우리는 벌써 현관 유리문까지 좀비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점차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이상 좁은 통로의 이점을 살리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었다. 좀비들은 꾸역꾸역 몰려들기는 하고 있었지만 점점 아파트 좁은 통로 때문에 자기들이 어떻게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통로고 나발이고 몰려들어와만 오려고 했는데, 이제 점점 안 그려러고 하고 있다. 이대로 같은 전투방식으로 놈들을 다 죽일 수는 없었다. 이제 통로로 들어오려는 놈들이 점점 줄어드는데, 이대로라면 고루한 대치 상황으로 가게 될지도 몰랐다. 하기야 문이 안열리면 배관을 타는 놈들이니 그정도 지능이 없으리라고는. 그러나 우리에게 이럴 때 쓰라고 대치도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
"김형! 내가 김형 보호할 테니 좀 나서서 저놈들좀 찔러 죽이쇼!"
"조까! 계집애도 아니고 찌르는 것도 지겹다!"
말은 그러면서 열심히 찌르고 있었다. 좀비들은 내 짧은 킨잘에 익숙했다가 갑자기 대치도가 훨씬 긴 거리에서 찔러 들어오자 몇놈은 당했지만, 점차 요령을 알기 시작한 듯 한놈이 찔려 죽으면 그 틈을 타서 한놈이 달려드는 식으로 점점 행동이 정교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달려드는 놈은 내가 처리했고, 이러기를 몇번 반복하자 앞에는 시체가 널부러진 광장이 생기고 그 주위에 좀비들이 서 있는 꼴이 되었다. 오 예쓰 마더뻑커!!!
"김형 조져부립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김형은 내 앞에서 길이는 3미터요 날길이는 150cm에 자루가 150cm인 대치도를 오른쪽 뒤로 돌려놓고 한판 거하게 썰어버릴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오오-롸아아아아!!!"
대충 몇킬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대충 10킬은 한 거 같다. 확실한 건 대치도가 한번 지나가고 나니 두놈은 허벅지가 거의 잘려있고 한 일곱놈인가 아홉놈인가는 복장이 갈라져 순대를 쏟으며 쓰러졌다는 것이다. 좁은 통로나 집단전에서는 창이나 검이지만, 역시 넓은 개활지에서의 개인 전투에서는 나기나타나 글레이브 같은 폴암을 따를 무기가 없다. 그짓을 두세번 반복하자 끝이 없어 보였던 좀비들이 이제 좀 끝이 조금 보이는 거 같았다. 좀비들은 계속해서 달려들었지만 초반의 그 기세는 온데간데 없고 개별적으로 달려드는 통에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어느정도 정리가 된 지라 던졌던 창을 뽑아서 들고 킨잘은 좀비들 옷으로 대충 닦은 뒤 칼집에 집어넣었다. 커틀러스는 시체에 깔려 상황이 완전 정리되기전까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눈대중으로 대충 보니 좀비들은 대략 한 100여마리 정도 남은 것 같았는데, 방금 전의 습격을 완전히 까먹은 것마냥 그냥 서성거리고 있었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리자 손아귀 힘이 거의 남지 않은 것과 더불어 아까 넘어진 다리와 어깨도 슬슬 시큰거리는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더 싸우기는 아무래도 무리였다. 이게 옛날 전쟁이었으면 벌써 2번은 전열 교대했을 정도다. 둘이서 이렇게까지 싸운 것도 대단한거지.
"김형!"
"왜?"
"김형 이제 더 싸우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요. 들어가는게 낫겠습니다."
"그래, 저것들도 머리가 나쁜지 왜 여기 왔는지 까먹었는갑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처리하던지 하자."
나와는 달리 김형은 아직 멀쩡해 보였지만 한명만으로는 좀비들의 숫자를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의외로 순순히 들어가자는데 동의했다. 다만 역시 대치도를 밑에 놔두고 갈 수는 없었는지 1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오는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들고 올라오고 말았다는 것이다. 들어오고 나서는 하도 많이 싸워서 그런가, 대치도 날이 자루 속에서 덜그럭거린다며 좀비 놈들에 대한 불만이 대단했다. 내 커틀러스나 킨잘은 다행히도 멀쩡했지만, 창은 던졌을때 좀비를 관통하면서 콘크리트 바닥에 좀 쓸렸는지 창날 끝이 갈려버리고 주변 부분에도 기스가 심했다.
몸이 제일 문제였는데 결국 팔자에도 없는 파스를 붙여보게 됐다. 이불 깔고 누우니 마치 낮의 일이 거짓말만 같더라. 며칠만이라도 좋으니 몸이 좀 나아질 때까지만이라도 좀비놈들과 휴전이란게 가능하다면 좀 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TV에서는 수방사를 비롯한 군부대들이 좀비의 습격을 이겨내고 주변 지역의 치안을 잡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잘된 일이다. 가족들도 상황이 상황인데다 이미 나에게서 충분한 부연 설명을 들었던 만큼 대치동 김씨 일가의 출현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전투원의 증가를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새 김형의 아내는 어무이와 말을 트고 수다를 떨고 있다. 바깥 야경은 어제보다 한층 더 아파트의 불빛이 줄어들어 있었다. 이곳의 사태가 더 악화되었다는 말일 테고, 좀비들이 산사람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이후 피해자가 더 늘었단 뜻이리라. 여하튼 몸이 피곤하고 시큰거리는 지금은 당장 오늘 밤만이라도 쉬고 싶었다. 특히 어깨가 영 상황이 안좋아서 이대로라면 싸우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결과만 말하자면 이날 밤도 쉬기는 완벽하게 글러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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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무 자비(No Mercy) 언젠가 씁니다.
P.S.
(이날 활약한 무기. 위로부터 창, 1917 커틀러스, 킨잘. 방패.)




덧글
Utthona Started Witch!!!
라고 표효하는 이슬람 중장전사와 근육낭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유는...
'옛날에는 다 그런거 들고 싸웠다'
이건 칼에 대한 전문지식을 활용한 일종의 오덕글이신듯..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아저씨 마흔명쯤 모여서 테르시오 방진으로 좀비를 물리치는 장면을 보여주십사하는 소박한 바렘이..헤헤...
대략 2,3천명 필요한....
그보다 한국내에 도검 허가증을 가지고, 겜비슨같은걸 구매하고, 장비까지 있고, 수련까지한분이 3,40명이나 될지...
느낌상 장편은 아닐거 같지만 그래도 꾸준히 올려주시면 뭔가 스토리하나 나올듯하네요.
오덕들말고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따로 주석이나 무기나 사용법을 링크해 주시면
FM하나 나올듯 하네요. 전 그런거 없어도 그저 굽신굽신 이지만요.
감사합니다.
다리찢기 은근히 웃기네요. 좀 더 망가지면 재미있을거 같아요.
이대로 가면 무기 집어들고 휘두루는 좀비도 나올듯.
잘보고있습니다.
전경대정도 되면 훈련시킬 필요도 없이 무기만 전환(?)해주면 쓸만한 테르시오일지도..무엇보다도 대형이루는데 익숙하고 규율로 다져져있으니.. 좀비들이 수천마리가 떼로 달려들어도 한 400명만 방진을 이뤄도 투사무기를 쓰지 않는한 무너뜨리기가 힘들지도요.
하긴 총 있는데 이짓 왜하나..히히
의장용으로 추정되지만 3.7m짜리(날 2.2m)도 있었다니 초큼 무섭군요. 그런데 작품에 등장한 3m정도 크기라면 무게가 어느 정도나 될까요? 대치동 김씨가 아무리 근육맨이라지만 열명씩 베어넘기려면 근육이 꽤 두꺼우셔야 할 듯. 그리고 다음화에서라도 잘 나온 대치도 사진도 좀 올려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