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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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사태 체험기 3편 개판 팬픽

 김형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내막은 이렇단다. 즉 우리가 난장판을 피우는 꼴을 다 본 아파트 주민들이 이제 당장 거리에 좀비가 없어 보이니까, 안심하고 몇명이 나왔다는 모양이다. 김형의 아내도 나가겠다는 이웃집 주민에게 자기 경험을 말해주며 매달리듯 말렸지만, 당장 집안에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있다면서 부엌칼 하나쯤 들고 나갈테니까 걱정 없다면서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기어이는 니년만 음식 챙기니 우리 배고픈건 안보이냐는 식으로 말해버리는 터라, 나름 마음에 상처도 받은 모양이었다. 대치동 김형은 일이 일이라 그런지 머리회전이 빨라서 말려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듯, 아예 문을 잠가버렸단다.


 그렇게 한두명씩 나와서 마트에서 물건을 들고 나오는 꼴을 본 다른 주민들이 늦으면 아무것도 못챙길까봐 따라 나왔고, 기어이 마트에서 난투극까지 벌어진 모양인거 같다고 한다. 물건을 가지고 싸우고 난장판이 벌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점점 기어나오니까 아직 좀비가 청소되지도 않은 옆동 주민들까지 물건을 챙기겠다고 몰려나왔고, 어쩌다 몇사람이 좀비에게 습격, 좀비가 좀비를 만드는 연쇄반응이 격화되어 몇몇 급히 집으로 도망친 사람들을 빼곤 죄다 좀비화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물론 멀쩡하다가도 좀비화된 아내나 아들을 잡고 흔들며 울부짖던 사람들도 곧 좀비가 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도 몇사람이 떼로 덮쳐지는 꼴을 리얼타임으로 봤으니. 살면서 15층에서 사는걸 이렇게 감사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김형은 어찌 할거요?"

나이차가 10년가까이 나보이는 사람에게 성씨 붙여서 김형 박형 하는건 좀 아니라고들 했지만, 정작 불리는 당사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글쎄다. 당장 추이를 보긴 해야 겠는데, 다행히도 영화처럼 팔다리가 굴러오는 놈들은 아닌 거 같고, 보니 저놈들은 물어서 전염을 시키는 거 같다. 아직 수돗물도 그대로 마시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 보면 아마 상수도나 그런 문제는 아닌 거 같아. 왜 이런 게 유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도꼭지라도 믿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지금까진 사람들이 겁먹어서 치안 유지가 됐지만, 오늘부로 그 끈이 끟어질 거 같다. 군중 심리란게 있잖아. 지금 이대로 1~2주는 더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사람들 마음은 그게 아니지. 오늘 떼로 좀비가 되는 꼴을 봤으니, 분명 여기서 탈출하려 들 거다. 차를 몰고 말이야. 근데 도로변에 봐봐. 좀비가 지금 수백명이지. 저놈들 아무래도 큰 소리에 반응하는거 같은데, 자동차 소리를 들으면 십중팔구 달려들거다. 한두놈이야 치고 갈 수도 잇을지 모르지만, 그것도 속도가 나야 하는 얘기지. 이런 좁아터진 두 아파트 동 사이의 4차선 도로 그것도 2개 변두리 차선은 주차장이나 다름없는 데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나와야 하는데 속도가 붙을 리가 없다. 아마 좀비 한두놈이 달라 붙으면 지 혼자 쫄아서 꽥꽥대다 처박히든지, 좀비 몇놈 바퀴에 끼어서 멈추든지 하겠지. 남들이 뛴다고 우리까지 뛸 필요는 없어. 그래서도 안돼고. 상황이 좀 지난 다음에 생각해봐야 할거다."

 대포 3종셋트가 필요한 사람은 대체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야 하는 일을 하는법.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상황 파악이 빨랐다.

 "일단 오후를 두고 봐야겠지. 오후쯤 되면 대충 돌아가는 윤곽이 잡힐 거다. 자네 차는 있나?"

 "잘 몰지는 못하지만 일단 엑셀 밟으면 가는거고 브레끼 밟으면 멈추는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아주 좋아. 젋은 놈이 대답이 그리 시원시원해야지. 지금은 그렇다치더라도, 저놈들 성향 중에 추적하는 성향이 있으면 우린 여기서 오래 못있을거다. 인구 밀도가 적고 쓸만한 걸 구하기 좋은 데로 가야지. 꼭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를 뜨긴 해야 될거야. 어디 좋은 데 아는 데 있나?" 

 "그렇다면 당연히 시화공단으로 가셔야지요. 반월공단은 오래되서 길도 복잡하고 산도 끼고 있는데다 높은 건물이 있긴 해도 주변 조망하긴 영 그렇습니다. 안산시가지랑 가까워서 행여나 놈들이 추적자 성향을 지니고 있다면 리스크도 커지구요. 시화공단은 평야에 만들어진 데라 길이 사각형으로 구획되어 있고 개천도 세곳이나 지나가는데다, 모든 건물의 높이가 대체적으로 낮은 가운데 높은 건물은 몇개 없어서 높은 조망권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차단녹지가 있어서 거주구역이랑 딱딱 나뉘어져 있구요.  근처에 쇠가공집이나 유통상가도 많고, 라디오 수신율도 높습니다."

 "오... 그래? 내가 서울에서 일하다보니 그런 좋은 데를 몰랐네. 개천은 더럽지?"

 "공단 사이를 지나가는 개천에 뭘 더 바라겠습니까?"

 서로 말은 안하지만 설사 우리가 수천마리를 때려잡는다 하더라도 제일 큰 문제가 잠재하고 있다. 썩는 시체 문제였다. 개천은 그 썩는 시체를 처리해줄 좋은 투기장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행여나 우리가 진 삼국무쌍처럼 좀비들을 쓸어버린다 하더라도 시체는 그대로 남는다. 그렇다고 쉽게 치울 수도 없다. 무게 70kg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섣불리 치우려다간 체력만 잔뜩 소모하고 말 것이며 코끼리 비스킷에 다름아닌 성과만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놔두면 썩는다. 선선해지는 초가을이었지만 낮은 더웠고 썩는 시체는 메탄가스와 역한 냄새를 방출하며 세균을 창궐시킬 것임에 틀림없었다. 행여나 우리가 철저히 방역해서 병에 안 걸린다 하더라도 처한 상황에 더해 역겨운 냄새는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미치게 할 것이었다. 인구밀도가 적은 곳으로 가야 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대충 전화를 끟고 TV를 켜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명박은 무사한 거 같았지만 국회를 둘러보는 영상에서 국회의원들이 드문드문 빠져있었다. 어찌 되었을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지금 경찰병력은 전원 무장하고 중요 관공서와 시설들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서성거리는 좀비들을 사살하는 경찰의 모습과 더불어 지방 도시에서는 교회나 동창회나 동네 등 다양한 민간 단체들이 자경단을 결성하고 각목에 부엌칼을 끼워 만든 조잡한 무기로 동네를 경비하는 모습도 들어왔다. 내 눈에 세마리만 찔러도 부러질 나약한 잡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들에겐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무기이리라.

 지금 재미있는 것은 흔히 영화에서 보면 수도와 전기가 끟기고 정부는 붕괴되어 그야말로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꼴이 공식처럼 꼭 나왔지만 지금은 수도와 전기도 이상없이 들어오고 방송과 정부도 그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좀비 영화라는게 국가권력이나 행정체계 등에 대한 블랙 코미디로써의 요소 또한 가지고 있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도 같다. 늘 그렇지만 영화와 현실은 다른 법이다.

 주변 지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한참 전화를 하는데, 서울 사는 할아버지와 외가 가족들은 전원 연락이 안된다. 상황 파악이 빠른 어머니는 금방 체념하고 방안에 들어가서 울고만 있다. 아버지의 가족들은 대부분 시골에 있으므로 대부분 무사한 것 같지만, 서울에 사는 가족들은 역시 모두 불통이다. 현재 중사로 군대에 있는 임씨의 가족들은 모두 무사한거 같다. 특히 8톤트럭을 운전하는 임씨의 아버님은 동료 기사들과 함께 휴게소에 머무르며 휴게소 노점상의 잡칼들과 트럭에 실어놓은 정글도, 빳다, 조선낫으로 이미 여러마리의 좀비들을 박살을 내버렸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쏟아졌을 쌍욕이 얼마나 구수했을지는 안마셔도 참기름이다. 곧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데리고 시골로 떠날 예정이라고 하며 가족들을 차에 태울 때는 나도 가서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해가 지고 밤중이 되어 옥상으로 올라가사 안산 톨게이트의 불빛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움직이는 차들의 불빛이 영 느릿느릿하다.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 차 한대만 퍼지면 고속도로라도 곧바로 지옥이다. 지금 이런 세상이니 차가 수십대가 퍼져도 이상하지 않다. 차를 몰고 탈출한다는게 쉬울 리가 없다.

 반대편을 보자 안산 시가지의 불빛이 보였다. 평소대로라면 아직 꺼지지 않은 아파트들의 불빛과 더불어 불야성을 이룰 중앙동 유흥가들이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많은 불빛이 꺼져 있어 마치 명절때의 텅 빈 안산시를 생각나게 했다. 물론 저 불이 꺼진 집의 주인들은 도망쳤던지 아니면 좀비가 되었으리라. 다만 안산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열병합 발전소와 쓰레기 소각공장의 굴뚝의 점멸하는 붉은 경고등들만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만큼 엄중하게 경비되고 있어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지금은 그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가 없었더라면.... 이곳은 지금보다 수백배 지옥이었을 것이다.

 야경 속에서 바람을 타고 간간히 비명소리도 들려왔다. 불운한 누군가가 습격이라도 받았을 것이다. 재수없는 건 그 다음 들리기 시작한 소리였다.

"우어어어어............."

 멀리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는 좀비들의 울음소리임에 틀림없었다. 괜시리 불길한 생각이 든다. 그 소리가 레프트 포 데드에서 좀비들이 떼거리로 몰려오기 전의 소리와 영 비슷했기 때문이다. 니기미 조또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낮에 김형과 나눈 <추적자 성향>에 대한 것도 생각났다. 저것들이 그냥 옆에서 깔짝거려야 달려든다면 차라리 행복이지, 지들이 산 사람을 찾아다닌다면 상황은 크야말로 최최악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그래도 설마 게임이랑 현실이 같을까, 좀비영화랑 현실이 이렇게 틀린데, 여하튼 내일을 위해 체력을 아껴두고, 이 빌어먹을 예감을 잊기 위해 문을 철저하게 단속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7일째, 그러니까 어제의 다음날 벌어진 상황은 제대로 좇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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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Boomer!! 언젠가 씁니다.

덧글

  • 드럼군 2009/09/10 00:38 # 답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 기대할께요
  • aatheung 2009/09/10 00:41 # 답글

    어 어서 연참을!!!
  • MessageOnly 2009/09/10 00:52 # 답글

    일본물이라면 쿨하고 늘씬한 오네쨩이 나와서 뭔가 재주를 뽐낼 법도 한데...왠지 하드보일드물이 될 듯한 초반이네요..
    그렇다고 국산 징징녀가 나오면 그건 좀 짜증...(...)
    검성님 같은 분이 대활약을 하실 시대가 도래하기도 한건데...으음;
  • hex 2009/09/10 00:58 # 삭제 답글

    오오....언젠가가 빨리 오기를 이거 재미있군요. 역시 어반판타지는 디테일할수록 재미있는건 진리..

    빨리 다음편을 보기를 기원하며...전 이만...수고하세요
  • 홍차매니아 2009/09/10 01:14 # 삭제 답글

    잘 보고 갑니다. 미스터 술탄님. 평소에 술탄님 이글루에 자주 들러 냉병기 지식에 대한 귀한 자료를 얻어가는 사람입니다.
    술탄님의 재미있는 글이 언제나 기다려 집니다.
    그런연유로.
    이번 팬픽은 메롱내지 않으셨으면;;;;
  • 네비아찌 2009/09/10 01:23 # 답글

    오오...좀비들도 점점 진화하는가 봅니다.
    아무튼 간만에 흥미진진한 연재글 잘 읽고 있습니다, 건투를~~~
  • 산들바람 2009/09/10 10:05 # 삭제 답글

    오오 정말 흥미진진해 집니다.
  • wgundam 2009/09/10 10:32 # 답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FELIX 2009/09/10 10:33 # 답글

    오오오 이런거 너무 좋아해요.
  • 천지화랑 2009/09/10 11:51 # 답글

    여고생은요?

    도망칠거라면 시화보다도 월곶이나 송도가 최강이죠. 특히나 송도는 높은 건물은 많고(아직 짓다 말긴 했어도) 바닷물로 막혀있으니. -ㅁ-;;
  • 터미베어 2009/09/10 16:39 # 답글

    음식물만 충분하다면 금속가공기구랑 금속류가 많은 공단이 꽤나 좋을꺼같기도 한데..(철조각 잘라내고 그라인더로 날 대충 간다음 쇠파이프에 용접하기만해도 1회용 투창이나 무기로는 쓸만하겠)
  • 엑스트라 1 2009/09/10 19:02 # 삭제 답글

    헠헠 술탄님의 갬비슨 간지 헠헠
  • 檀下 2009/09/10 19:06 # 답글

    그리고 존 클레멘츠가 이끄는 ARMA와 SCA 연합 10만 대군이 한국에 원정관광을 오고...
    천조국의 비밀부대는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을 개시하는데...


    재난물 등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시는 불신지옥 광신도캐릭은 등장할까요?
  • hex 2009/09/10 21:59 # 삭제 답글

    4회가 보고 싶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왔다갔다하는뎁쇼..제발 4회좀 굽신굽신...
  • 드로이드 2009/11/27 21:46 # 답글

    이건 만화화해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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