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사이프의 전투의 예술(Kunst des F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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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사태 체험기 1편 이상해진 세상 팬픽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을 텐데, 차선 하나를 왠 승용차 한대가 막고 서있었던 덕택에 출근시간이 30분 넘게 늦어버렸다. 지나가면서 본 그 차의 주인은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고 깜빡이를 켜고 있지도 않았다. 뒤에 정차한 차량의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차문을 쾅쾅 차면서 쌍욕을 하고 있었는데, 겉으로만 안 내켜할 뿐이지 속마음은 다 같았다. 월요일 초장부터 또라이 때문에 지각이라니. 

 
회사로 출근하면서 행여나 사장님 눈에 띌까 급히 안으로 들어갔는데 왠일인지 주임님이 출근을 안한거 같다. 7시 반쯤이면 출근하는 사람인데 왠일? 또 행여나 어디 아프다고 병원 갔나 싶었는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평소부터 주임님을 내켜하지 않던 사장님은 씩씩대며 자르든지 해야겠다고 화를 내고 있었다. 하여튼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고, 평소대로 퇴근해서, 잘 잤다. 하필 그날이 한달간의 난장판의 첫날이 될줄 누가 알았을까.

 다음날은 부장님이 구로부터 부천, 안양까지 쭉 도는 납품 및 영업 일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침부터 어제 만들어놓은 제품들을 실어보냈다. 아직까지도 주임님은 연락이 닿지 않고, 사장님은 아예 잘라버릴 마음을 굳히신게 아닌가 싶었다. 일단 그날도 평소 정해진 일정대로 생산을 해냈지만, 할당량은 다 소화하지 못했다. 주임님이 안나왔으니까. 뭐 급한 일정이나 납품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날도 일찍 돌아갔다. 그날도 별 일은 없었다.

 3일째, 주임님은 여전히 소식 불명인데다, 이번엔 부장님까지 통화가 안된다. 사장님은 뭔일인가 싶어 계속 통화를 하지만, 구로랑 부천은 통화가 되고 어제 분명 납품을 마치고 갔다고 하는데, 안양 거래처는 어떤 번호도 불통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당장 오늘도 납품할 거래처가 1곳 있는데, 사장님은 어제보다 훨씬 더 씩씩대다가 결국 직접 카니발을 몰고 납품을 떠났다. 어수선한 그날도 일단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사장님이 태워다 줘서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홈플러스에 내려 주었기에 걸어가야만 했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밝은 큰길로 가겠다는 생각에 시외버스터미널 앞의 길을 통해 큰길로 진출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

 왠 이상한 사람이 나를 바짝 쫓아오는 거 같았다. 내가 무슨 중2병 걸린 애라서 비밀조직이 추적한다고 생각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기우겠지 하고 말려고 했지만 왠지 몇달전 고딩들의 퍽치기 미수사건이 떠올라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점점 따라오는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닌가.

'...아놔 ㅅㅂ 삼단봉도 팔아버렸는데 있을때 오지 왜 하필이면 팔고 없을때 오고 ㅈㄹ이람'

 온갖 짜증에 머리속이 어수선하면서도 기습당할 때를 대비해 눈은 근처에 쓸만한 돌덩이가 없는지 찾고 있었다. 더불어 안산시 시외버스터미널 앞길이 어떠냐면, 길은 긴데 앞은 수인산업도로로 통하는 큰길에 수풀이 우거지게 만들어놔서 도로에서는 보행자 통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에이젼트가 임무라도 수행하기엔 딱 좋은 장소라서, 누가 나를 봐서 도와주기를 바라기도 힘든 곳이다. 하물며 저녁인데. 여하튼 위협할 목적으로 적절한 돌덩이를 줍고서는 과시라도 하듯이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

 그냥 그대로 따라온다. 그러더니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는데, 아놔 이런 급히 뒤를 돌아 일단 되는대로 돌덩이로 후려갈겼다. 적중하는 순간 보인 것은 면상이었다. 주먹도 아니고 면상? 뭔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맞은 이놈은 크게 다쳤는지 머리를 감싸쥐고 웅크렸다 쫙 폈다 보도블럭 지렁이마냥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이거 큰일난거 아닌가 싶어 일단 튀었다. 물론 큰길로 바로 나가지 않고 터미널을 통해 뱅뱅 돌아 나갔으며, 나간 다음엔 아무일 없다는 듯이 평범하게 걸어서 집으로 갔다. 왠지 집에 가는 25분동안 경찰차는 6번 봤고 구급차는 4번 봤는데, 그때도 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이미 난장판은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었다. 

 4일째 아침 TV에서는 영 심상찮은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내용인즉 사람을 습격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에게 물린 사람들은 곧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고, 동시다발적으로 크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경찰 병력이 주요 시설을 경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곧 이에 대한 청와대 긴급회의가 소집될 예정이라는 내용과 함께, 시민들은 수상한 사람을 경계하고 가능한한 집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이거 좀비 아냐?'

 테레비 화면에서 나오는 촬영영상들은 딱 좀비의 형상이었다. 물론 썩은 시체가 걸어다니는건 아니고, 어리벙벙하고 멍하니 돌아다니다가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뛰어서 달려들어 덮치는 꼴이 꼭 레포데에 나오는 딱 그 양상이었다. 바깥을 보니, 맙소사. 거리에는 평소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다 넘어쳐서 덮쳐지는 여자도 보였다. 이게 하룻밤만에 무슨 일이람. 앞의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에서 사람이 추락하는 꼴이 보였다. 좀비로 보이는 사람이 그 사람을 따라 허공으로 팔을 휘젓다 같이 추락하고 있었다. 오 씨발 지저스 크라이스트.

 급히 회사로 전화해 보았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사장님 개인 핸드폰으로 전화하자 이미 좀비화된 사람들 때문에 가족들 모두 밖으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앞집 사람이 좀비화가 됐는지 초인종을 눌르길래 살짝 들여다 봤더니 초점이 없는 눈에 입에 거품을 물고 서있더란다. 무서워서 밖으로도 못 나가고 집에 고립되 있는 중이라고 했다. 경찰에 전화해도 지금 난리라 어디 한 집에만 파견을 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벨소리를 듣자하니 장갑기병 보톰즈의 주제가인 것이 중사로 일하고 있는 임씨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급히 안부를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족 모두 무사하다고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 가족들도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란다. 그놈의 중대에는 아직 좀비 감염자가 없지만 어제 옆 대대 중위놈이 또라이가 되어 설쳐서 그걸 빳다로 때려잡아 묶어놓았다는 이야기가 퍼져서 지금 사단장 재량으로 모든 휴가를 취소시키고 외박도 금지시켰다고 한다. 국방부장관 명의로 특명이 내려와서 현재 초병들은 모두 실탄을 장전하고 있고, 잘하면 사태가 심각해질시 좀비 소탕에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직 원인파악을 못해서 모두들 이상한 짓을 하지 않나 서로 감시중이란다.

"행여나 니들 다 좀비되는 건 아니겠지?"
"조까. 또라이들 찾아내고 관리하는데 이골이 난게 군대다. 내가 짬을 몇년을 먹었을거라고 생각하냐?"

 여하튼 살아서 보자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끟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제 좀비들이 설치는 이상 일단 무장을 해야 겠더라. 집에 있는 모든 날붙이의 날을 세워놓느라 난장판을 벌여 4시간동안 갈아낸 결과 날이 뭉툭한 무기는 이제 없게 되었다. 날을 시퍼렇게 세운 창날을 보면서 조금 우쭐해졌지만 밑을 보자 도로 쫄았다. 아무리 날이 날카로워봐야 저렇게 숫자가 많으니 잘해야 한두놈 죽이고 나는 머릿수에 밀려 뜯겨먹힐게 분명했다. 함부로 나설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집안에 식재료는 많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더 충당을 해놔야만 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도시민은 밖에 나가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최소한 당장의 며칠을 대비한 물자를 준비해야만 했다. 다행히 조금만 나가면 바로 슈퍼가 있었다. 약탈은 나쁜 짓이지만 일단 살고 봐야지. 일단 빨리 움직여야 했으므로 철갑은 다리와 팔에만 착용하고 몸통은 갬비슨만 입고 칼과 창과 방패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앞에 있던 좀비가 딴데를 보고 있길래 창으로 찔렀는데, 영화에서의 좀비와는 다르게 심장을 찔리자마자 한번에 쓰러져 죽어 버렸다. 팔다리가 잘려도 기어오는게 좀비였을텐데...

 아마 이 좀비들은 레프트포데드의 좀비에 해당하는 놈들인것 같았다. 일종의 바이러스인지 뭔지인가에 지배되고 있지만 몸은 사람의 그것 그대로라는 것이다. 하기야 인체 구조상 팔이 잘렸는데 팔이 기어온다면 그건 사람의 몸이 아니라 이제 마술의 영역이다. 여하튼 어렵지 않게 슈퍼에 도착해서 옷가방에 쌀푸대부터 집어넣고 있는데 건너편 마트쪽에서 왠 사람의 기합 소리가 점점 커지는게 아닌가.

 "니미 쌍노무새끼들, 개 쉐끼들, 닝기리 호로쉐끼들~!"

 다시 들으니 기합이 아니라 쌍욕인데, 더 놀라운 건 그 사람의 행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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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대치동 김씨> 언젠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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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제노테시어 2009/09/07 23:57 # 답글

    우오오오옷! 멋지군요!
  • 황제 2009/09/07 23:59 # 답글

    대치동 김씨? 박씨는 안될까요?
  • 레일리엔 2009/09/07 23:59 # 답글

    어버버버.. 랄까, 좀비떡밥은 생각할수록..
    제가 정신을 잃고 가족과 친구들을 물어뜯는다고 생각하니까, 또는 제 친구와 가족들이 저를 물어뜯으려 달려들거라 생각하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 정호찬 2009/09/08 00:03 # 답글

    레프트4데드...... M16 한자루만 있어도 별 무서운 놈들 아니지만 한번 떠밀려 자빠지면 대책 없죠.
  • 네비아찌 2009/09/08 00:41 # 답글

    재야의 고수들이 모여서 좀비 평정에 나서시는 겁니까~~~
  • 천지화랑 2009/09/08 00:54 # 답글

    진리의 염산은요?
  • Fedaykin 2009/09/08 01:03 # 답글

    열처리된 고딕 풀 플레이트 아머 + 폴액스로 무장한 ARMA의 한국지부 회원인 대치동 김씨의 등장?!!
  • Mr술탄-샤™ 2009/09/08 01:05 # 답글

    대치동 김씨인 이유는 그 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스타라쿠 2009/09/08 01:40 # 답글

    죽이는데 저항감이 없군요.
  • 노원구거주자 2009/09/08 02:27 # 삭제 답글

    대치동 김씨 ㅋㅋㅋ 다음엔 불광동 드럼통 나오는 겁니까?
  • GQman 2009/09/08 06:08 # 답글

    평소에 무구류 아이템을 모아놓으시는건 이런 상황에 대비하시는겁니까?ㅋㅋㅋㅋ
  • 터미베어 2009/09/08 16:42 # 답글

    ..저도 일단은 대치동 김씨...
  • 암흑요정 2010/07/30 03:39 # 답글

    정신이 아득해진다...
  • 카카카카 2011/04/24 15:46 # 삭제 답글

    이거 복사해도 될까요?
  • Mr술탄-샤™ 2011/04/25 00:34 #

    항상 자유로운 전제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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