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입한지 벌써 몇년이 된 제 최고참 창날이 폴첸의 바이킹 스러스트 스피어입니다. 그동안 폴첸에서도 이 제품을 초창기의 문양 인쇄 버전, 그리고 녹슬은 골동품 버젼으로 체인지했다가 이제 다시 깔끔한 날에 소켓의 문양을 엣칭(산으로 부식시켜서 돋을새김 문양을 만드는 기법)으로 해서 나오니 그동안 3번에 걸쳐 디자인을 바꿔 온 셈이지요. 그만큼 오랫동안 단종되지 않고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창날도 처음엔 180cm짜리 무술목봉에 끼워졌다가 2.4m Ash 봉에 끼워지고 한때 험하게 변한 문양도 결국 지워버리는 등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사진에서 창날 소켓 아래쪽의 허벌창은 그동안의 난장판의 흔적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2.4m짜리 Ash봉에 끼워져 있었는데, 버트캡이 100그람 조금 넘는 윈들래스 스틸크래프트사의 라운드 버트캡이라 436.6그람의 무게를 가진 이 창날과 균형이 맞질 않았지요. 그래서 무게중심이 앞으로 쳐지는 바람에 체감무게가 급상승하고 길게 찌르면 창끝이 밑으로 쳐지고 회수하기에도 애로사항에 꽃피는 현상이 발생했었습니다.
(문양 지우기 전의 참담했던 모습.)
(자루 바꾸기 전. 중앙이 바이킹 스러스트 스피어)
이번에 바이킹 소형 창날이 3.84m창으로 전용됨에 따라 텅 비게 된 팔각봉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던 것입니다. 원래 팔각봉에는 이 바이킹 창날에 딸려 오는 소켓이 달려 있었는데 무게중심을 조정하기 위해 안에 납을 넣고 자루와 결합하였던지라 중량도 제법 올라가 있었습니다. 바이킹 스러스트 스피어의 경우 문제는 다른 무엇이 아니라 버트캡의 무게가 창날과 같지 않다는 점으로 인식한 본인은 그래서 텅 비게 된 팔각봉에 달려 있는 고중량 버트캡과 균형이 맞을 거라 생각하고 바꾸게 된 것입니다. 그냥 편하게 버트캡끼리 교환하지 않은 이유는 원래 자루인 붉은 봉에 붙은 라운드 버트캡이 무슨 수를 써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봉은 2007년 하반기 미국 퍼플하트 아머리(
http://www.woodenswords.com/)에서 수입했던 것으로써 이 팔각봉은 지름이 좀더 좁은 것만 남고 단종됐습니다. 이 팔각봉은 길이 2.4m에 두께는 3.2cm정도입니다. 그러나 그건 평면 대 평면의 지름이지 각이 진 부분끼리는 훨씬 두껍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3.2cm만을 유지하는 원형 봉보다 오히려 100그램 정도 더 가볍습니다. 32mm두께의 2.4m짜리 원형 Ash봉이 1.45kg인 데 반해 이 팔각봉은 길이가 같은데도 1.35kg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쓰기 편한 면도 있지만 내구성 면에서 조금 불리한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실사용 면에서 같은 창날을 써도 이 자루를 사용하면 조작성이 훨씬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무게가 좀 더 가벼운 점이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창날이 소켓식이고 앞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다 보니 자루 끝도 그렇게 깎아야 합니다. 전문 목공인들은 도구들이 있겠지만 저는 그런 게 없어서 사내의 장비를 이용했습니다. 우선 크게 각을 주고 많아 깎아내는 데에는 벤치그라인더가 유효합니다. 벤치그라인더는 탁상그라인더라고도 하는데 책상에 고정해놓고 보통 쓰죠. 거칠거나 고운 숫돌이나 광을 내는 수세미 날 혹은 버프 등 여러가지를 장착하고 씁니다. 제 경우는 거친 숫돌이 달려 있어서 회전하는 거친 숫돌에 자루를 대면 순식간에 갈려 나갑니다. 앞부분은 좁게, 뒷부분은 넓게 몇바퀴 돌리면서 대충 각도를 잡고, 역시 금속용 줄로 갈아내서 사진과 같이 울퉁불퉁한 표면을 정리하면 어느정도 형태가 잡히게 되죠.
그 다음은 소켓을 끼우고서는, 조금씩 돌려본 후 빼면, 하얀 나무에 검은 자국이 남습니다. 나무가 아직 울퉁불퉁해서 그곳만 소켓 안쪽에 닿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지요. 그러면 그곳만 줄로 갈아주는데, 많이 갈 필요 없이 검은 자국이 지워질 만큼만 갈면서 다시 끼워보고 잘 들어가면 창날이 잘 수평을 이루는지 확인해가며 갈아주면 됩니다.
그렇지만 전문 목공인이 아닌 이상 벤치그라인더질에서 어느정도 착오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창대에 창날을 끼워버리면 덜그럭거리는 기분 나쁜 증상을 경험하게 되죠. 그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테플론 테이프입니다. 이건 원래 수도관이나 가스관에서 나사처럼 돌려서 연결하는 부분에 미리 감아서 다 연결해도 있을 미세한 틈새를 메워주어 가스나 물이 새지 않도록 해주는 물건입니다. 하얀 색으로 접착력이 없지요.
이걸 모자라는 부피만큼 감아주면서 내경을 확대하는 식으로 창날의 소켓과 내경을 맞추는 겁니다.딱 맞춰서 나온 기성품 창이라 하더라도 겨울 수축등을 거치며 덜그럭거릴 때가 있는데 이때도 유효한 적절한 물건이지요. 사진에서는 테플론 테이프를 보강하는 셈 치고 비닐 테이프를 감고 있습니다. 전기공사 대충 하는 인간들이 전선 땜한 부분을 저거 대충 감고 마는 거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전기계에서는 늘상 쓰이는 물건이지요.
테플론 테이프는 단단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큼 감아도 소켓을 밀거나 돌려가면서 끼울 수 있고 뺄때는 쉽게 빠지면서도 일단 고정되면 절대로 흔들리거나 덜그럭거리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저걸로도 되는 걸 몰라서 고생한 기억들이 나는군요.
그리고 결합. 결합이라고 해도 바로바로 되는 것은 아니며 몇번 끼워보고 안쪽 나무 지름이 좀 작다 싶으면 테프론 테이프로 보강을 좀더 하고 소켓을 잠정적으로 끼우고 나서도 들고 돌려가면서 창날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보기 안좋게 평행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은가 확인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들고 나서 생각보다 보기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을 뿐더러, 신경 쓰여서 결국 도로 고치게 되죠.
이 바이킹 스러스트 스피어도 5~6번에 걸친 확인과 위치선정 끝에 가장 나은 부분을 찾아 고정하고 그랬습니다. 위치를 선정한 다음에는 직결나사를 이용해 고정하게 되지요. 테프론 테이프 등으로 내경을 제대로 맞춰놓으면 짧은 직결나사 하나만으로도 소켓이 빠지는 일을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끈을 감아놓았는데 5년 전인가 동대문에 가서 수십미터로 사왔던 나이롱 신발끈입니다. 너비가 1.3cm정도 되니까 우리가 흔히 아는 신발끈보다는 훨씬 넓습니다. 물론 끝이 마무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요. 오랫동안 애물단지였는데, 이렇게 창대에 감는 데에 잘 쓰이고 있습니다.
창대에 끈을 감는 건 마무리가 시원찮은 소켓과 자루의 연결부위를 가려볼까 해서 시작된 것이지만 지금은 상당히 여러 용도를 한꺼번에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우선 소켓과 자루의 연결부위를 자연스럽게 가려주는 것은 물론, 앞서 사진에서 나왔던 소켓의 허벌창과, 현대공업의 산물인 직결나사도 자연스럽게 가려줍니다. 거기에 팽팽하게 당겨서 감으니 나무 자루의 보강 효과도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나무들은 결국 결따라 내구성이 안좋고 갈라지게 되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 사포질로 표면을 곱게 마무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만 결국은 외부에서 다른 뭔가가 갈라지려는 걸 잡아주는게 제일입니다. 가령 제가 샀던 서양목검 싸구려는 머리치기 한방에 결따라 목검이 쩌저적 갈라지는 진기명기를 연출했으나, 테이프로 감아주고 난 이후는 아무리 험하게 써도 결코 갈라지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잡아주고 말고가 이러한 차이를 낳는 것이지요.
이 끈은 보통 가장 하중을 심하게 받고 충격이나 횡력에 노출되기 쉬운 창날 소켓 바로 앞부분을 외부에서 잡아줌으로써 빠른 부러짐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바이킹 스러스트 스피어의 기존의 빨간 자루 부분에 저 나이롱 끈의 무늬가 눌려서 남아 있을 정도이지요. 상당히 단단하게 감기는 대신 감다가 몇번이고 손이 힘들어서 도중에 서너번씩 쉬었다 하게 됩니다. 여하튼 끈을 감음으로써 시각적으로도 좋아지고 자루 보강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자루가 자주 부러진다는 소켓식이니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요.
창집은 제가 4mm가죽판과 아일렛으로 대충 만들어낸 것입니다. 아무리 녹이 잘 안스는 스텐레스 계열의 창날이라지만 창날이 날이 있는지라 여기저기 부딪치면 손상이 가는데 그래서 창집이 필요한 것이지요. 사실상 가죽 주머니 수준의 물건이지만 보관이나 이동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매듭 부분입니다.
도구들. 줄은 자루 갈아낼 때 쓴 것이며 망치와 물린 검은 것은 나이롱입니다. 창두를 집어넣을 때 테프론이 약간 과하게 들어갔는지 완전히 끝까지 안 들어갔는데, 창날에 저 검은 나이롱을 대고 망치로 후려쳐서 집어넣었지요. 나이롱을 물고 있는 건 바이스플라이어라고 하는데, 물체를 아주 강하게 잡는 데 쓰입니다. 뒤의 나사를 돌려서 잡고자 하는 물체보다 약간 좁게 주둥이 너비를 조정한 다음, 잡으면 2/3정도 쯤에서 강한 힘을 줘야 겨우 잡히는데 힘을 주면 잠깐 힘들다가 이내 수월해지면서 완전히 붙들어 고정됩니다. 뺄 때는 자루에 달린 판을 당기거나 밀어주면 빠지지요. 망치는 일본 Dogyu사의 단조망치입니다. 옆에 무게를 온스단위로 표시해놨는데 지금은 까먹었네요. 내일 출근해보면 알겠죠.
최종적으로는 윙에 구멍을 뚫어 고리를 다는 것으로 마무리. 이 고리에는 술 장식을 달거나 혹은 깃발을 다는 데 도움이 될 요량으로 해놨습니다. 이 윙은 사람을 찔렀을 때 창이 너무 깊숙히 들어가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구조물입니다. 바이킹이나 프랑크족의 스타일로 알려져 있는데 러시아나 아나톨리아(현 터키)등에서도 볼 수 있었고 아나톨리아에 들어선 이슬람 왕조인 룸셀주크에서도 쓰이고 합니다. 사실 이집트의 맘루크가 유럽식 투구인 캐틀햇의 일종인 샤를 드 페르를 쓰기도 하고, 투구 위끝의 뾰족한 부분이 앞으로 굽은 형태의 물건이 독일과 아라비아에서도 보이는 등 당시에도 교류가 활발했으니 아마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 입장에서야 중동 창이라고 버틸 수도 있으니 잘된 것이지요.
무게중심을 잡은 모습. 과거에는 무게중심이 창끝에서 1/3부분에 있어 쓰기가 아주 안좋았으나 지금은 이상적인 창의 무게중심 위치라는 정중앙에 있습니다. 컨트롤도 아주 뛰어나고 좋습니다. 창의 길이는 282cm로, 처음에는 270~280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길이가 잘 나와줘서 마음에 듭니다.